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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12. 20:30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컨텐츠 소비의 증가, 인구 고령화 및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의식 수준 제고에 따라 스마트 홈의 진화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집 안의 조명, 냉/난방, 가스밸브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홈 오토메이션 기능을 갖춘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아파트 공동현관에는 비디오 폰이 설치되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거나, 부재 중에는 방문자 녹화가 가능하다.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집을 나서거나, 귀가에 맞춰 스스로 대기하고 있으며, 스마트 키와 비디오 인식기술을 활용한 주차관제시스템은 차량 출입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주민들의 안전한 주차를 가능케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스마트 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홈이란  
 
스마트 홈이란 TV, 냉장고, 세탁기 등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집을 의미한다. 이제는 집 안에서 각종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95%에 이르고, TV 옆에는 VOD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셋탑박스가 일상화되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은 블루투스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홈 오토메이션이 가능한 집에서는 웹을 통해 방 안의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다. 과거 프린트와 컴퓨터가 연결되고, 두 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인터넷 선을 공유하던 시대를 지나 개별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 홈에서는 개별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능형 서비스란 집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별 기기를 하나의 서비스로 엮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스마트 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홈 시큐리티, 홈 오토메이션, 주차관제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이들 서비스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도 한 번쯤 고려되는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스마트 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처럼 스마트 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기간 연결, 웹과의 연결을 보장하는 통신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PLC, Wifi, Zigbee, Z-wave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와 기술의 가격이 하락하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집 안에서 통신이 가능한 기기가 늘고 있다. 또한 개별 기기들이 다양한 통신방식을 채용하면서 기기간 연결이 유연해지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이더넷, 근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한 Wifi와 블루투스가 모두 가능하며, 스마트폰에서는 무선통신망인 3G와 Wifi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기를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생활가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체되고, 통신까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 홈의 구현이 용이해지고 있다. 일례로 카메라 기능이 있는 도어락이 집 열쇠를 대체하면서 부재중 방문자 확인이 가능해졌고, 온도 조절기가 디지털화를 거쳐 홈 오토메이션과 연동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통적인 생활가전인 TV, 세탁기, 냉장고에서도 통신이 가능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조만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가치관, 소득수준, 라이프 스타일, 인구구조 등이 달라지면서 스마트 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변하고 있다. 특히 타인과의 연결을 지향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스마트 홈에서는 컨텐츠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마트 홈이 사람들의 물리적, 심리적 건강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친환경 트렌드가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꿔놓기 시작하면서 스마트 홈에서도 에너지 절감이 강조될 전망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의 니즈가 뚜렷해지고 있는 정보, 건강, 친환경 등 세가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미래 스마트 홈의 진화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정보의 연결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1 간만에 쉬게 된 김대리는 그 동안 못 봤던 영화를 볼 생각이다. 스마트폰으로 TV 리모콘 기능을 실행하니 표준형인지 맞춤형인지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김대리가 맞춤형을 선택하자 미리 등록했던 채널과 최신뉴스, 이메일, 미니게임, 유튜브, 친구들의 Facebook 등 다양한 위젯이 TV와 스마트폰에 동시에 나타난다. 영화 채널을 살펴보니 지난 주에 개봉한 영화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지만 오늘은 집에서 편하게 보고 싶은 생각에 김대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고,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부모님이 아파트 현관을 지나고 있다는 알림 메시지가 뜬다. 거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켜고 영화 이어보기를 선택하니 TV로 보던 영화가 노트북 화면에 옮겨온다. 스마트폰에서 홈 오토메이션 기능을 켜고 홈 시어터 모드를 해제하니 거실에 조명이 켜지고,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걷힌다. 주방에서는 드럼 세탁기가 무음모드에서 표준모드로 전환되면서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기존의 홈 네트워크가 기기간 연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컨텐츠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다. 연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집에서 컴퓨터, TV, 휴대폰이 동일한 컨텐츠를 공유하는 쓰리스크린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디지털 매체로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 역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어떤 통신망을 사용하는지, 어떤 단말기를 사용하는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컨텐츠를 소비하게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기간 컨텐츠 호환도 쉬워지고 있다. 소니, 노키아, 인텔,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컨텐츠 상호호환에 관한 국제 인증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인증을 받은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DLNA란 브랜드간, 기기간 원활한 호환을 위해 2003년 6월 발족했던 DHWG(Digital Home Working Group)가 명칭을 바꾼 것으로 현재 245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ABI Research에 따르면 2008년 기준 DLNA 인증 제품이 2억 개 이상 이 판매되었으며 2012년에는 3억 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DLNA 인증기기간 컨텐츠 공유가 쉬워지도록 파일을 변환시켜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스마트 홈에서 컨텐츠의 연결이 필수가 된 것이다.  
 
