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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10. 14:05
최근 들어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과 매출 규모로 끊임없이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던 거대 기업들마저 좌초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는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훨씬 변화무쌍해지고 그 파급효과가 확대되었음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인 돛단배가 변화무쌍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순항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의 정도에 따라 빠르게 돛을 펴고 접고, 바람의 종류에 따라 선체 무게중심과 각도를 잡는 방법을 통해 역풍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화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토대로 불확실성을 인지하는 통찰력을 키우고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의 다양성 및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Ⅰ. 거대 기업의 몰락과 불확실성 
 
 
올해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경영 환경을 설명하면서 즐겨 쓰는 단어는 ‘역풍(Headwind)’이다. 릭 왜고너(Rick Wagoner)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올해 초 한 컨퍼런스에서 “최근 자동차 업계가 강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밖에 야후(Yahoo), 와코비아(Wachovia)은행, 하인즈(Heinz)사 등의 CEO도 공통적으로 올해 기업경영 환경을 설명하면서 역풍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GM과 야후는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고 심지어 와코비아는 웰스 파고(Wells Fargo)에 인수 합병되고 말았다. 최근 역풍에 직면하여 어려움을 겪거나 몰락한 기업들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지난 달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꼽은 ‘미국 역사상 10대 파산 기업’ 명단을 보면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를 비롯하여 월드컴(WorldCom)이나 엔론(Enron) 등 소위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여겨지던 거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표>참조).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글로벌 기업 순위 상위 랭킹에 속해 있던 이들에게 왜 이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역풍(Headwind)에 좌초하는 거대 기업들 
 
앞서 언급한 미국 10대 파산 기업 중 엔론(Enron), 월드콤(Worldcom), 레프코(Refco)는 모두 파산 직전 자산 규모가 4조원 이상의 거대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가조작, 횡령, 뇌물수수, 분식회계 등을 통해 회계 부정을 자행하다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라는 역풍에 몰락하고 말았다. 이 중 포춘(Fortune)에 의해 여섯번이나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불렸던 에너지 기업 엔론의 중역들은 고액의 보너스를 받거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거래와 장부 조작으로 부채와 손실을 은폐하고 실적을 조작했다. 그러나 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그 결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자산매각, 타 에너지 회사와의 합병 등의 다양한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베니건스(Bennigans)는 과거 20~30년 동안 레스토랑 업계를 석권해 온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개성 중시’와 ‘웰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 매장 운영과 정크푸드로 시종일관하였다. 게다가 경쟁업체들이 맛이나 유기농 식재료 사용 등 고객 가치 제고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는 것과는 달리 비용 상승을 타개하기 위해 값싼 쇠고기 재료를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환경 변화로 인한 역풍에 둔감하였던 베니건스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GM을 보자. 최근 GM 부진의 주원인은 판매 감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감소의 근본 원인은 유가 상승과 경쟁업체들의 공세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신기술이나 신차개발에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도요타(Toyota)는 유가 상승이라는 역풍 속에서 전략적으로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함으로써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 감소라는 역풍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었다.   
 
2000년 20억 달러를 상회하던 영업이익이 2005년에는 6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코닥(Kodak)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닥은 시장이 디지털 영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영상 시장에서 쌓은 경쟁 우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야 디지털 관련 사업에 본격 투자하였고 그 결과 디지털 영상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후지(Fuji)에 선도기업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그림 1> 참조).  
 
이처럼 최근 기업들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역풍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과연 거대 기업들마저 견디어 내지 못하고 있는 최근 역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기업에게 역풍은 불확실성 
 
역풍이란 사전적으로 ‘나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같은 의미로 선원들은 ‘맞바람’이라는 용어를 즐겨 쓰기도 한다. 역풍을 여기서 말하는 배가 항해하는 반대 방향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이라는 의미로만 해석하면, 기업에게 역풍이 의미하는 바는 고유가, 고금리, 대체재 출현 등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Risk)요소로 한정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역풍은 이처럼 단편적인 의미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양상과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업 환경을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위험과 불확실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최근 기업 경영 환경에서 이 두 단어의 의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영학에서는 위험(Risk)을 미래수익율의 변동성이라 정의한다. 예컨대 미래 수익의 변동성이 작으면 덜 위험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그 값은 수익률 확률분포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계산된다. 이 때 확률분포를 아는 경우를 위험이라 하고 확률분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를 불확실성이라 한다.  
 
