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6. 16:27
올해 연초 교토의정서가 오랜 준비작업 끝에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온실가스(Greenhouse gas) 감축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행동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탄소시장 역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세계 탄소시장의 총 거래규모는 640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 교토체제에서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 세계 제1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글로벌 규제 동참과 세계 지역시장의 활성화 등은 향후 글로벌 탄소시장의 성장을 자극하는 중대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핵심 경영 코드로 부상하였다.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 하에서는 우리나라도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 계획을 세움은 물론 탄소시장을 활용한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규제 대응,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시장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는 중장기 전략 관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으로 판단된다.
I. 머리말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응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GHG) 감축을 위한 세계 주요국, 특히 선진국들의 의무와 행동강령을 담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2005년 2월 발효된 뒤 올 연초에 본격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포스트 교토체제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 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와 선·후진 각국의 의무와 행동 규약을 확정한다는 소위 ‘발리 로드맵(Bali Roadmap)’이 지난해 12월에 채택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행동이 강도나 범위의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구체화되고 또한 심화되는 양상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산업계의 관점에서 보면 온실가스를 둘러싼 이러한 글로벌 규제의 강화는 향후 기업 경쟁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초래할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은 생산, 조달, 운송 등 기업 활동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 여부는 일상적인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주가, 사회적 평판(reputation) 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저탄소경제(Low carbon economy)로의 전환은 기업이 시급히 적응하고 대응해야 할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변화 또는 글로벌 온실가스 문제의 대두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압력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교토의정서 체제에는 온실가스 배출원들의 감축활동을 지원하고 저탄소 경제로의 원활한 전환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Mechanism)들이 도입되고 있다(교토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주간경제<814호>, 「교토의정서 발효와 기업의 대응」 참조). 이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cheme)는 시장 내부의 가격 신호를 이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교토의정서 체제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메커니즘이다.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 이행 부담을 지지 않는 비부속(Non-Annex I)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최근 수년간 세계의 많은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온실가스 배출기업, 금융투자기업, 회계 및 법률자문기업 등 다양한 부문의 민간 기업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글로벌 탄소거래시장(이하 탄소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최근 많은 선진기업들 사이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의 효과적인 매개수단으로, 유력한 금융투자 상품으로,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정신 구현의 수단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최근 동향과 주요 관련 이슈, 그리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 글로벌 탄소시장의 부상이 우리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과 활용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탄소시장의 구조와 최근 동향
2005년 2월 교토의정서의 발효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형성과 본격적인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교토의정서 발효와 더불어 2005년 4월 EU 27개 회원국들이 중심이 된 EU ETS가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해 현재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하였으며, 일본, 미국 등지에서도 각자 독자적인 형태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1. 탄소시장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
현재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EU ETS의 경우를 중심으로 탄소시장의 기본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1). 교토의정서에 명시된 2008~2012년 기간 중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당사국의 배출 감축 목표치에 의해 해당국의 배출권(AAU·Assigned Amount Unit)이 산정되면, 각국의 배출권 배정 위원회(NAP·National Allocation Plans)에 의해 민간부문의 각 배출원별로 배출권(Allowance)이 할당된다. 2008~2012년 기간 중 1990년 수준 대비 8%의 감축목표를 할당받은 EU의 경우 각 회원국별로 다시 배출권을 할당하고, 회원국들은 자국의 감축 목표치에 맞추어 주로 발전시설 등 주요 민간 배출시설에 대해 배출권을 할당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EU는 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규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민간기업 등 배출원은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 사용연료 전환 등의 각종 수단을 통해 자체 감축 노력을 전개한다. 만약 기간 중 허용된 배출권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경우 추가적인 감축분 만큼을 내다팔 수 있으며, 배출 허용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다른 배출원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이거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및 JI(Joint Implementation·공동이행제도)2) 등을 통해 생성된 크레딧을 구매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여기에서 탄소시장은 잉여분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할당량 거래 시장(Allowance Market)과 CDM, JI 등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하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프로젝트 기반 시장(Project-based Market)으로 구분된다.
경우에 따라 탄소시장을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후발개도국에서 전개되는 CDM 프로젝트나 동유럽국가의 JI 프로젝트 등에 내재된 각종 불확실성과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CDM 프로젝트는 사업 계획, 투자재원 모집 등에서부터 UN 등 국제 공인 기구 등이 규정한 등록(방법론 검증), 인증(타당성 확인 및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만 최종적으로 크레딧(배출권)을 부여받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완성된다.
따라서 최종 크레딧을 부여받기 전이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각 프로젝트가 지닌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장래에 예상되는 배출권(CER)에 대해 가격을 매겨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프로젝트 개발자의 투자 위험을 낮추어 주는 동시에 더 많은 CDM 프로젝트 투자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한 것이 1차 시장이며, 2차 시장은 이러한 리스크가 제거된 상태의 배출권, 즉 단순배출권(EAU)이나 이미 크레딧이 부여된 CDM 프로젝트의 배출권(gCER, guaranteed CER)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림 1>은 글로벌 탄소시장의 기본구조와 주요 참가자들을 나타낸 것으로 탄소 배출권 공급자와 수요자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들과 더불어 탄소시장 관련 기관 등을 나타내고 있다.
