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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23. 09:10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하강 국면에 들어선 세계 경제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하반기 중 성장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가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평가되어 향후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와 함께 유가 상승세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유가 충격을 맞는 미국과 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경기 하락의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내수경기 위축이 수입 수요 둔화로 이어지면서 세계교역의 활기도 약화될 전망이다.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은 상반기에 비해 0.4%p 하락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4%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하강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올 하반기에 4% 내외로 낮아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내년 상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세계 경제 부진, 인플레 후유증 등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하여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처한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거시경제 정책은 물가 안정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책 당국은 대규모 추경 편성과 같은 적극적인 경기 확대 정책은 지양하고, 금리정책도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Ⅰ. 머리말 
 

지금 세계 경제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00년대 개도국들의 약진으로 평균 5% 가까운 고성장을 구가해온 세계 경제는 서브프라임 충격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와 함께 원유, 원자재, 농산물 등 자원 공급의 제약에 부딪쳐 고성장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개도국으로부터의 저가 공산품 유입을 통한 물가 안정에서 이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는 국내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2000년대 들어 지속된 내수 불황 국면에서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서브프라임 위기와 고유가로 인해 올해 들어 경기가 다시 하강 국면으로 돌아섰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고유가에 따라 물가 급등,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경기 하강의 가속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하반기 국내외 경제의 주요 이슈로 유가의 향방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영향, 국내 경기의 방향 그리고 국제 환율의 움직임 등을 뽑아보았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2008년 하반기 국내외 경제를 전망하고 정책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주요 경제이슈 
 
 
이슈 1 : 3차 오일쇼크 다가오나 
 
유가의 빠른 상승과 함께 ‘제3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초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했는데, 이는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측면에서 보면 2차 오일쇼크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과거 오일쇼크 기간 중 세계 경제는 높은 유가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년 동안 큰 폭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으며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경기가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국제 유가가 전년 대비로 167.9% 상승한 1974년 제1차 유가파동기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전년도의 6.9%에서 2.8%로 급락했으며, 그 다음해에는 1.9%로 떨어졌다. 제2차 유가파동기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1979년 3.8%에서 1982년 0.9%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의 유가 충격은 과거 오일쇼크 시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오일쇼크의 주된 원인은 공급 측면의 차질이었다. 제1, 2차 유가파동기에는 중동전쟁, 이란혁명 및 이란-이라크전 발발 등으로 원유 공급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특히 2차 오일쇼크 시기 원유 생산은 1979년 1일 생산량 6,600만 배럴에서 1983년 5,700만 배럴로 14.3%나 줄었다. 급격한 원유 공급의 축소가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세계적 불황이 지속되었다.  
 
반면 현재 국제 유가의 급등 현상은 수요확대에 기인한 바 크다. 선진국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10%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하여 개도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석유 생산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원유의 공급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어 장기적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격 상승이 수요를 둔화시키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하게 될 경우 경제 성장이 멈추기보다는 둔화되는 수준에서 유가가 안정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원유 수요 둔화될 조짐 
 
원유 수요가 어느 정도의 유가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들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에서 고유가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유 소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금년 들어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의 높은 원유 수요를 지속시켰던 유가 보조금  정책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보조금 정책의 폐기에 뒤이어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보조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유가 급등으로 국내외 가격 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유가 상승분을 모두 보전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 동안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향후 세계 각국의 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조짐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즉 이는 세계 경제가 지난 5년간 기록해온 평균 5% 수준의 고성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 둔화는 다시 유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고조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각국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그동안 ‘금리인하 → 과잉유동성 확대 → 투기수요 확대 →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한 공급 측면의 충격이 없다면 유가는 금년 중 배럴당 140~150달러 수준을 피크로 하여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평균 국제 유가는 WTI 기준 110~12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고유가 지속 전망 
 
