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3. 14:16
[Business]
개그 소재로 종종 나오는 얘기가 있다. “콜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원과 겨우 통화가 되면 제일 먼저 이런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아니, 날 언제 봤다고 사랑 운운하는 거야. 그리고 사랑한다는 사람이 이거 누르라 저거 누르라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십여 자리 숫자를 누르고 지루한 통화 대기 시간을 버티고 마침내 듣게 되는 뻔한 사랑 타령에 맥 빠지는 기분을 꼬집는 얘기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들의 항의를 하루에도 몇 백 번씩 받으며 매번 사랑을 외치는 직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저들은 왜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표현할 수 없을까? 저러다 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블루칼라의 ‘육체노동’과 화이트칼라의 ‘지식노동’으로 노동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임금을 받는 대가로 감정을 다스리고 연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개념을 정립하고 그 원리와 문제, 원인과 결과, 관리 방안 등을 고민하면서 제시된 개념이 바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다.
감정노동이란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는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이 고객과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형태의 노동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1983년 UC버클리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혹실드(Hochschild)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혹실드는 ‘직업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겉으로 관찰이 가능한 얼굴 표정이나 신체적 행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느낌을 관리하는 것’을 감정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에서 카트를 끄는 동안 육체노동을 하고 비상 착륙이나 비상 탈출에 대비할 때 정신노동을 한다. 이러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과정에서 승무원들은 고객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감정노동이라는 것이다.
감정노동의 원인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견해는 학자들마다 다양하다. 혹실드는 조직의 규정과 규범에 따라 항공기 승무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조직의 감정 요구 규범에 대한 근로자의 지각’을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후의 연구들은 감정노동의 원인을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개인적 특성과 직무 및 조직의 특성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화하는 감화능력이 선천적으로 큰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직이 특정 감정 표현을 강제할 경우 본인의 원래 감정을 숨기거나 달리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감정노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감정노동의 원인이 되는 개인적 특성의 일례이다.
한편 직무 및 조직특성이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예로는 ‘직무자율성’을 들 수 있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재량권을 갖게 되면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상황을 스스로 줄임으로써 감정노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업무상 책임이 클수록 성공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감정 억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직무책임감’과 같은 직무특성 또한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노동의 결과
자신의 본래 감정과 괴리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종사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최근 고객만족이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직원들의 직무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 종사자가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직업불안정성과 우울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감정노동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안면피드백가설(the facial feedback hypothesis)’에 따르면, 특정한 얼굴 표정은 이에 연관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감정노동은 긍정적 심리와 자기유능감(self-efficacy) 등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행복한 표정을 짓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라’, ‘웃으면 복이 온다’ 등의 경구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감정노동이 종사자들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주게 되는 것일까?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산업심리학 교수인 재프(Zapf)의 2002년 연구에 따르면 세 가지 결정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 종사자들의 실제 감정과 업무상 표현해야 할 감정이 일치하면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두 감정이 불일치하면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둘째, 업무 수행에 자율성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부정적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셋째, 감정노동의 결과에 대한 보상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
감정노동의 관리
혹실드 교수는 주로 서비스 분야 종사자와 외부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 조절의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루었지만, 감정노동은 단지 서비스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조직에서 개인은 동료, 상사, 고객 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빈번하게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들을 조절해야만 한다. 감정은 직원의 심리적 건강뿐만 아니라 직무 태도, 직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조직에서는 감정노동의 부정적 요소가 직장 생활의 질과 기업 성과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꾸미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도록 훈련하거나, 자신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유발되는 감정적 문제를 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도록 상담과 코칭 등을 지원하고 감정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하는 등 여러 방안들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
십여 자리 숫자를 누르고 지루한 통화 대기 시간을 버티고 마침내 듣게 되는 뻔한 사랑 타령에 맥 빠지는 기분을 꼬집는 얘기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들의 항의를 하루에도 몇 백 번씩 받으며 매번 사랑을 외치는 직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저들은 왜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표현할 수 없을까? 저러다 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블루칼라의 ‘육체노동’과 화이트칼라의 ‘지식노동’으로 노동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임금을 받는 대가로 감정을 다스리고 연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개념을 정립하고 그 원리와 문제, 원인과 결과, 관리 방안 등을 고민하면서 제시된 개념이 바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다.
감정노동이란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는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이 고객과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형태의 노동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1983년 UC버클리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혹실드(Hochschild)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혹실드는 ‘직업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겉으로 관찰이 가능한 얼굴 표정이나 신체적 행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느낌을 관리하는 것’을 감정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에서 카트를 끄는 동안 육체노동을 하고 비상 착륙이나 비상 탈출에 대비할 때 정신노동을 한다. 이러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과정에서 승무원들은 고객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감정노동이라는 것이다.
감정노동의 원인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견해는 학자들마다 다양하다. 혹실드는 조직의 규정과 규범에 따라 항공기 승무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조직의 감정 요구 규범에 대한 근로자의 지각’을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후의 연구들은 감정노동의 원인을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개인적 특성과 직무 및 조직의 특성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화하는 감화능력이 선천적으로 큰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직이 특정 감정 표현을 강제할 경우 본인의 원래 감정을 숨기거나 달리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감정노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감정노동의 원인이 되는 개인적 특성의 일례이다.
한편 직무 및 조직특성이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예로는 ‘직무자율성’을 들 수 있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재량권을 갖게 되면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상황을 스스로 줄임으로써 감정노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업무상 책임이 클수록 성공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감정 억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직무책임감’과 같은 직무특성 또한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노동의 결과
자신의 본래 감정과 괴리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종사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최근 고객만족이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직원들의 직무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 종사자가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직업불안정성과 우울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감정노동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안면피드백가설(the facial feedback hypothesis)’에 따르면, 특정한 얼굴 표정은 이에 연관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감정노동은 긍정적 심리와 자기유능감(self-efficacy) 등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행복한 표정을 짓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라’, ‘웃으면 복이 온다’ 등의 경구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감정노동이 종사자들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주게 되는 것일까?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산업심리학 교수인 재프(Zapf)의 2002년 연구에 따르면 세 가지 결정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 종사자들의 실제 감정과 업무상 표현해야 할 감정이 일치하면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두 감정이 불일치하면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둘째, 업무 수행에 자율성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부정적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셋째, 감정노동의 결과에 대한 보상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
감정노동의 관리
혹실드 교수는 주로 서비스 분야 종사자와 외부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 조절의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루었지만, 감정노동은 단지 서비스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조직에서 개인은 동료, 상사, 고객 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빈번하게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들을 조절해야만 한다. 감정은 직원의 심리적 건강뿐만 아니라 직무 태도, 직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조직에서는 감정노동의 부정적 요소가 직장 생활의 질과 기업 성과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꾸미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도록 훈련하거나, 자신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유발되는 감정적 문제를 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도록 상담과 코칭 등을 지원하고 감정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하는 등 여러 방안들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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