2. 최근 탄소시장 동향
전세계 탄소시장의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세를 보여 왔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통계에 따르면 EU ETS를 포함한 할당량 거래 시장과 CDM, JI 등 프로젝트 기반 시장, 그리고 자발적 시장 등을 합쳐 2006년의 탄소시장 총 거래 규모는 312억 달러를 기록하였고, 2007년에는 6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표 1> 참조). 이와 같은 탄소시장의 급성장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가장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을 찾아가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이러한 추이대로라면 2010년에는 전세계 탄소시장의 규모가 현재보다 두배 이상 커진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 EU ETS 시장
EU ETS는 할당량 거래시장뿐 아니라 전세계 탄소시장에서 거래 규모 및 금액 양 측면 모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7년 EU ETS를 통해 거래된 총 금액은 약 500억 달러, 거래 규모는 약 21억 tCO₂e3)으로, 2006년에 비해 각각 87%, 105% 증가하였으며 2005년에 비해서는 금액과 규모 모두 거의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크레딧 규모로 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약 20억 EUAs가 EU ETS 시장에서 거래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EU ETS 거래 규모의 80% 정도는 장외거래인데, 이중 절반은 LEBA(London Energy Brokers Association)에서, 약 38%는 ECX(European Climate Exchange)를 통해 거래되었다.
그리고 장내거래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ECX는 이 중 약 84%를 차지하면서 절대적 우위를 계속 유지해 거래소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탄소중개업체인 Nord Pool과 프랑스의 Powernext가 각각 5~6%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장외 및 장내거래 이외에 기업 간 직접 거래 또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탄소시장 관련 정보업체인 Point Carbon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약 16억 tCO₂e의 물량이 직접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은 한편으로 2005년부터 시작된 EU ETS의 Phase Ⅰ이 끝나는 시기이기도 했다. 2007년물 EUA의 가격은 연초 4 유로에서 시작하였으나 Phase Ⅰ 당시 몇몇 회원국의 과다한 할당량 배분으로 인해 연말에는 0.3 유로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Phase Ⅱ(2008~2012년) 인도분의 가격 동향은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12월물 EUA의 가격은 2006년 10월 거래 첫 날 17.55 유로를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07년 12월 31일에 22.43 유로로 마감하는 등 2007년 내내 12.25~25.28 유로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였다.
2) CDM(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 시장
프로젝트 기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CDM 시장은 2007년 한 해 동안 7.9억 tCO₂e, 129억 달러를 기록해 프로젝트 기반 시장 거래 규모의 87%, 거래 금액의 9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규모와 금액이 각각 40.7%, 106.1%로 크게 증가한 것인데, 이미 발행된 CDM 프로젝트 배출권(gCER)의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2차 CDM 시장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CER을 포함한 프로젝트 기반 시장에서 발행되는 크레딧의 경우 이를 위한 가격 책정 메커니즘이나 매매를 위한 통일된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1대 1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가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CER의 경우 중국에서 설정한 CDM 최저가 8 유로를 CER 전체의 최저가로 간주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최고가로 삼음으로써 가격 폭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4). 이러한 방식에 따르면 CER의 가격은 2007년과 2008년 초까지 8~13 유로 사이에서 결정되었으며 2007년의 연평균 가격은 9.90 유로로 2006년에 비해 2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 해 동안 UN의 온난화 대응기관인 UNFCCC에는 총 2,800건이 넘는 프로젝트가 등록되었는데 이는 2006년 약 1,500건에 비해 87%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개별 프로젝트의 규모는 작아지고 소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수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연료 전환, 에너지 효율 제고 등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거래 규모가 2007년에 35억8,000만 tCO₂e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해 2006년의 33%에 비해 크게 증가한 반면, HFC와 N2O 등 산업용 가스 배출 저감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지역별로는 중국이 2007년 거래 규모 기준 전세계 CDM 시장의 73%를 점유해 2006년의 54%에 비해 19%포인트가 증가함으로써 최대 CDM 유치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였으며,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6%로 그 뒤를 이었다(<그림 2> 참조). 그리고 케냐와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이 5%, 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1%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되었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영국과 일본이 CDM 프로젝트의 최대 수요국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JI(공동이행제도) 프로젝트 시장
JI 시장에서의 거래 규모와 금액은 2006년 1,600만 tCO₂e, 1억4,000만 달러에서 2007년 4,100만 tCO₂e, 5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다. JI 프로젝트에서 배출되는 크레딧인 ERU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006년에 비해 상승세를 보였으며 가격의 등락 폭도 좁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프로젝트의 리스크에 따라 표준 선매도(standard off-take) 계약 상태의 ERU 가격은 6~10 유로 정도를 기록하였으며, CDM 시장의 CER 가격 상승으로 JI 시장의 ERU 가격에 대한 판매자들의 기대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007년의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JI 프로젝트는 메탄과 관련된 것으로, 전체의 47%에 육박하였다. 그 뒤를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37%, N2O(아산화질소) 감축 관련 프로젝트가 16%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6년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3분의 2 가량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한편 동유럽 체제이행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JI 프로젝트 유치 국가는 러시아가 36%로 수위를 달렸으며, 우크라이나가 33%로 그 뒤를 이었다.
