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16. 21:18
기업이 거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CEO 혼자서 모두 책임지는 건 불가능
저가 항공사 美 사우스웨스트 항공 고객에게 ‘사과’하는 최고책임자(CAO)둬
임원에게 권한 위임한 GE 이멜트 회장 1시간 직접 운전하며 출퇴근… 여유 만끽
※사례 1
“안녕하세요, 저는 최고 사과(謝過) 책임자(CAO· Chief Apology Officer)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프레드 테일러 시니어 매니저는 CAO란 생소한 직함을 갖고 있다. 자신의 회사가 고객들을 어떻게 실망시켰는가를 찾고 편지를 쓰고 전화를 받는 게 그의 하루 일과다. 비행기가 기상 이변으로 연착해 불편을 줄 때도 회사의 책임은 아니지만 고객들에 대한 사과는 멈추지 않는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고객 입장에서 판단하고 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사가 미국 민간 항공사 중 모든 고객 만족 항목에서 1위를 달리며 매 분기 흑자를 유지하는 배경이다.
※사례 2
인도 방갈로어에 있는 IT 아웃소싱 업체 브이모크샤 테크놀로지스(Vmoksha Technologies)는 기업의 명성을 관리하는 최고명성관리자(CRO·Chief Reputation Officer)를 임명한다. 인도의 치열한 아웃소싱 경쟁 환경에서는 좋은 명성을 쌓는 게 최고의 자산이자 최대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 CRO인 압나시 싱(Abnash Singh) 부사장은 직원들이 선진 IT 업체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은 인재들로 구성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GE나 도요타 등 굴지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1년 설립 이후 4년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사례 3
600여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미국의 거대 로펌 ‘닉슨 피바디(Nixon Peabody)’는 최근 업계 최초로 최고환경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는 직함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에너지 환경 분야 담당 자문인 캐롤린 카플란(Carolyn Kaplan)은 조만간 이 직함으로 대내외활동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녀의 역할은 사내에서 재활용제품 사용과 에너지 비용 절감 활동을 감시하는 동시에, 환경규제와 관련해 기업고객들한테 필요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기업들이 향후 5~10년 이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파악하고 직함 신설을 통해 고객들의 관심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례 4
씨티그룹은 최근 모기지 관련 투자 자산 상각으로 1998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였던 데이비드 버스넬 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CRO의 교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울 삼아 향후 위험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고준법책임자(CCO·Chief Compliance Officer)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이기도 하는 CRO는 요즘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에서 담당 임원을 두고 있다.
■경영환경 반영하는 C 직함
책임자란 뜻의 ‘치프(Chief)’는 특정분야를 전담하는 최상위 경영진(C-suite level)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직함은 기업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이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두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물가불안이 심한 1970년대에는 임금인상 없이 승진만 시켜 직함에 C를 붙여주는 현상이 늘었다. 1980년대는 기업의 군살을 빼자는 리스트럭처링 붐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권위의식을 심어주는 C의 남발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IT 붐을 타고 새로운 사업 모델과 직능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구분 짓는 현상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했다. 지금은 알파벳 A(Chief Apology Officer)에서 V(Chief Value Officer·최고가치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C 직함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C 직함의 증가는 직함의 인플레(title inflation)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실제 업무는 따로 하면서 상징적인 의미로만 C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립멤버였던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가 치프 이벤절리스트(Chief Evangelist·최고경영자 전도사)로 불린 것이나, 야후 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이 자신을 치프 야후(Chief Yahoo·야후 최고경영자)로 소개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C 직함을 부여받는 당사자는 해당 분야에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다. 또 조직의 방향을 맨 위에서 조정하고 부서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론이 우세하다. 기업들이 어떤 C 레벨의 임원을 갖고 있는가를 보면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나 업계의 트렌드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C 직함 증가는 권한위임의 트렌드
C 직함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의 규모가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억(億)단위 기업에서는 CEO와 일부 경영진만의 의사결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기업의 규모가 조(兆)단위로 확대됨에 따라 CEO 혼자서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마케팅, 정보보호 정책 등 특정 분야에서는 자신의 권한을 넘겨 해당 임원이 책임지고 그 분야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C-레벨 직함을 신설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CEO가 고유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32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본사가 있는 코네티컷주 페어필드까지 1시간 가량 직접 운전해 출근하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을 쪼개 살인적인 스케줄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때때로 손수 운전을 하고 출퇴근할 수 있는 것도 철저한 권한위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GE본사에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준법(Compliance),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그의 역할을 나눠 맡기 때문이다. 이멜트 회장처럼 CEO는 기업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고민에만 업무를 집중하는 것이다. 만일 CEO가 다른 업무 영역에 일일이 관여하고 지시한다면 기업 성장의 전략을 짜거나 인재 육성을 위한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全)사업부를 관통하는 CSO 파워
C 직함이 증가한 다른 이유는 기업활동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사업부나 기능을 총괄해 연결하고 특정 사업부내의 문제가 아닌 사업부간(cross-business) 혹은 기능간(cross-functional)의 문제 해결에 적합한 권위가 필요해졌다. 특히 요즘 들어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 직함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에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CSO 타이틀이 눈에 띄다가 대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최근에 CSO 직함을 신설했다.
