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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9. 09:29

경제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이 내수 중심 경제로의 구조전환을 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춘제를 비롯한 휴일제도가 중국 경제에서 갖는 다양한 의미와 영향, 그리고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해 본다. 
 
중국에서 연중 최대 명절로 꼽히는 음력설 춘제(春節)가 다가오고 있다. 성장 둔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지만 벌써부터 상점들은 빨간색 ‘신춘대길(新春大吉)’ 이라는 글귀를 점포 곳곳에 붙여 분위기를 돋우면서 명절 판촉 준비에 분주하다. 기차역들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춘제 전야 거리는 요란한 폭죽 소리 사이로 화려한 불꽃이 하늘에 수를 놓는다. 가족들은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 앉아 연중 가장 뜻 깊은 저녁식사인 ‘니엔예판(年夜飯)’을 들면서 ‘춘제만회’를 시청한다. 지난 2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7억 명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아온 춘제만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우번산(趙本山), 송단단(宋丹丹) 등 국민 스타급 코미디언들이 총출연하는 단막극. 이 단막극의 소재나 주제의 변천만 일별해 보아도 중국의 개혁개방 30년간의 변화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80년대 말에는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한 어느 영웅 어머니를 소재로 한 ‘영웅 어머니의 하루’, 농촌의 심각한 남아선호 사상을 풍자한 ‘분만실 앞에서’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근년 들어서는 ‘농민공’을 주제로 한 ‘도시의 이방인’(2006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애인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사랑을 하려면 끝까지’(2007년), ‘미친 개인 주식투자자’(2008년)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상전벽해의 변화라고 하겠다.  
 
춘제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전국 어디에 흩어져 있어도 춘제 즈음이면 만사를 제치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이러한 의식이 강박관념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농촌에서 이주한 도시근로자들이 2억 명에 달해 해마다 이맘때면 ‘민족 대이동’이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귀향을 하지 못하는 경우 죄의식을 느낄 정도다. 이래서 춘제는 ‘재회와 만남의 명절’이기도 하다.  
 
춘제의 법정 휴가 기간은 7일이지만 앞뒤로 1주일을 보태 2주간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해 들어 첫 번째 맞이하는 ‘황금 연휴’인 셈이다. 민족 대이동과 관광 수요 등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교통 등 일부 서비스산업이 특수를 맞이해 대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올해는 춘제특수에 대한 기대가 특히 크다. 신정과 춘제가 같은 달에 있고, 원래 하루만 쉬는 신정도 3일 연휴로 조정된 결과 1월의 공휴일 수가 모두 14일로 개혁개방 이후 가장 많은 해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소비를 진작시켜 불황을 이겨내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휴일 증가의 한 가지 주요 목적은 내수 부양 
 
공휴일이 많아지는 것은 보통 생산을 억제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경제가 수요 초과 상태일 때는 과열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낳지만 상품 재고가 많을 때, 즉 공급 과잉의 경우 일종의 경제부양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휴가제도를 내수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한 것은 지난 1995년 주 5일제의 도입부터였다. 94년 당시 중국은 극심한 인플레에 시달리면서 실질가계소비 증가율이 5.8%로 떨어졌고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비의 구성비중은 종전의 60~70%의 절반 수준인 30%대로 급감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소비 확대를 목적으로 약 1년간 토요 격주 휴무제를 시범 실시한 후 주5일제를 전격 도입했다. 1999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유효수요가 감소하고 국유기업 개혁에 따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바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7번 연속 금리를 내렸는데도 별 효과가 없자 국무원은 ‘황금주(周) 제도’라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즉 춘제,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 등 3대 기념일에 각각 일주일씩 쉬도록 한 것이다. 법정 공휴일은 3일이지만 앞뒤로 이틀씩 주말을 붙여 7일간 쉬도록 하는 대신, 추가로 쉰 4일은 연휴 전후의 주말에 근무하도록 했다. 여행과 쇼핑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내수를 키우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최근에는 사회 응집력 강화 등을 명분으로 전통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마찰을 빚은 ‘단오제’ 파문으로 인해 생긴 ‘전통 문화를 남에게 빼앗겼다’는 피해의식도 한 가지 배경이다. 급기야 정부는 2008년부터 노동절 황금주를 폐지하는 대신 단오(端午)절 (음력 5월 5일)과 청명(淸明)절 (양력 4월 4일 혹은 5일), 중추(中秋)절 등 3대 전통 명절을 추가로 휴일로 지정해 중국의 연간 공휴일 수를 일부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인 115일로 늘렸다(<표 1>과 <표 2> 참조).  
 