4) 자발적 시장
자발적 시장에서 발생되는 거래 규모 및 금액은 특히 측정 및 집계가 어려운 속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브로커, 자발적 감축 크레딧 공급자들과 CCX(Chicago Climate Exchange)로부터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2007년의 전체 규모는 7,500만 tCO₂e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6년의 2,000만 tCO₂e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자발적 시장 거래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올해 현재까지 약 3,000만 tCO₂e가 거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에서 약 절반은 CCX에서 거래된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기업들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이거나 소매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탄소 가격은 프로젝트의 유형에 따라서 톤당 2~15 달러 사이에서 다양하게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Ⅲ. 주요 이슈와 향후 전망
2000년대 들어 태동된 세계 탄소시장은 과거 어떤 상품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빠른 성장세와 놀라운 역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투자은행인 ABN Amro는 2020년이면 주요 상품거래시장 가운데 탄소시장이 가장 큰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교토의정서 제1차 의무 이행 기간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에도 글로벌 탄소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성장 속도는 포스트 교토체제의 논의 방향, 미국의 현재 진행 중인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시장 관련 정책 방향, 그리고 CDM(청정개발체제)의 개편 방향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21세기 탄소시장의 미래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1. 미국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전환
현재 미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는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UN과 EU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면서 중국, 인도 등 후발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제 행동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산업시설의 개보수 등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등의 신기술 개발 투자와 장기적으로 온실가스배출 우려가 없는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자체 논리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지난해 이후 연방의회의 활발한 온실가스 규제 관련 입법 움직임과 여야 대선 후보들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정부 차원의 집단적인 온실가스 관련 선제행동(RGGI)5) 등으로 최근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선 의회 차원에서 미국 국내 탄소 거래 메커니즘의 형성과 운영에 관한 다양한 법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200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온실가스 감축, 탄소 거래 프로그램 도입 등과 관련한 총 13건의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이중 의회 내에서 가장 많은 정치적 지지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법안으로 Lieberman-Warner 법안(S.2191)과 Bingaman-Specter 법안(S.1766)을 꼽을 수 있다. 특히 Lieberman-Warner 법안은 지난해 12월 상원 환경 및 공공정책위원회를 통과하여 올 여름 상원 본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인데, 2012년 실시를 목표로 매우 강력한 온실 가스 감축의무의 도입과 배출한도 설정 및 배출권 거래(cap and trade) 실시, CDM 등 해외 감축활동을 통해 획득한 크레딧 사용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아래의 <표 2>는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물론 미 의회의 복잡한 입법 프로세스와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정하는 지루한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감안하면, Lieberman-Warner 법안이 목표시한 내에 순조롭게 입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메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오바마 상원의원 등이 모두 동 법안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행정부 임기(2009~2012년) 내에 EU ETS와 유사한 형태의 미국식 ETS(US ETS)가 실현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던 미국이 적극 가담할 경우 글로벌 탄소시장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구별되는 획기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2월 탄소시장 정보 분석 기관인 New Carbon Finance는 향후 4~5년 내에 Lieberman-Warner 법안에 기초한 US ETS의 도입이 거의 확실시되며, 이 경우 2020년에는 1조달러 규모의 탄소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탄소시장 정보 분석 기관인 Point Carbon 역시 최근 Lieberman-Warner 법안의 시행 첫 해인 2012년 미국의 탄소거래 금액이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시행 초기 EU ETS의 두 배 규모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US ETS가 형성될 경우 현재 CCX(Chicago Climate Exchange)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인 탄소 거래를 흡수하면서 배출원 간 직접적인 거래(trading)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탄소 관련 프로젝트 개발, 금융 중개, 법률 회계, 자문, 기술 거래 등 탄소관련 산업의 제반 측면에서 글로벌 탄소시장은 제2의 도약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CDM(청정개발체제)의 미래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CDM은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후발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경우 그 실적을 자국에서의 배출 감축으로 인정하여 크레딧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CDM 시장은 2007년 현재 1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는데 CDM을 활용할 경우 자국 내에서의 감축 활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인식한 EU 및 일본 기업들과 관련 프로젝트 개발자, 금융투자자 등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최근 급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도 CDM이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CDM의 유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포스트 교토체제 논의 과정에서 현재의 CDM 방법론이나 크레딧 사용방식 등에 커다란 수정이 생겨날 경우 많은 후발 개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CDM 프로젝트의 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관련 프로젝트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CDM에 대해서는 그 한계와 효용에 대해 EU 회원국 내부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 왔는데, 무엇보다 오염원 배출 당사자들이 자국에서의 오염배출 감축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비용이 덜 드는 후발개도국에서의 CDM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양상을 보인 점에 EU 회원국 유권자들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적으로는 CDM 프로젝트의 73%가 중국에 집중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과 삼림 보존 등 지속가능 발전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지원이 더 한층 절실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빈국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온 점, 그리고 부문별로는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청정에너지 개발이나 이산화탄소 감축 등이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낮은 투자수익 등의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HFCs(수소불화탄소)에 기술과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 등이 CDM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CDM과 관련해서는 프로젝트 개발에서부터 최종 인증과 크레딧 확보에 이르는 과다한 거래비용, 일부 국가의 CDM 집행당국의 프로젝트 인증과정에 대한 투명성 시비 등이 관련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의 구성 논의와 관련해 현재의 CDM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EU 회원국의 주장과 부분적인 보완을 전제로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중국 등 개도국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하순 EU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2013년 이후 CDM 크레딧(CER)의 사용을 대폭 제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러한 EU의 CDM 사용 제한 방침에서도 알 수 있듯이 CDM이 지닌 본질적인 한계와 결함에 대한 반성과 개혁 요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2009년 12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5차 당사국회의(COP15) 등에서는 향후 프로젝트의 지역별 안배, 사업부문 제한, 인증 절차 개선과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절감 등 CDM의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들 사이에 상당한 논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일련의 논의를 거치면서 미래의 CDM 운용에 관한 새로운 국제적 합의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포스트 교토시대의 탄소시장