중장기적으로는 원유의 공급 제약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가 원래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세계 석유 생산 확대에 막대한 기여를 해 왔던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이 금년부터 감소기(‘피크 오일’)에 진입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원유 공급의 피크가 가까워졌거나 이미 도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세계 석유 생산량의 한계치인 전세계 기준의 피크 오일을 하루 1억 배럴에서 0.9억 배럴 내외로 하향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유가는 일시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하락 폭에는 한계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오일쇼크 시기에 유가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안정을 되찾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유가 지속이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를 가져올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상황은 당시와는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물량 기준으로 볼 때 원유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80년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는 7.3%였으나 2007년에는 가격 상승을 배제한 실질 기준 원유 의존도가 4.0%로 줄었다. 이는 그만큼 원유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중국 등 개도국의 노동력과 선진국 기술의 결합에 의한 생산성 확대 여지가 커짐에 따라 세계 경제의 잠재 성장능력이 증대되어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공급 제약이 장기 추세로 나타나면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고성장이 제약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오일쇼크 시기처럼 세계 경제가 심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 측면에서의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오일쇼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현실화로 인해 하루 수백만 배럴 수준의 공급 차질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세계 각국의 원유 비축량을 고려하면 제3차 유가파동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하반기 평균 배럴당 17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은 2%대로 급락할 우려가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확대와 이에 따른 긴축 기조 강화가 전세계적인 내수 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기가 크게 침체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슈 2 : 경기침체 언제까지 계속되나 
 
우리 경제는 올해 1/4분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이 꾸준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 하강을 이끌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둔화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출의 상대적인 호조에 따라 제조업 생산활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출하가 둔화되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경기 하강 국면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가속 
 
당분간 경기 하강 추세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의 빠른 상승 추세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시차를 두고 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내수 전반의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경기 하강의 양상도 완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 중 교역조건 악화 폭은 90년대 이래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실질소득의 유출로 소비가 심한 부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등에 따른 세계 경기의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어두워지고 있는 데다 사상 최대의 미분양 사태로 건설 경기도 부진을 보이고 있다. 소비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고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고용 악화와 내수 부진의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공급측 충격에 의해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경제의 하강 추세로 우리나라 수출 경기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 경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유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중국 경제가 고유가에 대응하면서 개도국 경기 하강이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우리 경제의 고질적 현상인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수출 물량의 확대를 통해 생산이 늘어나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지만 소득이 크게 늘지 못해 내수가 위축되고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현상이 금년 중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진정이 경기 회복의 관건 
 
국내 경기의 빠른 하강은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석유 소비 및 수입 의존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 2차 오일쇼크 시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원유 가격 충격에 취약한 체질을 보여준 바 있다. 이후 원자력 에너지 도입 등 원유 의존을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졌으나 중후장대형 장치산업의 고성장 등으로 에너지 의존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 순수입액은 2006년 기준 GDP의 8.6%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경기 하강 국면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경기 회복의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국내 경기 하락의 주요인이 유가에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해야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물가의 상승세가 진정되는 시점에서 경기 하향세가 멈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오일쇼크 시기중에도 1981년 3/4분기부터 소비자물가가 진정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반등한 경험이 있다. 오일쇼크 시기 소비자물가는 유가상승 7개월 이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반기에 원유 가격 상승 추세가 진정되더라도 국내물가 상승 추세는 금년 중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하강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내년중 세계 경기의 하강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에 국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의 속도가 완만한 ‘U자’ 형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이슈 3 : 달러화 강세 지속되나 
 
최근 달러화 가치의 트렌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임밸런스 조정을 동반하며 지난 2002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온 달러 인덱스(dollar index·유로, 일본 엔, 중국 위안 등의 주요 통화들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표시한 지수)의 하락세가 지난 3월 들어 눈에 띄게 완만해지더니 최근에는 소폭 상승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절상 국면으로 전환되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도 절하 추세가 둔화되었다.
 
향후 달러화 가치의 추이가 우리나라의 수출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달러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가와 인플레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강(强) 달러 가능성 제기 
 
향후 달러화 강세를 점치게 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해 미국 정부가 조만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꼽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대내적으로 이미 주택경기 둔화로 인한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대외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의 증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히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게 되면 그 동안 달러화 가치 하락을 회피하기 위해 원유 등 실물자산에 몰렸던 투자자금이 분산되고 그 과정에서 국제 유가 상승세도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강 달러 정책에 대한 기대와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7차례에 걸쳐 2.25%p나 인하된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는 듯하며,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폭이 2006년 이후 줄어들고 있어 달러화 가치의 펀더멘탈도 강화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보다 높아졌으며, 특히 미국의 소비 및 수입수요가 둔화되면서 향후에도 무역수지의 개선 여지가 상존한다. 과거에도 경기침체 시에 이러한 수입수요 둔화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달러화 가치의 상승이 초래된 적이 있으며, 최근에도 교역 추이 및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 달러화 강세 전망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 요인도 여전히 남아 있어 
 