통합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편의성 제고  
 
스마트 홈에서 컨텐츠의 연결은 통합 플랫폼의 등장, 제품 디자인의 변화, 컨텐츠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로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스마트 홈에서 사람들이 보다 쉽고 다양하게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합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도서, 영화, 음악 등 풍부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컴퓨터, 휴대폰, MP3와 같은 다양한 단말기기의 컨텐츠 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통합 플랫폼은 단순한 컨텐츠 호환을 넘어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고, 구매한 컨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컨텐츠 소비 방식을 단순화시켜줄 수 있다. 즉,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소비자를 중독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컨텐츠 공유를 가능케 하는 통합 플랫폼이 기존 가전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가전회사의 사업모델은 제품을 팔고 나면 다음 교체 시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합 플랫폼이 도입될 경우 컨텐츠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거나, 제품 수명 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고객접점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플랫폼에 연결된 또 다른 기기의 추가 판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 속에서 애플 컴퓨터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사례가 가전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컨텐츠 중심의 제품 디자인 
 
기존 제품이 컨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재해석되기 시작하면서 제품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디지털 카메라가 컨텐츠 생산 도구로 인식되면서 직접 웹에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GPS도 탑재되고 있다. 사진에 촬영위치의 GPS 정보를 덧붙이는 지오태깅(Geotagging)을 통해 사람들이 손쉽게 웹 상의 지도에 사진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MP3, 게임기, 네비게이션, PMP 등으로 변신한다. 조만간 애플의 아이폰은 조명, 냉난방, 감시카메라, 가전의 전원을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 리모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iPhone Home Controller, SmartHome 등 웹 사이트에서는 아이폰으로 제어 가능한 홈 오토메이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품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가 필요할 때 컨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컨텐츠는 생활가전의 기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에서도 기본 OS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사용 매뉴얼, 고장 진단 및 해결 방법뿐만 아니라 음식 조리법, 날씨 정보, 세탁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웹에서 다운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생활가전의 기능과 정보의 확장을 위해 일부 가전 업체는 터치스크린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리모콘의 제한된 버튼수를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CES 2010에서 신생기업 Touch Revolution사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Wifi가 가능한 생활가전용 터치스크린 Nimble을 선보였다.
 
컨텐츠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
 
서로 다른 컨텐츠를 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러 웹사이트의 정보를 연결하여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했던 매쉬업(Mesh up)처럼 스마트 홈에서도 컨텐츠의 조합이 시작되고 있다. 소니가 야후와 함께 CES 2009에서 선보인 커넥티드 TV는 스크린 한 켠에 뉴스, 날씨, RSS, SNS 등을 알려주는 위젯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조합되는 컨텐츠가 과거에는 드라마와 연결된 광고, 제품 검색 등 공급자 위주였다면 향후에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위젯으로 대체될 것이다. 조만간 하나의 TV화면에서 VOD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상영되는 컨텐츠와 트위터처럼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기를 원하는 컨텐츠가 공존하게 될 것이다.  
 
