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 20:03
아이폰, 아이패드, 3D TV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등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제조 분야에도 다양한 변화와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수년간 지속될 제조에 관한 주요
논쟁은 크게 제조 모델 측면에서 △애플식 수평분업형 모델의 가능성 △New Breed 제조전문기업, 혼하이의 진화 △일본식 제조모델의 부활
가능성과 입지전략 측면에서 △핵심제조기지 전진배치를 통한 시장기회 확보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평분업형 제조모델의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으나 제품 형태의 진화 및 분화 가능성,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가능성으로 인해 잠재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LCD 패널을 내재화한 혼하이는 다른 차원의 제조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 능력, 전후방 수직통합 수준에 따라 성장 Potential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식 제조모델은 범용시장에서 점차 활력을 잃어가겠지만 미래유망영역을 중심으로 부활의 가능성이 옅보인다. 핵심제조기지 전진배치는 혁신의 원천을 잘 관리하면서 갈 때 그 성과가 배가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제조영역과 혁신에 대한 재정의 △제조 생태계와 연계된 제조모델 탐색 △내외부 조직간 협업 문화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Ⅰ. 제조에 부는 변화의 기운
IT기업들의 가전시장(Consumer Electronics)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애플과 같이 제조기반이 미약한 기업이 특정 시장을 지배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제조의 성공요건이 부족해 성장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던 제조전문기업의 성장이 눈에 띄는 반면 제조의 성공요건을 갖춰 실패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 받던 일본기업의 쇠락이 여러 영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한편 본국 중심의 제조전략이 기본으로 여겨지던 장치 산업에 있어 제조거점의 해외 이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조모델에 관한 주요 가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제조모델간 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과 해외 이전 사례 분석을 통해 향후 제조전략 수립에 감안해야 할 시사점을 살펴 보도록 한다.
Ⅱ. 제조 모델의 변화
1. 애플- 수직통합에 대한 수평분업의 도전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가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방법, 그리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여기에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제품이 아닌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 들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뒤집어 보면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Manufactured in China’.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제품을 사실 애플이 아닌 다른 기업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성공을 스티브 잡스라는 스타 CEO로 쉽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서’ 제조를 대행해 주는 제조전문기업(ODM/EMS)이 없었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미려한 디자인이나 직관적인 사용을 위한 핵심 플랫폼 설계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특정 가치사슬에 전문화된 기업간 연합을 통해 제조를 추구하는 수평분업형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 수평분업형 모델의 등장 배경
수평분업형 모델이 부상하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디지털화에 의한 제품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제품구성이 복잡하고 부품이나 소재간 많은 조율을 통해 제품을 만들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조현장의 섬세한 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제조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품 구성은 핵심 Chip이나 Software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부품 상호간 결합이 표준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제조현장에서의 다기능 숙련공 보다는 젊고 두뇌회전이 빠른 소수의 핵심 브레인에 의해 제품의 품질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예컨데 Intel CPU의 스펙만 자세히 보면 PC의 성능을 기본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즉 제품 아키텍처(Architecture)가 소위 조율형에서 모듈형으로 전환되면서 제조현장의 1차 진입장벽이 해체되어 버렸고 제조를 위탁하는 브랜드 기업관점에서는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상당히 줄어 들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핵심부품 및 주요 플랫폼을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Open Market의 활발한 형성을 들 수 있다. CPU, 메모리, LCD 모듈과 같은 핵심부품의 제조 헤게모니가 전문부품기업으로 점차 이전되면서 Open Market이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화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소프트 영역에서도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안드로이드(Android)와 같이 뛰어난 운영체제가 염가로 배포되고 있으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개발 툴 역시 염가로 제공되고 있다. 소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번째로는 제조전문기업의 발달과 브랜드 제조기업들의 투자리스크 회피를 들 수 있다. 