하지만 이러한 강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켜 온 근본요인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달러 강세가 뚜렷한 추세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수개월 지속되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면서 종전의 약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글로벌 임밸런스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주택경기 침체와 같은 대내적 불안 요인이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감소시키고 달러화에 대한 수요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 부분 진정되는 기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의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의 유입이 당분간은 크게 늘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9월 이후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하락과 고용 부진, 실질구매력 위축 등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중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아, 거시경제 전반의 펀더멘탈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 요인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 환급을 실시하면서 근래 안정되었던 재정적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달러화 강세의 정착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고유가의 지속이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강한 달러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측면도 있지만, 그 자체로는 미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구매력 손실을 야기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중순 이후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들의 ‘강한 달러’를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그 동안 약 달러가 가져다 준 수출 신장과 경제 성장이라는 혜택을 금리 인상을 통해 유가 안정과 맞바꾸고자 하는 선택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 현상이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하반기 국제환율의 추이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강세는 엔화와 유로화의 강세를 완화하는 한편,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Ⅲ. 세계 경제 전망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가 일본, EU 등 여타 선진국의 경기 둔화로 확산되는 가운데 개도국 경제는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세계 경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지속되고 있는 자원 가격의 급등 현상은 개도국의 고성장에 따른 자원 수요가 충족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개도국들의 성장세도 다소 둔화되면서 하반기중 세계 경제 성장률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급등에 따른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소비, 투자 등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부 자원보유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하반기중 성장률 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우려로 주요국들은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가 이미 부진한 상황에서 고유가 충격을 맞는 미국이나 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공업국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의 하락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내수경기 둔화가 수입수요의 둔화로 이어져 세계 교역의 활기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로 상반기에 비해 0.4%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2008년 연간성장률은 2007년도에 비해 1%p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 경기 침체 국면 
 
미국 경기는 현재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며 금년 중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가져왔던 주택 가격 조정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내년까지도 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의 지속과 함께 신용위축의 지속, 소비의 자산효과 감소 등으로 소비 둔화 현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고유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위축이다. 석유 제품 소비의 비중이 높은 미국 경제의 특성상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저하현 상도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금 환급에 따른 소비 부양 효과가 3/4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하강을 막기에 충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재정적자 부담으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 약세에 따른 수출 확대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기가 하반기중 둔화되면서 수출이 미국 경기를 회복세로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경기정책을 통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경기의 하강은 주택 가격의 하락 추세가 진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시적인 회복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EU도 내수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 예상 
 
유럽 경제는 2006년 이후 지속된 완만한 경기하락 국면이 금년 하반기 중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실물경제의 건실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경기침체의 우려가 남아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주택 경기가 냉각되는 등 내수 회복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건실한 제조업 성장과 수출의 호조 지속으로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생산 측면은 양호한 상황이지만 소비 등 수요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인플레 위협으로 인해 유럽 중앙은행은 하반기 중 한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률은 유로권 기준으로 2008년 하반기 1.5%, 2008년 전체로는 1.7%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는 아시아 및 자원 보유국들에 대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아직까지 미국 경기의 둔화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엔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설비투자의 둔화가 예상되고 전반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효과 등으로 소비지출도 완만한 하향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의 건축 규제 강화로 차질을 빚었던 건설투자가 정부 행정의 정비 등에 힘입어 금년 중 회복되면서 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2.1%에서 다소 둔화된 1.6% 내외로 예상된다.  
 
중국은 소비와 투자 중심의 견실한 성장 예상 
 
중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 기조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초의 폭설에 따른 물류대란에 원유 등 국제 원자재의 가격 등귀 등으로 8%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인한 직접 재산 피해가 크지만 쓰촨성이 중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복구 작업에 따른 투자 확대 효과도 있어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쓰촨성의 1차산품 생산 비중이 높고 복구 시 철강 등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도 예상되어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우려가 있다.  
 