웹 상의 정보와 개별기기의 정보를 조합하여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세탁기가 스마트폰과 연동된다면 스마트폰은 의류에 부착된 바코드를 검색해서 얻은 세탁정보를 세탁기에 알려줄 수 있다. 세탁량, 날씨정보, 퇴근시간을 조합하여 퇴근 직전 탈수를 끝내도록 세탁추천 알림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냉장고와 스마트폰이 연결된다면 바코드를 인식하여 생산, 육류 등 일부 장기보존 식품에 한해 유통기한을 알려주거나, 생산이력시스템을 검색하여 원산지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모를 입력하면 안방의 컴퓨터, 거실의 TV, 화장실의 세탁기, 주방의 냉장고에서 동시 알림 메시지가 뜨면서 사용자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2.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2 얼마 전 HomeHealth사의 의료 멤버쉽 서비스에 가입한 김사장은 오후에 가정용 의료기기라고 표시된 택배를 받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고화질 웹 캠과 몸에 붙일 수 있는 조그만 패치가 담겨있다. 웹 캠을 인터넷이 가능한 TV에 연결했더니 HomeHealth사 애플리케이션이 TV와 휴대폰에 동시에 설치되면서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유쾌하게 자신이 담당 스탭이라 소개한 남자가 나타나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패치를 몸에 붙여보라고 한다. 김사장이 패치를 몸에 붙이자 심박수, 심전도, 폐활량, 혈압, 혈당량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뜬다. 잠시 후 남자가 그래프 패턴 분석 결과 큰 문제가 없지만 정부의 의료시스템 검색결과 당뇨 병력이 있는 만큼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전문의와의 짧은 원격 상담이 끝나자 딸에게서 검사받느라 고생했다는 문자가 와있다. 문득 지금까지 병원을 찾을 때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멤버쉽으로 기기를 렌탈한 덕에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로 가족의 건강과 안전 역시 스마트홈에서 주목받는 영역이다. UN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총 인구 중 11%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10년 후에는 총 인구의 15.4%가 65세 이상일 전망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미 고령인구 비중이 각각 22.6%, 16.5%, 13%에 이르며 2020년에는 28.5%, 19%, 16.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과거 대가족처럼 가족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 국가 역시 고령화로 인해 늘어가는 의료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인구 중에서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킬 만한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늘고 있다.  
 
또한 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쾌적한 삶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례로 과거 소소한 불편으로 인식되던 불면증이 이제는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먼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겨울의 밀폐된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환기가 제때 되지 않으면 두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도 다양한 신호를 감지하여 대응할 수 있는 각종 센서 및 시스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집에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홈 헬스케어
 
이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는 홈 헬스케어,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센서와 시스템, 고령인구 서비스 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선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홈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홈 헬스케어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정용 의료기기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웹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따라서 홈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가정용 의료장비와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용 의료장비는 비전문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루기 쉽고, 오류가 적어야 하며, 실제 생활에서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손목시계, 티셔츠, 몸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USB, 무선 통신을 통해 가정용 의료장비와 의료 시스템 간의 연동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개별 의료기기가 수집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홈 헬스케어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건강상태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주목한 Microsoft사는 2007년 개인의료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인 HealthValut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신생기업 American Well, 하와이의료서비스협회(Hawaii Medical Service Association)와 함께 하와이에서 홈 헬스케어 서비스인 Online Care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웹 캠, 전화를 통해 의사와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처방전도 발급도 가능하다. 또한 의료기관 Cleveland Clinic과 함께 진행한 시범사업에서는 당뇨, 고혈압 환자의 병원 방문을 줄이고, 심장병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시점을 알려주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센서와 시스템
 
의료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쾌적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다양한 센서와 시스템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시몬스와 파나소닉이 개발한 Restino는 편안한 수면을 위해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수면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조명, 음악, 공조가 자동으로 제어되는 토탈 수면 솔루션이다. 수면을 유도할 때는 점차 조명이 어두워지고 조용한 음악이 나오지만 아침에는 시간에 맞춰 점차 밝아지는 방식이다. 또한 필립스는 갓난아기를 지켜줄 수 있는 베이비 모니터를 출시했다. 부모가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아기 숨소리를 듣거나, 음성을 전할 수 있는 기기로 방 안의 온도, 습도도 측정할 수 있다.  
 