세계적인 보험회사 AIG에서 기업 전략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슈라이버(Brian Schreiber)도 최근 CSO 직함을 달았다. 새 직함을 달기까지 그의 주요 역할은 투자 결정과 임원진 회의에서 선정된 기업의 매수를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 전략 기획의 프로세스를 형식화(formalize)하고, 전체 조직에 새로운 업무 분위기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전략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절차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전략의 성공적인 창출과 집행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CEO들이 자신의 영역이었던 전략 실행을 CSO에 넘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CEO가 제시한 비전과 전략이 말단 직원들까지 전달이 됐는지, 직원들이 하는 일이 조직 전체의 전략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해 CEO의 의사결정 과정을 가까이서 보좌할 ‘미니 CEO’로서 CSO의 역할이 요구된 것이다. AIG, 킴벌리-클라크, 모토롤라, 유니버설 픽처스와 같은 기업들은 CSO의 활약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한국기업에 주는 교훈, 과감한 C직함 활용이 관건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매출 규모가 팽창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각 단계의 조직 구조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정의되어 있다고 해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작 기능간 문제라든가, 사업간 시너지 문제,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는 신(新)사업 발굴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다. 부서 내부에서는 잘 하지만 막상 자기 부서를 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야가 좁아지는 오류도 생긴다. 이는 곧 전략적 오류로 이어지고 결국 CEO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런 운영 메커니즘으로는 글로벌 선진 기업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 범위가 확대될수록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신속하게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C 직함을 통해 책임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인재들이 많아져야 하고, 굳이 CSO라는 직함이 아니더라도 조직 전체를 꿰뚫는 전략의 실천을 강조해야 한다.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14/2007121401103.html
저가 항공사 美 사우스웨스트 항공 고객에게 ‘사과’하는 최고책임자(CAO)둬
임원에게 권한 위임한 GE 이멜트 회장 1시간 직접 운전하며 출퇴근… 여유 만끽
※사례 1
“안녕하세요, 저는 최고 사과(謝過) 책임자(CAO· Chief Apology Officer)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프레드 테일러 시니어 매니저는 CAO란 생소한 직함을 갖고 있다. 자신의 회사가 고객들을 어떻게 실망시켰는가를 찾고 편지를 쓰고 전화를 받는 게 그의 하루 일과다. 비행기가 기상 이변으로 연착해 불편을 줄 때도 회사의 책임은 아니지만 고객들에 대한 사과는 멈추지 않는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고객 입장에서 판단하고 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사가 미국 민간 항공사 중 모든 고객 만족 항목에서 1위를 달리며 매 분기 흑자를 유지하는 배경이다.
※사례 2
인도 방갈로어에 있는 IT 아웃소싱 업체 브이모크샤 테크놀로지스(Vmoksha Technologies)는 기업의 명성을 관리하는 최고명성관리자(CRO·Chief Reputation Officer)를 임명한다. 인도의 치열한 아웃소싱 경쟁 환경에서는 좋은 명성을 쌓는 게 최고의 자산이자 최대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 CRO인 압나시 싱(Abnash Singh) 부사장은 직원들이 선진 IT 업체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은 인재들로 구성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GE나 도요타 등 굴지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1년 설립 이후 4년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사례 3
600여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미국의 거대 로펌 ‘닉슨 피바디(Nixon Peabody)’는 최근 업계 최초로 최고환경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는 직함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에너지 환경 분야 담당 자문인 캐롤린 카플란(Carolyn Kaplan)은 조만간 이 직함으로 대내외활동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녀의 역할은 사내에서 재활용제품 사용과 에너지 비용 절감 활동을 감시하는 동시에, 환경규제와 관련해 기업고객들한테 필요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기업들이 향후 5~10년 이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파악하고 직함 신설을 통해 고객들의 관심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례 4
씨티그룹은 최근 모기지 관련 투자 자산 상각으로 1998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였던 데이비드 버스넬 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CRO의 교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울 삼아 향후 위험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고준법책임자(CCO·Chief Compliance Officer)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이기도 하는 CRO는 요즘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에서 담당 임원을 두고 있다.
