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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2. 19:31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도시의 화두다.
단조롭고 개성 없는 도시의 모습을 미와 감성이 넘치는 매력 있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기능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요소, 예술적 요소, 그리고 디자인 요소의 결합은 이제‘명품 도시’의 필수요건이 됐다.
한때 흉물로 손가락질 받던 낡은 건물이 개∙보수를 통해 랜드마크(상징건물)가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거장(巨匠)의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의 도시들은 지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말하자면‘문화∙예술∙디자인 전쟁’이다.
선진국 현지 취재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위한 노력의 실체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1 영 국

‘명품’도시 곳곳 문화예술의 향기 솔솔
버려진 공장∙발전소 등 미술관∙아파트촌으로 바꾸니 관광명소 돼

국에서 노후한 산업시설이나 황폐해진 공간이 문화 예술, 그리고 디자인 공간으로 전환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노후한 산업시설의 활용은 대체로 미술 및 시각예술 분야로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다. 템스(Thames)강변에 위치해 있다. 테이트미술관의 현대미술 소장품을 옮겨와 현대미술의 대중적 접근을 시도한 테이트모던은 용도 폐기된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며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관광명소가 됐다. 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흉물스런 화력발전소, ‘저 건물을 어이할꼬…’
지하 1층은 기획전시공간으로 대규모 주제전이 열린다. 나머지 공간은 모두 현대미술 소장품을 주제별로 구분하여 전시하는 상설전시장으로 운영된다. 상설전시장의 입장료는 무료다. 연중 수많은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이트모던이 위치한 템스강 남쪽은 원래‘블랙’(black)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공장밀집지역으로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의 집산지였다. 그러나 공장들이 하나 둘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영국의 쇠퇴를 상징하는 대명사가됐다.‘ 개발되지 않은 가난한 지역’. 템스강 남쪽은 그렇게 일컬어졌다. 마치‘블랙’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99m 높이의 굴뚝을 머리에 인 폐쇄된 화력발전소 건물은 20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
영국 정부는 1995년‘도시 재생’사업의 하나로‘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템스강 북쪽에 있는 세인트 폴성당이 있는 곳에서 템스강을 가로질러 밀레니엄 브리지를 놓기 시작한다. 발전한‘강북’과 낙후된‘강남’을 잇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문제는 밀레니엄 브리지가 당도하는곳에 방치된 채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는 화력발전소였다
고민이 시작됐다. ‘저 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국민들 사이에서는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당국은 국제 현상 설계공모를 했다.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건축가 대다수는 헐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스위스 출신의 젊은 건축가‘헤르조그’(Herzog)와‘드므롱’(de Meuron)이 공동으로 제안한 작품만이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이 안이 당선작으로 채택됐다.
 
 
 
리모델링 통해 문화 예술 공간으로 부활

테이트모던 내부로 들어서면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내 높이 35m, 길이는 155m에 달한
다. 내부 철골 구조물이 과거 화력발전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대형 크레인은 작품을 옮길 때 지금도 사용된다.
보일러실들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휑하니 비어있는 널찍한 1층의 바닥은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금이 길게 나 있다. 콜롬비아 여성작가‘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의 <쉽볼렛>(Shibboleth)이라는 작품이다. 서구중심과 남성중심의 사고 체계에 균열을 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품 감상 공간이면서 놀이 공간 역할도 한다. 관람객들은 바닥의 갈라진 틈새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뛰어넘기도 하면서 작품을 즐긴다.
각각의 갤러리에서는 테마별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을 한 전시실에서 본다거나 같은 시기에 제작된 제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도 모호하다. 현대미술의 변화양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준 테이트모던은 지역 주민은 물론 영국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테이트모던 100m 옆에는 하얀색의 <셰익스피어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테이트모던을 방문한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다.
벤자민 휘테커 테이트모던 책임 관리자는“용도 폐기된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술관으로 변한 것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테이트모던이 사랑받는 이유를 소개했다.
 