한편 시카고 학파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나이트(Frank Knight)도 경영 환경이나 내부조직이 낳는 불확실성에도 계산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측정 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객관적 확률, 측정 불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주관적 확률로 구분하여 전자를 위험, 후자를 불확실성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은 상황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유사한 상황을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의 급격한 환율 변동과 같은 요소들은 위험보다는 불확실성의 개념에 가깝다. 발생 확률을 측정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형성되는 유사한 상황을 정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역풍은 위험은 물론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생할 확률을 알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측정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에게 있어 역풍이 의미하는 바는 예상 가능한 계절풍뿐 아니라 국지성 바람 및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항해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Ⅱ. 불확실성의 진화 
 
 
알 수 없는 미래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단어를 대중화 시킨 사람은 경제학자 갈브레이스(Galbraith)였다. 그가 1970년대 상황을 진단하며 내놓은 책이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인데, 이 책은 그 당시 오일 쇼크와 맞물리면서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공전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인 매킨지(Mckinsey)에 근무하는 휴 커트니(Hugh Courtney)는 ‘불확실성하의 전략(Strategy under Uncertainty)’이라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을 4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그림 2>참조). 그는 여기서 예측이 가능한 명확한 미래를 첫 번째 수준, 선택 대안이 있는 미래를 두 번째 수준,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변적인 미래를 세 번째 수준의 불확실성이라 하며 네 번째 수준은 완전히 모호한 미래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그는 기업의 전략적 문제의 절반 정도가 두 번째 내지 세 번째 수준에 속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첫 번째 수준에 속하는 문제라고 하였다.  
 
최근 거대 기업의 부진 원인이 되고 있는 불확실성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하는 네 번째 수준에 가깝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최근 상황은 미래를 명시할 수 있는 모든 관련 변수들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진화 요인 - ① 불규칙한 주기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성 
 
우선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훨씬 변화무쌍해졌다. 무엇보다 주기가 불규칙해졌다. 과거에는 오일 쇼크, 남미 외채 위기, 아시아 금융 위기 등 감당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경험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호황이 찾아오곤 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경기는 일정한 순환과 주기를 타는 것으로 이해해왔고 이러한 생각이 대체로 들어맞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거 경기 주기의 경험을 적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과거엔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호황다운 호황이 최소한 4~5년마다 한 번씩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경기가 좋아져도 서민들이 체감하기도 전에 바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리로 나가 택시를 타거나 음식점에 들어가 “경기가 어때요?”라고 물으면 “경기가 언제는 좋은 적이 있었나요.”라는 퉁명스런 답변만이 돌아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사이클이 불규칙해짐에 따라 투자회수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내부유보금을 늘려 경기하락에 대비하려 하고, 소비자들 역시 가처분 소득의 증가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지갑을 닫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성이다. 과거 금 가격은 경제가 어려워져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항상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동성 과잉 현상이 빚어지면 상품 시장에 거품이 발생하지만, 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 값은 이 전통적 관행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금은 최저치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유가나 구리와 같은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진화 요인 - ② 나비 효과 
 
