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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6. 00:42

지금 녹색인 것은 자연만이 아닌 듯 하다. 최근 정부의 정책 리포트, 각종 포털 사이트 인기 기사 리스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꼭대기도 ‘그린’과 ‘녹색’의 물결이다.
Technical Point

친환경과 IT가 만나면 편리함이 더해진다

친환경과 IT가 만나면 편리함이 더해진다 바야흐로 매미가 종일 울어대는 진짜 여름이다. 녹음이 한창인 산과 들, 곡물과 채소가 자라는 논과 밭, 활엽수의 가로수로 찻길마저도 짙은 녹색이다. 그런데 지금 녹색인 것은 자연만이 아닌 듯 하다. 최근 정부의 정책 리포트, 각종 포털 사이트 인기 기사 리스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꼭대기도 ‘그린’과 ‘녹색’의 물결이다.

녹색 홍수, 도시민의 생활을 바꾸다

녹색 바람은 이상 기후의 주요 원인이 환경 파괴일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최근의 화석 연료 가격 폭등, 경제 위기에 따른 비용 절감 움직임, 무역장벽화한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REACH(Registr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등 각종 환경 관련 규제 등이 더해져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환경에 무해한 생산·소비 활동이 각광 받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상품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얼마 전 일본에서 3세대 신규 모델이 발표되자마자 18만 대가 예약 주문되었다.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6개월을 기다려 구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어 각국 정부도 친환경 분야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미국의 뉴 아폴로 프로젝트(’09), 영국의 녹색 뉴딜(’09), 일본의 쿨어스 에너지 혁신 기술 계획(’08), 프랑스의 사르코지 뉴딜정책(’07) 등이 있다.

이렇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친환경 조류는 어떤 식으로든 생활 양식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빠르고 편하지만 덕분에 교통 체증을 겪는 자가용 대신에 건강에도 좋고 화석연료도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처럼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주요 생활 터전인 도시 공간이 이런 변화를 작든 크든 수용해야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사용되는 자원과 환경에 대한 영향은 줄이는, 편의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도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도시 개발 계획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불편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일 수 있을까

중요성과는 별개로 보다 좋은 그리고 많은 것을 제공하면서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라는 명제는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트레이드 오프다. 환경과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좀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법이니 말이다. 여름 밤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모시적삼을 입고 우물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건져 먹을 수 있으면 더위가 큰 문제가 안될지 모르지만, 열섬 현상으로 아스팔트가 지글거리는 도심 한가운데 사무실에서라면 아무리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깊이 동의하더라도 에어컨 설정 온도를 1도 올리기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 생활이 불편해지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브라질의 꾸리찌바(Curitiba)와 일본의 기타큐슈(北九州)는 60년대에 이미 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도시 파괴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생태 건축과 같은 건물 단위 방법론에서부터 수자원 활용, 폐기물 처리, 에너지 자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꾸리찌바는 현재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으며, 기타큐슈는 일본의 환경 수도 콘테스트에서 ’07, ’08년 연속 1위를 수상했다.

▲ 꾸찌리바의 환승 시스템

그러나 현재는 성공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이 도시들은 짧게는 십여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복구와 재탄생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각국의 도시들은 이런 과정을 참고하여 선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예 처음부터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도시를 설계하거나 현재의 모습을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탄소 제로 도시라는 콘셉트가 한창 실험 중이다. 아이러니하게 화석 연료로 부를 축적한 중동 국가들이 적극적인데, 3無(온실가스, 쓰레기, 자동차)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아부다비의 마스다르를 비롯하여 두바이, 쿠웨이트 등이 친환경 생활 공간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화석 연료에 기반한 현재 에너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유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미국의 많은 대도시들도 그린 도시를 위하여 탄소 저감 및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대중 교통 확충, 빌딩 에너지 효율성 확대 등의 노력에 더불어 그린 기술 기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1)