 
버려진 가스공장 터,‘ 명품 아파트촌’이 되다

런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Greenwich Millennium Village∙이하 GMV)는 버려진 가스공장 터가‘명품’으로 변한 경우다. 2000년에 시작된 GMV 건설 프로젝트의 기본개념은‘전통과 문화의 복원’. 이에 따라 GMV는 현대식 아파트촌이면서도 전통적인 영국마을의 형태를 지니며 건설되고 있다.
GMV에 도착하면 먼저 초록∙빨강∙주황∙파랑색의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칠해진 아파트들이 눈에 띈다. GMV는 그리니치 반도 300에이커(약 181㏊)에‘템스 게이트웨이’(Gate Way) 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건설되고 있다.
템스강에 면한 그리니치 지역은 가스공장이 있던 곳으로 100년 이상 공장부지로 사용됐던 곳이다. 1985년 공장이 문을 닫은 뒤에는 토양이 오염되고 쓰레기가 방치되는 등 버림받은 땅으로 변했다. 애물단지로전락한 것이다.
고민하던 정부 관계자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넓은 면적에 런던 도심에서 가깝고 템스강건너편 고층건물 밀집지역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를 마주보는 등 입지가 뛰어나다는 점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의견은 주택건축으로 모아졌다. 이를 토대로 국가재생사업을 담당하는 잉글리시 파트너십(정부와 가스공사∙지자체 등이 주축이 된 개발회사)이 도시 재생에 나서게 됐다.
GMV 주거지역의 면적은 72에이커(약 43㏊).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 주변과 녹지에 몇 개의 아파트군으로 나뉘어 배치됐다. 총 입주예정 가구 수는 1,300여 가구. 아파트의 외관은 시각적으로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음울한 런던의 날씨와는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층수는 6~10층의 중∙저층으로 구성돼 있다.
환경 친화적이고 최첨단 정보통신망을 갖춘 저밀도 미래형 주거단지로 변모한 GMV. 인근에 조성된 <그리니치 반도 생태공원>(Greenwich Peninsula Ecology Park)도 눈길을 끈다. 4.5에이커(약 2.7㏊)의 면적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GMV의 가치를 한층 드높인다.
3년 전에 입주한 클라우디아 포더 씨는“GMV는 영국의 다른 전통적인 건물에 비해 모던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며“GMV에 살고있다는 것에 대해 입주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Art Factory’로 거듭난 밀가루 공장

뉴캐슬과 타인(Tyne)강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게이츠 헤드’(Gateshead)는 인구 19만명의 조그만 도시다.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석탄∙제분 등을 주력산업으로 공업도시로 번창했지만 공장이전 등 쇠퇴기를 겪으면서 1980년대 후반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도시를 되살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싹트고 시의회가 중심에 섰다. 1990년부터 도시 재생작업이 본격화됐다.
유유히 흐르는 타인강 주변에 위치한 <발틱현대미술관>(Baltic Center for Contemporary Art)은 이지역을 대표하던 밀가루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1972년 이후 생산을 멈춘 폐쇄된 제분 공장을 재활용해 2002년 개관된이 미술관에서는 현대 미술전이 연중 개최된다.
발틱미술관에서 100m 떨어진 곳에는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한 <세이지 게이츠 헤드 음악당>(The Sage Gateshead)이 있다. 1,400억원이 투입된 이 음악당은 발틱미술관과 함께 관광객들로 하여금 4박 5일씩 머물게 하며 겉보기에 한적한 이 도시를 들썩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음악당에서는 세계 유수의 음악인들을 초청해 음악축제를 수시로 연다. 그리고 음악당에 유명한 공연이 오르면 발틱미술관에서는 이와 관련한 퍼포먼스를 연다. 잘 짜여진 연계 프로그램이 도시의‘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음악시설을 갖춘 음악당은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으며, 록 그룹등 젊은이들에게도 사용이 개방돼 있다.
세이지 게이츠 음악당과 발틱미술관 사이로는 도시 재생 프로그램의 하나로 세워진 밀레니엄 브리지가 타인 강변을 시원하게 가로지르고 있다. 발틱미술관과 세이지 게이츠 헤드 음악당, 밀레니엄 브리지로 구성된‘삼각편대’가 쇠퇴해진 공업도시 게이츠 헤드를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의 도시로 부상시킨 것이다.
엔 쿠퍼 발틱미술관 미디어 담당은“지역의 랜드마크였던 제분소를 철거하기보다 개조를 선택했다. 이곳에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 국제적인 예술인과 지역예술인을 동시에 양성한다”며 오픈된 공간에서 예술인을 양성하고 창작력을 고양하는‘미술공장(Art Factory)’으로서의 위상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쇠퇴한 항구’에서‘작품 같은 신도시’로 변신