1) 새로운 글로벌 기후협약의 모색
교토의정서 상의 제1차 의무 이행 기간은 2012년 말에 종료된다. 따라서 2013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의 큰 틀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2007년 12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당사국 회의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참가국들이 15차 당사국회의(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개최)까지 포스트 교토시대의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조의 틀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2013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그리고 EU와 미국 등 기타 선진국 상호 간 의견 차이가 아직은 적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고 있는 EU의 경우 다가올 10~15년 사이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달할 것인 만큼 선진국의 추가적인 배출량 감축(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을 주장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의 의무와 역할에 명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조기에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 소극적이며, 온실가스 감축 관련 자본과 기술 이전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세계 2위(16%)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여타 130개 후발개도국 그룹(Group-77)은 선진국들이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설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포스트 교토체제의 큰 그림은 내년 12월 코펜하겐 당사국회의(COP15)에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후발 개도국들이 새로운 협약에서 구체적 감축 의무 부담을 질 것인가의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의 의무와 역할 구분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등 구체적인 감축 의무(Commitments)는 선진국에게 국한하고, 후발개도국에게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행동(Actions)’을 권고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 글로벌 탄소시장의 미래
글로벌 탄소시장은 향후 2~3년 동안의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 전개 방향에 따라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U집행위원회의 2013~2020년 기간에 대한 의욕적인 배출 허용 한도 축소, 미국의 연방 단위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거래제 입법화 가능성 고조 및 지역 단위 탄소거래제(RGGI) 개시, CDM(청정개발체제)에 대한 개혁 논의, 글로벌 탄소시장 간 연계 노력 등 이미 현재화된 몇 가지 굵직한 이슈만으로도 양적·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매우 역동적인 변화와 성장의 모멘텀을 축적해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포스트 교토체제의 구체화에다 이러한 개별 이슈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글로벌 탄소시장은 2013년 이후 EU ETS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본격적인 온실가스 규제와 탄소거래제 시행은 전세계 탄소시장이 크게 성장·도약하는 중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ETS와 더불어 또 하나의 거대시장이 형성되고 작동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시장기구의 가격메커니즘에 의해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배분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여기에다 중장기적으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지역별 배출권 거래시장이 다수 형성되면서6) 전체 시장규모의 팽창은 물론 오염 배출당사자, CDM 등 프로젝트 개발자, 투자기관 등 수요 공급 양쪽 시장참가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 거래기법의 진화 등 시장 자체의 질적인 성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존의 EU ETS에 이어 향후 수년 간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시장이 생겨나면서 최근 개별 탄소시장, 특히 배출권 거래(cap and trade)시장들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또는 국가 단위의 탄소시장이 단일 기준 하에 연계되어 하나의 글로벌 단일시장처럼 운영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활동의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고 감축방법론 상의 유연성도 크게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단일 목표 수준을 세우고 거래방식을 통일할 경우 전반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들의 효과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먼저 각 시장별로 상이한 목표 수준의 통일, 자체 감축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 사용하는 보완(offsets) 방법론의 차이 해소, 배출권의 무상할당(free allocation)과 경매(auctioning) 비율 일원화, 적용 대상 산업부문의 차이 극복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제들은 자국의 산업적 이해관계와 정책 주권의 문제에 결부되어 있는 사안인 만큼, 단시일내에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글로벌 탄소시장이 아직 시장 형성 초기에 머물러 있으므로 향후 시장의 확대 및 성숙과 더불어 각 시장 간 연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경우 단일 기준의 글로벌 탄소시장을 향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Ⅳ.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글로벌 탄소시장은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라는 글로벌 규제에 의해 형성되고 발전해 나가는 전형적인 규제 시장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타 상품시장과는 달리 온실가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를 사고파는 시장으로서, 사전에 계획된 완벽한 규율과 구조 속에 거래행위가 이루어 진다기보다는 실행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가는 성장 초기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탄소시장의 성장 추세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 하에서는 우리나라도 OECD 회원국으로서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계획을 세움은 물론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 수준도 한 단계 높여야 할 때인 것으로 판단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도 탄소시장의 본격적인 출현을 앞두고 있다. 세계 제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확보된 CER 규모로는 세계 4위의 CDM 프로젝트 추진국일 정도로 국내외 기업의 CDM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정부 주도의 배출권 구매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다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carbon fund)도 조성되는 등 본격적인 탄소시장 출현을 위한 제반 조건들이 갖추어져 가고 있다.
우선 2013년 이후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경우 EU처럼 강제적인 배출권 거래(mandatory emission trading) 방식으로 갈지, 일본처럼 산업별 자율 감축 노력을 통해 국가 감축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자발적 협약 방식으로 갈지는 추후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시장 구축 등의 사안들과는 별개로 우리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탄소거래 활성화 등에 따라 초래될 사업상의 다양한 리스크와 기회 요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름의 전략적 대응방안 수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보면 2013년까지 남은 3~4년의 기간은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 나아가 저탄소경제로의 체질 전환에 결코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생산시설과 연료, 판매제품 등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감축을 위한 적정한 설비 및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가 곧 경제적 비용으로 직결되는 시대,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나 주가, 신용도 등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여부에 크게 좌우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직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의무화되지 않은 미국이나 업계 자율의 자발적 감축 활동이 중심이 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CSR 관점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우리 기업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과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는 투자은행 등 서비스기업 가운데서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정책을 표방하고 사무실의 전력 및 난방 사용, 임직원의 해외출장 등에 따라 생겨나는 간접적인 탄소 배출분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선진기업들 사이에 기후변화, 특히 온실가스 규제에의 선제적 대응이 경영의 새로운 핵심코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시장의 성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만드는 좀 더 공세적인 전략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및 관련 기술과 설비, 에너지효율 제고 및 탄소 배출 저감 관련 기술과 설비, 제품 등의 개발 및 상품화가 일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 경험이나 관련 노하우, 기술 등을 상품화해서 국내외 기업에게 솔루션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후발 개도국에서의 CDM 프로젝트 기회나 유망 국내외 탄소펀드, 혹은 해외 탄소시장의 각종 파생상품 투자 등을 통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큰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김경연, 「교토의정서 발효와 기업의 대응」, LG주간경제 814호, 2005년 1월
