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질적 풍요 속에서 고객들은 제품의 기능, 편익에만 만족하지 않고 정신적인 만족도 함께 추구하려는 소비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고객 경험은 차별화 전략의 새로운 요소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 경험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고객 경험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저서에서 세상 사람들을 두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전설을 들어봤고 누구나 그걸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 도넛의 왕국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동네에 사는 사람”.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세스 고딘(Seth Godin)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까지 애기하고 있을까?
크리스피 크림의 매출액은 2002년 394백만 달러에서 2년 만에 665백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전 세계에 수 천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2위의 도넛 체인이라는 숫자를 굳이 들이 밀지 않더라도 이 정도 성장이라면 크리스피 크림이 성공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스피 크림이 이렇게 대단한 성공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중요한 한 가지는 크리스피 크림이 ‘제품 그 이상의 것’을 팔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 이상의 것’이란 고객이 도넛을 사러 매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두 박스의 도넛을 사서 나올 때까지 고객들이 즐기는 독특한 경험이다. 크리스피 크림은 단순히 밀가루와 설탕과 기름이 혼합된 도넛 만이 아니라 매장에서 느끼는 감성적인 친밀감을 줄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을 팔았다. ‘Hot Doughnuts Now(갓 나온 뜨거운 도넛 판매)’ 불빛이 켜지면 바로 그때 도넛이 제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매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도넛이 기름에 튀겨진 후 그 위로 떨어지는 시럽 폭포를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갓 구어진 따끈따끈한 도넛 한 개를 고객에게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은 재미있는 도넛 여행을 즐겁게 마무리한다.
차별화의 새로운 요소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에 따르면 기업들이 범용화 되어가는 제품에 서비스의 개념을 첨가하여 차별화를 꾀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서비스도 범용화 되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짐에 따라 고객들은 소비에 있어 제품의 기능이나 편익에만 만족하지 않고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트렌드에서 고객의 총체적 경험이 이제 차별화의 새로운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고객의 경험이란 무엇인가? Harvard Business Review 최신호(February 2007)에 따르면 고객의 경험이란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여 소비자가 갖게 되는 내적, 주관적인 반응’으로 정의하고 있다. 직접적인 접촉(Direct Contact)이란 고객이 실제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으로 대부분 고객이 주도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간접적인 접촉(Indirect Contact)이란 제품, 서비스, 브랜드와의 우연한 접촉을 말하며 구전 효과, 추천, 비판, 광고, 뉴스 등의 형태를 통해서 일어난다.
이렇듯 경험은 개별적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총체적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의 학과장인 제랄드 잘트만(Gerald Zaltman) 박사는 총체적 경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총체적 경험에서 비롯한 무의식에 속하는 감각적, 감성적 속성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유형적 속성보다 소비자의 선호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기업들은 더 이상 총체적 경험 관리를 방치해 둘 수 만은 없다.
새로운 가치 창출 수단
예나 지금이나 고객들은 끊임없이 경험을 하였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고객의 경험은 비즈니스의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집중하였고 경험은 주목 받지 못하는 주변 요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경험이 부수적인 요인으로만 머물러 있기에는 그 중요성이 더해졌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경험이 새로운 가치 창출 수단으로 힘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경험’ 때문에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에서 주장하듯이 재화에서 상품, 서비스로, 나아가 경험으로 경영 초점이 이동할수록 가치는 올라가고 고객은 기꺼이 가격을 지불할 의향을 보인다. 우리는 이를 잘 설명하는 사례를 스타벅스의 성공신화에서 익히 찾을 수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는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전 세계에 6천 개 이상의 매장이 있으며, 비즈니스 위크의 초고속 성장 글로벌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벅스 성공의 핵심 요인은 ‘완벽한 커피 경험’이다. 스타벅스 회장이자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 신화 (Pour Your Heart Into It)」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에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던 가정용품 박람회에서 겪은 경험이 없었다면 현재의 스타벅스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연히 들르게 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에서 하워드 슐츠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그곳에서 이탈리아인들은 마치 오감을 자극하는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신선한 커피를 가는 모습, 바리스타의 우아한 움직임, 커피의 향과 맛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커피를 경험하는 체험은 시애틀 선창가에서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자신의 가게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는 감성적인 차원까지 고려된 총체적인 고객 경험을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삼았다. 이는 고객이 ‘가벼운 사치를 즐기는 여유’의 대가로 한 잔에 원가 3센트인 커피에 3달러 이상을 흔쾌히 지불할 수 있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웨스틴 호텔 역시 흡족한 고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호텔 산업이 더 이상 가격이나 장소의 접근 용이성 등이 아닌 경험으로 경쟁하는 산업이 되어 감에 따라 웨스틴 호텔은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600명의 기업 고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침실에서 꿀맛 같은 단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호텔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임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웨스틴 호텔은 「천국 같은 침대(The Heavenly Bed)」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출장을 갔을 때 아내보다 더 그리웠던 것이 바로 자기 방 침대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최고급 비즈니스 여행객들에게 천국 같은 침대는 마치 집에 있는 침대에서 자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였다.
