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25. 18:43
이베이의 中 온라인경매시장 진출 실패는 ‘알리바바’라는 유력 선점기업 경시한 탓
인터넷 세상에선 ‘승자 독식’ 현상 뚜렷 일반적으로 큰 네트워크 가질수록 강해
사례 1: 미국의 온라인 경매 시장을 석권한 이베이(e-Bay)가 일본과 중국에 진출해 야후 재팬 (Yahoo Japan)이나 알리바바(Alibaba)에 참패한 이유는?
사례 2: 최근 도입된 이동통신서비스의 ‘망내 할인요금’제도에서 왜 SKT의 가입자수 증가율이 훨씬 더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제시한 LGT보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격차 이상으로 월등히 높은가?
사례 3: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밀려서 10년 이상 침체기에 있던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Nitendo)가 최근 디에스(DS)와 위(Wii)라는 게임기로 대박을 터뜨려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 사례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키워드는 네트워크(network)이다. 네트워크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교통, 통신 네트워크로부터 각종 ‘연줄’로 대변되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그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경영에서도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는 산업분야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항공산업에서는 1970년대 후반 탈규제 조치 이후 보다 효율적인 방사형(hub-and-spoke) 노선 네트워크를 먼저 도입한 항공사와 그렇지 못한 항공사 간에 명암이 엇갈렸다. 네트워크의 크기를 신속히 확대하고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규모 네트워크가 가져다 주는 효익(效益)을 증대시키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항공사는 승승장구한 반면, 그렇지 못했던 항공사는 침몰하는 운명을 맞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항공사들이 스카이팀이나 스타얼라이언스처럼 전략적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 취항도시 수를 급격히 늘리고 마일리지의 효용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에 동참하지 못하는 항공사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크게 변화하고 많은 산업에서 경쟁의 양상과 구조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구적 경영사상가들은 기업간 경쟁이 점차 네트워크의 경제학에 의해 좌우된다는 측면을 주목해 이처럼 인터넷이 몰고 온 급격한 변화를 네트워크 경제의 부상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핵심적인 전략적 이슈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월한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거나, 신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경쟁상 가치가 있는 네트워크, 특히 고객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터넷의 급부상과 함께 대두한 신(新)경쟁전략의 논리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것은 ‘승자가 독식한다’는 수확체증의 법칙이었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특정기술이나 기업이 고객네트워크에서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초기 경쟁의 승자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高)이윤을 향유하고, 초기경쟁의 패자나 후발 진입기업들은 생존조차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닷컴 붐에서 많은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쳤고, 그들로 하여금 고객네트워크의 신속한 구축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로 삼게 만들었다. 승자독식의 현상은 특히 특정 상품의 가치가 동일 상품 또는 호환적인 상품을 사용하는 고객 기반의 크기에 비례하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창출될 때 잘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효과는 크게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구분될 수 있다. 직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나타나기에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고객이 향유하는 혜택이 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통신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예로,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고객의 효익은 높아지게 된다. 앞서 예를 든 이동통신서비스 망내요금할인제도의 경우 SKT의 망내요금할인제 가입자 비율이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LGT와의 시장점유율 격차(약 3배)보다 훨씬 큰 이유도 이러한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SKT 고객은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2명 중 1명인 반면, LGT는 6명 중 1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경우 작은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 큰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과 유효하게 경쟁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가 후발기업을 보호하고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동통신서비스에 ‘비대칭적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 경매의 최강자 이베이의 해외시장 진출 실패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경매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더 좋은 조건으로 쉽게 매매를 할 수 있기에 1등 기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을 석권한 이베이가 여세를 몰아서 일본에 진출하였지만 시장을 선점한 야후 재팬과 라쿠텐에게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반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는 이미 온라인 경매 시장을 장악한 옥션을 인수하였는데 이는 이베이 입장에서 최적의, 어쩌면 유일한 진입전략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진입할 때는 이미 알리바바라는 선점 기업이 있었음에도 독자 진출을 시도하다가 다시 한 번 좌절을 겪게 된다. 이처럼 선점 기업이 이미 네트워크효과를 창출한 경우에는 천하의 이베이라도 후발 진입해서는 승산이 별로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한편 닌텐도는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 성공했다. 콘솔 게임은 비디오 게임기(하드웨어)와 보완재인 게임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현재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하고 있다. 