제조전문기업들은 브랜드나 R&D투자를 최소화해 간접비를 최소화하는 반면 SCM(Suppy Chain Management)이나 다양한 글로벌 생산지 네트워크 등 제조 그 자체에 상당히 최적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이 안정화된 대규모 범용시장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시장전망기관인 iSupply에 따르면 세계 LCD TV 생산에서 외부위탁이 차지하는 비율이 ‘07년 28%에서 ‘12년에서는 4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태양전지 선두기업인 Q-Cell은 최근 플렉트로닉스와 200메가와트 규모의 솔라셀 모듈 제조위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글로벌 생산지가 취약했던 Q-Cell이 플렉트로닉스의 말레이시아 Site를 통해 저원가 실현과 시장근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종산업에서도 로열티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리스크 없이 제조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주방기기업체인 알레시(Alessi)는 최근 무선랜과 디지털TV 튜너를 내장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 PC ‘알레시탭(AlessiTAB)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모듈화, △핵심부품의 오픈 시장 발달, △제조전문기업의 등장, △투자리스크 회피 등으로 인해 기존 제조시스템은 해체와 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표준 플랫폼이 거의 정립된 PC시장은 이미 수평분업이 정착되었으며 비교적 플랫폼화가 덜 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노트북, TV, 핸드폰까지 EMS를 활용한 수평분업체제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연간 1억 2천만대가 팔리는 디지털 카메라 역시 제조전문기업에 의한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비중은 전체 물량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지쯔, 도시바, 소니 등 일본 PC기업들은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위탁생산비중을 전체 물량의 50% 가까이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전문기업들이 제조하는 제품군을 펼쳐 보면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서버 및 저장장치, 핸드폰, 차량전장, 가전기기, 의료장비, 산업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다양한 기업이 포진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수평분업체제에 내재된 함정: 시간, 유연성, 혁신 경쟁에 근본적인 취약성이 잠재
하지만 여기서 잠깐 수평분업체제가 안고 있는 몇 가지 근본적 한계와 이에 대한 가정이 과연 바뀌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 IT기업들은 브랜드, 고객기반, 핵심기술로 무장하고 전자산업의 질서재편을 추구한 바 있으나 그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하드웨어 진화가 빠르고 진행되고 제품 형태(Form Factor)가 다양해 지면서 시간경쟁에 지연되는 모습을 보였고 IT기업으로서 기대되었던 차별성 확보에도 실패했다. IT기업에 의한 시도는 아니지만 핸드폰 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웃소싱 전략을 추구하면서 수평분업형 제조시스템을 구축했던 소니에릭슨 역시 Time to Market 경쟁에 밀리면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 결과 수평분업모델은 하드웨어의 진화가 계속되는 한 R&D와 제조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면서 5%의 원가절감은 가능하나 40% 혁신에는 이르지 못하는 약점을 내재한 제조모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이후 제조모델에 관한 논쟁은 수직통합형 모델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아웃소싱은 제품라인업 및 제조시스템상의 복잡성을 일부 줄이면서 저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선택적 옵션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 애플식 제조모델에 대한 평가
그러나 최근 애플의 성공 사례를 보면 기존의 가설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애플이 수평분업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는 애플이 제품 라인업을 아주 단조롭게 운영했고 그 결과 조직 외부에 있는 생산 기능과의 조율 필요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고객들은 아이폰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아이폰 내에 있는 개인화 기능이나 앱 스토어를 통해 메뉴 구성이나 자신들이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어서 하드웨어 관점에서 몰개성적인 제품을 사실상 철저히 개인화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편리하고 미려한 유저 인터페이스로 인해 번거롭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기도 하다. 동시에 애플은 ‘심플하다’로 브랜드 포지셔닝 하고 있으며 이상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비고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폰의 고객가치 구성과 고객 포지셔닝은 제조부문의 운영을 보다 간명하고 선명하게 만들어 외부자원을 활용한 제조가 실패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고 있다. 즉 애플은 제품 라인 업을 늘리는 방안으로 제품 형태(Form Factor)를 다양화시키기 보다는 사용자 주도의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대안을 발굴함으로써 제조 파트너에게 근원적인 역설을 해결해 줌과 동시에 사실상 저원가 대량맞춤생산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애플의 제조전략에도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소프트웨어적 차별화 역시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하드웨어의 진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Form Factor에 대한 대응이나 고객 확대를 위해 라인 업 다양화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평분업형 제조모델이 여전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하드웨어의 혁신을 파트너링을 통해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수직통합모델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제조모델 논쟁에 있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2. 혼하이(Hon Hai) - New Breed 제조전문기업의 출현
앞서 잠깐 언급된 제조전문(EMS/ODM) 산업 내에서 있어 일어 나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제조전문기업의 재분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전문기업들은 제조를 위탁 받아 가공하는 것을 업의 본질로 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EMS내에서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전문기업들의 전후방 확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EMS에서 제품 설계를 확장한 ODM모델은 과거부터 있어 왔던 모델이나 최근에는 범용부품을 중심으로 수직통합이 추진되는가 하면 이를 넘어 핵심부품 통합, 전방으로는 유통, 고객서비스까지 확장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New Breed EMS/ODM’라고 호명할 수 있는 수준인데, 대만의 혼하이(Hon Ha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혼하이는 약 60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기반으로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Set조립의 저마진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PCB, 방열판과 같은 범용 부품을 내재화한 바 있다. 특히 제품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금형 투자는 널리 알려져 있다. 혼나이의 사업모델은 △범용부품의 수직통합, △차별적 기구설계역량, △토탈 솔루션 제공, △ 특정사이트에서 대규모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라는 점에서 기존 제조전문기업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대만 전자기업의 제조 경쟁력 해부’, ’07.10.17, 조준일, LG Business Insight)