도크랜드(Docklands)는 대규모 민자 유치에 의한 구항만 집단 재개발의 대표적 성공모델이다. 금융과 정보 등 중추 산업 기능 뿐 아니라 위락∙레저∙상업시설을 충분히 갖춘 매력 있는 직주(職住) 근접형 복합도시다.
런던 도심에서 동쪽으로 8㎞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2,200ha(666만평)다. 1880년대 런던의 항구로 개발되면서 1960년대까지 유럽의 가장 번성한 상업항구 중 하나였지만, 이후 정보화시대 도래와 시설의 노후화, 수송형태의 변화 등으로 급속히 쇠퇴해 폐허처럼 방치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쓰레기가 쌓이고 부랑자가 모여드는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1981년 설립된 런던도크랜드개발공사(LDDC)가 신도시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완벽한 교통시스템을 갖추고, 전통과 수변의 현대적 이미지에 걸맞는‘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다국적 밀집지역인 커너리워프(Canary Wharf)에는 50층의 커너리워프타워와 45층의 HSBC 등 초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으며, 기업유치 촉진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이 감면된다.
 

 
2 프랑스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나‘예술 명품’
에펠탑∙개선문∙루브르… 길거리 공연, 그래피티 마저도 예술
 
랑스의 수도 파리는 문화 예술의 천국이다.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명품’도시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노트르담 성당…. 명품이 명품처럼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천지에 널려있다.
‘길거리 명품’도 있다.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길거리 공연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마임을 통해 아르바이트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거리의 벽, 경기장, 지하철전동차 등 파리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그래피티(graffiti)’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래피티는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그림을 뜻하는 말로‘거리의 예술’로 통한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문화와 예술을 즐길수있는곳이파리다.‘ 문화∙예술 유비쿼터스 시티’인 셈이다. 파리의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주는 감동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골칫거리 기차역, 명품 미술관으로 변신

기차역이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이다. 루브르, 퐁피두 센터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우리에게는 영화<여왕 마고>를 통해 잘 알려진 실제 인물 마가레트 드발루아는 튈르리 공원을 마주하고 센 강과 인접한 이곳에 자신의 궁궐을 세웠다. 그러나 1871년 파리 코뮌 때 불타버린 후 30년이 넘게 방치되면서 파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1900년도에 국제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파리는이 골칫거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기차역으로 방향을 잡았다. 4개의 레일을 가진 이 기차역은 파리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오를레앙까지 운행했다. 그러나 철강산업 발달에 따른 고도성장으로 인해 기차역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파리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호텔, 영화 세트장 등 이곳을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결국 많은 논의 결과 미술관으로 결정됐고, 이탈리아의 여류건축가 아울렌티가 설계에 참여해 1986년 마침내 오르세 미술관이 탄생했다.
1848년‘2월혁명’을 기점으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프랑스 근대 회화 작품이 하이라이트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만 보아온 그림도 실제로 볼수 있다. 밀레의 <이삭줍기>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모네의 <수련 연작>, 고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 등이 있다.

“이거 다 지은 건물 맞아?”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는 이상하고 기이한 외형으로 인해“이거 다 지은 건물 맞아?”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가장 파리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늪’이라는 뜻을 지닌 마레지구에 위치해있다.
1977년에 완공됐다. 건축 당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라는 두 건축가의 기발한 발상 덕분에 지금은 매일 2만5,000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파리의 중요한 명소로 자리잡았다. 건물 이름은 건축 당시 대통령이었던 퐁피두의 이름을 딴 것이다.
내부에는 현대미술관과 도서관, 극장, 음악 관련 연구소, 서점, 우체국 등이 들어서 있고, 그 중에서도 현대미술관은 야수파∙초현실주의∙입체파∙팝아트 등 4만여점의 풍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유리 건물을 감싸고 있는 바깥쪽의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는 빨강색, 전기회로는 노랑색, 배관시설은 초록색, 에어컨 시설은 파랑색으로 칠해져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특별전시관과 매표소, 서점, 우체국 등이 있으며, 2~4층은 사진 회화 영화 등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2,000여석 규모의 도서관, 5~6층에는 5만6,000여점의 소장품을 전시중인 파리 현대미술관이 있다.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현대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 이브 클라인, 세자르, 몬드리안, 마그리트, 만레이, 마티스 등 회화, 사진, 그래픽 디자인, 건축, 산업디자인, 시각예술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요새에서 왕들의 거처로, 그리고 예술품 전시관으로