지진 복구, 서부 대개발, 신 지도부 출범 등으로 투자는 예년과 비슷한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는 소득 증대와 함께 당국의 내수 확대 방침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높은 상승률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여파로 해외수요가 감소되는 가운데 위안화 절상 가속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 및 가공무역 제한과 같은 중국 정부의 수출 억제 정책 등으로 수출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물가 억제와 내수 확대를 위해 하반기에도 위안화 절상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긴축 기조 유지, 물가의 점진적 안정, 투자 등 총수요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중국 경제는 올해에도 ‘고속’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성장률은 작년보다 다소 낮아진 10% 초반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원 보유국은 호조, 기타 개도국은 성장 둔화 
 
지난 해에 체제 전환 후 사상 최대의 경제성장을 나타낸 러시아는 대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짐에 따라 고유가를 발판으로 지속적인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수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의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실질 가처분소득 상승이 소비 증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식료품 및 임금의 빠른 상승으로 향후 고성장 속에서도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전망이다.   
 
브라질의 경우 과잉 유동성에 따른 물가 불안과 금리 인상, 레알화 고평가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외부문 의존도가 10% 내외로 낮은데다 주요 수출품인 콩, 옥수수, 사탕수수, 철강 등의 국제가격이 모두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4% 후반의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경제는 고유가로 인해 올 하반기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 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 측면에서 서비스 중심의 산업화를 위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와 석유화학, 정유 등 건설플랜트 발주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부펀드 등 수조 달러에 이르는 해외자산을 활용한 해외 부동산 등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득 증가로 인한 소비수요 활성화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동 경제 최우선의 과제는 고물가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다.  
 
인도 경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짐에 따라 민간소비의 둔화가 예상되어 성장률이 지난해 9.2%에서 하반기 7%대로 둔화될 전망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경상수지 적자와 민간의 주택시장 대출 규모가 큰 발틱국가들에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가 GDP 대비 22.5%에 이르는 라트비아는 성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15%를 넘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가계 부채의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다만 발틱국가들에 신용을 공여하던 스웨덴 금융기관들이 이들 국가로부터 철수하려는 의도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의 감소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Ⅳ. 국내 경제 전망 
 
 
상반기 중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4% 내외로 크게 낮아지면서 연간 국내 경제 성장률은 4.6%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로 상반기 고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반기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 위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며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중 물가상승이 높아지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체감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와 투자 부진 지속될 전망 
 
수요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 폭이 확대되며 내수부문의 위축을 주도할 전망이다. 소비 둔화의 주된 원인은 물가상승과 고용사정 악화에 따른 가계의 실질구매력 약화이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약화 효과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중 고용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으로 나타내는 경제고통지수가 상승하여 소비 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도 경제고통지수와 민간소비 증가율 간에 역(-)의 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반기중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설경기는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반기에도 건자재 가격 상승과 주택 및 부동산 규제, 미분양 아파트 적체, 부동산 가격 약세 지속 등으로 민간 주택 건설의 침체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비주거용 건축투자도 소비 둔화에 따른 상가 건설 위축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복합도시의 ‘첫마을’과 ‘청사 건축’과 혁신도시 착공 완료 등 국토균형개발 사업과 2007년에 비해 13.8% 증가한 공공 SOC 투자의 하반기 집행비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토목건설이 활기를 띠어 상반기보다는 건설투자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높은 수준의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투자심리 위축, 원화가치 하락 및 소비둔화에 따라 부진한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둔화로 기업들이 생산조정에 들어가면서 80%대의 높은 가동률이 하락하고 투자 부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은 기존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와 감세 등 신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업투자를 확대하는 요인이지만 금년 중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활력 둔화될 전망 
 
선진국 경기 둔화에도 5월까지 증가율이 21%에 달하는 등 수출은 지난해보다 빠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둔화되고 있지만 개도국과 자원보유국들의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수출 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상반기중 급등한 원화환율이 하반기 중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격 측면에서 수출 기업의 채산성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엔화나 유로, 위안화에 비해서도 원화 가치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어서 가격 경쟁력 여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 수요 측면에서의 여건은 밝지 않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지속에 따른 생산 차질이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및 자원 의존도가 높은 설비 및 인프라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제조업 관련 수요의 둔화에 따라 장치산업 비중이 높아 개도국의 투자재 공급 국가로 기능했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 경기 하강이 지속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자동차, 가전 등 내구소비재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하반기중 수출 증가율이 10%대로 낮아질 전망이며 연간 18% 내외의 수출 증가율이 예상된다.
 