또한 글로벌 경제 동조화로 인해 불확실성의 파급 효과가 매우 광범위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멜라민 분유’ 파문을 보자. 중국 유가공업체들이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분유에 첨가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발생한 파문은 중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범위 역시 유제품뿐만 아니라 과자나 커피크림 등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산은 무조건 기피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식품 전면표시제 시행과 더불어 식품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엄격한 멜라민 기준치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국제적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글로벌화와 정보화가 확대되면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된 불확실성일지라도 순식간에 세계 전역에 걸쳐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게다가 자본의 이동에 관한 규제가 있던 시절에는 한 지역에 경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규제가 방화벽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가간의 상품 이동은 물론, 자본의 이동도 거의 자유화됨에 따라 한 지역에서 발생한 위기는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 증시 동조화로 증권사 직원뿐 아니라 국내 주식에 투자한 주부들까지 밤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Ⅲ. 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이처럼 불확실성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실체 파악도 힘들뿐 아니라 그 파급 효과도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을 이러한 불확실성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인식하여 회피하려고 하거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최소화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돛단배가 역풍을 피하려고 하거나 역풍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 방식으로는 더이상 기업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인 돛단배가 순풍에서는 물론 역풍을 맞고서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서 기업들의 불확실성 대응에 관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역풍도 활용하는 돛단배 
 
초창기 돛단배는 돛의 방향이 배와 수직이었다. 따라서 순풍이 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역풍을 맞으면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먼 과거에는 돛단배가 근거리만을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배가 점점 커지면서 돛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원래 돛의 방향을 바람과 수평 방향으로 바꾸고 제내커(Gennaker)라는 보조 돛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돛의 크기가 커지더라도 조절이 용이해졌고 더 많은 바람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빠르게 순항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 3>참조).  
 
이후 더 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필요해지고 동시에 왕복 이동을 위해 역풍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지브세일(Jib Sail)이다. 지브세일은 역풍이 불 때 제내커(gennaker) 대신 사용되는 작고 팽팽한 삼각형 모양의 돛이다. 돛단배가 지브세일을 이용하여 역풍에도 순항하는 원리는 비행기 날개에서 양력이 발생하여 비행기가 뜨게 되는 원리와 동일하다. 비행기 날개 주위를 흐르는 공기의 속도는 날개 윗부분에서 빠르고 날개 아랫부분에서는 느리다. 이 경우 공기 흐름의 속도 차이 때문에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리면 압력이 높아지는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날개 윗부분의 압력은 낮아지고 아랫부분의 압력은 높아진다. 비행기를 뜨게 하는 이 압력을 양력(lift)이라 하는데 이것이 돛단배에도 적용된다.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돛의 주위에 공기가 흐를 때 돛을 경계로 하여 형성되는 양력을 받아 순항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흔히 생각하기에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이라 변화무쌍한 역풍 앞에서는 더이상 전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는 돛단배이지만, 이러한 역풍 활용 덕분에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식 요트로까지 진화할 수 있었다. 만약, 역풍을  활용하려 하지 않고 역풍을 피하고자 역풍이 불지 않을 때나 적게 부는 지역에서만 사용되어졌다면 돛단배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돛단배 경영의 성공 포인트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관리하는 데만 주력해서는 경쟁사들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확실성이 진화하고 있는 최근 경영 환경에서 이러한 대응 방식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1. 역풍에 민감해져라 
 
돛단배가 역풍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역풍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방향과 강도를 정확히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역풍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인지했더라도 방향이나 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역풍을 활용하기는 커녕 역풍에 배가 뒤로 가거나 전복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한(漢)의 대원수 한신이 초패왕 항우를 타도할 방도를 묻는 소하에게  ‘기(機)를 보고 병사를 움직여야 하며, 묘책은 현장에서 상대를 보며 생각해내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기업들도 진화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의 실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통찰력이란 불확실성의 실체를 정확히 읽어 내는 전략적 감수성과 창의적 해석 능력, 그리고 변화의 흐름을 타는 사업 적응력을 말한다. 이것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신호들 중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와 무의미한 교란 요인들을 남보다 한발 앞서 정확하게 식별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전략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통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Market Intelligence를 확보해야 한다. 미래의 고객가치는 속도, 연결과 소통, 재미와 감성, 참여와 협력 등에서 도출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본업의 가치 창출방식이 이러한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지 세밀하게 살피면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구글(Google)은 디자인을 시의적절하며 유용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특별 훈련을 시킨다. 예컨대 직원들이 생각하는 2년 후의 구글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직원들은 미래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기회를 갖고, 기업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통찰력을 얻게 된다.  
 