닌텐도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layStation3)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떨어지는 위(Wii)와 디에스(DS)라는 게임기를 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게임기의 격전지인 일본에서 소니보다 세 배 이상 판매량을 보이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는 닌텐도가 여성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청장년까지 흡수할 수 있는 훨씬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확보함으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선순환 메커니즘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VCR 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하였던 소니의 베타맥스 VCR이 VHS VCR과의 표준 전쟁에서 밀려 퇴출된 사례나 PC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하였던 애플(Apple)의 퍼스널 컴퓨터가 IBM 호환 PC에 밀린 사례, 그리고 최근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시장을 선점하였던 한국 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포드(iPod)에 밀린 이유도 이와 같이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효과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완재가 없으면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 상품이라고 하는데, 특정 플랫폼의 수용자가 많을수록 외부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를 많이 개발하게 되어 네트워크의 가치를 더욱 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네트워크가 크다고 해서 항상 네트워크 효과가 창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메시징에서는 가족, 친구, 동료 등 극소수의 친지로만 구성된 폐쇄적인 네트워크 특성상 고객 효용이 친지들과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에서만 발생한다. 이 경우 고객 효용은 특정회사의 고객 네트워크 전체 크기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특정 메신저 회사의 전체 고객수가 2000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내 친지 네트워크에 소속된 사람의 숫자가 50명이라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20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은 나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지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인스턴트 메시징에서는 AOL과 같이 대규모 고객을 확보한 선점 기업의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후발주자가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고 시장이 복수의 사업자에 의해 분할되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금세기 초반 닷컴 기업의 부침은 맹목적으로 수확체증의 법칙을 받아들인 데서 비롯됐다. 자사(自社) 상품이 지니는 네트워크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대규모 고객 네트워크를 선점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는데, 상당수의 경우 잘못된 전략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기반의 경쟁전략을 세울 때 단순히 네트워크 크기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네트워크와 연관된 소비자들의 혜택의 근원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경쟁전략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
21세기 들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여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할 수 있다면 경쟁자와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네트워크 경제의 경쟁원리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 송재용 교수의 스마트 경영
인터넷 세상에선 ‘승자 독식’ 현상 뚜렷 일반적으로 큰 네트워크 가질수록 강해
사례 1: 미국의 온라인 경매 시장을 석권한 이베이(e-Bay)가 일본과 중국에 진출해 야후 재팬 (Yahoo Japan)이나 알리바바(Alibaba)에 참패한 이유는?
사례 2: 최근 도입된 이동통신서비스의 ‘망내 할인요금’제도에서 왜 SKT의 가입자수 증가율이 훨씬 더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제시한 LGT보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격차 이상으로 월등히 높은가?
사례 3: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밀려서 10년 이상 침체기에 있던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Nitendo)가 최근 디에스(DS)와 위(Wii)라는 게임기로 대박을 터뜨려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 사례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키워드는 네트워크(network)이다. 네트워크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교통, 통신 네트워크로부터 각종 ‘연줄’로 대변되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그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경영에서도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는 산업분야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항공산업에서는 1970년대 후반 탈규제 조치 이후 보다 효율적인 방사형(hub-and-spoke) 노선 네트워크를 먼저 도입한 항공사와 그렇지 못한 항공사 간에 명암이 엇갈렸다. 네트워크의 크기를 신속히 확대하고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규모 네트워크가 가져다 주는 효익(效益)을 증대시키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항공사는 승승장구한 반면, 그렇지 못했던 항공사는 침몰하는 운명을 맞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항공사들이 스카이팀이나 스타얼라이언스처럼 전략적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 취항도시 수를 급격히 늘리고 마일리지의 효용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에 동참하지 못하는 항공사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크게 변화하고 많은 산업에서 경쟁의 양상과 구조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구적 경영사상가들은 기업간 경쟁이 점차 네트워크의 경제학에 의해 좌우된다는 측면을 주목해 이처럼 인터넷이 몰고 온 급격한 변화를 네트워크 경제의 부상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핵심적인 전략적 이슈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월한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거나, 신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경쟁상 가치가 있는 네트워크, 특히 고객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터넷의 급부상과 함께 대두한 신(新)경쟁전략의 논리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것은 ‘승자가 독식한다’는 수확체증의 법칙이었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특정기술이나 기업이 고객네트워크에서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초기 경쟁의 승자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高)이윤을 향유하고, 초기경쟁의 패자나 후발 진입기업들은 생존조차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닷컴 붐에서 많은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쳤고, 그들로 하여금 고객네트워크의 신속한 구축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로 삼게 만들었다. 