혼하이의 이러한 차별적 특성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혼하이의 자회사인 Innolux는 작년 LCD 패널 세계 3위 기업인 CMO(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를 1,720억 대만달러(53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산업 내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전자기업들이 EMS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혼하이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지난 해 멕시코 공장을 혼하이에 90% 지분을 넘기고 금년 4월에는 소니 LCD TV 판매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연간 400만대의 TV를 제조할 수 있는 슬로바키아의 니트라 TV 공장의 지분을 추가로 혼하이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혼하이는 해외제조거점과 안정적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혼하이는 브랜드만 없을 뿐, 사실상 굉장히 강력하게 수직 통합된 사업구조와 고객기반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1차적으로 EMS 산업 내에서는 구조조정이나 합종연횡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투자비 절감과 저원가 실현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육성하는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혼하이의 모델이 중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의문에 싸여 있다. 최근 매출이나 성장세가 뛰어나긴 하지만 워낙 마진폭이 낮고 성장의 원동력이 아직은 농민공을 중심을 한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해 있으며 글로벌하게 산재된 복수의 Complex를 동시에 관리하는 소위 'Big M'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 농민공들의 귀농, 빠른 인건비 상승,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는 혼하이의 Complex기반의 저원가 전략의 근원을 조심씩 잠식할 수 있다. 소니로 부터 인수한 해외 공장의 운영, 베트남, 인도 등으로 사이트 확장 과정에서는 이질적인 문화와 혼하이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경영상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방기업의 독과점화로 인한 교섭력 상실을 우려하는 전방기업들의 복수 Vendor 정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러한 도전을 혼하이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향후 전개될 제조모델 논쟁에 있어 눈 여겨 볼 부분이 될 것이다.
3. 일본식 제조모델- 제조생태계에 기반한 제조전략
다음으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일본식 제조모델이 이대로 쇠락해 버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된 DTV, 휴대폰 등 디지털 전자 영역에서의 글로벌 지배력 약화와 함께 토요타 리콜 사태, 소니의 해외공장 매각 사례 등을 계기로 일본식 제조모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쇠락은 크게 △일본식 표준만을 고집하다가 세계적인 시장의 흐름과 멀어져 버리는 갈라파고스 신드롬, △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및 대규모 저가시장에 대한 소홀한 대응, △일본식 문화로 인한 의사결정 스피드의 지연, △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투자 실기, △ 한국기업의 빠른 성장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가 아닌 일본식 제조모델의 본질을 살펴 볼 때, 일본식 제조모델이 시대적 운명을 다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명쾌한 결론에 이르기 힘들다. 일본 제조기업들은 자국 내 수 많은 핵심소재, 부품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완성품 기업은 이를 ‘말하지 않아도 말이 통한다’는 일본식 문화로 쉽게 통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일본식 제조모델은 다른 모델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확고한 부품 및 소재산업, 전후방 기업간 높은 신뢰관계(Trust)라는 사회적 자본의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식 제조모델의 경쟁력은 본질적으로 이 부분에서 기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제조모델과 애플 및 구글의 제조모델이 그 근간에 있어서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는 점이다. 본국 내에 고객가치를 구성하는 전후방 산업이 잘 구축되어 있고 이러한 파트너들간 협업을 할 수 있는 문화, 사회적 신뢰나 관행의 구축, 이것과 잘 조율된 제품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부품 및 소재산업은 다양한 산업에서 완제품의 경쟁력을 다시 개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Set 기업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소위 제조생태계 측면에서 확보된 파트너들간의 높은 신뢰관계는 제조가 범용화되지 않은 다른 산업영역에서 일본 Set 기업의 화려한 부활을 견인할 또 하나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미래 유망영역으로 언급되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전기자동차에 요구되는 핵심부품, 소재기업만 보더라도 일본제조업의 기본경쟁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즉 일본 Set 업체들은 일부 영역에서 부침이 예상되나 내재화된 역량(Competency)이나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감안 시 시장과의 연결성(Fitness)를 좀 더 보강할 경우 언제든지 미래 유망영역에서 다시 개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Ⅲ. 핵심 제조기지 입지 전략의 변화
