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9. 02:12
기업 경영에 있어 선택해야 하는 두 요소가 갈등에 놓이는 패러독스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업들은 양자 택일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상충되는 두 요소를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의 필요성은 HR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IMF 이후 도입된 서구식 HR 프랙티스들이 기존 한국 고유의 가치관이나 기업 관행과 종종 갈등을 빚으면서 HR 패러독스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인 성과 중심으로 보상하는 방안과 집단 성과 중심으로 보상하는 방안 사이의 선택의 갈등이나, 핵심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핵심인재 관리와 조직 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인재의 동기부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 것이다. 또한 외부 영입이라는 새로운 채용 트렌드가 나타나면서 우리 기업도 외부 인재 영입에 주력해야 할 지, 내부 구성원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에 대해 갈등하게 되었고, 효율성 강화를 위한 통제적인 조직 운영 방식과 창의성 발현을 위한 헌신과 자율적 조직 운영 방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HR 프랙티스에 있어 One Best Way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기업에서 성공했다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적용하려는 인식과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HR 패러독스 요소를 잘 융합시켜, 창의적이고 고유한 HR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양자를 잘 조화롭게 결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Ⅰ. 패러독스 경영의 대두
우리는 종종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선택의 갈등에 놓이게 된다.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라 배우자와 근사한 저녁 식사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보고가 생겨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그 예라 할 것이다. 회사에서의 성공을 위해 야근을 택하자니 배우자가 섭섭해할 것이고, 가족이 중요하다 판단하여 저녁 식사를 하자니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요소가 서로 갈등 상황에 놓인 경우를 우리는 패러독스(Paradox)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패러독스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즉, 성장 중심이냐 수익 중심이냐? 경쟁이냐 협력이냐? 효율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중시할 것인가? 등이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이분법적 선택을 해왔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자 택일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되자, 기업들은 서로 상충되는 요소들을 동시에 관리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김위찬 교수 등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저비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가치와 비용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를 혁신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서로 상충되어 경쟁 요소로 간주되었던 것들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패러독스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Swiss)와 왓치(Watch)를 결합하여 만든 상표인 스와치(Swatch)를 살펴보자. 스와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감성과 문화를 시계에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동사는 수많은 시계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3개월, 늦어도 6개월마다 당시의 이슈와 감성과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이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서 인식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즌에만 해당 디자인의 시계를 생산함으로써 각각의 모델에 대한 희소성을 높였다. 이와 동시에, 스위스 시계는 고가의 명품이라는 인식을 깨고, 고객들이 여러 개를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저가격 전략을 추구하였다. 스위스는 인건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전략적 가격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품과 생산 방식을 혁신해야 했다. 이를 위해 시계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금속이나 가죽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또한 시계 내장 작업 설계를 극적으로 단순화시켜 부속을 150개에서 51개로 줄이고 새롭고 더욱 저렴한 조립 기술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시계의 몸체를 나사 조립 대신 초음파 용접으로 봉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스와치는 세계의 어떤 시계 제조업체보다 30% 낮은 비용 구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스와치는 디자인, 브랜드 등을 통한 희소적 가치와 저렴한 가격이라는 상충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음으로써, 일본과 홍콩의 시계 제조업자들의 도전에 직면하여 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 산업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은 전략 뿐만 아니라 최근 HR 부문에서도 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우, IMF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주의 등 미국식 HR 프랙티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점차 HR의 다양한 패러독스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즉, 서구식 HR 프랙티스들이 기존 한국인들의 가치관이나 기업의 관행들과 종종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독스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원칙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적자원이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가져다 주는 대표적 자원으로 부각되면서, 향후 경쟁력 제고의 관건으로 개인과 조직 역량 향상의 중요한 수단인 인적자원 관리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HR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패러독스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고민과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Ⅱ. HR의 패러독스
패러독스 1. 개인 성과 중심 보상 Vs. 집단 성과 연동 보상
최근 우리 기업들은 성과주의 보상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이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수한 구성원과 그렇지 못한 구성원들을 구분하고, 우수한 구성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함으로써 능력주의 문화를 고취하고 조직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보상의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이다. 노동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5년을 기준으로 상시 노동자 100인 이상 사업체 중 48.4%가 성과주의 인사 제도의 대명사라 불리는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1.6%에 불과하던 연봉제 도입 비율이 10년 만에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성과주의 보상 제도가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누구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개인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집단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 잘하는 개인에게 높은 보상을 하는 개인 성과 중심 보상
개별 구성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상에 연계하는 개인 성과 연동 보상은 경쟁이 심화된 경영 환경에서 많은 기업들로부터 실제적으로 공감을 받아왔다. 개인에 대한 평가 및 보상이 명확해지면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가 높아지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GE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인 William Conaty는 “직원들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야 조직의 활력이 살아나고 능력 위주의 문화가 정착된다. 업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상벌을 내려야 한다. GE의 핵심 동력은 능력 있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뚜렷이 구별하는 ‘차별화’에 있다. 동료들과 비교되고 있다는 긴장감은 업적 수행에 대한 동기부여로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라고 말하면서 개인 성과 중심의 보상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또한 Lazear 와 Rosen은 토너먼트 접근법(Tournament Approach)을 제시하면서 조직 구성원들 간에 임금의 차가 크면 개별 구성원들은 타 구성원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급여 격차를 확대하면, 고성과자들을 동기부여하고 구성원들간 치열한 경쟁 유도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기업은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팀웍 중시의 집단 성과 중심 보상