■경영환경 반영하는 C 직함
책임자란 뜻의 ‘치프(Chief)’는 특정분야를 전담하는 최상위 경영진(C-suite level)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직함은 기업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이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두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물가불안이 심한 1970년대에는 임금인상 없이 승진만 시켜 직함에 C를 붙여주는 현상이 늘었다. 1980년대는 기업의 군살을 빼자는 리스트럭처링 붐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권위의식을 심어주는 C의 남발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IT 붐을 타고 새로운 사업 모델과 직능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구분 짓는 현상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했다. 지금은 알파벳 A(Chief Apology Officer)에서 V(Chief Value Officer·최고가치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C 직함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C 직함의 증가는 직함의 인플레(title inflation)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실제 업무는 따로 하면서 상징적인 의미로만 C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립멤버였던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가 치프 이벤절리스트(Chief Evangelist·최고경영자 전도사)로 불린 것이나, 야후 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이 자신을 치프 야후(Chief Yahoo·야후 최고경영자)로 소개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C 직함을 부여받는 당사자는 해당 분야에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다. 또 조직의 방향을 맨 위에서 조정하고 부서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론이 우세하다. 기업들이 어떤 C 레벨의 임원을 갖고 있는가를 보면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나 업계의 트렌드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C 직함 증가는 권한위임의 트렌드
C 직함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의 규모가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억(億)단위 기업에서는 CEO와 일부 경영진만의 의사결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기업의 규모가 조(兆)단위로 확대됨에 따라 CEO 혼자서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마케팅, 정보보호 정책 등 특정 분야에서는 자신의 권한을 넘겨 해당 임원이 책임지고 그 분야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C-레벨 직함을 신설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CEO가 고유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32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본사가 있는 코네티컷주 페어필드까지 1시간 가량 직접 운전해 출근하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을 쪼개 살인적인 스케줄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때때로 손수 운전을 하고 출퇴근할 수 있는 것도 철저한 권한위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GE본사에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준법(Compliance),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그의 역할을 나눠 맡기 때문이다. 이멜트 회장처럼 CEO는 기업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고민에만 업무를 집중하는 것이다. 만일 CEO가 다른 업무 영역에 일일이 관여하고 지시한다면 기업 성장의 전략을 짜거나 인재 육성을 위한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全)사업부를 관통하는 CSO 파워
C 직함이 증가한 다른 이유는 기업활동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사업부나 기능을 총괄해 연결하고 특정 사업부내의 문제가 아닌 사업부간(cross-business) 혹은 기능간(cross-functional)의 문제 해결에 적합한 권위가 필요해졌다. 특히 요즘 들어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 직함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에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CSO 타이틀이 눈에 띄다가 대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최근에 CSO 직함을 신설했다.
세계적인 보험회사 AIG에서 기업 전략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슈라이버(Brian Schreiber)도 최근 CSO 직함을 달았다. 새 직함을 달기까지 그의 주요 역할은 투자 결정과 임원진 회의에서 선정된 기업의 매수를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 전략 기획의 프로세스를 형식화(formalize)하고, 전체 조직에 새로운 업무 분위기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전략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절차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전략의 성공적인 창출과 집행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CEO들이 자신의 영역이었던 전략 실행을 CSO에 넘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CEO가 제시한 비전과 전략이 말단 직원들까지 전달이 됐는지, 직원들이 하는 일이 조직 전체의 전략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해 CEO의 의사결정 과정을 가까이서 보좌할 ‘미니 CEO’로서 CSO의 역할이 요구된 것이다. AIG, 킴벌리-클라크, 모토롤라, 유니버설 픽처스와 같은 기업들은 CSO의 활약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한국기업에 주는 교훈, 과감한 C직함 활용이 관건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매출 규모가 팽창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각 단계의 조직 구조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정의되어 있다고 해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작 기능간 문제라든가, 사업간 시너지 문제,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는 신(新)사업 발굴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다. 부서 내부에서는 잘 하지만 막상 자기 부서를 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야가 좁아지는 오류도 생긴다. 이는 곧 전략적 오류로 이어지고 결국 CEO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런 운영 메커니즘으로는 글로벌 선진 기업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 범위가 확대될수록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신속하게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C 직함을 통해 책임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인재들이 많아져야 하고, 굳이 CSO라는 직함이 아니더라도 조직 전체를 꿰뚫는 전략의 실천을 강조해야 한다.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14/2007121401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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