다음으로 눈 여결 볼 제조와 관련된 논쟁은 시장 기회 선점을 위한 핵심 제조기지의 전진배치를 들 수 있다. 제조부문의 범용화가 가속화 되자 주요 기업들은 후가공 기지의 전진배치를 넘어 핵심 제조기지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의 제공, SCM 전반의 경쟁력 강화, 전략적 고객 확보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정부들은 고용창출 및 전후방 산업의 연관효과를 감안,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니즈와 맞물려 핵심 제조기지의 전진배치를 촉진시키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는 ‘04년 9억 9,800만 달러 규모의 8인치 공장을 상하이에 설립한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TSMC는 하이얼과 같은 중국 로컬 고객을 보다 긴밀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Intel 역시 수요 확보를 위해 제조기지를 이전한 바 있다. 인텔은 ‘04년 초부터 아시아 지역의 수요 확보와 저렴한 노동력 이용한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지역을 검토한 후 2년이 넘는 협상기간을 거쳐 ‘06년에 가장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중국의 대련을 투자지로 결정 짓고 35억 달러를 투자, 12인치 웨이퍼 Fab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가 ‘05년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 D램 전공정을 진출시킨 바 있으며 작년에는 후공정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해 중국 내에서 D-램관련 전/후공정 일괄생산체제를 구축, 중국 D램 시장에서 보다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여러 장치산업에서 관찰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인 STX는 ‘06년 STX다렌을 설립,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복합조선단지를 진출시킨 바 있으며 최근 LCD산업에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LCD 전공정 진출을 통한 현지 기반확보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반대로 제조, 그 자체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공존한다. 캐논은 저원가나 시장기회를 찾아 제조거점을 이동하는 것을 ‘화전민식 경영’으로 보고 있다. 캐논은 캐논 고유의 제조방식을 찾아 제품과 원가,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근원이라고 파악하고 자동화 설비의 과감한 투자, 셀 생산방식 도입, 지식공유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핵심 제조기진 이전을 통한 경쟁 포지션 확보는 개별산업의 경쟁구도 및 제조부분의 범용화 리스크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기술유출, 국내 제조기지 공동화로 인한 혁신 원동력 상실, 국내 제조생태계 약화 등 중장기 관점에서 제조의 근본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과 같은 옵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앞 서 살펴 본 인텔이 대련에 칩셋 및 주변 부품 제조를 위한 Fab을 건설했지만 핵심제품인 Microprocessor는 여전히 본국 내에서 제조하면서 핵심역량의 보존과 육성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동시에 많은 일본기업들이 시장기회보다는 핵심역량 관점의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일상화한 결과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져 전반적인 활력을 잃어 버리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시장기회, 투자리스크 회피, 핵심역량의 보존이라는 패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Ⅳ. 시사점
지금까지 제조영역에서 전개되는 주요 변화와 논쟁을 살펴 보았다. 수직통합모델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제조업 내 다양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피상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인식을 통해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혁신의 원천을 어디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제조모델을 Upgrade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들은 자신들의 본업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본업에서 지금의 제조모델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 하에서 어떻게 하면 차별적 제조역량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충분한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아직 모든 모델을 아우르는 ‘절대 반지’와 같은 지배적 제조모델은 여전히 탐색 중이다. 하지만 성급히 다른 모델에서 대안을 찾고자 시도했던 기업들이 결국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쇠락에 직면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위 5%의 원가절감을 위해 40%의 혁신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핵심생산기지 전진배치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핵심기지 전진배치는 본국 내에서 차세대 제품 투자나 혁신활동에 대한 중장기 계획과 맞물려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제조생태계와 연계된 제조모델의 탐색이 필요하다. 애플과 일본기업들은 상이한 제조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본국 내 제조 생태계와 제조모델 전략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소재 및 부품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애플은 자국 내에 잘 발달된 소트프웨어 산업을 가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이러한 생태계를 활용하기 보다는 관련 생태계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전개해 왔다. 과거 한국 전쟁 이후 전후방 산업 인프라가 없어 기업 스스로 생태계를 창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젠 모든 것을 기업이 스스로 다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 역시 전후방 산업의 육성, 상호간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이질적인 것과의 공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향후 제조모델은 소프트한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하드한 부분과 소프트한 부분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내부구성원과의 협력보다는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 많이 증가할 것이다. 동시에 보다 좋은 제조 생태계를 찾아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생산기지 운영이나 로컬 소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화가 상이한 조직과의 협업도 많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는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구축된 수직 계열화된 구조를 복제, 해외에 이식한 한 것에 불과한 사례가 많다. 오픈형/현지형 제조시스템 구축 전략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이러한 이질성과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상대적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제조업은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에서 짧은 기간 놀라운 성과를 창출해 왔고 점차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있다. 제조 모델에서 일고 있는 변화는 우리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이지만 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91호