이서원, 「교토의정서와 청정개발체제의 구축」, LG주간경제 816호, 2005년 1월
Lehman Brothers, The Business of Climate Change Ⅱ, September 2007
Point Carbon, Carbon 2008: Post-2012 is Now, March 2008
World Bank, State and Trends of the Carbon Market 2008, May 2008
http://cdmpipeline.org
http://www.carbonpositive.net
-LG Business Insight 993호
I. 머리말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응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GHG) 감축을 위한 세계 주요국, 특히 선진국들의 의무와 행동강령을 담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2005년 2월 발효된 뒤 올 연초에 본격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포스트 교토체제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 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와 선·후진 각국의 의무와 행동 규약을 확정한다는 소위 ‘발리 로드맵(Bali Roadmap)’이 지난해 12월에 채택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행동이 강도나 범위의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구체화되고 또한 심화되는 양상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산업계의 관점에서 보면 온실가스를 둘러싼 이러한 글로벌 규제의 강화는 향후 기업 경쟁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초래할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은 생산, 조달, 운송 등 기업 활동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 여부는 일상적인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주가, 사회적 평판(reputation) 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저탄소경제(Low carbon economy)로의 전환은 기업이 시급히 적응하고 대응해야 할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변화 또는 글로벌 온실가스 문제의 대두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압력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교토의정서 체제에는 온실가스 배출원들의 감축활동을 지원하고 저탄소 경제로의 원활한 전환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Mechanism)들이 도입되고 있다(교토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주간경제<814호>, 「교토의정서 발효와 기업의 대응」 참조). 이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cheme)는 시장 내부의 가격 신호를 이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교토의정서 체제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메커니즘이다.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 이행 부담을 지지 않는 비부속(Non-Annex I)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최근 수년간 세계의 많은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온실가스 배출기업, 금융투자기업, 회계 및 법률자문기업 등 다양한 부문의 민간 기업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글로벌 탄소거래시장(이하 탄소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최근 많은 선진기업들 사이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의 효과적인 매개수단으로, 유력한 금융투자 상품으로,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정신 구현의 수단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최근 동향과 주요 관련 이슈, 그리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 글로벌 탄소시장의 부상이 우리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과 활용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탄소시장의 구조와 최근 동향
2005년 2월 교토의정서의 발효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형성과 본격적인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교토의정서 발효와 더불어 2005년 4월 EU 27개 회원국들이 중심이 된 EU ETS가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해 현재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하였으며, 일본, 미국 등지에서도 각자 독자적인 형태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1. 탄소시장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
현재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EU ETS의 경우를 중심으로 탄소시장의 기본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1). 교토의정서에 명시된 2008~2012년 기간 중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당사국의 배출 감축 목표치에 의해 해당국의 배출권(AAU·Assigned Amount Unit)이 산정되면, 각국의 배출권 배정 위원회(NAP·National Allocation Plans)에 의해 민간부문의 각 배출원별로 배출권(Allowance)이 할당된다. 2008~2012년 기간 중 1990년 수준 대비 8%의 감축목표를 할당받은 EU의 경우 각 회원국별로 다시 배출권을 할당하고, 회원국들은 자국의 감축 목표치에 맞추어 주로 발전시설 등 주요 민간 배출시설에 대해 배출권을 할당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EU는 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규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민간기업 등 배출원은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 사용연료 전환 등의 각종 수단을 통해 자체 감축 노력을 전개한다. 만약 기간 중 허용된 배출권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경우 추가적인 감축분 만큼을 내다팔 수 있으며, 배출 허용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다른 배출원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이거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및 JI(Joint Implementation·공동이행제도)2) 등을 통해 생성된 크레딧을 구매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여기에서 탄소시장은 잉여분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할당량 거래 시장(Allowance Market)과 CDM, JI 등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하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프로젝트 기반 시장(Project-based Market)으로 구분된다.
경우에 따라 탄소시장을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후발개도국에서 전개되는 CDM 프로젝트나 동유럽국가의 JI 프로젝트 등에 내재된 각종 불확실성과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CDM 프로젝트는 사업 계획, 투자재원 모집 등에서부터 UN 등 국제 공인 기구 등이 규정한 등록(방법론 검증), 인증(타당성 확인 및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만 최종적으로 크레딧(배출권)을 부여받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완성된다.
따라서 최종 크레딧을 부여받기 전이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각 프로젝트가 지닌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장래에 예상되는 배출권(CER)에 대해 가격을 매겨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프로젝트 개발자의 투자 위험을 낮추어 주는 동시에 더 많은 CDM 프로젝트 투자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한 것이 1차 시장이며, 2차 시장은 이러한 리스크가 제거된 상태의 배출권, 즉 단순배출권(EAU)이나 이미 크레딧이 부여된 CDM 프로젝트의 배출권(gCER, guaranteed CER)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림 1>은 글로벌 탄소시장의 기본구조와 주요 참가자들을 나타낸 것으로 탄소 배출권 공급자와 수요자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들과 더불어 탄소시장 관련 기관 등을 나타내고 있다.
2. 최근 탄소시장 동향
전세계 탄소시장의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세를 보여 왔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통계에 따르면 EU ETS를 포함한 할당량 거래 시장과 CDM, JI 등 프로젝트 기반 시장, 그리고 자발적 시장 등을 합쳐 2006년의 탄소시장 총 거래 규모는 312억 달러를 기록하였고, 2007년에는 6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표 1> 참조). 이와 같은 탄소시장의 급성장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가장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을 찾아가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이러한 추이대로라면 2010년에는 전세계 탄소시장의 규모가 현재보다 두배 이상 커진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 EU ETS 시장
EU ETS는 할당량 거래시장뿐 아니라 전세계 탄소시장에서 거래 규모 및 금액 양 측면 모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7년 EU ETS를 통해 거래된 총 금액은 약 500억 달러, 거래 규모는 약 21억 tCO₂e3)으로, 2006년에 비해 각각 87%, 105% 증가하였으며 2005년에 비해서는 금액과 규모 모두 거의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크레딧 규모로 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약 20억 EUAs가 EU ETS 시장에서 거래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EU ETS 거래 규모의 80% 정도는 장외거래인데, 이중 절반은 LEBA(London Energy Brokers Association)에서, 약 38%는 ECX(European Climate Exchange)를 통해 거래되었다.