향후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고령인구가 늘면서 스마트 홈에서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사람들은 고령인구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 행동이나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스스로 위기상황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Missouri 대학은 고령인구의 생활 공동체인 TigerPlace와 함께 위험감지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베게, 출입문, 주방, 냉장고 등에 붙여둔 센서를 통해 낙상과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생활 보안이 중요  
 
다만 센서나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시스템 보안 및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실제로 센서 오작동을 파악하기 위해 집에 카메라를 함께 설치한 경우, 어떤 응답자는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 것은 맞지만 생활이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카메라로 찍은 정보에서 사용자 동작 정보를 따로 추출하여 자동으로 이상행동을 파악하는 등 새로운 방안도 등장했다.  
 
3. 환경 친화적 삶을 도와주는 스마트 홈 
 
#3. 이차장은 실시간 요금제로 바꾸면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프리미엄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쓰던 실속형은 실시간 모니터링만 가능했지만 프리미엄형은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되어 요금이 상승하면 전기 사용량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이차장이 프리미엄형을 설치하고 웹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 에너지 사용량 자료를 다운받자, 냉난방에 크게 민감하지 않는 편이란 분석과 함께 향후 온도조정 폭을 5도로 설정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차장이 최근 구입한 전기차를 전용 플러그에 꼽자 현재 전기차 배터리 충전 수준 80%, 현재 전기 요금이 kW당 구매요금 390원, 판매요금 370원이란 메시지와 함께 요금 그래프가 나타난다. 과거 추이를 보니 대략 2시간 후에는 전기 요금이 kW당 70원 이하로 내려갈 것 같다. 표준 옵션에서 구매요금 100원, 판매요금 250원으로 설정했더니 자동으로 전기 사용원이 전력회사에서 전기차로 바뀌었다. 세부 옵션으로 최소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을 50%로 설정하고 옵션창을 닫았다. 이제 이차장네 집에서도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스스로 전기요금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홈에서는 에너지 절감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형성되고,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에너지의 1/3을 소비하고 있는 가정에서도 에너지 절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Economist는 소비자 사용행태에 따라 동일한 집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3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게다가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갑다.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 그리드의 등장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시장 창출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개별 기기의 전기 사용량을 확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시간 수요에 따라 전기 요금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거나, 다른 사람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기차 도입, 신재생 에너지 매매에 개별 소비자가 참여하게 될 경우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실시간 검침을 통한 에너지 절감  
 
스마트 홈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실시간 검침,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절감방안 도출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첫째, 휴대폰, 인터넷 등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기기별 전기 사용량을 점검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구글의 Power Meter은 15분 마다 전기 사용량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인텔은 유사한 개념의 홈 대시보드 컨셉(Home Dashboard Concept)을 선보였다. 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Hohm은 사용자가 우편번호, 집의 크기, 건축년도를 입력하면 평균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하여 절감방안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등장할 전망이다. 실시간으로 사용량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직접 사용량을 제어하려는 것이다. 이미 발빠른 기업은 홈네트워크 업체에서 스마트 그리드로 업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Control 4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전력회사 Nuon과 함께 IBM, CISCO 등이 500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냉난방을 조절하는 등 홈 오토메이션과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이미 Arnhem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전기 9%, 가스 14%를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지난 12월부터 파나소닉은 덴마크 전력회사인 SEAS-NVE와 함께 Lifinity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를 검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히 전원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해서 편리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목한 일본의 NEDO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추진한 BeHomeS(Behavior-Based Home Monitoring and Energy-saving System)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행동을 추정하여 불필요한 조명과 냉난방을 끄고, 필요한 온수의 양을 예측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에너지 절감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에너지를 절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가치기준이 달라지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스마트 홈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연결을 지향하는 삶의 방식, 고령화, 삶의 질에 대한 기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제고에 따라 스마트 홈에서는 이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니즈가 구체화 되면서 먼 미래에나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서비스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은 기술 구현이 어려워서, 가격이 비싸서, 법제도 미비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상용화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분명해지고  기술적 문제들도 해소되어 가고 있는 만큼 스마트 홈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의 모습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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