여기에서도 경제정책적 고려를 찾아볼 수 있다. 2003~2007년의 경제과열은 주로 투자에 기인한 것이다.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밑돈데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따라서 과열 속에서도 소비비중 확대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공휴일 수를 지속적으로 늘린 것은 경제성장 방식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관련지울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급감으로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이래 내수는 사실상 유일한 경제회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도입한 ‘유급휴가제 (연간 5~15일)’는 근로자들이 불경기 속에 해고를 두려워하고 기업들이 비용상승을 꺼리면서 현재로선 사실상 유명무실하지만, 향후 중국인들의 여가 시간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춘제의 ‘휴일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중국에서 휴일에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즉 ‘휴일경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노동절 황금주가 폐지되기 전인 2007년 기준으로 3대 연휴 기간(21일)의 소비품 소매판매총액이 8,900억 위안에 달해 연간 판매총액의 9.98%를 차지했다. 21일만에 36.5일간의 소비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 중 춘제연휴는 2,200억 위안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표 3> 참조). 이는 춘제가 가진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춘제 연휴 기간에는 주로 귀성 및 친척방문, 손님 접대 등 활동이 이루어지고 소비활동은 대체로 춘제 이전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춘제 연휴는 시기적으로 추운 겨울이라서 봄, 가을에 있는 노동절, 국경절에 비해 관광 수요가 적다는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일례로 2007년 춘제 기간의 국내 관광객 수는 총 9,220만 명으로 노동절의 1억 7,900만 명과 국경절의 1억 4,600만 명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른 황금 연휴보다 금액은 다소 작지만 춘제 7일 연휴기간의 소비품 판매액은 2월 전체 판매액의 1/3을 넘고 연중 주간 평균보다 30% 안팎 높은 것으로 기록했다.  
 
올해 춘제는 1월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듯 
 
올해 춘제는 신정과 함께 1월에 있어 1월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에도 춘제가 1월에 있었는데 ’05년 춘제 기간에 비해 매출이 18.8% 증가했다. 올해에는 황금주가 2개로 줄어든 여파로 장거리 관광수요나 일부 대형 상품의 구매 수요가 춘제와 국경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신정 연휴기간에 단기 소비심리 회복 조짐이 나타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경제 불황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 신정 연휴 3일 동안 상하이의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3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해 2008년 춘제 연휴기간의 매출 증가율인 20.5%를 초과했다. 다만 이러한 소비 호황은 유통업체들이 불황을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펼친 판촉행사에 힘입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춘제의 축제 분위기와 가격 대폭 인하 등 자극이 사라진 이후 소비시장이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춘제기간 집중소비·과시소비 성향 뚜렷 
 
연중 가장 중요한 명절인 만큼 중국인들은 춘제를 보내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지출하는 ‘집중소비’ 성향이 강하다. ‘일년 내내 절약하며 살더라도 한 번 밖에 없는 명절은 제대로 보내야 한다 (寧省一年不省一節)’는 관념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청년보(靑年報) 사회조사센터가 2007년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57.5%가 춘제에 필요한 경비가 대략 1~2개월치 월급이라고 답했다. 2008년 발표된 베이징 중관(中觀) 경제조사회사의 조사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춘제에 지출하는 금액은 약 3,766위안(약 73만원 상당)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한국의 재테크 포탈인 모네타가 실시한 추석 가계 소비규모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의 가구당 평균 추석 지출금액인 58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지에누(節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명절만 되면 금전적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처럼 소비하고 선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하다 보니 자신의 경제 능력을 초과한 상품을 구입하는 등 과시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춘제 때 뭐가 잘 팔리나  
 
2008년 중국 민속문화 전문위원회 등 기관이 공동실시한 조사를 보면 10대 인기 선물은 대부분 건강식품과 주류에 집중되어 있다(<표 4>참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원형 케이크와 과일상자가 가장 보편적인 선물로 인기를 누렸지만, 웰빙 바람이 불면서 선택이 다양화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주류 소비 트렌드도 전통의 고도(알코올 함유비율이 높다는 뜻) 백주에서 저도 약주와 포도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과 상하이의 포도주 소비량은 매년 20~30%의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여름에 보양식을 찾는 것과 반대로 중국에서는 ‘겨울에 보신한다(冬令進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기손실이 심한 겨울에 보양식 섭취가 필요하다는 전통관념이 있는 것도 건강식품이 유난히 잘 팔리는 까닭이다. 한편 10대 새해맞이 상품의 상위는 중국인들이 ‘새해에 새 옷을 입어야 한다’는 관념에 맞게 주로 겨울 의류였지만 가전제품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체로 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춘제와 다른 명절 연휴는 소비패턴에서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노동절과 국경절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결혼 시즌이기 때문에 각종 혼수용품, 인테리어 제품 등이 잘 팔리는 특징이 있으며, 소비는 주로 연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여름을 앞둔 노동절에는 에어컨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 6월 초에 있는 대입시험 기간이 가깝기 때문에 대입 수험생들을 타깃으로 개인 PC, 전자사전 등 제품의 마케팅도 활발히 펼쳐진다. 반면에 춘제는 선물 소비가 가장 왕성한 편이다. 충동적·감성적 구매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며, 제품 포장과 브랜드 슬로건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춘제 기간에 ‘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후 로컬 주류 기업 ‘진리우푸(金六福)’의 판매량이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증가한 바 있다. 부모나 친지에게 주는 선물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건강식품과 내복 등은 매년 선물시장에서 요지부동의 선두자리를 고수해왔다. 이 밖에 열풍기 등 방한용품, 황금 장신품도 전통적인 인기품목들이다.  
 
