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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3. 19:47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현 미술시장에서는 ‘아는 만큼 돈 번다’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언론에서 신나게 떠들어대는 누구 작품이 많이 올랐다는 기사를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건 참고 사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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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사서 돈을 벌고 싶다면 먼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라. 진정 그림을 향유하고 싶은 그러면서 돈과 함께 파생되는 문화적 부가가치를 즐기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배운다는 자세로 습득하자.

인맥부터 쌓은 후 차근차근 접근해야

왜 이런 말을 갑자기 하는 걸까. 미술시장에서 그림을 사는 것은 웬만한 예산으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미술시장에서 명성과 인맥을 쌓아온 컬렉터들로부터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 컬렉터 혹은 초보 투자자는 미술시장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호소하기도 한다. 미술시장은 냉정하지 않다. 참으로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인정이 통하는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선이 야기된다. 돈이 되는 그림을 살 수 있는 우선순위가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믿을 만한 컬렉터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된다. 배분받지 못한 초보자들은 할 수 없이 경매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하여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그림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불합리해 보이지 않겠는가. 돈은 준비되어 있지만 원하는 그림을 살 수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웃돈을 주고 팔라고 사정사정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자, 이런 시장이라면, 이런 시장에서 내가 자리 잡아야 한다면 이 시장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리그로 들어가야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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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언론이 보도하는 시장 상황만큼 실제 미술시장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작가의 몇몇 그림만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 작가는 손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손꼽아지는 작가들의 상승 형국에 편승할 것인가? 승산이 있어 보이는가? 소위 블루칩 작가의 그림 값은 2007년을 넘어서면서 이미 10배 이상의 상승을 보인 상태다. 돈이 돈을 버는 형국이다. 이들의 그림 값은 이미 억대를 넘어섰다. 작은 그림 한 점을 사려 해도 5,000만 원은 준비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그림을 사려고 안달이다. 길게 선 줄의 맨 끝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림을 잘 모르는 초보투자자에게는 뭘 사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알면 알수록 사야 할 그림은 더욱 많아지며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난점은 똑같은 그림은 없다는 것이다. 이우환의 100호가 2007년 3월 4억 5,000만 원에 국내 경매회사에서 낙찰되었고 불과 몇 달 후인 5월에 이와 같은 시리즈인 100호가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9억 원에 낙찰되었다. 자,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이 두 그림이 같은 가격에 평가될 수 있는 작품인가? 여기서 안목이라는 주관적 요소가 개입한다. 적어도 같은 아파트에 산다면 우리 집과 옆집의 집값은 똑같거나 비슷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우환 100호가 4억이라고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이우환 100호도 4억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주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요소가 그림 값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예는 비단 이우환이라는 작가의 작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작가에도 적용되는 일반적인 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앤디 워홀이나 파블로 피카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독 비싸게 거래되는 시기, 스타일의 작품이 있다. 어쩌다 좋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 실제로 한 작가의 최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큰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최고의 작품은 그 작품을 소장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으로 늘 우선적으로 선택권을 부여받는 컬렉터들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술시장은 단순히 돈의 흐름을 포착하고 움직이는 투자처가 아니라 인간관계로부터 파생되는 움직임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각오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림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은 것이 미술시장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두고 알고자 한다면 이보다 쉽고 재미있는 시장이 없다. 이미 한발 늦은 시작이라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미술시장을 관망해보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분명 틈새는 있다. 그렇지만 틈새를 알고 그 틈새로 파고 들어가는 사람은 이미 전문가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미술시장이 흘러가는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보자. 그리고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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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안목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술품을 사는 것에도 전략이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얼토당토않은 그림에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론의 보도는 보도일 뿐이다. 덩달아 흥분하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림은 잡으려고 하면 더 멀리 달아난다. 그림에 투자하는 것을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그림이 각각의 가격을 호가하며 각각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 바꿔 말한다면 그림을 보는 눈을 기르고 미술시장을 파악하는 분석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만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컬렉터들은 그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구매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놀라운 안목과 전문적인 지식, 치밀한 분석력을 얻을 수 있으며 이렇게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가로 발전한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고 봐야 한다는 것은 미술 투자의 가장 중요한 지침이다. 아트페어장이나 경매장과 같이 미술품이 대거 나와서 거래되는 생생한 현장을 직접 경험해야만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파워를 가지게 된다면 아트마켓을 꿰뚫어보고 움직일 수 있는 전략가로서 최고의 투자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컬렉터로 성장하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배운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시작하도록 하자. 미술시장은 알면 알수록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알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운데 진정한 컬렉터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
글 이호숙 마로니에 북스 미술출판 전문기획위원
- Beyond Promise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