수평분업형 제조모델의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으나 제품 형태의 진화 및 분화 가능성,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가능성으로 인해 잠재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LCD 패널을 내재화한 혼하이는 다른 차원의 제조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 능력, 전후방 수직통합 수준에 따라 성장 Potential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식 제조모델은 범용시장에서 점차 활력을 잃어가겠지만 미래유망영역을 중심으로 부활의 가능성이 옅보인다. 핵심제조기지 전진배치는 혁신의 원천을 잘 관리하면서 갈 때 그 성과가 배가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제조영역과 혁신에 대한 재정의 △제조 생태계와 연계된 제조모델 탐색 △내외부 조직간 협업 문화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Ⅰ. 제조에 부는 변화의 기운
IT기업들의 가전시장(Consumer Electronics)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애플과 같이 제조기반이 미약한 기업이 특정 시장을 지배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제조의 성공요건이 부족해 성장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던 제조전문기업의 성장이 눈에 띄는 반면 제조의 성공요건을 갖춰 실패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 받던 일본기업의 쇠락이 여러 영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한편 본국 중심의 제조전략이 기본으로 여겨지던 장치 산업에 있어 제조거점의 해외 이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조모델에 관한 주요 가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제조모델간 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과 해외 이전 사례 분석을 통해 향후 제조전략 수립에 감안해야 할 시사점을 살펴 보도록 한다.
Ⅱ. 제조 모델의 변화
1. 애플- 수직통합에 대한 수평분업의 도전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가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방법, 그리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여기에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제품이 아닌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 들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뒤집어 보면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Manufactured in China’.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제품을 사실 애플이 아닌 다른 기업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성공을 스티브 잡스라는 스타 CEO로 쉽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서’ 제조를 대행해 주는 제조전문기업(ODM/EMS)이 없었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미려한 디자인이나 직관적인 사용을 위한 핵심 플랫폼 설계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특정 가치사슬에 전문화된 기업간 연합을 통해 제조를 추구하는 수평분업형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 수평분업형 모델의 등장 배경
수평분업형 모델이 부상하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디지털화에 의한 제품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제품구성이 복잡하고 부품이나 소재간 많은 조율을 통해 제품을 만들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조현장의 섬세한 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제조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품 구성은 핵심 Chip이나 Software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부품 상호간 결합이 표준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제조현장에서의 다기능 숙련공 보다는 젊고 두뇌회전이 빠른 소수의 핵심 브레인에 의해 제품의 품질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예컨데 Intel CPU의 스펙만 자세히 보면 PC의 성능을 기본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즉 제품 아키텍처(Architecture)가 소위 조율형에서 모듈형으로 전환되면서 제조현장의 1차 진입장벽이 해체되어 버렸고 제조를 위탁하는 브랜드 기업관점에서는 ‘위탁’에 따른 기회비용이 상당히 줄어 들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핵심부품 및 주요 플랫폼을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Open Market의 활발한 형성을 들 수 있다. CPU, 메모리, LCD 모듈과 같은 핵심부품의 제조 헤게모니가 전문부품기업으로 점차 이전되면서 Open Market이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화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소프트 영역에서도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안드로이드(Android)와 같이 뛰어난 운영체제가 염가로 배포되고 있으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개발 툴 역시 염가로 제공되고 있다. 소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를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번째로는 제조전문기업의 발달과 브랜드 제조기업들의 투자리스크 회피를 들 수 있다. 제조전문기업들은 브랜드나 R&D투자를 최소화해 간접비를 최소화하는 반면 SCM(Suppy Chain Management)이나 다양한 글로벌 생산지 네트워크 등 제조 그 자체에 상당히 최적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이 안정화된 대규모 범용시장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시장전망기관인 iSupply에 따르면 세계 LCD TV 생산에서 외부위탁이 차지하는 비율이 ‘07년 28%에서 ‘12년에서는 4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태양전지 선두기업인 Q-Cell은 최근 플렉트로닉스와 200메가와트 규모의 솔라셀 모듈 제조위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글로벌 생산지가 취약했던 Q-Cell이 플렉트로닉스의 말레이시아 Site를 통해 저원가 실현과 시장근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종산업에서도 로열티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리스크 없이 제조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주방기기업체인 알레시(Alessi)는 최근 무선랜과 디지털TV 