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는 ‘펀드’ 이야기를 꺼내서는 본전도 못 찾을 것만 같다. 펀드로 입은 경제적 손실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Art Fund'에 대해 언급을 하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자산 운용사들은 새로운 대체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시장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늘 첫 번째로 언급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아트(ART)’이다.
문제는 다음 대체 투자처가 아트분야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자산 운용사 내에서 아트 분야의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트펀드의 구조는 '운용 대행사'를 끼고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일반적으로 운용 대행을 갤러리가 맡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형태의 구조로 진행되어 온 아트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지만 기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 낸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아트펀드’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된 아트펀드는 ‘공모’ 펀드가 없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아트펀드는 모두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통하여 아트펀드의 높은 수익률을 들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은 가입할 수 있는 루트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아트 펀드가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자체적으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펀드를 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06년에 3년 기간으로 런칭된 1호 아트펀드가 좋은 에셋(Asset)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가 공개가 된다면 머지않아 일반인들에게도 ‘아트펀드’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아트펀드가 공모펀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지난 몇 개월 동안 펀드로 손실을 입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트펀드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고들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트펀드를 런칭한다면 최고 전문가를 섭외하여 움직이게 될 것이므로 전문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트펀드에 자산을 넣기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부분은 운용 대행사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이다. 결국 운용 대행사의 능력 여하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아트펀드는 일반적으로 3~5년의 기간으로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형태의 펀드이다. 실제로 그림을 사서 일정기간 보관한 후 작품을 되팔아 원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3~5년이라는 기간은 길다고 할 수 없다.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아트펀드 역시 런칭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런칭된 시점과 아트마켓의 호황이 맞아 떨어진다고 했을 때의 포트폴리오와 불황일 때의 포트폴리오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불황과 호황을 모두 겪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의 안목으로 펀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트펀드는 자산운용대행사의 스태프 구성원 명단만으로 성공여부를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원 개개인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아트펀드의 안정성에 대한 의심은 미술품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도가 없을 때에 더욱 커진다. 실제로 아트마켓에 종사하는 딜러나, 갤러리스트, 비평가 등은 미술 투자의 안전성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트펀드에 편입되는 선택된 예술품들은 이미 미술사라는 불변의 역사서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또 이름이 아직 오르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면, 그 작가의 이름이 미술사에서 거론될 수 있는지를 전망하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이 10년 후에도 남아있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기본철학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품은 작가가 미술사에 길이 남을 작가인지 잠시 반짝할 작가인지를 구분하여 편입하는 것이 기본이며, 운용대행사가 펀드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검증되지 않은 작가를 편입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편입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는 아트마켓뿐만 아니라 미술사의 흐름, 미학적 평가 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유리하며 명성과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A급 작품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나 마켓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이제까지 미술품을 거래하는 딜러들은 아카데믹한 연구를 하는 비평가와 교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로 상대의 영역에 대한 이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마켓 호황기는 아카데믹한 영역과 실천적인 영역이 상호 어우러지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시기였다.
한 걸음 미래를 내다봐야
작품 편입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에게 기대하는 또 다른 것은 포트폴리오 구성능력과 작품 수급능력이다. 이론상으로 어떤 작품을 넣으면 좋겠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실제로 구해서 편입하는 일까지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게다가 어느 한 작가의 가장 중요한 시기의 바로 그 작품을 구해낼 수 있을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트펀드 매니저와 아트컬렉팅 어드바이저는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작품을 선택에서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아트 컬렉팅 아드바이저는 컬렉션의 완성도를 위해서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위주로 턱턱 넣을 수 있겠지만, 아트펀드 매니저라면 미술사를 기반으로 하여 아직 움직이지 않은 넥스트 타임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한다. 그 넥스트 타임은 길지 않기 때문에 컬렉팅 어드바이저의 긴 호흡에 비한다면 훨씬 짧은 호흡으로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니멀리즘 작가의 작품을 편입한다면, 컬렉팅 어드바이저라면 미니멀리스트의 아이콘 격인 ‘도널드 저드’(Donald Judd)작품부터 바라보겠지만 펀드매니저라면 도널드 저드 다음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순으로 이미 솔 르윗(Sol LeWitt) 가격이 움직였으며 칼 안드레(Carl Andre) 역시 움직이고 있고, 그 다음에 댄 프레빈(Dan Flavin) 작품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또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흐름을 거울삼아 움직일 수밖에 없으므로 미술사는 아트마켓의 흐름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교과서일수 밖에 없다.
아트펀드는 Money 싸움
아트펀드의 안정성은 결국 펀드에 작품을 넣는 임무를 하는 운용대행사의 전문성에 따라 좌우되며 이들의 전문성은 앞으로 점점 더 다듬어질 것이다. 미술품은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또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였다고 해도 내가 소장한 그 작품 가격이 하락된 것은 아니다. 미술품은 하나하나가 독자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계량화될 수 없으며 수치화될 수 없고 일반화되기 어렵다. 이 부분이 아트펀드를 만들 때 가장 큰 난점이기도 하지만 이 난점이 실질적으로는 가장 안정적인 장점이 되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하이엔드 마켓에서는 고가의 미술품일수록 그 안정성을 더욱 빛을 발한다. 아트마켓은 경기에 좌우되지 않는 상위 5% 이상의 거인들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마켓으로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넣어 더 막대한 자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고래 싸움에서 당당하게 맞서 싸우려면 우리도 고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트펀드의 규모는 더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캐나다 등 이머징 마켓에서 아트펀드들이 런칭되고 있는 것이며, 이미 큰 마켓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영국에서도 펀드로 움직이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미술품을 바라보고 감상하고 향유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배제된 아트펀드 방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트펀드를 통해 마켓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안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훈련되지 않은 개인의 컬렉팅을 전문화 하기 위한 훈련과정으로 이 툴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글 이호숙 마로니에 북스 미술출판 전문기획위원
- Beyond Promise 11월호
'Business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세대 모바일 컴퓨터 시장이 뜨겁다 (0) | 2008.11.23 |
---|---|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 (0) | 2008.11.17 |
계단형 인재가 되어라 (0) | 2008.11.10 |
역풍에도 순항하는 돛단배 경영 (0) | 2008.11.10 |
Obama's Seven Lessons for Radical Innovators (0) | 200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