‘세계 명화의 보고’로 불리는 <루브르 박물관>(Musee de Louvre)은 원래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만족으로부터 파리를 방어하기 위해 13세기에 세운 요새였다. 이후 성곽을 한층 견고하게 만들어 이곳을 왕들이 머무는 거처로 이용했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왕족들이 이성을버리고떠나버렸다.
그러나 르네상스 문화에 심취했던 프랑수아 1세는 왕가 소유의 귀중한 물건들과 해외에서 매입한 예술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루브르가 소장한 상당수의 작품들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로 출정을 나갔다가 가져온 전유물이다.
프랑스대혁명이 끝난 1793년, 루브르는 대중을 위한 공공미술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미술관이 탄생한 것이다. 1981년 집권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그랑 루브르’라는 혁신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루브르를 세계 최고의 문화 유적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당시 중앙부처인 재경부를 베르시 지역으로 옮겼고, 그 자리에 고대이집트와 그리스∙로마의 예술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루브르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중세에 이르는 40여만점의 광대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루브르의 최대 자랑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나폴레옹의 대관식> <메두사의 뗏목> 등이 있다.
 
파리의 암호명:‘ 인간 중심 도시’로 변신하라

<포럼 데 알>(Forum des Halles)은 농수산물 시장이던 옛 중앙시장이 위생상의 이유로 파리 교외의 룅지스(Rungis)로 옮겨지면서 그 자리에 들어선 복합쇼핑센터다. 1979년 문을 연 지하 1~4층 규모의 이 대형 쇼핑센터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연결된 유리 구조 건물이 화려하다.
이 지역이 오는 2012년이면 대형‘환경 공원’으로 모습을 변신한다. 2001년부터 실시한‘파리 프로젝트’덕이다.‘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한다. 이미 파리는 철길을 재개발한‘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나무와 식물이 가득한 산책길)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4.5㎞에 이르는 철길을 산책로로 바꾼 것으로 미국 뉴욕 하이라인,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 등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포럼 데 알 지역엔 파트릭 베르제르-자크안지우티 건축가의 녹색 지붕 모형의 예술 문화 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축가들의 경연장’으로 변신한 공업지대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는 와인 저장 창고를 재개발해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놓은 파리 동남쪽 12구에 위치한 지역이다. 파리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인 15∙16구가 서쪽에 치우쳐 있는 반면, 동쪽 지역은 오랜 세월 동안 빈곤한 동네로 발전이 더뎠다. 베르시 지역은 이런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의 노력으로 재개발된 곳이다.
이 지역 맞은편에 있는 13구 <리브 고슈>(Rive Gauche)도 재개발 지역이다. 파리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던 이 지역은 현재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1991년부터 시작돼 2010년 끝날 예정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곳은 원래는 전체가 공업지대였다. 하루 종일 회색연기가 자욱했고, 어지럽게 얽힌 철로는 파리시의 우아한 삶과는 격리된 지역이었다. 철도 부지를 복개해 마련한 26만4,464㎡(약 8만평)를 포함한 165만㎡(약 50만평)이 재생되고 있다.
건물 네 귀퉁이가 마치 책을 펴놓은 형상을 하고 있는 국립도서관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파리고등건축대학, 파리 7대학(디드로대학)이 이전해 왔다. 앞으로 장누벨 등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비롯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건물 20여 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축가들의 경연장’이되는셈이다.
 