춘제의 소비 고도화 추세 
 
최근 두드러지는 춘제시장의 트렌드로 소비 고도화 추세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의 대형 가전 유통업체 쑤닝(蘇寧)의 경우 2007년 춘제기간 LCD TV 판매 액수가 이 기간 이 회사의 전체 TV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 도시 소재 매점의 경우 트롬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 가전제품들의 판매도 평소의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국 재경(財經)신문이 2007년 발표한 ‘춘제의 가전 소비 추세 연구보고’에 따르면 도시 주민의 58.6%가 가전 제품 구매 예산을 5,000 위안 이상으로 잡았으며,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가전제품은 휴대폰 41%, LCD TV 35%, 세탁기 29%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의 상여금 지급 시기는 대부분 춘제 전이어서 춘제 기간에 소비자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게다가 연말연시는 대형 가전제품의 대체수요가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소비 고도화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품목인 LCD TV의 월별 중국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춘제연휴 시기를 비롯해 노동절이 있는 5월과 국경절이 있는 10월에 뚜렷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5월과 10월의 판매량이 다소 더 높은 것은 혼수 준비를 위한 수요가 많다는 점 이외에 봄, 가을은 전통 판매 성수기인데다 판매일 수가 1, 2월보다 다소 많다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춘제 특수를 잡기 위해 ‘300위안 구매할 때마다 300위안 짜리의 쿠폰을 제공한다’는 파격 세일로 소비욕을 자극하거나, 경품을 제공하거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통 문양으로 제품 디자인을 바꾸는 등 춘제 마케팅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한국의 전자업체들도 한류 열풍의 주역들을 모델로 한 제품 전시장을 전국 곳곳에 설치하고, 제품 구매 고객들에게 여행상품권을 나눠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민족 대이동의 최대수혜자, 교통운송업 
 
춘제 특수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산업들이 있다. 매년 춘제를 전후 약 40일 동안 치열하게 벌어지는 귀성전쟁은 교통운송업의 주머니를 부풀리고 있다. 올해의 춘제연휴 운송(春運)의 규모는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23억 2,000만 명(기차와 도로의 수송량은 각각 1억 8,800만 명과 20억 7,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내다보고 있다. 귀성은 주로 버스와 기차로 이뤄지는데, 여러 차례 갈아타기 때문에 이동 인원 수가 중국 인구보다 많게 나타난다. 특히 올해는 춘제가 1월에 있는 탓에 방학기간과 겹쳐 그 규모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춘제 운송기간에 표 값이 보통 15%안팎 인상되는 것까지 감안할 때 교통운송업의 ‘명절 보너스’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제3산업 연구 센터에 따르면 철도 및 도로 운송 업체들의 연간매출의 약 1/3는 춘제 기간에 발생한다. 여객운송업 매출이 1만 위안 발생할 때마다 GDP는 2만3,300 위안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춘제 운송의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여도가 작지 않다.
 
춘제 민족 대이동은 철도를 비롯한 각종 교통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차량마다 제한 승차 인원 수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는데다 암표상, 위조차표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매년 춘제 여객 운송 절정기에 베이징~광저우 철도 남부구간은 아예 화물 운송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주강 삼각주 지역의 물류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중국 정부는 인프라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은 6차례 철도 고속화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2020년까지 1만 6,000km에 달하는 시속 250km 이상의 철도노선을 완공하고 성(省)간 이동 시간을 50% 단축시켜 춘제연휴의 ‘승차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부족한 교통 인프라 확충과 경기부양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대책이다. 향후 교통 인프라가 점차 개선되면서 중국 내수시장이 현재의 1급 도시에서 2, 3급 도시로 빠른 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춘제문화로 자리잡은 외식과 관광  
 