캐터필러(Caterpiller)는 2004년 당시 경기 호황과 더불어 최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을 때 경기침체기를 대비하고자 하였다. 이때 가장 중점적으로 한 활동이 이미 납품하고 있는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귀찮아 보이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달갑지 않은 엔진 부품 재(再)제조 요구에서 시장의 기회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고객 니즈를 바탕으로 충분한 재생 부품 확보와 대량 생산으로 인한 단가 절감을 도모하고자 미개척 거대 시장인 중국 내부로 재빨리 진입하는 기민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2. 지브 세일을 확보하라 
 
돛단배는 기존 돛의 방향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보조 돛을 적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풍을 활용할 수 있었다. 기업들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안정적인 시스템과 과거의 성공 경험, 조직에 널리 퍼진 관성(Inertia)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기존의 사업 방식만을 맹신하는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기업 밖에 존재하는 시장과 고객을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최고 수준의 경영자원을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최적의 상태로 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글로벌화가 확산되면서 사업에 필요한 자본이나 공급자는 상대적으로 넘쳐나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 진출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더욱 귀해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하고 이질적 역량을 갖춘 내부 인재 육성을 위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여 내부 인재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크로싱 더 캐즘(Crossing the Chasm)’의 저자인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는 기업의 혁신 활동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내부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관성은 소위 주력 사업이라고 하는 곳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묶여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며, 경영자들은 상대적으로 사업 비중이 큰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 흐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내부와 외부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GE는 최고의 인력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CEO인 이멜트(Immelt)는 ‘GE의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업계의 일부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역설하며 먼저 제조업 중심의 문화를 지닌 기업을 쇄신하기 위해 내부 인재의 전문성 강화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GE 헬스케어 사업부의 수장인 빌 카스텔(Bill Castell)이다. 그는 GE의 전형적인 임원과는 다르게 자신이 속한 업계에 완전히 몰두해 있으며 맞춤형 약품의 미래에 관한 한 선도적인 인물이다. 이멜트는 그를 그 자리에 앉히면서 사업부의 본사 위치를 미국이 아닌 영국의 마을 샬폰트 세인트 가일스에 마련해 주는 정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과 경험, 정신자세를 겸비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그가 최근 몇 년간 1천 7백명 이상의 새로운 세일즈와 마케팅 직원을 영입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인텔(Intel)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존의 모습을 과감히 버렸다. 그 중심에는 현 CEO인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가 있었다. 그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명성과 인지도를 쌓아온 기업 로고를 수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업의 DNA까지 완전히 바꾸고자 기업 내 모든 성역(Sacred cow)들을 제거하고 있다. 심지어 인텔은 바이브를 탑재한 기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계를 계속 사용해도 좋을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이어져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고한 관계까지도 재고하고 있을 정도이다.
 
3. 선장(Skipper)과 선원(Crew)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바람이 거세지고 폭풍이 몰아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선장과 선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급박한 환경에서 선장의 지시를 한번에 제대로 알아 듣고 선원 끼리의 공조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만 배가 전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직면한 불확실성에 대해 경영자가 제대로 한번에 알려주고 이를 구성원들과 왜곡 없이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과의 건강한 소통관계를 유지하고 이들의 요구를 경영전반에 최대한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기업 내부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실행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수직적인 ‘보고와 지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수평적인 ‘질문과 토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기업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소통과 참여의 창구를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 때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구체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돛단배에서 선장이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통해 행동을 지시하더라도 선원들이 정신 없이 뛰어다니지 않는다면 그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몰락한 리먼 브러더스와는 달리 생존에 성공한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경우, 구성원들이 기업 전략 및 조직의 변화는 곧 고객을 위한 변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고객 우선의 기업 문화를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그 결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우선시하여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리스크 관리를 수행해 왔고 그 결과 여전히 선도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BP(British Petroleum)는 앞으로 환경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될 것을 예견하고 화학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Beyond Petroleum’이라는 슬로건 하에 소매 사업의 비중을 매년 10% 이상 확대하고 천연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BP는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당위성을 전달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사원들이 실제로 등장하여 새로운 변화의 이유와 구체적인 내용을 체험하는 홍보용 영화를 제작하였다. CEO의 일방적 연설이나 전형적인 교육 방식보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화의 필요성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 킬(Keel)을 확보하라 
 