승자독식의 현상은 특히 특정 상품의 가치가 동일 상품 또는 호환적인 상품을 사용하는 고객 기반의 크기에 비례하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창출될 때 잘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효과는 크게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구분될 수 있다. 직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나타나기에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고객이 향유하는 혜택이 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통신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예로,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고객의 효익은 높아지게 된다. 앞서 예를 든 이동통신서비스 망내요금할인제도의 경우 SKT의 망내요금할인제 가입자 비율이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LGT와의 시장점유율 격차(약 3배)보다 훨씬 큰 이유도 이러한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SKT 고객은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2명 중 1명인 반면, LGT는 6명 중 1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경우 작은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 큰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과 유효하게 경쟁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가 후발기업을 보호하고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동통신서비스에 ‘비대칭적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 경매의 최강자 이베이의 해외시장 진출 실패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경매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더 좋은 조건으로 쉽게 매매를 할 수 있기에 1등 기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을 석권한 이베이가 여세를 몰아서 일본에 진출하였지만 시장을 선점한 야후 재팬과 라쿠텐에게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반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는 이미 온라인 경매 시장을 장악한 옥션을 인수하였는데 이는 이베이 입장에서 최적의, 어쩌면 유일한 진입전략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진입할 때는 이미 알리바바라는 선점 기업이 있었음에도 독자 진출을 시도하다가 다시 한 번 좌절을 겪게 된다. 이처럼 선점 기업이 이미 네트워크효과를 창출한 경우에는 천하의 이베이라도 후발 진입해서는 승산이 별로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한편 닌텐도는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 성공했다. 콘솔 게임은 비디오 게임기(하드웨어)와 보완재인 게임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현재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하고 있다. 닌텐도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layStation3)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떨어지는 위(Wii)와 디에스(DS)라는 게임기를 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게임기의 격전지인 일본에서 소니보다 세 배 이상 판매량을 보이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는 닌텐도가 여성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청장년까지 흡수할 수 있는 훨씬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확보함으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선순환 메커니즘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VCR 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하였던 소니의 베타맥스 VCR이 VHS VCR과의 표준 전쟁에서 밀려 퇴출된 사례나 PC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하였던 애플(Apple)의 퍼스널 컴퓨터가 IBM 호환 PC에 밀린 사례, 그리고 최근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시장을 선점하였던 한국 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포드(iPod)에 밀린 이유도 이와 같이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효과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완재가 없으면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 상품이라고 하는데, 특정 플랫폼의 수용자가 많을수록 외부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를 많이 개발하게 되어 네트워크의 가치를 더욱 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네트워크가 크다고 해서 항상 네트워크 효과가 창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메시징에서는 가족, 친구, 동료 등 극소수의 친지로만 구성된 폐쇄적인 네트워크 특성상 고객 효용이 친지들과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에서만 발생한다. 이 경우 고객 효용은 특정회사의 고객 네트워크 전체 크기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특정 메신저 회사의 전체 고객수가 2000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내 친지 네트워크에 소속된 사람의 숫자가 50명이라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20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은 나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지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인스턴트 메시징에서는 AOL과 같이 대규모 고객을 확보한 선점 기업의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후발주자가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고 시장이 복수의 사업자에 의해 분할되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금세기 초반 닷컴 기업의 부침은 맹목적으로 수확체증의 법칙을 받아들인 데서 비롯됐다. 자사(自社) 상품이 지니는 네트워크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대규모 고객 네트워크를 선점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는데, 상당수의 경우 잘못된 전략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기반의 경쟁전략을 세울 때 단순히 네트워크 크기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네트워크와 연관된 소비자들의 혜택의 근원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경쟁전략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
21세기 들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여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할 수 있다면 경쟁자와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네트워크 경제의 경쟁원리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 송재용 교수의 스마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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