다른 한편으로 개인 성과 중심의 보상 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개인별 성과 평가에 의한 차별적 보상이 조직 성과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feffer는 개인별 성과급 제도는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단기간의 성과에 초점을 두도록 조장하며, 직원들을 눈치꾼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별 인센티브 지급이 창조성과 생산성을 유도하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한다’는 속설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개인보다는 집단 성과를 기반으로 관련 구성원들에게 보상하는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 성과는 여러 구성원 및 다양한 기능이 결합하여 얻어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이 기여한 몫을 명확하게 분리/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의 필요성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20∼30%의 놀라운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세계적인 성공 기업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 교세라는 개인간 급여 차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철강회사인 뉴커(Nucor)는 고강도의 팀 인센티브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즉, 급여의 상당 부분을 20~50명으로 이루어진 작업팀의 생산성과 직접 연계시킨 것이다.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용이하고, 팀웍 및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핵심인재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하고, Free-rider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개인 보상과 조직 성과의 조화 추구
그렇다면 어떤 보상 제도가 최고의 조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보상 제도는 기업의 전략 방향, 업무 특성, 조직 문화 또는 업종이나 직종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개인 중심 보상과 집단 중심 보상 사이의 시행 착오를 통해, 집단 성과와 개인 성과의 조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IBM이 그 대표적 예이다. 변화가 빠르고, 다른 산업에 비해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는 IT 업계의 IBM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 개인 성과를 근거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그런데 개인 성과에 기반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하다 보니, 극단적으로 회사 전체 경영이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자기 일만 잘되면 많은 보상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IBM의 전 CEO인 Louis V. Gerstner는 이러한 보상 체계가 자기 중심적인 문화를 형성한다고 판단하여 1990년대 중반, 경영진이 받는 연간 인센티브를 회사 전체 실적에 연동시켰다. 일례로, 서비스 그룹이나 하드웨어 그룹의 총 책임자에게는 자신이 맡은 사업 단위의 성과가 아닌, IBM 전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그리고 바로 아래 직급 경영진의 인센티브는 IBM의 전체 실적에 따라 60%를 지급하고, 나머지 40%만 소속 사업 단위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였다. 즉, 개인 성과와 조직 성과를 적절히 혼용하여 성과급을 지급하였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개인 성과보다는 조직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전사 성과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 것이다. Gerstner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개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 협심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각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다.
패러독스 2. 외부 영입 Vs. 내부 육성
기업 가치 창출의 원천이 인간에게 있는 요즘, 각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재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필요한 인재를 노동 시장에서 그때그때 사오는 전략(Buy)과, 내부 구성원들을 육성시켜 활용하는 전략(Make)이 그것이다. 경영자들은 어떤 전략이 현 조직에 보다 바람직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 외부 영입의 중요성 증대
최근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외부 영입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사팀 뿐만 아니라 임원진들이 해외로 나가 우수한 인재들을 접촉하고,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써치펌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만 약 500여개에 달하는 써치펌들이 존재하고 있고, 온라인 취업 포탈 사이트만 보더라도 약 200~300개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매출 상위 업체에 해당하는 한 취업 포탈 사이트는 2006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7% 성장하였으며, 특히 고급 경력직의 헤드헌팅 사업 신장이 매출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들이 외부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 인재 영입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당장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Ready-made 인재’를 찾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인재를 육성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인재가 육성되기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육성보다는 이미 필요한 능력이나 스킬을 갖춘 인재를 사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둘째, 인재들의 이직률이 높아짐에 따라, 인재 육성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인재들을 열심히 육성시켜봤자, 이들이 이직을 해버리면 소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지닌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조직 내에 신선함과 자극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흔히 외부 영입 인재를 ‘미꾸라지 수족관 속 메기’에 비유하는데, ‘메기’인 외부 영입 인재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안일해진 ‘미꾸라지’ 즉 내부 구성원들을 자극시키고 긴장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부 인재 영입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중견 사원급 뿐만 아니라 임원급의 핵심 인재 영입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 외부 영입 시 나타나는 문제점
그러나 외부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첫째, 돈으로 영입한 인재는 결국 돈에 의해 또 빼앗기기 쉽다는 점이다. 모든 영입 인재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외부 영입 인재들은 내부에서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한 구성원에 비해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외부 인재들은 더 나은 조건에 쉽게 유혹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항상 노심초사하게 된다. 둘째, 외부 영입 인재들이 조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비용 대비 채용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리자급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오랜 기간 해외에서 거주한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 기존 구성원들의 텃세와 한국 기업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셋째, 외부 인재 영입으로 인해 기존 내부 구성원들과의 조직 불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외부에서 인재 영입 시,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지급 또는 높은 연봉 책정 등을 통해 기존 구성원보다 처우 수준을 더 높게 줄 때, 기존 구성원의 불만이 증폭되어 외부 영입 인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향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조직 분열이 발생할 경우, 외부 인재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거나, 기존에 일 잘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에 불만을 갖고 다른 회사를 찾아 이직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생각만큼 필요한 인재를 제때에 외부에서 확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정도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 많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외부 인력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막상 우리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들의 공급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직장이 희소했지만, 이제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희소해지는 새로운 고용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 외부와 내부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
