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장 새로운 기업문화의 태동
2장 호황의 시작과 변화하는 기업
3장 스톡옵션 광풍
4장 숫자게임
5장 무기력해진 규제기관
6장 신경제의 두 얼굴
7장 엔론
8장 거품의 붕괴
9장 대추락의 해
10장 에필로그
# 책 소개
1990년대 미국의 신경제거품과 그 몰락의 본질을 전반적으로 조망한 미국 기업문화의 이면 보고서. 이 책은 인터넷기업 혹은 닷컴 기업에 대한 열광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1990년대 미국 증권시장의 성장과 몰락을 역사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기업가나 증권 애널리스트 등 개인의 탐욕을 닷컴 거품의 원흉으로 비판한 이들이 많았지만, 저자는 닷컴 열풍을 개인의 탐욕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사회 전체가 호응하고 참여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문화적 측면에서 거품의 형성과 붕괴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천재들의 실패』의 저자 로저 로웬스타인의 남다른 화술로 한 시대의 증시 역사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 2
본서는 닷컴 기업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영한 1990년대 미국 증시의 성장과 몰락을 한편의 영화처럼 서술했다.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의회와 행정부, 대박을 터뜨리는 인터넷 기업의 경영자들, IT 주식 열풍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과 주식 중개인들, 버블 형성의 주연이면서 최대 피해자였던 투자자 등이 주요 등장 인물이다. 당시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개별 경제 주체들의 행동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었는지, 집단적 행동의 결과로서 어떻게 버블이 형성되고 꺼졌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신경제의 도래와 스톡옵션의 함정
칼 아이칸, 헨리 크래비스 등 기업 사냥꾼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기업을 인수하면서 주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1990년 경기 침체로 다수의 매수 기업이 파산신청을 하면서 LBO(차입 매수)가 쇠퇴했고, 전문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인센티브로서 스톡옵션 부여가 증가했다.
CEO들은 기업 성과가 악화되고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경제적 운명을 주주와 함께 한다는 명분 하에 반복적으로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이다. 간헐적인 성공에 대해 큰 보상을 받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되면서 CEO들은 주주의 돈으로 점점 더 위험한 도박을 벌이게 되었다.
동시에 경영자들에 대한 보상 수준도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사회는 임원이 물러나는 경우에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했고, 최고급 펜트하우스, 전용 자가용 비용기, 고급 식당과 스포츠 경기장 좌석 등 다양한 특권을 허용했다.
금융시장의 변화와 규제 완화
1987년의 미국 증시 폭락과 이후 5년 간의 빠른 증시 회복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나서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연금지급액이 증권시장에 연동되는 401(k)에 4천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컴퓨터 기술 발전으로 개인 트레이더, 개인 고객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행정부의 시장지상주의 사조, 신자유주의 노선 등도 영향을 미쳤다. 로버트 루빈, 앨런 그린스펀 등은 자유시장론의 전도사였다. 정부의 은행업 규제 및 이자율 자유화 속에서 금융시장은 이러한 민주화를 이끌어가는 수단이었다.
기업의 CEO는 주주, 시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면한 현재의 일, 주가 변동에 노심초사했고, ‘주가 경영’의 초점은 분기별 주당순이익에 모아졌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CEO들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보다 단기적인 이익확대에 몰두했다. 기업의 이익보고가 ‘숫자게임’으로 변질된 것이다. 기업활동이 복잡해짐에 따라 회계처리의 재량권도 커졌는데 여러 가지 규정을 조합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유행했다.
SEC(증권거래위윈회)는 기업의 비리를 파악할 수 없었고, 안다고 해도 몇 분기가 지난 다음이었다. 그 사이에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실적보고서 재작성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CEO는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고, 기업의 정보 공개는 점점 투명성을 잃어갔다.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유행하면서 기업의 재무자료는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날조되기까지 했다. 기업은 협조적인 회계법인으로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회계법인에게 감사보고서에 도장을 찍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투자자들 역시 관리된 또는 조작된 숫자에 대해 의심을 하면서도 자신의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해 주가를 띄우는데 동참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거품의 붕괴와 대추락
2000년 3월 인터넷 주식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엔론의 경우는 부실한 정보 공시, 공격적인 회계 처리, 증권분석가들의 방임, 신경제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현란한 홍보 등으로 회사가 안고 있는 온갖 부조리를 감춘 대표적인 사례다. 엔론이 장부를 허위로 기장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순간부터 대중들은 경악했다. 투자자들은 다시 증시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인출하여 채권으로 갈아탔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9.11 테러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신중의 시대’가 시작되었된 것이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유일한 시스템이라던 믿음은 정부의 역할 강화에 대한 지지로 바뀌었다. 2001년 겨울 11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가 후퇴했다. 명맥한 시장실패였고, 경기순환을 한물간 이론으로 치부하던 신경제의 주장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증시는 자유낙하하여 약 7조 달러의 국민저축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저자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의 제정과 같은 이후의 개혁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중대한 과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자에게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스톡옵션이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여전히 이사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CEO의 이사회의장 겸직 금지도 주장한다. 무엇보다 업계의 행동을 규율하는 도덕적 결정인자는 법규가 아니라 업계의 문화라는 점에서 금융문화의 개혁을 강조한다. 이 책은 「자본시장 통합법」 등 금융시장 육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