관광과 외식업도 춘제연휴의 수혜업종들이다. 연휴기간만 되면 전국각지의 관광지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춘제 연휴기간 국내 관광객 수는 다른 명절 때보다 다소 적지만 한국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1억 명에 육박하다. 2008년에 폭설로 인해 감소했으나 대체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그림 2> 참조). 중국청년보가 지난해 1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춘제 연휴를 이용해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는 21.5%로 2007년의 14.5%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와 도시화 추세에 따라 전통적으로 집에서 먹었던 니엔예판(年夜飯)의 외식화 바람이 몇년 전부터 불기 시작했다. 한 끼의 비용이 보통 중국 도시 직장의 대졸 신입직원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1500위안에 이르지만, 춘제이면 식당 예약 자체가 힘들 정도로 외식파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올해 1월 첫 주까지 상하이의 3만 7,000개 식당 중 70~80%가 니엔예판 예약이 끝난 상태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신종 비즈니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장기간 집을 비우는 사람들을 위해 애완동물과 화분을 며칠간 봐주는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 심지어 귀성 기차표를 구매할 때 대신 줄을 서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춘제에 어른 한 명으로부터 보통 200~300위안 정도 받는 세뱃돈을 겨냥한 세뱃돈 예금 서비스는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춘제 연휴의 명과 암  
 
춘제의 ‘휴일경제’는 연초부터 단기 매출 증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제공 등으로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비심리를 개선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서비스산업 발전과 소비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춘제 기간에 나타날 일시적인 ‘소비붐’이 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춘제는 마치 강심제처럼 환자의 일시적인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고 소득 향상 등 보다 본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다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춘제 기간의 ‘과소비’ 후유증으로 ‘소비 냉각기’가 뒤따를 수도 있다. 또한 춘제특수가 연간 소비증가율 및 GDP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연휴기간 귀성 및 관광으로 인한 교통 체증, 관광지의 과도한 개발, 연휴기간의 물가상승, 사회관리비용 증가 등의 문제들도 수년간 지적되어 왔다.  
 
특히 긴 연휴로 인한 산업 생산 및 수출 감소로 일부 기업들에게 연휴는 반갑지 않은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춘제가 있는 달인 2008년 2월과 2007년 2월의 수출액은 각각 전달보다 20.3%와 5.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민족 대이동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지기 일쑤여서 미리 생산을 늘리거나 수출 일정을 조정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춘제로 인한 인력이탈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도 늘고 있다. 회사와 1년을 주기로 계약을 맺는 농촌 출신 근로자들은 보통 춘제 전후에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직장을 옮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이 춘제 이후 다시 원래 직장에 복귀하려는 비중은 7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춘제 이후 인력 유실 비율은 10~4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귀향 농민은 중국 경제의 단기 불안 요인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출과 제조업 경기 하락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바람에 춘제를 한 두 달 앞두고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진 채 기차역을 찾는 농민공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까지 1억 3,000만 명의 이주 농민노동자 중 조기 귀향농민의 수가 1,0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춘제 이후에도 계속 실업자로 남을 경우 사회와 체제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더욱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농업세 폐지, 농기구 구매 보조금 확대 등 농촌 지원 정책에 뒤이어 농민들이 컬러 TV, 휴대폰 등 전자제품을 구입할 경우 구매액의 13%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가전하향(家電下鄕)’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왔다. 최근에는 귀향 농민공 창업 및 재취업 지원과 농업 보조금 확대를 위해 거액의 재정투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춘제 이후 도시로 돌아가려는 농민공들의 의지가 약화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후베이(湖北)성 농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약 30%의 귀향 농민들은 현지에서 취업하거나 창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방정부는 귀향 농민들을 상대로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거나 취업박람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로 농가 소득이 상승하고 농가 의무교육 확대 등 지원 정책으로 농촌생활의 메리트가 커지고 있다. 반면 도시 기업들의 근로여건 개선은 미진해 농촌 인력들이 도시에서 직장을 잡아야 하는 인센티브가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귀향 농민 중 상당 수가 복귀하지 않는다면 연해 지역 노동집약 산업이 겪고 있는 ‘民工荒’ 현상이 춘제 이후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한 사태가 확산될 경우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회의 균형잡기라는 구조전환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현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내수 중심 경제 전환의 성공 여부는 잠재력이 큰 7억 명에 달하는 농촌시장의 수요 확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춘제의 휴일경제가 일시적으로 소비심리를 개선한다면 농촌의 소득 증대와 안정적 발전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회 안정과 내수 부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24,5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