오래된 태양에서 새로운 태양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 - IT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모든 곳에서 태양광, 지열과 같은 환경에 해가 적은 에너지원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면 앞서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며 실제로 이를 위하여 풍력, 수력, 조력, 태양광·열, 바이오 연료 등 화석 연료의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연구에 다수의 많은 투자가 진행 중이다.2) 그러나 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3) 당분간은 현재의 자원 상황에 최대한 효과적·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IT가 환경 분야에 기여할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4) IT가 갖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대량의 데이터 수집·관리, 현실을 반영한 복잡한 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건물과 도로, 공원 등의 배치에 따른 환경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여 사람과 자연 모두에 최적의 환경을 구성할 수도 있고, 운영 시에 걸쳐 문제의 발생을 미리 예상하거나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어 낭비를 막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술들은 다양한 환경에 대한 대응을 실제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좀 더 정확한 상황 정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상·하수도와 하천 유역 등에 적절히 설치된 센서 네트워크와 수자원 관리 시스템이 있다면 강의 범람이나 상수도관 파열 같은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통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물 부족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최근에는 대형 건물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도 센서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구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규모를 확대하여 만약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사용량에 기반한 다이나믹한 실시간 발전 지시와 전력 배분 및 전력 원천에 따른 복잡한 과금을 다룰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이다.

u-City에서 u-Eco City로

이와 같이 IT를 활용한 친환경 도시 구축의 대표적인 모델로 u-Eco City를 들 수 있다. u-Eco City는 u-City와 생태 도시의 일종의 컨버전스라고 볼 수 있는데, u-City의 핵심 기반인 정보통신을 비롯한 유비쿼터스 기술에 환경 공생형 도시의 콘셉트를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은 u-City에서 제시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으나, 기술 및 실증 연구가 진행되면서 친환경적인 미래 도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토해양부의 지원으로 미래도시 전략 및 u-City 지원 정책, u-City 인프라 구현 기술, u-Space 구축 기술, u-Based Eco-Space 구축 기술, u-Eco City Test Bed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과제가 진행 중에 있다.

이렇게 비전이 구체화됨에 따라 앞으로는 정보혁명의 정점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시험되던 자리에 환경 기술들이 서서히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u-City가 건설과 IT의 결합으로 정보통신의 발달에 익숙해진 도시민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u-Eco City 콘셉트 하에서는 이 기반 위에 ET를 결합하여 지속적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변화할 생활 양식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언젠가는 오염이 없는 고효율의 에너지원과 환경을 효과적으로 복구하는 기술이 등장하여 지구를 구원하겠지만 이는 그리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전망은 아닐 것이다. 이 기간을 현명하게 넘기기 위하여 우선은 에너지 저감과 효율적 활용이 담보되는 서비스들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론 환경 친화적인 생활 습관을 기르도록 아주 약간의 노력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에 IT를 다양한 방법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친환경=편리함 혹은 쾌적함’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1) 어네스트앤영은 2008년 3사분기 미국 전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에 투자된 자금이 전 분기보다 55%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인 16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음(조선일보, [현장르포] 실리콘밸리의 도전, 2008.11.9.)

2) 미국은 에너지부 산하 National Renewable Laboratory에서 풍력 발전소, 태양판, 생물 연료를 위한 연구로 지난 2년간 3억 7,800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했고 유럽 연합도 2020년 재생 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에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략 에너지 기술 계획을 통하여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억 유로를 투자했고 2007년도에만 4,360만 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KISTI, ‘유럽연합의 2008년도 태양광발전 연구기술 개발 현황’, 김영철, 2008)

3) 우리나라의 경우 제3차 기본계획에 의한 총 전력 생산 중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2020년 6.08%, 2030년 11.0%로 예상되고 있음(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 기본계획, 2008.12)

4) 2020년을 기준으로 정보통신 기술이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양은 전체 저감 가능량 중 3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GeSI, 2005)도시 패러다임의 변화 : IT와 생태도시의 컨버전스도시건설정보기술 측면미래도시에 대한 새로운 요구도시환경 측면도시건설유비쿼터스 기술유비쿼터스 기술의 발전인공적인 도시환경공생형 도시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의 진화U-CityEco-City새로운 도시의 등장U-Eco City출처 | u-Eco City 사업단, http://www.ueco.or.kr/
- Beyond Promise 8+9월호 (글│강효정│LG CNS 기술전략그룹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