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인도는 건재한 것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전망하던 인도 IT업계가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함께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흔들리고 있는 인도의 IT 산업, 인도는 과연 그 중심을 찾을 수 있을까?
거침없이 질주해온 인도 IT 산업
인도 IT 기업은 최근까지 질주를 계속해왔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수출(IT서비스 포함)은 2007년 403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8.3% 성장했고, 특히 업무 아웃소싱(BPO) 분야는 2003년 31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84억 달러로 늘어나 지난 4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여줬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인도의 3대 IT업체인 위프로(Wipro), 인포시스 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y), 타타 컨설팅 서비시스(TCS)는 시장 확대를 위해 인도에 진출해 있는 국제적인 업체가 설립한 IT 자회사를 인수하고,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특히 유럽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TCS는 지난 10월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 시티은행이 인도에 설립해 운영하던 업무 아웃소싱 전문 자회사 시티그룹 글로벌 서비시즈를 5억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업계 4위인 사티암 컴퓨터 서비시즈(Satyam Computer Services)는 미국 모토롤라가 말레이시아에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을 넘어 유럽의 문을 두드리다
업계 1, 2위인 위프로와 인포시스는 유럽 시장에 M&A 방식으로 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의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영국(500억~600억 달러), 독일(400억~450억 달러), 프랑스(350억~400억 달러) 순. 지난 8월 독일의 자동차 회사 BMW가 IT 자회사인 시르키트(Cirquet GmbH)를 내놓았을 때 인도 IT 기업 몇 곳이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최종 일본의 통신기업 NTT로 넘어감). IT 산업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위험 분산 차원에서 유럽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M&A를 하면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꺼번에 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도 더해진다. 예컨대 볼보자동차(Volvo Cars)의 IT 업무 자회사인 ‘볼보 IT’는 5,000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1967년 본사에서 분리됐다. 루프트한자(Lufthansa) 항공의 IT 자회사인 루프트한자 시스템즈는 3,000명의 직원과 연 매출 8억 6,000만 달러를 올리고 있으며, 모기업의 항공업무 말고도 은행과 금융 분야에 200개의 기업 고객을 갖고 있다. 볼보 IT나 루프트한자 시스템즈를 인수합병하면 넝쿨이 송두리 채 넘어온다는 계산이다.
질적 성장으로 위기를 넘어라
지난 11월 7일 인도 IT 산업 중심지인 방갈로르에서 올해 11회째를 맞는 연례 IT 행사 ‘방갈로르IT.biz’가 열렸다. 하지만 3일간의 행사에 전년보다 적은 사람이 몰렸다. 전 세계적인 동시 경기 침체 때문이었다. 방갈로르가 속해 있는 카르나타카 주의 B.S. 옛디우랍파(Yeddyurappa) 주총리는 IT 산업이 작년에는 29%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그보다 떨어진 24%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고, 주 행정장관 역시 기업의 40%가 IT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IT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가 당선되면서 긴장감은 더해지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시키는 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을 미국 정부는 중단해야 하며,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유세 기간 동안에 강조한 바 있다. 인도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IT 및 소프트웨어 업계는 미국발 사이클론이 불어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러온 세계 동시 경기 침체는 인도 IT 기업의 향후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인포시스는 지난 10월 2009년 목표 수치를 6%p 낮추며 인도의 테크놀로지 분야는 계속 성장할 것이나, 지난 4, 5년간과 같은 성장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신규 직원 채용 삭감은 물론이고, 기존 직원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도의 IT 산업은 중국과 필리핀, 그리고 동부 유럽의 나라 등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시장 개척과, 기술력의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 단순 노동집약적인 부가가치 창조에서 지식집약적인 부가가치 창조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카르나타카 주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서부의 구자라트 주도 IT 산업 육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Modi) 구자라트 주총리는 경쟁주의 주도인 방갈로르까지 와서 연례 IT 행사에 참석했다. 그리고는 한마디 내뱉었다. “인도 IT 산업은 지금 십자로에 서있다. 부가가치 창조가 낮은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하지 말고,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 인도의 IT 관련 기업이 창조적인 변신을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글 : 조선일보 국제전문기자 최준석, 전 뉴델리 특파원
- Beyond Promise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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