3 스페인
도시마다 보석처럼 빛나는‘예술’즐비
그림∙조각∙오페라∙플라멩코∙투우… 스페인은 1년 내내‘축제 중’
 
이베리아 반도의 약 80%를 차지하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 혼을 깨우는 춤’으로 불리는 <플라멩코>(Flamenco)와 국기(國技)인 <투우>(Toros)로 유명한 스페인은 북쪽으로는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접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끼고 아프리카와 마주보고 있다. 스페인은 프랑스, 미국과 함께 3대 관광대국이다. 관광수지 흑자로는 세계 1위다. 지난해 8,000만명이 관광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다.
 
#마드리드
스페인 중심부에는 메세타라고 불리는 표고 약 800m의 대지가 펼쳐져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도시가 바로 1561년 수도로 정해진 마드리드다.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넓게 펼쳐진 마드리드의 도시 기능은 <아토차역>과 <차마르틴역>을 포함하는 남북으로 약 8㎞, 동서로 약 5㎞ 범위에 집중돼 있다. 관광지는 그 중간에 있는‘센트로’라는 구시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 한정돼 있어서 관광하기에 좋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라면 역시 스페인 회화의 전당인 <프라도 미술관>을 비롯한 3대 미술관에서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들도 곳곳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정부는 도심지에‘차도’를 없애고‘인도’를 만들고 있다. 보행자 천국이다. 2010년 내에 거주자가 아니면 도심으로 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M30’(중심지역에서 30㎞를 의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레티로 공원>과 <왕립식물원>은 시민들의 쉼터다. <마요르 광장>과 <푸에르타 델 솔>에서는 활기와 역동성이 느껴진다. 날이 저물면‘타페오’(바르(bar)를 밤새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술과 타파스(안주요리)를 먹는 것)를 즐기는것도낭만적이다.
 
“여기가 식물원이야? 기차역이야?”

‘마드리드의 현관’으로 불리는 <아토차역>(Puerta de Atocha)은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케 한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기차역 안에 이렇게 크고 근사한, 열대식물이 무성한 식물원이 떡하니 들어서 있을 줄이야!
120년 된 건물인 아토차역의 대합실은 원래 199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기차역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이후 친환경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합실을 식물원처럼 꾸몄다. 지하철과 국철 모두 환승 가능하다. 스페인에서 자체 제작한 고속열차‘AVE’(아베)의 모습이 날렵하기만 하다. 2003년 3월 발생한 알카에다 폭탄테러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당시 사고로 20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폐쇄된 병원 건물, 미술관으로 거듭나다

<레이나 소피아 국립현대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은 20세기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미술관이다.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 비길만하다.
2층에 피카소의‘게르니카’(Guernica)가 전시돼 있다. 게르니카는 전쟁에 대한 분노와 생명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작품. 수많은 관광객들이 게르니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곳은 원래 병원으로 건축되다가 폐쇄된 곳이었다.
1992년에 미술관으로 정식 개관됐으며, 후안 카를로스 현 국왕의 왕비 이름을 땄다. 건물의 전통적 이미지는 건물 양쪽에 투명 엘리베이터가 들어서면서 모던하게 바뀌었다. 이후 신관이 구관과 맞물려 건축됐다. 서울의 <Leeum>미술관을 설계한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의 작품이다.
신관 앞에는 미국의 화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작품인 <불새>가 눈길을 끈다. 알루미늄에 색깔을 입힌 것이다. 신관에 딸린 커피숍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1층은 커피숍, 2층은 음악공연장이다. 서울동대문운동장을 디자인 파크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이라크 출신 자하 하디드(Zaha Hadid) 건축가의 작품이다.
 
‘행위예술’, 사람의 마음을 빼앗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은 1619년 펠리페 3세 때 완성된 4층 건물들에 둘러싸인 풍치 있는 4각형의 광장이다. 과거에 세 번이나 화재를 입고 그 때마다 개장을 거듭해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은 1953년의 일이다. 중앙에는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 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발코니에서 화려한 왕가의식, 투우, 각종 축제와 종교재판 화형도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레스토랑과 카페, 테라스가 있어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휴식장소로 돼 있다.
이 곳은 다양한 거리행위 예술가들로도 유명하다. 광장에서 활동하는 거리행위 예술가들은 작품성과 관객호응도, 지역과의 연계성 등 종합적인 심사를 통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다.
 