그리고 장내거래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ECX는 이 중 약 84%를 차지하면서 절대적 우위를 계속 유지해 거래소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탄소중개업체인 Nord Pool과 프랑스의 Powernext가 각각 5~6%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장외 및 장내거래 이외에 기업 간 직접 거래 또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탄소시장 관련 정보업체인 Point Carbon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약 16억 tCO₂e의 물량이 직접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은 한편으로 2005년부터 시작된 EU ETS의 Phase Ⅰ이 끝나는 시기이기도 했다. 2007년물 EUA의 가격은 연초 4 유로에서 시작하였으나 Phase Ⅰ 당시 몇몇 회원국의 과다한 할당량 배분으로 인해 연말에는 0.3 유로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Phase Ⅱ(2008~2012년) 인도분의 가격 동향은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12월물 EUA의 가격은 2006년 10월 거래 첫 날 17.55 유로를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07년 12월 31일에 22.43 유로로 마감하는 등 2007년 내내 12.25~25.28 유로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였다.
2) CDM(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 시장
프로젝트 기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CDM 시장은 2007년 한 해 동안 7.9억 tCO₂e, 129억 달러를 기록해 프로젝트 기반 시장 거래 규모의 87%, 거래 금액의 9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규모와 금액이 각각 40.7%, 106.1%로 크게 증가한 것인데, 이미 발행된 CDM 프로젝트 배출권(gCER)의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2차 CDM 시장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CER을 포함한 프로젝트 기반 시장에서 발행되는 크레딧의 경우 이를 위한 가격 책정 메커니즘이나 매매를 위한 통일된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1대 1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가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CER의 경우 중국에서 설정한 CDM 최저가 8 유로를 CER 전체의 최저가로 간주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최고가로 삼음으로써 가격 폭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4). 이러한 방식에 따르면 CER의 가격은 2007년과 2008년 초까지 8~13 유로 사이에서 결정되었으며 2007년의 연평균 가격은 9.90 유로로 2006년에 비해 2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 해 동안 UN의 온난화 대응기관인 UNFCCC에는 총 2,800건이 넘는 프로젝트가 등록되었는데 이는 2006년 약 1,500건에 비해 87%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개별 프로젝트의 규모는 작아지고 소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수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연료 전환, 에너지 효율 제고 등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거래 규모가 2007년에 35억8,000만 tCO₂e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해 2006년의 33%에 비해 크게 증가한 반면, HFC와 N2O 등 산업용 가스 배출 저감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지역별로는 중국이 2007년 거래 규모 기준 전세계 CDM 시장의 73%를 점유해 2006년의 54%에 비해 19%포인트가 증가함으로써 최대 CDM 유치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였으며,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6%로 그 뒤를 이었다(<그림 2> 참조). 그리고 케냐와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이 5%, 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1%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되었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영국과 일본이 CDM 프로젝트의 최대 수요국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JI(공동이행제도) 프로젝트 시장
JI 시장에서의 거래 규모와 금액은 2006년 1,600만 tCO₂e, 1억4,000만 달러에서 2007년 4,100만 tCO₂e, 5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다. JI 프로젝트에서 배출되는 크레딧인 ERU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006년에 비해 상승세를 보였으며 가격의 등락 폭도 좁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프로젝트의 리스크에 따라 표준 선매도(standard off-take) 계약 상태의 ERU 가격은 6~10 유로 정도를 기록하였으며, CDM 시장의 CER 가격 상승으로 JI 시장의 ERU 가격에 대한 판매자들의 기대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007년의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JI 프로젝트는 메탄과 관련된 것으로, 전체의 47%에 육박하였다. 그 뒤를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37%, N2O(아산화질소) 감축 관련 프로젝트가 16%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6년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3분의 2 가량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한편 동유럽 체제이행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JI 프로젝트 유치 국가는 러시아가 36%로 수위를 달렸으며, 우크라이나가 33%로 그 뒤를 이었다.