고객 경험 들여다 보기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비즈니스 현실을 고려할 때 특별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은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기업은 고객에게 어떻게 경험을 제공할 지를 고려해야 한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대체 우리 제품에 대해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시발점은 고객이 우리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출발한다.
모든 음악가들에게 뉴욕의 카네기홀은 그저 음악을 연주하는 곳이나 콘서트 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은 “카네기 홀은 독특한 경험 그 자체다”라고 경탄했다. 그렇다면 콘서트 관람객들은 이 카네기홀 음악회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카네기홀 경영진은 콘서트 관람이라는 실질적인 고객 경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싶어했다. 즉 고객이 콘서트에서 얻는 경험은 무엇인가? 홀을 들어설 때와 나갈 때 고객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중간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느끼는가? 공연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는가?
이를 알기 위해 카네기홀 경영진은 고객 경험을 음악회 이전, 중간, 끝난 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추적하기로 했다. 포커스 그룹은 사전에 음악회를 예약한 고객들과 음악 애호가들로 구성되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포커스 그룹은 처음 카네기 홀에 도착했을 때 이전에 카네기홀에 관해 어떤 경험을 가졌는지 간단한 질문지에 답을 했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조사원들은 몇몇으로 나뉜 포커스 그룹과 동행하여 그들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디지털 녹음으로 계속 기록했다. 포커스 그룹이 홀에 입장하여 좌석에 앉으면 홀에 도착할 때와 들어설 때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음악회 막간을 이용해서는 홀의 전체적인 분위기, 음향의 질, 청중들의 분위기 등에 대해 질문했다. 막간 휴식시간에 포커스 그룹은 카네기홀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기념품 가게, 칵테일 바, 화장실 등을 훑어보았다. 그런 뒤 각자의 느낌을 조사원에게 얘기했다.
음악회가 끝난 후 포커스 그룹은 음악회의 질적 수준에 대한 논평을 했고 개선될 부분에 대해 제안을 하였다. 그 다음 이들은 비주얼 보드를 만드는 일에 함께 참여했는데 이는 비주얼 보드에 각각의 이미지를 붙임으로써 카네기홀에서 받은 음악회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고객의 경험 세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카네기홀 경영진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얻기 어려운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카네기홀은 고객 경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고객이 경험하는 장소에서 그 과정을 단위 별로 쪼개보는 것도 고객 경험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있는 고객 관리 전문 회사인 GCCRM은 스타벅스 매장에 고객이 들어갈 때 부터 커피를 마시고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20개의 고객 경험 단위로 해부하였다. 고객 경험 지도(Customer Experience Map)라 부르는 이 지도에는 고객의 세부적인 경험 단위 별로 고객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가 자세히 그려져 있다. 고객의 총체적 경험의 합은 그것들의 단순 합이 아니라 곱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부정적인 경험이 있으면 전체적인 합은 제로가 될 수 있다. 이런 고객 경험 지도를 통해 부정적인 경험이 발생하는 접점을 파악하여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를 통해 고객의 경험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마케팅을 전개하는데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고객의 경험 세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겠는가?
첫째, 타깃 고객을 규정한다. 타깃 고객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고객의 경험 세계를 분석하는 첫 번째 단계다. 고객의 유형에 따라 경험의 종류도 달라진다.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 사람인지, 관여도는 어느 정도 있는지 등에 따라 경험의 종류가 달라진다.
둘째, 고객 경험 세계를 분류한다. 고객 경험 세계는 단순히 우리 브랜드에서 얻는 경험에만 국한시키기보다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비즈니스 환경과 관련된 광범위한 범위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고객 경험 세계를 브랜드에서 얻는 경험, 제품 군에서 얻는 경험, 브랜드를 사용하고 소비하는 상태에서 얻는 경험, 사회 문화적 배경 혹은 비즈니스 환경과 관련된 광범위한 범위의 경험까지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체계화한다.
셋째, 고객 접점을 따라 경험을 추적한다. 접점을 따라 경험을 추적하는 것은 고객 경험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제품을 인식하여 구입하고 사용한 뒤 버릴 때까지, 고객과 회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고객 접점을 따라서 전체 고객 경험을 추적한다.
지금까지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써 ‘경험’의 중요성과 고객 경험을 해부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20세기 건축에 있어 가장 완벽한 현대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의 루드비히 미즈 반 데어 로헤(Ludwig Mies van de Rohe)는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다(God is in the details)”라고 하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경험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기술의 발전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고객의 기대 수준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진 반면에 현재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 충성적인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족을 넘어,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게 하여야 한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들어 주는 연결 고리를 우리는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멋진 레스토랑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것이 그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재충전시킬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면 음식 맛이 뛰어난 다른 레스토랑보다도 더 끌릴 수 있다. 마케팅의 초점이 인간은 감성적인 동물이라는 대 전제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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