기업의 아트 마케팅, 길거리를 물들이다

길거리에 높이 3~4m의 조각품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까이샤 포럼>(Caixa Forum)이다. 기업이 후원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길거리에 설치한‘문화의 거리’다. <아토차역>과 <프라도미술관> 사이 1㎞ 길이의 거리에 조성돼 있다. 조각품들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축제와 문화의 거리가 됐다.
스페인의 대표적 은행인 라 까이샤(La Caixa) 은행이 ‘사회문화공익사업’(Obra Social)의 일환으로 작가들을 후원해 작품을 제작하도록 만든 것이다. 라 까이샤 은행은 IOC 전 위원장이었던 후안 사마란치가 명예회장으로있는 은행이다.

스페인 회화의 전당 <프라도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은 교통량이 많은 프라도 거리에 면해 있으면서도 차분한 멋이 흐른다. 1785년 후안 데 비야누에바가 건축한 이 건물은 원래 자연과학박물관으로 계획된 것이었는데, 그후 1819년에 스페인 왕가의 미술 수집품이 중심이 되어 왕립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건물은 신고전 양식으로 간결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회화만 8,000점이 넘는다. 엘 그레코의‘목동들의 예배’와 디에고 벨라스 케스의‘라스 메니나스’, 무리요의‘원죄 없는 마리아의 발현’, 고야의‘옷을 입은 마하’, 보스의‘쾌락의 정원’,루벤스의‘삼미신’(三美神) 등을 볼 수 있다. 스페인 제국시기의 유물들도 소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예부터 자유롭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 바르셀로나는 다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도시 곳곳에 예술의 향기가 넘친다. 관광객들은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과 도시계획에 따라 정비된 신시가 등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데 감탄하게 된다.

“너 참 라발스럽다!”

바르셀로나 라발(Raval)지역이 바르셀로나에서 유행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좁은 골목과 다닥다닥 붙은 작은 아파트에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지저분한 곳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트렌디한 곳이 됐기 때문이다. ‘라바르자르’(Ravalejar). 바르셀로나 시정부의‘예술적 수혈’을 통해 낡은 지역이 젊은 아티스트가 모이는 유행의 첨단 거리로 바뀌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창조성 넘치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이후 2,000억원 이상이 라발지역 재개발에 투입됐다.
1994년 모습을 드러낸 <현대문화센터>(CCCB)와 95년 개관한 <현대미술관>(MACBA)은 라발지구에 예술적 감수성을 불어넣는다. 유리 외관의 CCCB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건물. 전시 공간인 4층까지는 직각으로 세워져있지만, 4층부터 5층까지 외관은 30도 정도 꺾여 있다.
꺾인 유리 벽면엔 수십㎞ 떨어진 바르셀로나 해변 전경이 반사돼 보인다.
 
고래 모양 조형물, 낭만을 창조하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 중 하나인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 해변에서는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고래 모양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작품이다. 금방이라도 지느러미가 솟아 헤엄칠 것만 같다. 이곳은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히지만 1992년 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인공해변이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포럼(Forum)지역에서도‘해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장지대와 빈민촌이었던 이곳은 2004년‘문화 올림픽’축제를 치르면서 바르셀로나‘상업 1번지’가 됐다.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드 뮈론이 지은 삼각형 모양의 <에디피시 포럼>(EdificiForum)은 바다를 매립한 인공지반 위에 건설된 대형 전시장이다.

<22@>:‘낡은 공장→문화적 창의 공간’개조 프로젝트

바르셀로나 거리를 지나다 보면 건물 외벽과 비슷하게 생긴 고풍스러운 그림이 새겨진 공사장 가림막을 자주만나게 된다. 가림막 밑에는‘바르셀로나 아름답게 해요’(Barcelona, posa't guapa)란 문장이 붙어 있다.
19세기 낡은 건물의 외관을 깨끗이 닦고 외벽의 재건축을 도와주는 캠페인이다. 시는 건물 외관 복구비용의 50%까지 지원해 자발적인 건물 청소를 유도했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북돋아주려는‘B design’계획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22세기를 지향하는 문화산업 선도를 위해‘22@’(22아로바)라는 계획아래 10개의 낡은 공장을 문화적인 창의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글|김중근 기자∙사진|김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