4) 자발적 시장
자발적 시장에서 발생되는 거래 규모 및 금액은 특히 측정 및 집계가 어려운 속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브로커, 자발적 감축 크레딧 공급자들과 CCX(Chicago Climate Exchange)로부터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2007년의 전체 규모는 7,500만 tCO₂e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6년의 2,000만 tCO₂e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자발적 시장 거래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올해 현재까지 약 3,000만 tCO₂e가 거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에서 약 절반은 CCX에서 거래된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기업들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이거나 소매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탄소 가격은 프로젝트의 유형에 따라서 톤당 2~15 달러 사이에서 다양하게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Ⅲ. 주요 이슈와 향후 전망
2000년대 들어 태동된 세계 탄소시장은 과거 어떤 상품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빠른 성장세와 놀라운 역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투자은행인 ABN Amro는 2020년이면 주요 상품거래시장 가운데 탄소시장이 가장 큰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교토의정서 제1차 의무 이행 기간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에도 글로벌 탄소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성장 속도는 포스트 교토체제의 논의 방향, 미국의 현재 진행 중인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시장 관련 정책 방향, 그리고 CDM(청정개발체제)의 개편 방향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21세기 탄소시장의 미래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1. 미국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전환
현재 미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는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UN과 EU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면서 중국, 인도 등 후발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제 행동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산업시설의 개보수 등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등의 신기술 개발 투자와 장기적으로 온실가스배출 우려가 없는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자체 논리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지난해 이후 연방의회의 활발한 온실가스 규제 관련 입법 움직임과 여야 대선 후보들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정부 차원의 집단적인 온실가스 관련 선제행동(RGGI)5) 등으로 최근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선 의회 차원에서 미국 국내 탄소 거래 메커니즘의 형성과 운영에 관한 다양한 법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200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온실가스 감축, 탄소 거래 프로그램 도입 등과 관련한 총 13건의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이중 의회 내에서 가장 많은 정치적 지지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법안으로 Lieberman-Warner 법안(S.2191)과 Bingaman-Specter 법안(S.1766)을 꼽을 수 있다. 특히 Lieberman-Warner 법안은 지난해 12월 상원 환경 및 공공정책위원회를 통과하여 올 여름 상원 본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인데, 2012년 실시를 목표로 매우 강력한 온실 가스 감축의무의 도입과 배출한도 설정 및 배출권 거래(cap and trade) 실시, CDM 등 해외 감축활동을 통해 획득한 크레딧 사용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아래의 <표 2>는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물론 미 의회의 복잡한 입법 프로세스와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정하는 지루한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감안하면, Lieberman-Warner 법안이 목표시한 내에 순조롭게 입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메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오바마 상원의원 등이 모두 동 법안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행정부 임기(2009~2012년) 내에 EU ETS와 유사한 형태의 미국식 ETS(US ETS)가 실현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던 미국이 적극 가담할 경우 글로벌 탄소시장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구별되는 획기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2월 탄소시장 정보 분석 기관인 New Carbon Finance는 향후 4~5년 내에 Lieberman-Warner 법안에 기초한 US ETS의 도입이 거의 확실시되며, 이 경우 2020년에는 1조달러 규모의 탄소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탄소시장 정보 분석 기관인 Point Carbon 역시 최근 Lieberman-Warner 법안의 시행 첫 해인 2012년 미국의 탄소거래 금액이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시행 초기 EU ETS의 두 배 규모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US ETS가 형성될 경우 현재 CCX(Chicago Climate Exchange)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인 탄소 거래를 흡수하면서 배출원 간 직접적인 거래(trading)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탄소 관련 프로젝트 개발, 금융 중개, 법률 회계, 자문, 기술 거래 등 탄소관련 산업의 제반 측면에서 글로벌 탄소시장은 제2의 도약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CDM(청정개발체제)의 미래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CDM은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후발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경우 그 실적을 자국에서의 배출 감축으로 인정하여 크레딧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CDM 시장은 2007년 현재 1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는데 CDM을 활용할 경우 자국 내에서의 감축 활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인식한 EU 및 일본 기업들과 관련 프로젝트 개발자, 금융투자자 등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최근 급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도 CDM이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CDM의 유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포스트 교토체제 논의 과정에서 현재의 CDM 방법론이나 크레딧 사용방식 등에 커다란 수정이 생겨날 경우 많은 후발 개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CDM 프로젝트의 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관련 프로젝트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CDM에 대해서는 그 한계와 효용에 대해 EU 회원국 내부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 왔는데, 무엇보다 오염원 배출 당사자들이 자국에서의 오염배출 감축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비용이 덜 드는 후발개도국에서의 CDM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양상을 보인 점에 EU 회원국 유권자들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적으로는 CDM 프로젝트의 73%가 중국에 집중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과 삼림 보존 등 지속가능 발전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지원이 더 한층 절실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빈국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온 점, 그리고 부문별로는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청정에너지 개발이나 이산화탄소 감축 등이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낮은 투자수익 등의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HFCs(수소불화탄소)에 기술과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 등이 CDM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CDM과 관련해서는 프로젝트 개발에서부터 최종 인증과 크레딧 확보에 이르는 과다한 거래비용, 일부 국가의 CDM 집행당국의 프로젝트 인증과정에 대한 투명성 시비 등이 관련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의 구성 논의와 관련해 현재의 CDM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EU 회원국의 주장과 부분적인 보완을 전제로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중국 등 개도국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하순 EU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2013년 이후 CDM 크레딧(CER)의 사용을 대폭 제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러한 EU의 CDM 사용 제한 방침에서도 알 수 있듯이 CDM이 지닌 본질적인 한계와 결함에 대한 반성과 개혁 요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2009년 12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5차 당사국회의(COP15) 등에서는 향후 프로젝트의 지역별 안배, 사업부문 제한, 인증 절차 개선과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절감 등 CDM의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들 사이에 상당한 논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일련의 논의를 거치면서 미래의 CDM 운용에 관한 새로운 국제적 합의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포스트 교토시대의 탄소시장
1) 새로운 글로벌 기후협약의 모색