그렇다면 기업이 좋은 인재를 보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기업들은 내부 육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육성을 통해 구성원 로열티를 높이고, 사람을 키운다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탄탄한 인적자원을 구축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부 육성을 중시하는 P&G는 자사 출신의 경영층들이 타 기업으로 영입되어 많은 성공을 거두면서 좋은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형성하였다. P&G의 인재 육성 노력으로 이제 동사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입사하기를 꿈꾸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사례 1> 참조). 도요타 역시 필요한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사원을 ‘프로 인재’로 키운다는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 프로 인재란 전문성과 더불어 항시 문제 해결을 맡을 수 있는 프로젝트 리더와 같은 인재를 의미한다. 도요타는 총 14개 부문별로 프로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구체화하고 커리어를 제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스스로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관리자에게 체계적인 부하 육성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인재의 외부 영입은 회사 경영상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략이나 환경이 변화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부 인력의 영입이 필수적이다. 코카콜라에 가려진 영원한 2인자에서 2005년을 기점으로 1위로 등극한 펩시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외부 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펩시 고위 경영자의 15~20%는 외부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외부 인재 영입 시에는 반드시 영입 원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E는 구성원 활용에 있어 내부 승진을 고수한다. 그러나 회사의 유전자 풀을 확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일정 수의 외부 인력 채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예컨대 외부 인재의 채용은 관리자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그 수도 공석의 약 20% 내에서만 외부 인재를 영입한다는 점이다. 결원의 20%에 해당하는 인력은 회사의 문화를 눈에 띄게 흔들기보다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람이 없으면 사오면 되지’라는 자본의 개념으로만 인간을 본다면, 좋은 인재를 시급하게 확보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좋은 인재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 구성원을 육성시켜 그 자리를 채우도록 하되, 조직에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적정 수준의 외부 인재 영입으로 ‘보완’한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패러독스 3. 천재 1명 Vs. 평범한 다수
최근 우리 기업들은 너도나도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경영자들의 평가 지표로 ‘핵심인재 확보율’을 활용하고 있으니, 핵심인재 확보가 경영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숙제로 부여된 셈이다. 경쟁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이 경쟁력 창출의 원천임을 감안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의 천재적인 구성원이 무엇보다도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보통 인재들에 대한 동기부여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핵심인재 관리의 기준 필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핵심인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한 두명의 탁월한 인재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핵심인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핵심인재의 생산성은 분야에 따라 2.5배나 높고, 대체 비용도 4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림> 참조). 결국 희소성이 높고 부가가치 창출력이 뛰어난 인재가 기업 경쟁력 유지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핵심인재 관리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인재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 기업들이 핵심인재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인재에 대한 정의 및 관리는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핵심인재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꼭 필요한 최고의 인재는 누구일까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학벌과 학력 위주로 핵심인재를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인재를 뽑는다며 국내 상위권 대학의 석/박사과정 출신을 찾고 있거나, 임원들이 직접 해외로 날아가 미국 명문대 유학생들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들이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을 지녔다고 볼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학력이 좋은 사람들이 기업 성과 창출의 열쇠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학력 등의 외적 조건으로 핵심인재를 분류하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어차피 난 핵심인재가 될 수 없어’라고 애초부터 포기하게 되거나,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만족감도 저하되고 자신감도 잃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동경대 출신이 모여있는 닛산이 지방대 출신들이 대부분인 도요타에 항상 밀리고 있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예로 알려진 바 있다.
핵심인재가 필요한 영역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모든 분야에서 핵심인재를 관리할 필요는 없다. 회사 성과에 중요한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특수수지 분야 등에서 선도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화학 기업 Chemico는 조인트 벤처 프로그램 관리자, 시니어 사이언티스트 등 8개의 직무를 자사의 핵심 직무군으로 선정하고, 이 직무군에 속한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주전과 벤치 역량의 동시 강화가 중요
개인의 뛰어난 역량 발휘를 통해 조직 성과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인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핵심인재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인재를 강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 성과는 유능한 인재들의 성과의 합이라는 가정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이 현실적으로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Pfeffer는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사원’을 뽑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한 개인의 성과는 동료의 도움, 개인적 건강, 업무 환경 등 능력 외 요소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TV에 방영되어 화제가 된 일본의 미라이 공업은 핵심인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야마다 사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임파워먼트를 부여한다면 누구나 필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사례 2> 참조).
또한 개인의 역량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현재의 A급 인재가 미래의 B급 인재가 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꾸준한 노력과 경험을 통해 올바르게 육성될 때 비로소 핵심인재가 되는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핵심인재라고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능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은 내부에 잠재된 70~80%의 보통 인재들의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이들을 핵심인재로 육성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즉, 구성원 누구든 노력하면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E의 경우, 상위 20%의 핵심인재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승진을 제공한다. 동시에 코칭과 멘토링을 적극 활용하여 약 70%에 해당하는 보통 인재들을 핵심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핵심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 스포츠 팀은 스타급 주전 선수를 보유한 팀이 아니라, 주전 선수를 대신하여 뛸 수 있는 후보 선수까지 탄탄하게 갖춰진 팀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든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지속적인 경쟁력의 원천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벤치 역량(Bench Strength)’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전에게는 주전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면서, 동시에 벤치를 강화하고 후보들에게 언제든 주전이 될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는 조직이 진정한 강한 조직인 것이다. 핵심인재 확보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오히려 후보 선수를 강화하는 것이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책이 될 수도 있다.
