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25. 14:56
목차
들어가며 세상을 움직이는 2초의 힘
신속하고 간결하게
몸속의 컴퓨터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1장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얇게 조각내기
결혼생활과 모스부호(패턴을 포착하라)
경멸은 이별의 신호
침실의 비밀
고소당할 의사 알아내는 법
일견의 힘
2장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사전 주입된 행동
조목조목 설명할 수 없는 것들
3장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는가
얇게 조각내기의 어두운 면
무의식적 연상 테스트
고객을 소중히 대하라
애송이 점찍기
킹 박사를 생각하라
4장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페르시아 만의 어느 아침
즉흥극을 이끄는 규칙
반추의 위험성(섬광같은 통찰력이 필요할 때)
진짜 환자 알아내기
적은 것이 더 나을 때
밀레니엄 챌린지, 제2부
5장 케나의 딜레마: 원하는 것을 묻는 올바른 방법
시장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펩시의 도전
장님을 인도하는 장님
‘죽음의 의자’
전문지식과 훈련된 기준
“레코드 회사들은 당신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어요”
6장 브롱크스의 7초 : 여백을 두고 마음을 읽어라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
마음 읽기론
얼굴에 답이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
마음의 눈을 멀게 하는 것
여백의 부족
“마음 속 무언가가 아직 쏘지 말라고 말했다”
휠러가의 비극
7장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
클래식 음악의 혁명
순수한 2초를 포착하라
부록_ 저자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 출판사 서평
기획의도?분석하지 말고 통찰하라! (Don't think - Blink!)
《티핑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우리의 무의식에서 내리는 순간적 판단에 대한 책. 처음 2초 동안의 판단이 때로는 몇 개월의 분석 자료보다 정확하고 강력하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사건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읽는 이를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출간 즉시 아마존,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화제작!
2000년, 세계는 한권의 책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제품이 한순간에 갑자기 ‘뜨게’ 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힌 책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제목이자, 갑자기 뜨는 지점을 일컫는 말인 티핑포인트는 이제 마케터들이 몰라서는 안 되는 상식이 되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읽는 유명한 책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05년, 또 한권의 책이 세계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는다. 순간적으로 내린 결정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 못지않게 훌륭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이야기였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첫 2초의 힘》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일을 맞닥뜨리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된다. 그 순간은 2초 정도로, 아주 짧지만 강력하다. 말콤 글래드웰은《블링크-첫 2초의 힘》에서 이 2초 동안 무의식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적 판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생각 체계를 조직화하여 의사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말콤 글래드웰이 천부적인 이야기꾼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례들을 적절히, 그리고 재치 있게 엮어낸다. 마흔한 발의 총을 맞고 사망한 아마도 디알로 사건, 코카콜라의 뉴코크, 대규모 군사게임 밀레니엄 챌린지 등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읽는 이를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말콤 글래드웰과 함께 그동안 감춰져 있던 무의식의 영역으로의 흥미진진한 탐험을 떠나보자.
* 블링크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다. 깜박거림, 반짝임.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뜻한다.
이제는 감각과 통찰의 시대, 첫 2초가 모든 것을 가른다!
첨단 분석의 시대, 하지만 모든 상황에 분석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1초가 생사와 성패를 가르는 초고속 시대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결정력을 요구한다. 말단 직원으로부터 한 단계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면서 좀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달리 이야기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투입하면 할수록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고정관념을 깨준다.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판단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언제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하며, 첫인상과 순간 판단이 관리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출 줄 안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Thin Slicing)'라 불리는 과정이 그것이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일부분만을 파악하여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다. 설명은 간단치 않지만,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 없이 쳐내 버리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 일별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물과 상황에 대한 통찰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 판단의 힘에 대해 이해하고, 오류를 경계하며, 이 무한한 본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강화하여 활용한다면 우리의 생활은 엄청난 질적 상승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말콤 글래드웰이 이야기하는 순간적 판단, 즉 ‘통찰’의 힘이다.
‘순간적 판단’은 24시간 일어난다
‘통찰’까지는 아니어도 순간적인 판단은 사실 모든 이들이 늘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나, 쇼핑을 할 때, 낯선 곳에 갔을 때, 심지어는 눈앞에서 트럭이 덮쳐오는 위험한 순간까지도 우리는 늘 무의식적으로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것,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 모두 무의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순식간에 처리하여 내린 결론이다. 이 판단의 순간은 이 사람을 알기 위해 소비하는 몇 개월의 시간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크게 성공할 거라는 확신,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한 뒤에만 나오는 것인가? 아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무의식에 자리잡은 거대한 컴퓨터가 이 사업의 전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분석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 영역이라고 하는데,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이 적응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묘사한 무의식, 즉 너무 큰 혼돈에 휩싸여 있어 의식적으로 사고하기 힘든, 욕망과 기억과 환상으로 가득한 음침한 영역과는 다르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 인간이 오랫동안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극소량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의사 결정 장치를 발달시킨 덕분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올바른 방법
2005년 4월, 한 뉴스가 세상 사람들을 술렁이게 했다. 바로 잘생긴 사람이 봉급과 승진기회 등 직장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가설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한 애널리스트가 `리저널 이코노미스트' 4월호에 외모와 임금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실었다.