교토의정서 상의 제1차 의무 이행 기간은 2012년 말에 종료된다. 따라서 2013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의 큰 틀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2007년 12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당사국 회의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참가국들이 15차 당사국회의(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개최)까지 포스트 교토시대의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조의 틀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2013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그리고 EU와 미국 등 기타 선진국 상호 간 의견 차이가 아직은 적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고 있는 EU의 경우 다가올 10~15년 사이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달할 것인 만큼 선진국의 추가적인 배출량 감축(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을 주장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의 의무와 역할에 명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조기에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 소극적이며, 온실가스 감축 관련 자본과 기술 이전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세계 2위(16%)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여타 130개 후발개도국 그룹(Group-77)은 선진국들이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설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포스트 교토체제의 큰 그림은 내년 12월 코펜하겐 당사국회의(COP15)에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후발 개도국들이 새로운 협약에서 구체적 감축 의무 부담을 질 것인가의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의 의무와 역할 구분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등 구체적인 감축 의무(Commitments)는 선진국에게 국한하고, 후발개도국에게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행동(Actions)’을 권고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 글로벌 탄소시장의 미래
글로벌 탄소시장은 향후 2~3년 동안의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 전개 방향에 따라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U집행위원회의 2013~2020년 기간에 대한 의욕적인 배출 허용 한도 축소, 미국의 연방 단위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거래제 입법화 가능성 고조 및 지역 단위 탄소거래제(RGGI) 개시, CDM(청정개발체제)에 대한 개혁 논의, 글로벌 탄소시장 간 연계 노력 등 이미 현재화된 몇 가지 굵직한 이슈만으로도 양적·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매우 역동적인 변화와 성장의 모멘텀을 축적해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포스트 교토체제의 구체화에다 이러한 개별 이슈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글로벌 탄소시장은 2013년 이후 EU ETS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본격적인 온실가스 규제와 탄소거래제 시행은 전세계 탄소시장이 크게 성장·도약하는 중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ETS와 더불어 또 하나의 거대시장이 형성되고 작동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시장기구의 가격메커니즘에 의해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배분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여기에다 중장기적으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지역별 배출권 거래시장이 다수 형성되면서6) 전체 시장규모의 팽창은 물론 오염 배출당사자, CDM 등 프로젝트 개발자, 투자기관 등 수요 공급 양쪽 시장참가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 거래기법의 진화 등 시장 자체의 질적인 성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존의 EU ETS에 이어 향후 수년 간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시장이 생겨나면서 최근 개별 탄소시장, 특히 배출권 거래(cap and trade)시장들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또는 국가 단위의 탄소시장이 단일 기준 하에 연계되어 하나의 글로벌 단일시장처럼 운영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활동의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고 감축방법론 상의 유연성도 크게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단일 목표 수준을 세우고 거래방식을 통일할 경우 전반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들의 효과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먼저 각 시장별로 상이한 목표 수준의 통일, 자체 감축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 사용하는 보완(offsets) 방법론의 차이 해소, 배출권의 무상할당(free allocation)과 경매(auctioning) 비율 일원화, 적용 대상 산업부문의 차이 극복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제들은 자국의 산업적 이해관계와 정책 주권의 문제에 결부되어 있는 사안인 만큼, 단시일내에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글로벌 탄소시장이 아직 시장 형성 초기에 머물러 있으므로 향후 시장의 확대 및 성숙과 더불어 각 시장 간 연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경우 단일 기준의 글로벌 탄소시장을 향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Ⅳ.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글로벌 탄소시장은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라는 글로벌 규제에 의해 형성되고 발전해 나가는 전형적인 규제 시장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타 상품시장과는 달리 온실가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를 사고파는 시장으로서, 사전에 계획된 완벽한 규율과 구조 속에 거래행위가 이루어 진다기보다는 실행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가는 성장 초기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탄소시장의 성장 추세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 하에서는 우리나라도 OECD 회원국으로서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계획을 세움은 물론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 수준도 한 단계 높여야 할 때인 것으로 판단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도 탄소시장의 본격적인 출현을 앞두고 있다. 세계 제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확보된 CER 규모로는 세계 4위의 CDM 프로젝트 추진국일 정도로 국내외 기업의 CDM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정부 주도의 배출권 구매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다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carbon fund)도 조성되는 등 본격적인 탄소시장 출현을 위한 제반 조건들이 갖추어져 가고 있다.
우선 2013년 이후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경우 EU처럼 강제적인 배출권 거래(mandatory emission trading) 방식으로 갈지, 일본처럼 산업별 자율 감축 노력을 통해 국가 감축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자발적 협약 방식으로 갈지는 추후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시장 구축 등의 사안들과는 별개로 우리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탄소거래 활성화 등에 따라 초래될 사업상의 다양한 리스크와 기회 요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름의 전략적 대응방안 수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보면 2013년까지 남은 3~4년의 기간은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 나아가 저탄소경제로의 체질 전환에 결코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생산시설과 연료, 판매제품 등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감축을 위한 적정한 설비 및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가 곧 경제적 비용으로 직결되는 시대,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나 주가, 신용도 등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여부에 크게 좌우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직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의무화되지 않은 미국이나 업계 자율의 자발적 감축 활동이 중심이 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CSR 관점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우리 기업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과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는 투자은행 등 서비스기업 가운데서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정책을 표방하고 사무실의 전력 및 난방 사용, 임직원의 해외출장 등에 따라 생겨나는 간접적인 탄소 배출분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선진기업들 사이에 기후변화, 특히 온실가스 규제에의 선제적 대응이 경영의 새로운 핵심코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시장의 성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만드는 좀 더 공세적인 전략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및 관련 기술과 설비, 에너지효율 제고 및 탄소 배출 저감 관련 기술과 설비, 제품 등의 개발 및 상품화가 일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 경험이나 관련 노하우, 기술 등을 상품화해서 국내외 기업에게 솔루션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후발 개도국에서의 CDM 프로젝트 기회나 유망 국내외 탄소펀드, 혹은 해외 탄소시장의 각종 파생상품 투자 등을 통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큰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김경연, 「교토의정서 발효와 기업의 대응」, LG주간경제 814호, 2005년 1월
이서원, 「교토의정서와 청정개발체제의 구축」, LG주간경제 816호, 2005년 1월
Lehman Brothers, The Business of Climate Change Ⅱ, September 2007
Point Carbon, Carbon 2008: Post-2012 is Now, March 2008
World Bank, State and Trends of the Carbon Market 2008, May 2008
http://cdmpipeline.org
http://www.carbonpositive.net
-LG Business Insight 9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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