패러독스 4. 통제 지향 Vs. 헌신 지향
HR 시스템 구축시, 경영자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제 지향형(Control Oriented) 시스템 구축과, 구성원의 창의력과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한 헌신 지향형(Commitment Oriented) 시스템 구축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 효율성이냐, 창의력이냐
통제 지향적 HR 운영 기조는 규칙들과 절차들을 통해 구성원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에 보상을 함으로써, 직접적인 인건비를 줄이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부적이고 명확한 업무의 정의, 체계적인 관리 및 모니터링, 위계적 구조 등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독일의 디자인 회사인 마이어 우아(Mair u.a.)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강조하는 타 디자인 회사와는 달리 근면성실과 규율, 근무의 정확성을 경영의 미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업무 규정을 살펴보면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한다’, ‘점심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회사 일을 집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퇴근할 때 책상을 깨끗하게 정돈한다’, ‘일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는 5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회사 유니폼을 착용한다’, ‘사무실에서는 휴대폰을 꺼 놓는다’, ‘개인적인 이메일은 점심 시간에만 허용된다’ 등이 제시되고 있다. 회사 설립자인 마이어는 “능률, 훈련, 명백한 규칙과 형식이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으며, 일은 재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 결과 오히려 직장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개인적인 삶과 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헌신 지향적 HR 운영 기조는 조직과 종업원 목표 사이의 심리적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회사 성과 향상에 요구되는 종업원의 행동과 태도의 형성을 추구한다. 헌신 지향적 접근법은 구성원들이 자기 관리와 자율을 선호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며,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성원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참여, 임파워먼트 부여, 그리고 팀웍 형성에 힘을 기울인다. 구글은 헌신 지향적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이다. 구글은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업무의 20%, 즉 5일 중 하루를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드라이크리닝, 세차, 저녁 식사 예약 등 업무 외 소소한 잡일을 회사가 처리해준다. 또한 최고급 레스토랑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보다 즐겁게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노력한 결과, 구글의 구성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구글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력을 이끌어내야
효율성을 중시하는 통제 지향적 접근법이나 구성원의 몰입과 창의성 발현을 중시하는 헌신적 접근법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인적자원 관리 방안이다. 그런데 최근 개인의 존엄성과 신뢰 등을 핵심가치로 삼고 사람을 조직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여 그들의 헌신과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낼 때 보다 효과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력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하였지만,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는 개개인의 역량과 창의력 등이 생산성 향상과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관리와 통제만으로 이러한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HR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이 창의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조직 성과 제고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고객에게 최첨단의 제품/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 제품 리더십(Product Leadership)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 내고, 이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Ⅲ. 창의적이고 고유한 HR 시스템이 필요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경험하고 고민하는 HR의 패러독스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HR의 패러독스 속에서 잘못된 조직 운영 방식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경영자와 HR 담당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2가지 있다.
첫째는 One Best Way는 없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우리 기업들은 특정 HR 시스템이 모든 기업에게 공히 우수한 경영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따라서 타 기업에서 어떤 한 제도가 성공했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그 제도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물론 대세에 어긋나는 독자 노선을 꿋꿋하게 고집하기란 여간 쉽진 않다. 따라서 전 구성원을 통제하지 않고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미라이 공업이나, 나홀로 연공주의를 고집하는 헤드헌팅 업체 Egon Zehnder 등이 부각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세를 따르며 새로 도입하는 제도가 기존 조직의 전략 방향이나 문화와 상충 관계가 발생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3M의 사례를 보자. 2000년 12월, 3M은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스카우트 했다. 바로 GE 출신인 James McNerney였다. McNerney는 자기 만족에 빠진 3M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GE 제도들을 도입/적용하였다.