결론은 어쨌거나 `키크고 날씬하면서 잘생긴 얼굴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 보고서에 인용한 한 조사에 따르면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사람에 비해 임금이 9% 적었고 반대로 출중한 외모를 가진 이는 평범한 사람보다 5% 많은 봉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비만으로 분류된 여성은 평균 체중의 여성보다 17%나 임금이 적었다.
신장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16세 소년 때 키가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의 수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키가 1인치 클수록 보수도 2.6%씩 늘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신장의 우위가 가져다준 자신감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경영인들의 키가 일반인보다 3인치가 더 크다는 언론인 말콤 글래드웰의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분석결과 미국인 남성의 평균 신장이 5피트 9인치(175.3㎝)인 반면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1은 6피트 2인치(188㎝)였다.”
이 책은 미국의 29대 대통령이었던 워렌 하딩의 예를 들어 순간적 판단의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드러내는 본능적 반응은 우리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흥미와 정서, 감정과 경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워렌 하딩은 ‘대통령처럼’ 생긴 남자였다. 그를 처음 본 로비스트 해리 도허티는 키도 크고 잘생긴 워렌 하딩의 멋진 인상에 압도당한다. 인상에 압도당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처럼 생긴’그는 곧 상원위원이 되었고, 대통령 후보에 올랐으며, 정말로 미국 대통령이 된다. 워렌 하딩은 2년 뒤 돌연사했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를 지지한 미국 국민들이 범한 치명적인 실수는, 워렌 하딩의 출중한 외모에 압도당한 나머지 본래 모습을 직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정보만을 얇게 조각내서 판단하는 순간 판단 능력은, 빠르지만 편견과 차별에 오염될 경우 치명적인 오류로 여러분을 이끌 수도 있다.
‘워렌 하딩의 오류’와 같이 특히 외모에 압도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잘생긴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사람이 임원이 되는 경우 등이다.
첫인상과 첫 느낌으로 하는 순간적인 판단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고, 또 핵심을 놓친 채 잘못 해석하기도 쉽다.
‘펩시 챌린지’가 그 좋은 예다. 한 모금만 맛볼 경우에는 단맛의 펩시가 우세한데, 한 병을 다 마실 경우에는 사정은 달라진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펩시 챌린지’에서 열세를 보였던 코카콜라는 얼른 펩시와 비슷한 맛의 ‘뉴코크’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재앙에 가까운 실패였다. 첫인상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코카콜라의 섣부른 결정은 회사의 미래를 망칠 뻔한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첫인상과 순간적인 판단이 미치는 영향을 코카콜라, 에어론체어 등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숙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다.
통찰력이 있어야 전문가다
이 책의 첫머리는 통찰 없이 전문지식만 사용하면 전문가도 실수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미술상이 쿠로스 상이라고 추정되는 오래된 석상을 가지고 폴게티박물관을 찾아온다. 박물관은 14개월에 걸쳐 조사를 한 뒤,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박물관을 방문한 한 미술사학자가 석상을 보자마자 바로 ‘이 석상은 가짜’라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그 석상은 모조품임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는 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감지했을 뿐이다. 그와 똑같이 ‘직관적인 반발’을 느꼈던 다른 미술사학자도 그 석상을 보는 순간 ‘새것’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전문지식을 가르쳐주지만 통찰력까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서 순간적으로 정보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때 나타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자료와 근거를 통해서 판단하라고 교육받지만, 실제로 판단을 내릴 때는 통찰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는 전문지식과 통찰을 겸비한 사람이다.