연초 급증했던 경상수지 적자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입 증가율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중 급등한 원화환율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수입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에 비해 내수 경기 부진이 더 심하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수입 증가율의 하락 폭을 더 크게 하면서 상품수지를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원화절상과 항공운임 상승, 경기불안 심리 확산으로 그 동안 서비스수지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여행수지 적자 폭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중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어 연간으로 적자 폭은 5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폭 확대 
 
올 1~5월 중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월평균 28만명 증가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하반기에는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내수부문의 둔화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여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 사정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신규고용 증가가 제약되는데다 소비 둔화로 고용 지위가 불안정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임시 및 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비용 인상 압력과 작년도 내수 경기 회복에 따른 총수요 압력이 함께 작용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를 상회하는 4% 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보다 높은 5%대에 진입하여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상반기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높은 상승률이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효과는 수입물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순으로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이 금년 2/4분기까지도 높은 상승세를 보인 점을 감안한다면, 올 하반기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서비스 요금 동결 등 정부의 일시적인 물가 안정화 정책 등이 실행될 것이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물가 증가를 반영한 임금 상승, 공공서비스 요금 현실화 등의 요인으로 3% 중반을 상회하는 고물가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소폭 상승 예상 
 
2008년 하반기 중에도 원화 약세 흐름은 지속되겠지만,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고 외국인 주식자금의 유입이 다시 늘어나면서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현재보다 다소 낮은 평균 988원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 역시 고환율을 통한 수출 증가와 성장 주도에서 또한 물가 안정 쪽으로 방향을 선회함으로써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유가의 상승과 그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미 달러화 강세, 단기외채 증가 등의 요인이나 글로벌 자본이동 및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증가로 인해 우리 금융시장에 내재한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추이를 나타냄으로써 단기적인 변동성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원-엔 환율은 원화 약세가 완화되면서 상반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원-유로 환율은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로 보이면서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하반기 국내 금리 수준은 상반기에 비해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높은 시중 유동성 증가율 등으로 하반기 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범위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M2(광의통화) 및 Lf(금융기관 유동성) 역시 4, 5월 연속 각각 10% 중반대의 증가율을 기록하여 시중에 많은 자금이 유통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상반기에 소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책금리 인상은 한두 차례에 그치고 각각 0.25%p 정도의 소폭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시장의 수급 상황 역시 시중금리의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채권 만기 도래 물량이 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리 인상 움직임, 재정거래 유인의 감소 추세 등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 유인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고채 바이백(buyback),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통안채 발행 축소 등은 시중금리의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Ⅴ. 거시경제 정책 시사점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 속에 경기가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대내외 수요 둔화로 매출과 수익이 악화되고, 가계는 구매력 둔화와 고용 부진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번 경기불황의 저점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데다 저점 이후의 회복세도 완만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상당기간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당국도 거시경제 정책 수립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 하에서 경기 안정화와 물가 안정화를 동시에 목표로 삼는 전통적인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물가와 경기의 안정을 동시에 가져오는 거시경제 정책조합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우리 경제가 처한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물가 안정에 거시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및 재정 면에서 총수요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인한 비용상승(cost-push)요인에 더하여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 압력(demand-pull)을 가중시켜 물가 상승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간의 투자부진으로 가동률이 높은 상태에 있어 우리 경제 내에 여유 공급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총수요 확대 정책은 물가 상승을 가속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 및 이로 인한 고물가체제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  
 
1, 2차 오일쇼크 당시 미국의 경험은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가 충격이 발생한 1974년과 1979년에 미 연준은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서 1981~82년에는 강력한 긴축정책이 불가피했고,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인플레 가속을 방치할 경우 경기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은 이후 1983년부터는 물가 안정 속에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단기적인 경기위축은 어느 정도 감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 정책당국은 고유가 충격에 취약한 서민들을 위한 대책 등 일부 미시적 대응 이외에 대규모 추경 편성과 같은 적극적인 경기 확대 정책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금리정책도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지나치게 낮아져 의도치 않은 금융완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임금 상승 등 2차 충격에 대비해야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가 충격이 주는 1차적인 경기 위축보다 인플레에 따른 2차적인 경제 충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생산성 증가를 상회하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가 가속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가 고통을 분담하여 경제적 피해를 줄여 나가는 상생의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장기적인 성장경로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정책과제들의 추진을 지연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규제완화, 성장동력 발굴 등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책부터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제 활성화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 LG Business Insight 9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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