사실 3M은 효율성보다는 기술 개발과 구성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일례로 R&D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시간의 15%를 원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15%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나, 당장 제품화되지 않더라도 기술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3M 고유의 운영 방식이다. 또한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한 구루(Guru)에게는 ‘Corporate Scientist’라는 명예를 부여하여 정년을 보장하고, 개인 연구를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McNerney는 효율화를 위해 당장의 성과 창출이 가능하거나 또는 앞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이나 사업 분야가 아닐 경우에는 비용을 축소하고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연구원들의 대부(God Father)격인 Corporate Scientist 수도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줄이고, 대신 그 비용을 소위 ‘돈 되는 사업’에 투입하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화를 꾀했지만, 3M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제품 출시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GE식 효율성과 3M 고유의 창의성/자율성이라는 두 철학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부딪침으로써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McNerney의 뒤를 이은 George W. Buckley는 3M의 가치관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에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둘째, 기업 고유의 가치관이나 문화와 패러독스 요소를 잘 융합시켜, 창의적이고 고유한 HR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양자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도요타, 캐논, 야마하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본과 미국 자본주의의 장점만을 채택한 이른바 ‘저팽글로색슨 자본주의(JapAnglo Saxon Capitalism)’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종신 고용과 연공 서열이라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 모델에 미국식 실력(성과)주의를 융합해 ‘실력 종신주의’라는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을 창안한 것이다(<사례 3> 참조). 어느 한 쪽을 희생하기보다는 HR의 상충되는 요소들의 강점들을 뽑아내어 이를 기업 내에 수용/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구축되는 시스템이 일관된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안을 분명하게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조직의 기대 수준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을 다루고, 성과를 관리하는 HR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과 성과를 제고하고 평가/관리하는 것이 패러독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둘을 잘 융합하여 바람직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 LG Business Insight 970호
Ⅰ. 패러독스 경영의 대두
우리는 종종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선택의 갈등에 놓이게 된다.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라 배우자와 근사한 저녁 식사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보고가 생겨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그 예라 할 것이다. 회사에서의 성공을 위해 야근을 택하자니 배우자가 섭섭해할 것이고, 가족이 중요하다 판단하여 저녁 식사를 하자니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요소가 서로 갈등 상황에 놓인 경우를 우리는 패러독스(Paradox)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패러독스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즉, 성장 중심이냐 수익 중심이냐? 경쟁이냐 협력이냐? 효율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중시할 것인가? 등이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이분법적 선택을 해왔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자 택일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되자, 기업들은 서로 상충되는 요소들을 동시에 관리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김위찬 교수 등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저비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가치와 비용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를 혁신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서로 상충되어 경쟁 요소로 간주되었던 것들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패러독스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Swiss)와 왓치(Watch)를 결합하여 만든 상표인 스와치(Swatch)를 살펴보자. 스와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감성과 문화를 시계에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동사는 수많은 시계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3개월, 늦어도 6개월마다 당시의 이슈와 감성과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이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서 인식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즌에만 해당 디자인의 시계를 생산함으로써 각각의 모델에 대한 희소성을 높였다. 이와 동시에, 스위스 시계는 고가의 명품이라는 인식을 깨고, 고객들이 여러 개를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저가격 전략을 추구하였다. 스위스는 인건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전략적 가격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품과 생산 방식을 혁신해야 했다. 이를 위해 시계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금속이나 가죽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또한 시계 내장 작업 설계를 극적으로 단순화시켜 부속을 150개에서 51개로 줄이고 새롭고 더욱 저렴한 조립 기술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시계의 몸체를 나사 조립 대신 초음파 용접으로 봉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스와치는 세계의 어떤 시계 제조업체보다 30% 낮은 비용 구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스와치는 디자인, 브랜드 등을 통한 희소적 가치와 저렴한 가격이라는 상충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음으로써, 일본과 홍콩의 시계 제조업자들의 도전에 직면하여 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 산업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은 전략 뿐만 아니라 최근 HR 부문에서도 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우, IMF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주의 등 미국식 HR 프랙티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점차 HR의 다양한 패러독스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즉, 서구식 HR 프랙티스들이 기존 한국인들의 가치관이나 기업의 관행들과 종종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독스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원칙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적자원이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가져다 주는 대표적 자원으로 부각되면서, 향후 경쟁력 제고의 관건으로 개인과 조직 역량 향상의 중요한 수단인 인적자원 관리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HR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패러독스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고민과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Ⅱ. HR의 패러독스
패러독스 1. 개인 성과 중심 보상 Vs. 집단 성과 연동 보상
최근 우리 기업들은 성과주의 보상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이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수한 구성원과 그렇지 못한 구성원들을 구분하고, 우수한 구성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함으로써 능력주의 문화를 고취하고 조직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보상의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이다. 노동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5년을 기준으로 상시 노동자 100인 이상 사업체 중 48.4%가 성과주의 인사 제도의 대명사라 불리는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1.6%에 불과하던 연봉제 도입 비율이 10년 만에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성과주의 보상 제도가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누구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개인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집단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 잘하는 개인에게 높은 보상을 하는 개인 성과 중심 보상
개별 구성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상에 연계하는 개인 성과 연동 보상은 경쟁이 심화된 경영 환경에서 많은 기업들로부터 실제적으로 공감을 받아왔다. 개인에 대한 평가 및 보상이 명확해지면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가 높아지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GE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인 William Conaty는 “직원들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야 조직의 활력이 살아나고 능력 위주의 문화가 정착된다. 업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상벌을 내려야 한다. GE의 핵심 동력은 능력 있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뚜렷이 구별하는 ‘차별화’에 있다. 동료들과 비교되고 있다는 긴장감은 업적 수행에 대한 동기부여로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라고 말하면서 개인 성과 중심의 보상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또한 Lazear 와 Rosen은 토너먼트 접근법(Tournament Approach)을 제시하면서 조직 구성원들 간에 임금의 차가 크면 개별 구성원들은 타 구성원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급여 격차를 확대하면, 고성과자들을 동기부여하고 구성원들간 치열한 경쟁 유도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기업은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팀웍 중시의 집단 성과 중심 보상
다른 한편으로 개인 성과 중심의 보상 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개인별 성과 평가에 의한 차별적 보상이 조직 성과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feffer는 개인별 성과급 제도는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단기간의 성과에 초점을 두도록 조장하며, 직원들을 눈치꾼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별 인센티브 지급이 창조성과 생산성을 유도하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한다’는 속설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개인보다는 집단 성과를 기반으로 관련 구성원들에게 보상하는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 성과는 여러 구성원 및 다양한 기능이 결합하여 얻어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이 기여한 몫을 명확하게 분리/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의 필요성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20∼30%의 놀라운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세계적인 성공 기업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 교세라는 개인간 급여 차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철강회사인 뉴커(Nucor)는 고강도의 팀 인센티브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즉, 급여의 상당 부분을 20~50명으로 이루어진 작업팀의 생산성과 직접 연계시킨 것이다.