튜너를 내장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 PC ‘알레시탭(AlessiTAB)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모듈화, △핵심부품의 오픈 시장 발달, △제조전문기업의 등장, △투자리스크 회피 등으로 인해 기존 제조시스템은 해체와 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표준 플랫폼이 거의 정립된 PC시장은 이미 수평분업이 정착되었으며 비교적 플랫폼화가 덜 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노트북, TV, 핸드폰까지 EMS를 활용한 수평분업체제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연간 1억 2천만대가 팔리는 디지털 카메라 역시 제조전문기업에 의한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비중은 전체 물량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지쯔, 도시바, 소니 등 일본 PC기업들은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위탁생산비중을 전체 물량의 50% 가까이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전문기업들이 제조하는 제품군을 펼쳐 보면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서버 및 저장장치, 핸드폰, 차량전장, 가전기기, 의료장비, 산업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다양한 기업이 포진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수평분업체제에 내재된 함정: 시간, 유연성, 혁신 경쟁에 근본적인 취약성이 잠재
하지만 여기서 잠깐 수평분업체제가 안고 있는 몇 가지 근본적 한계와 이에 대한 가정이 과연 바뀌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 IT기업들은 브랜드, 고객기반, 핵심기술로 무장하고 전자산업의 질서재편을 추구한 바 있으나 그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하드웨어 진화가 빠르고 진행되고 제품 형태(Form Factor)가 다양해 지면서 시간경쟁에 지연되는 모습을 보였고 IT기업으로서 기대되었던 차별성 확보에도 실패했다. IT기업에 의한 시도는 아니지만 핸드폰 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웃소싱 전략을 추구하면서 수평분업형 제조시스템을 구축했던 소니에릭슨 역시 Time to Market 경쟁에 밀리면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 결과 수평분업모델은 하드웨어의 진화가 계속되는 한 R&D와 제조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면서 5%의 원가절감은 가능하나 40% 혁신에는 이르지 못하는 약점을 내재한 제조모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이후 제조모델에 관한 논쟁은 수직통합형 모델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아웃소싱은 제품라인업 및 제조시스템상의 복잡성을 일부 줄이면서 저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선택적 옵션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 애플식 제조모델에 대한 평가
그러나 최근 애플의 성공 사례를 보면 기존의 가설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애플이 수평분업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는 애플이 제품 라인업을 아주 단조롭게 운영했고 그 결과 조직 외부에 있는 생산 기능과의 조율 필요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고객들은 아이폰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아이폰 내에 있는 개인화 기능이나 앱 스토어를 통해 메뉴 구성이나 자신들이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어서 하드웨어 관점에서 몰개성적인 제품을 사실상 철저히 개인화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편리하고 미려한 유저 인터페이스로 인해 번거롭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기도 하다. 동시에 애플은 ‘심플하다’로 브랜드 포지셔닝 하고 있으며 이상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비고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폰의 고객가치 구성과 고객 포지셔닝은 제조부문의 운영을 보다 간명하고 선명하게 만들어 외부자원을 활용한 제조가 실패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고 있다. 즉 애플은 제품 라인 업을 늘리는 방안으로 제품 형태(Form Factor)를 다양화시키기 보다는 사용자 주도의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대안을 발굴함으로써 제조 파트너에게 근원적인 역설을 해결해 줌과 동시에 사실상 저원가 대량맞춤생산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애플의 제조전략에도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소프트웨어적 차별화 역시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하드웨어의 진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Form Factor에 대한 대응이나 고객 확대를 위해 라인 업 다양화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평분업형 제조모델이 여전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하드웨어의 혁신을 파트너링을 통해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수직통합모델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제조모델 논쟁에 있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2. 혼하이(Hon Hai) - New Breed 제조전문기업의 출현
앞서 잠깐 언급된 제조전문(EMS/ODM) 산업 내에서 있어 일어 나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제조전문기업의 재분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전문기업들은 제조를 위탁 받아 가공하는 것을 업의 본질로 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EMS내에서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전문기업들의 전후방 확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EMS에서 제품 설계를 확장한 ODM모델은 과거부터 있어 왔던 모델이나 최근에는 범용부품을 중심으로 수직통합이 추진되는가 하면 이를 넘어 핵심부품 통합, 전방으로는 유통, 고객서비스까지 확장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New Breed EMS/ODM’라고 호명할 수 있는 수준인데, 대만의 혼하이(Hon Ha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혼하이는 약 60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기반으로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Set조립의 저마진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PCB, 방열판과 같은 범용 부품을 내재화한 바 있다. 특히 제품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금형 투자는 널리 알려져 있다. 혼나이의 사업모델은 △범용부품의 수직통합, △차별적 기구설계역량, △토탈 솔루션 제공, △ 특정사이트에서 대규모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라는 점에서 기존 제조전문기업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대만 전자기업의 제조 경쟁력 해부’, ’07.10.17, 조준일, LG Business Insight)