우리에게는‘감’이 있다
그렇다면 순간적인 판단, 나아가 통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일인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전문가가 아닌데도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모금만 마셔도 그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금방 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이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가끔 어떤 신곡을 듣고서 ‘어, 이 노래 뜨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거나, 갓 데뷔한 신인을 보고 ‘저 신인 아마 스타가 될 거야’ 같은 순간적인 감을 갖게 된다. 우리에게는 ‘감’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순간 판단이 정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눈썰미가 있다느니, 눈이 어둡다느니, 판단이 빠르다느니, 미련 곰탱이 같다느니, 혜안이 있다느니 하는 것들이 모두 그와 연관된 말이다. 왜 어떤 사람은 빠르고 정확한 데 반해서 어떤 사람은 느리고 부정확한 걸까? 과연 일반인도 훈련을 통해 정확하고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그렇다. 정확한 순간 판단 능력, 즉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기하곤 하는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만일 우리가 본능과 같은 무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에게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게 틀림없다.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가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이렇게 확신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전쟁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반 위 물건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심지어는 경찰들의 훈련 방식, 커플의 카운슬링 방식, 입사 면접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을 두루 모아 엮으면 마침내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우리 자신과 우리 행동을 이해하려면 눈 깜짝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이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 작업만큼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
당신 앞에 빨간 카드 두 벌, 파란 카드 두 벌 총 네 벌의 카드가 놓여 있다. 카드를 한 장씩 뒤집을 때마다 일정한 돈을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다. 빨간 색의 카드는 지뢰 밭이다. 파란 색의 카드는 정상적인 확률의 카드이다. 카드를 한 장 한 장 뒤집으면서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이를 합리적으로 분석해 빨간 색의 카드가 지뢰밭이라는 것을 알려면 적어도 30~40장의 카드는 뒤집어야 한다.
그러나, 도박사들은 10장의 카드를 채 뒤집기 전에 빨간 색의 카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닌 ‘손’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10번째 카드를 뒤집을 때쯤에는 손에서는 땀이 나고, 체온이 올라가고 있었다. 어느새 파란색의 카드를 향해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도박을 통해 키운 ‘감’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역시 도박사는 도박사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감’이 중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감’이 중요하다. 어떤 경쟁자도, 어떤 고객도 자기의 패를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드러난 카드를 읽고, 고객의 드러난 표정을 볼 수는 있지만 숨겨진 카드를 읽어낼 방법은 없다. 분석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지만 최종 결정에 관한 확실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럴 경우는 이렇고, 저럴 경우는 저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올 뿐이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도 없다. 이때부터 경영자의 고독이 시작된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타난 수치를 넘어서야 할 때가 있다. 외견상 모든 게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무언가 찜찜하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뒷목이 뻐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장 직원은 괜찮다고 하지만 직접 가봐야 할 것 같다. 경영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들이다. 오랜 경험과 학습으로 단련된 자신의 ‘감’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눈 앞에 나타난 현상을 믿을 것인가?
물론, ‘감’을 따라간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철석 같이 믿고 있던 ‘감’이 사실은 편견의 다른 이름일 뿐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불합리와 편견에 오염된 ‘감’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저 대통령 같은 이미지 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엔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워렌 하딩의 사례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 사람의 인상은 그야 말로 대통령감이었지만 능력은 그렇지 못했다. 연주단원을 뽑는 오디션에서 장막을 치기 시작하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지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도입된 장막은 여성과 흑인 단원의 비율을 급격히 늘어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소리를 듣기 전에 피부색과 성별에 관한 편견이 좋은 소리를 식별하는 ‘감’을 망쳐놓은 것이다.
그러면, 오염된 ‘감’을 믿지 말고 멈춰 서서 다시 데이터를 모으고, 시간을 더 끄는 게 좋은 선택일까? 세상은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편견을 넘어선 좋은 ‘감’을 가진 경쟁자는 이미 앞서가고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추가적인 정보 습득이 가져올 수 있는 효용도 크게 떨어진다.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계속해서 카드를 더 보겠다고 하면 판은 깨지고 나만 외톨이가 될 것이다.
훈련된 ‘감’이 필요
훈련된 ‘감’이 필요하다. 세상의 편견을 넘어선, 다양한 데이터와 삶의 경험을 통해 응축된, 그래서 한 조각 지식으로도 천리를 내다 볼 수 있는 ‘감’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감’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쓰레기처럼만 보이던 데이터 들이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데이터들이 살아서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데이터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필요 없는 데이터에 쏟는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소위 말해 ‘개념’이 서는 것이다. 심장이 오그라들고 땀이 나면서 긴장 되는 짧은 순간에도 제대로 받아들이고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걸린 돈이 크다고 평상심을 잃어 버리면 그는 프로가 아니다. 100억 짜리 비즈니스를 할 때는 살아 있던 감이, 1,000억 혹은 조 단위로 넘어가면 압박감에 인식의 창이 닫혀 버린다면 그 사람의 ‘감’은 100억 짜리로 끝나는 것이다. ‘감’의 그릇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조 단위 비즈니스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감’의 그릇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풍부한 사례와 간결한 문체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논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감’에 관한 이야기라 훨씬 흥미롭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여기 나오는 사례를 다 외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우리의 편견, 우리의 어리석음, 우리의 맹신에 대해서 꼬집어 주는 대목에서는 얼굴에 살짝 미소가 드리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문제가 있다면? ‘감’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을 키우는 방법에 관한 ‘감’을 주는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