집단 성과 연동 보상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용이하고, 팀웍 및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핵심인재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하고, Free-rider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개인 보상과 조직 성과의 조화 추구
그렇다면 어떤 보상 제도가 최고의 조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보상 제도는 기업의 전략 방향, 업무 특성, 조직 문화 또는 업종이나 직종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개인 중심 보상과 집단 중심 보상 사이의 시행 착오를 통해, 집단 성과와 개인 성과의 조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IBM이 그 대표적 예이다. 변화가 빠르고, 다른 산업에 비해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는 IT 업계의 IBM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 개인 성과를 근거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그런데 개인 성과에 기반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하다 보니, 극단적으로 회사 전체 경영이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자기 일만 잘되면 많은 보상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IBM의 전 CEO인 Louis V. Gerstner는 이러한 보상 체계가 자기 중심적인 문화를 형성한다고 판단하여 1990년대 중반, 경영진이 받는 연간 인센티브를 회사 전체 실적에 연동시켰다. 일례로, 서비스 그룹이나 하드웨어 그룹의 총 책임자에게는 자신이 맡은 사업 단위의 성과가 아닌, IBM 전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그리고 바로 아래 직급 경영진의 인센티브는 IBM의 전체 실적에 따라 60%를 지급하고, 나머지 40%만 소속 사업 단위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였다. 즉, 개인 성과와 조직 성과를 적절히 혼용하여 성과급을 지급하였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개인 성과보다는 조직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전사 성과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 것이다. Gerstner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개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 협심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각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다.
패러독스 2. 외부 영입 Vs. 내부 육성
기업 가치 창출의 원천이 인간에게 있는 요즘, 각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재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필요한 인재를 노동 시장에서 그때그때 사오는 전략(Buy)과, 내부 구성원들을 육성시켜 활용하는 전략(Make)이 그것이다. 경영자들은 어떤 전략이 현 조직에 보다 바람직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 외부 영입의 중요성 증대
최근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외부 영입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사팀 뿐만 아니라 임원진들이 해외로 나가 우수한 인재들을 접촉하고,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써치펌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만 약 500여개에 달하는 써치펌들이 존재하고 있고, 온라인 취업 포탈 사이트만 보더라도 약 200~300개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매출 상위 업체에 해당하는 한 취업 포탈 사이트는 2006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7% 성장하였으며, 특히 고급 경력직의 헤드헌팅 사업 신장이 매출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들이 외부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 인재 영입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당장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Ready-made 인재’를 찾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인재를 육성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인재가 육성되기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육성보다는 이미 필요한 능력이나 스킬을 갖춘 인재를 사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둘째, 인재들의 이직률이 높아짐에 따라, 인재 육성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인재들을 열심히 육성시켜봤자, 이들이 이직을 해버리면 소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지닌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조직 내에 신선함과 자극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흔히 외부 영입 인재를 ‘미꾸라지 수족관 속 메기’에 비유하는데, ‘메기’인 외부 영입 인재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안일해진 ‘미꾸라지’ 즉 내부 구성원들을 자극시키고 긴장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부 인재 영입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중견 사원급 뿐만 아니라 임원급의 핵심 인재 영입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 외부 영입 시 나타나는 문제점
그러나 외부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첫째, 돈으로 영입한 인재는 결국 돈에 의해 또 빼앗기기 쉽다는 점이다. 모든 영입 인재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외부 영입 인재들은 내부에서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한 구성원에 비해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외부 인재들은 더 나은 조건에 쉽게 유혹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항상 노심초사하게 된다. 둘째, 외부 영입 인재들이 조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비용 대비 채용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리자급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오랜 기간 해외에서 거주한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 기존 구성원들의 텃세와 한국 기업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셋째, 외부 인재 영입으로 인해 기존 내부 구성원들과의 조직 불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외부에서 인재 영입 시,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지급 또는 높은 연봉 책정 등을 통해 기존 구성원보다 처우 수준을 더 높게 줄 때, 기존 구성원의 불만이 증폭되어 외부 영입 인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향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조직 분열이 발생할 경우, 외부 인재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거나, 기존에 일 잘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에 불만을 갖고 다른 회사를 찾아 이직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생각만큼 필요한 인재를 제때에 외부에서 확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정도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 많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외부 인력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막상 우리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들의 공급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직장이 희소했지만, 이제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희소해지는 새로운 고용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 외부와 내부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