혼하이의 이러한 차별적 특성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혼하이의 자회사인 Innolux는 작년 LCD 패널 세계 3위 기업인 CMO(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를 1,720억 대만달러(53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산업 내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전자기업들이 EMS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혼하이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지난 해 멕시코 공장을 혼하이에 90% 지분을 넘기고 금년 4월에는 소니 LCD TV 판매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연간 400만대의 TV를 제조할 수 있는 슬로바키아의 니트라 TV 공장의 지분을 추가로 혼하이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혼하이는 해외제조거점과 안정적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혼하이는 브랜드만 없을 뿐, 사실상 굉장히 강력하게 수직 통합된 사업구조와 고객기반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1차적으로 EMS 산업 내에서는 구조조정이나 합종연횡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투자비 절감과 저원가 실현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육성하는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혼하이의 모델이 중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의문에 싸여 있다. 최근 매출이나 성장세가 뛰어나긴 하지만 워낙 마진폭이 낮고 성장의 원동력이 아직은 농민공을 중심을 한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해 있으며 글로벌하게 산재된 복수의 Complex를 동시에 관리하는 소위 'Big M'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 농민공들의 귀농, 빠른 인건비 상승,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는 혼하이의 Complex기반의 저원가 전략의 근원을 조심씩 잠식할 수 있다. 소니로 부터 인수한 해외 공장의 운영, 베트남, 인도 등으로 사이트 확장 과정에서는 이질적인 문화와 혼하이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경영상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방기업의 독과점화로 인한 교섭력 상실을 우려하는 전방기업들의 복수 Vendor 정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러한 도전을 혼하이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향후 전개될 제조모델 논쟁에 있어 눈 여겨 볼 부분이 될 것이다.
3. 일본식 제조모델- 제조생태계에 기반한 제조전략
다음으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일본식 제조모델이 이대로 쇠락해 버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된 DTV, 휴대폰 등 디지털 전자 영역에서의 글로벌 지배력 약화와 함께 토요타 리콜 사태, 소니의 해외공장 매각 사례 등을 계기로 일본식 제조모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쇠락은 크게 △일본식 표준만을 고집하다가 세계적인 시장의 흐름과 멀어져 버리는 갈라파고스 신드롬, △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및 대규모 저가시장에 대한 소홀한 대응, △일본식 문화로 인한 의사결정 스피드의 지연, △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투자 실기, △ 한국기업의 빠른 성장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가 아닌 일본식 제조모델의 본질을 살펴 볼 때, 일본식 제조모델이 시대적 운명을 다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명쾌한 결론에 이르기 힘들다. 일본 제조기업들은 자국 내 수 많은 핵심소재, 부품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완성품 기업은 이를 ‘말하지 않아도 말이 통한다’는 일본식 문화로 쉽게 통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일본식 제조모델은 다른 모델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확고한 부품 및 소재산업, 전후방 기업간 높은 신뢰관계(Trust)라는 사회적 자본의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식 제조모델의 경쟁력은 본질적으로 이 부분에서 기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제조모델과 애플 및 구글의 제조모델이 그 근간에 있어서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는 점이다. 본국 내에 고객가치를 구성하는 전후방 산업이 잘 구축되어 있고 이러한 파트너들간 협업을 할 수 있는 문화, 사회적 신뢰나 관행의 구축, 이것과 잘 조율된 제품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부품 및 소재산업은 다양한 산업에서 완제품의 경쟁력을 다시 개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Set 기업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소위 제조생태계 측면에서 확보된 파트너들간의 높은 신뢰관계는 제조가 범용화되지 않은 다른 산업영역에서 일본 Set 기업의 화려한 부활을 견인할 또 하나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미래 유망영역으로 언급되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전기자동차에 요구되는 핵심부품, 소재기업만 보더라도 일본제조업의 기본경쟁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즉 일본 Set 업체들은 일부 영역에서 부침이 예상되나 내재화된 역량(Competency)이나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감안 시 시장과의 연결성(Fitness)를 좀 더 보강할 경우 언제든지 미래 유망영역에서 다시 개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Ⅲ. 핵심 제조기지 입지 전략의 변화