돛단배는 선체가 가벼운 데다 선체에 비해 돛이 크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 쉽게 휘청거린다. 하지만 전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선체 아래에 수직 날개처럼 생긴 ‘킬(Keel)’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속에 잠겨 보이지는 않지만 배가 좌우로 기울어질 때마다 물속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킬은 무엇일까? 바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변화무쌍한 불확실성을 활용하여 성공기업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본업과 관련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상의 핵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때의 핵심 역량은 기업 활동(Value Chain)상의 한 부분이나 어떤 특정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 기업이 가장 잘해온 분야의 본질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경험과 지식, 앞으로의 기업 비전과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탈제조가 가치 창출의 중심이며 사업 측면에서도 자원이나 서비스업이 더 유망할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일례로 미국의 빅3 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된 도요타(Toyota)의 핵심 역량은 특유의 생산시스템(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기초로 원가절감과 공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제조’ 역량이다. 도요타는 이를 토대로 끊임없는 개선과 현지화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제품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HP도 마찬가지다. 부진한 실적 탓에 피오리나를 축출하는데 한 몫을 담당한 IT 컨설팅 분야의 기술 솔루션 그룹(Techenology Solution Group)은 IBM이나 델(Dell)에게 완전히 압도당해 거의 무가치하다고 평가 받았었다. 하지만 HP는 데이터 센터를 설계하고 구축하며 관리하는 일을 돕는 것이 자신들이 가장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핵심 역량임을 깨닫고 스토리지와 소프트웨어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였다. 이와 동시에 IBM의 제품들과 진정한 차별화를 지닌 기업 고객들을 위한 뚜렷한 전략을 구사하였다. 즉, IBM이 컨설팅 서비스와 고위급의 기업 전략을 돕는 방식이라면, HP는 기업들이 기술 장비를 유지하고 가동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해결해주는 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킬인 핵심 역량이 확고하다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잠시 흔들리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좌초하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  
 
 
Ⅵ. 불확실성은 리더의 숙명 
 
 
1980년대 크라이슬러를 파산에서 구해내고 위기 관리와 변화의 심벌로 떠올랐던 리 아이어코카는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가장된 위대한 기회를 항상 접하며 산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확실성이 진화하면서 기업들에게 더욱 많은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의 결단력'이다. 특히, 작금의 불확실성 상황하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전쟁터의 장수들보다 더 날카로운 결단력을 요구 받는다. 따라서 기업 전쟁에서 리더는 항상 머리 위에 시퍼렇게 날선 칼을 이고 있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사실을 잊는 순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대 기업들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 철학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는 아예 불확실성을 동반자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역설적이지만,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리더는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 밑에서 불안하게 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위기야말로 자신의 리더십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이 리더들의 숙명이다. 이러한 숙명을 안고 돛단배에 올라 자신 있게 ‘호이스트(돛을 바꿀 때 쓰는 신호)!’를 외쳐보자.
 
< 참고문헌 > 
Erik Abranson, History and Evolution of the Sailing Yacht, 2007 
Hugh Cowthey 외 2인, Strategy Under Uncertainty, 1997 
Frank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 1921 
Geoffrey A. Moore, Dealing with Darwin, 2005
- LG Business Insight 10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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