그렇다면 기업이 좋은 인재를 보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기업들은 내부 육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육성을 통해 구성원 로열티를 높이고, 사람을 키운다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탄탄한 인적자원을 구축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부 육성을 중시하는 P&G는 자사 출신의 경영층들이 타 기업으로 영입되어 많은 성공을 거두면서 좋은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형성하였다. P&G의 인재 육성 노력으로 이제 동사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입사하기를 꿈꾸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사례 1> 참조). 도요타 역시 필요한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사원을 ‘프로 인재’로 키운다는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 프로 인재란 전문성과 더불어 항시 문제 해결을 맡을 수 있는 프로젝트 리더와 같은 인재를 의미한다. 도요타는 총 14개 부문별로 프로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구체화하고 커리어를 제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스스로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관리자에게 체계적인 부하 육성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인재의 외부 영입은 회사 경영상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략이나 환경이 변화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부 인력의 영입이 필수적이다. 코카콜라에 가려진 영원한 2인자에서 2005년을 기점으로 1위로 등극한 펩시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외부 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펩시 고위 경영자의 15~20%는 외부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외부 인재 영입 시에는 반드시 영입 원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E는 구성원 활용에 있어 내부 승진을 고수한다. 그러나 회사의 유전자 풀을 확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일정 수의 외부 인력 채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예컨대 외부 인재의 채용은 관리자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그 수도 공석의 약 20% 내에서만 외부 인재를 영입한다는 점이다. 결원의 20%에 해당하는 인력은 회사의 문화를 눈에 띄게 흔들기보다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람이 없으면 사오면 되지’라는 자본의 개념으로만 인간을 본다면, 좋은 인재를 시급하게 확보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좋은 인재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 구성원을 육성시켜 그 자리를 채우도록 하되, 조직에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적정 수준의 외부 인재 영입으로 ‘보완’한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패러독스 3. 천재 1명 Vs. 평범한 다수
최근 우리 기업들은 너도나도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경영자들의 평가 지표로 ‘핵심인재 확보율’을 활용하고 있으니, 핵심인재 확보가 경영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숙제로 부여된 셈이다. 경쟁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이 경쟁력 창출의 원천임을 감안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의 천재적인 구성원이 무엇보다도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보통 인재들에 대한 동기부여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핵심인재 관리의 기준 필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핵심인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한 두명의 탁월한 인재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핵심인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핵심인재의 생산성은 분야에 따라 2.5배나 높고, 대체 비용도 4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림> 참조). 결국 희소성이 높고 부가가치 창출력이 뛰어난 인재가 기업 경쟁력 유지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핵심인재 관리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인재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 기업들이 핵심인재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인재에 대한 정의 및 관리는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핵심인재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꼭 필요한 최고의 인재는 누구일까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학벌과 학력 위주로 핵심인재를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인재를 뽑는다며 국내 상위권 대학의 석/박사과정 출신을 찾고 있거나, 임원들이 직접 해외로 날아가 미국 명문대 유학생들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들이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을 지녔다고 볼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학력이 좋은 사람들이 기업 성과 창출의 열쇠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학력 등의 외적 조건으로 핵심인재를 분류하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어차피 난 핵심인재가 될 수 없어’라고 애초부터 포기하게 되거나,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만족감도 저하되고 자신감도 잃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동경대 출신이 모여있는 닛산이 지방대 출신들이 대부분인 도요타에 항상 밀리고 있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예로 알려진 바 있다.
핵심인재가 필요한 영역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모든 분야에서 핵심인재를 관리할 필요는 없다. 회사 성과에 중요한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특수수지 분야 등에서 선도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화학 기업 Chemico는 조인트 벤처 프로그램 관리자, 시니어 사이언티스트 등 8개의 직무를 자사의 핵심 직무군으로 선정하고, 이 직무군에 속한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주전과 벤치 역량의 동시 강화가 중요
개인의 뛰어난 역량 발휘를 통해 조직 성과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인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핵심인재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인재를 강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 성과는 유능한 인재들의 성과의 합이라는 가정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이 현실적으로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Pfeffer는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사원’을 뽑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한 개인의 성과는 동료의 도움, 개인적 건강, 업무 환경 등 능력 외 요소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TV에 방영되어 화제가 된 일본의 미라이 공업은 핵심인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야마다 사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임파워먼트를 부여한다면 누구나 필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사례 2> 참조).
또한 개인의 역량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현재의 A급 인재가 미래의 B급 인재가 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꾸준한 노력과 경험을 통해 올바르게 육성될 때 비로소 핵심인재가 되는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핵심인재라고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능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은 내부에 잠재된 70~80%의 보통 인재들의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이들을 핵심인재로 육성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즉, 구성원 누구든 노력하면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E의 경우, 상위 20%의 핵심인재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승진을 제공한다. 동시에 코칭과 멘토링을 적극 활용하여 약 70%에 해당하는 보통 인재들을 핵심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핵심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 스포츠 팀은 스타급 주전 선수를 보유한 팀이 아니라, 주전 선수를 대신하여 뛸 수 있는 후보 선수까지 탄탄하게 갖춰진 팀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든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지속적인 경쟁력의 원천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벤치 역량(Bench Strength)’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전에게는 주전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면서, 동시에 벤치를 강화하고 후보들에게 언제든 주전이 될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는 조직이 진정한 강한 조직인 것이다. 핵심인재 확보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오히려 후보 선수를 강화하는 것이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책이 될 수도 있다.