다음으로 눈 여결 볼 제조와 관련된 논쟁은 시장 기회 선점을 위한 핵심 제조기지의 전진배치를 들 수 있다. 제조부문의 범용화가 가속화 되자 주요 기업들은 후가공 기지의 전진배치를 넘어 핵심 제조기지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의 제공, SCM 전반의 경쟁력 강화, 전략적 고객 확보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정부들은 고용창출 및 전후방 산업의 연관효과를 감안,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니즈와 맞물려 핵심 제조기지의 전진배치를 촉진시키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는 ‘04년 9억 9,800만 달러 규모의 8인치 공장을 상하이에 설립한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TSMC는 하이얼과 같은 중국 로컬 고객을 보다 긴밀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Intel 역시 수요 확보를 위해 제조기지를 이전한 바 있다. 인텔은 ‘04년 초부터 아시아 지역의 수요 확보와 저렴한 노동력 이용한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지역을 검토한 후 2년이 넘는 협상기간을 거쳐 ‘06년에 가장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중국의 대련을 투자지로 결정 짓고 35억 달러를 투자, 12인치 웨이퍼 Fab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가 ‘05년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 D램 전공정을 진출시킨 바 있으며 작년에는 후공정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해 중국 내에서 D-램관련 전/후공정 일괄생산체제를 구축, 중국 D램 시장에서 보다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여러 장치산업에서 관찰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인 STX는 ‘06년 STX다렌을 설립,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복합조선단지를 진출시킨 바 있으며 최근 LCD산업에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LCD 전공정 진출을 통한 현지 기반확보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반대로 제조, 그 자체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공존한다. 캐논은 저원가나 시장기회를 찾아 제조거점을 이동하는 것을 ‘화전민식 경영’으로 보고 있다. 캐논은 캐논 고유의 제조방식을 찾아 제품과 원가,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근원이라고 파악하고 자동화 설비의 과감한 투자, 셀 생산방식 도입, 지식공유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핵심 제조기진 이전을 통한 경쟁 포지션 확보는 개별산업의 경쟁구도 및 제조부분의 범용화 리스크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기술유출, 국내 제조기지 공동화로 인한 혁신 원동력 상실, 국내 제조생태계 약화 등 중장기 관점에서 제조의 근본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과 같은 옵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앞 서 살펴 본 인텔이 대련에 칩셋 및 주변 부품 제조를 위한 Fab을 건설했지만 핵심제품인 Microprocessor는 여전히 본국 내에서 제조하면서 핵심역량의 보존과 육성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동시에 많은 일본기업들이 시장기회보다는 핵심역량 관점의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일상화한 결과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져 전반적인 활력을 잃어 버리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시장기회, 투자리스크 회피, 핵심역량의 보존이라는 패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Ⅳ. 시사점
지금까지 제조영역에서 전개되는 주요 변화와 논쟁을 살펴 보았다. 수직통합모델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제조업 내 다양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피상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인식을 통해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혁신의 원천을 어디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제조모델을 Upgrade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들은 자신들의 본업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본업에서 지금의 제조모델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 하에서 어떻게 하면 차별적 제조역량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충분한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아직 모든 모델을 아우르는 ‘절대 반지’와 같은 지배적 제조모델은 여전히 탐색 중이다. 하지만 성급히 다른 모델에서 대안을 찾고자 시도했던 기업들이 결국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쇠락에 직면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위 5%의 원가절감을 위해 40%의 혁신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핵심생산기지 전진배치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핵심기지 전진배치는 본국 내에서 차세대 제품 투자나 혁신활동에 대한 중장기 계획과 맞물려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제조생태계와 연계된 제조모델의 탐색이 필요하다. 애플과 일본기업들은 상이한 제조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본국 내 제조 생태계와 제조모델 전략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소재 및 부품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애플은 자국 내에 잘 발달된 소트프웨어 산업을 가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이러한 생태계를 활용하기 보다는 관련 생태계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전개해 왔다. 과거 한국 전쟁 이후 전후방 산업 인프라가 없어 기업 스스로 생태계를 창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젠 모든 것을 기업이 스스로 다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 역시 전후방 산업의 육성, 상호간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이질적인 것과의 공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향후 제조모델은 소프트한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하드한 부분과 소프트한 부분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내부구성원과의 협력보다는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 많이 증가할 것이다. 동시에 보다 좋은 제조 생태계를 찾아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생산기지 운영이나 로컬 소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화가 상이한 조직과의 협업도 많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는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구축된 수직 계열화된 구조를 복제, 해외에 이식한 한 것에 불과한 사례가 많다. 오픈형/현지형 제조시스템 구축 전략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이러한 이질성과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상대적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제조업은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에서 짧은 기간 놀라운 성과를 창출해 왔고 점차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있다. 제조 모델에서 일고 있는 변화는 우리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이지만 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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