패러독스 4. 통제 지향 Vs. 헌신 지향
HR 시스템 구축시, 경영자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제 지향형(Control Oriented) 시스템 구축과, 구성원의 창의력과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한 헌신 지향형(Commitment Oriented) 시스템 구축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 효율성이냐, 창의력이냐
통제 지향적 HR 운영 기조는 규칙들과 절차들을 통해 구성원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에 보상을 함으로써, 직접적인 인건비를 줄이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부적이고 명확한 업무의 정의, 체계적인 관리 및 모니터링, 위계적 구조 등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독일의 디자인 회사인 마이어 우아(Mair u.a.)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강조하는 타 디자인 회사와는 달리 근면성실과 규율, 근무의 정확성을 경영의 미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업무 규정을 살펴보면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한다’, ‘점심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회사 일을 집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퇴근할 때 책상을 깨끗하게 정돈한다’, ‘일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는 5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회사 유니폼을 착용한다’, ‘사무실에서는 휴대폰을 꺼 놓는다’, ‘개인적인 이메일은 점심 시간에만 허용된다’ 등이 제시되고 있다. 회사 설립자인 마이어는 “능률, 훈련, 명백한 규칙과 형식이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으며, 일은 재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 결과 오히려 직장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개인적인 삶과 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헌신 지향적 HR 운영 기조는 조직과 종업원 목표 사이의 심리적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회사 성과 향상에 요구되는 종업원의 행동과 태도의 형성을 추구한다. 헌신 지향적 접근법은 구성원들이 자기 관리와 자율을 선호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며,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성원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참여, 임파워먼트 부여, 그리고 팀웍 형성에 힘을 기울인다. 구글은 헌신 지향적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이다. 구글은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업무의 20%, 즉 5일 중 하루를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드라이크리닝, 세차, 저녁 식사 예약 등 업무 외 소소한 잡일을 회사가 처리해준다. 또한 최고급 레스토랑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보다 즐겁게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노력한 결과, 구글의 구성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구글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력을 이끌어내야
효율성을 중시하는 통제 지향적 접근법이나 구성원의 몰입과 창의성 발현을 중시하는 헌신적 접근법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인적자원 관리 방안이다. 그런데 최근 개인의 존엄성과 신뢰 등을 핵심가치로 삼고 사람을 조직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여 그들의 헌신과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낼 때 보다 효과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력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하였지만,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는 개개인의 역량과 창의력 등이 생산성 향상과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관리와 통제만으로 이러한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HR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이 창의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조직 성과 제고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고객에게 최첨단의 제품/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 제품 리더십(Product Leadership)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 내고, 이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Ⅲ. 창의적이고 고유한 HR 시스템이 필요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경험하고 고민하는 HR의 패러독스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HR의 패러독스 속에서 잘못된 조직 운영 방식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경영자와 HR 담당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2가지 있다.
첫째는 One Best Way는 없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우리 기업들은 특정 HR 시스템이 모든 기업에게 공히 우수한 경영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따라서 타 기업에서 어떤 한 제도가 성공했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그 제도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물론 대세에 어긋나는 독자 노선을 꿋꿋하게 고집하기란 여간 쉽진 않다. 따라서 전 구성원을 통제하지 않고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미라이 공업이나, 나홀로 연공주의를 고집하는 헤드헌팅 업체 Egon Zehnder 등이 부각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세를 따르며 새로 도입하는 제도가 기존 조직의 전략 방향이나 문화와 상충 관계가 발생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3M의 사례를 보자. 2000년 12월, 3M은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스카우트 했다. 바로 GE 출신인 James McNerney였다. McNerney는 자기 만족에 빠진 3M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GE 제도들을 도입/적용하였다.
사실 3M은 효율성보다는 기술 개발과 구성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일례로 R&D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시간의 15%를 원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15%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나, 당장 제품화되지 않더라도 기술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3M 고유의 운영 방식이다. 또한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한 구루(Guru)에게는 ‘Corporate Scientist’라는 명예를 부여하여 정년을 보장하고, 개인 연구를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McNerney는 효율화를 위해 당장의 성과 창출이 가능하거나 또는 앞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이나 사업 분야가 아닐 경우에는 비용을 축소하고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연구원들의 대부(God Father)격인 Corporate Scientist 수도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줄이고, 대신 그 비용을 소위 ‘돈 되는 사업’에 투입하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화를 꾀했지만, 3M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제품 출시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GE식 효율성과 3M 고유의 창의성/자율성이라는 두 철학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부딪침으로써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McNerney의 뒤를 이은 George W. Buckley는 3M의 가치관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에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둘째, 기업 고유의 가치관이나 문화와 패러독스 요소를 잘 융합시켜, 창의적이고 고유한 HR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양자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도요타, 캐논, 야마하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본과 미국 자본주의의 장점만을 채택한 이른바 ‘저팽글로색슨 자본주의(JapAnglo Saxon Capitalism)’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종신 고용과 연공 서열이라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 모델에 미국식 실력(성과)주의를 융합해 ‘실력 종신주의’라는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을 창안한 것이다(<사례 3> 참조). 어느 한 쪽을 희생하기보다는 HR의 상충되는 요소들의 강점들을 뽑아내어 이를 기업 내에 수용/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구축되는 시스템이 일관된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안을 분명하게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조직의 기대 수준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을 다루고, 성과를 관리하는 HR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과 성과를 제고하고 평가/관리하는 것이 패러독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둘을 잘 융합하여 바람직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 LG Business Insight 9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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