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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12. 20:42
후발업체에 고전하던 英 가스회사 '센트리카'
핵심역량인 '수납 업무' 강화로 1등 지켜내
1등 기업의 첫번째 비결은 핵심역량 키우기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로지 한 길만 보고 매진할 수 있지만 1등이 되고 나면 교만하고 방자해져서 혁신을 거부하고 안주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요즘은 수성의 어려움이 더하다. 공룡 같이 버티던 초우량 기업들이 맥없이 쓰러지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경영지사 새옹지마(經營之事 塞翁之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등을 하기보다 1등을 지키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연 선두를 지켜내는 수성 비결은 무엇일까?

■ 핵심 역량이 선두자리 지켜내는 열쇠

무엇보다도 핵심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얼핏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핵심 역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1등 기업에는 1등이 된 이유가 있다. 바로 핵심 역량이다. 동시에 1등이 2~3등으로부터 추월 당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역시 핵심 역량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영국의 국영 가스회사인 센트리카의 사례를 보자. 센트리카는 원래 브리티시가스의 계열사로서 가스 계량기를 관리하고 수납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러다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브리티시가스로부터 분리되었다. 영국의 경우 가스산업을 오랫동안 공공부문에서 맡았기 때문에 센트리카는 줄곧 업계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서 센트리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영국 가스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되면서 BP나 셸(Shell)과 같은 초대형 석유화학업체들과 경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발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저가(低價) 정책으로 센트리카를 압박했다. 이때 센트리카의 수성 전략은 바로 핵심 역량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린 것이었다. 핵심 역량은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취급해 왔던 수납 업무였다. 가스산업에서 수납업무는 다른 업무에 비해 수익성이 적어서 소홀히 여기기 쉬운 부분이다. 또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경쟁업체들은 아무래도 소매업무 경험이 부족했고 특히 수납 처리에 미숙했다. 고객에게 청구서를 잘못 발행하는 등 아주 기초적인 실수를 자주 저질렀다. 당연히 고객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센트리카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오랜 세월 수납 업무를 하면서 쌓아온 자신들의 노하우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결국 센트리카는 '완벽한 수납 업무'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고객들에게 어필하면서 업계 1위를 당당히 지켜냈다.

핵심 역량이 선두 자리를 지켜내는 열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이 P&G다. 보통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는 거래 가격을 둘러싼 치열한 교섭으로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P&G 역시 1980년대만 하더라도 거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상품 납품가격 문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될 정도로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주요 현안이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P&G는 유통 네트워크야말로 자사의 최대 핵심 역량이라 여겨 이를 더욱 강화시키는 전략을 짜냈다. 그래서 가격 체계의 일원화와 가격 이외 판매 지원을 제안했다. 월마트처럼 거래량이 많고 관계가 돈독한 도소매점에 대해서 전속 '커스터머팀(Customer team·고객팀)'을 조직해 매장 인테리어부터 물류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P&G는 거래처인 일본의 대형 할인점 '조이플 혼다'의 '즐거운 매장'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100만 엔을 들여 코너 진열뿐 아니라 팸퍼스 인형, 포스터 등 인테리어를 지원, 'P&G 전문점'처럼 꾸미기도 했다. P&G는 고객사의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월마트 본사 바로 옆에 커스터머팀의 거점을 만들어 매장 실정에 맞는 상품 배송시스템을 도입했고, 그 결과 재고가 줄어 매장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P&G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유통 업체들의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가격 이외의 경쟁 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 유연한 타깃 수정(moving target) 전략을 구사하라

두 번째는 '유연한 타깃 수정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칭기즈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조국은 망할 것이다."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이 안락과 안주의 정착민의 삶을 산다면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메시지다. 기업도 한 터전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결국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적들이 나를 정확히 조준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19세기 독일 보험업계를 주름잡았던 A&M(Aachener und Munchener)이라는 회사의 사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A&M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 회사는 줄곧 농업인 고객에 초점을 맞추었다. 1824년 설립 이후 무려 100여년 동안 오로지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화재보험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이 분야에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변화에 대응할 만한 포트폴리오가 없었다는 것. A&M은 다각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가 동유럽을 점령하면서 농경지대가 파괴되자 A&M은 주요 고객층을 한꺼번에 잃으면서 사세가 급속히 약화되고 말았다.

타깃을 유연하게 옮겨 성공한 기업으로는 일본의 세콤이 좋은 사례다. 경호업체로 출발한 세콤은 훌륭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성장이 멈추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이때 세콤은 후발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방편으로 사업 도메인, 즉 사업 영역을 재정의했다. 즉 단순한 '경호 서비스'에서 탈피하여 '고객의 안전을 총괄해 책임지는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업(業)의 개념을 넓힌 결과 세콤은 외부 침입 경보시스템 부문 등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게 되었고, 이는 고객들에게 더 큰 신뢰와 만족을 줄 수 있었다. 세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한걸음 더 나아가 노인 간병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 제품 리더십을 발휘하라

셋째, 제품 리더십(product leadership)을 지키는 것이다. 즉 1등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단 한 개의 혁신적인 제품으로 영원히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성장 동력이 되어주는 혁신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한 기업이 소니였다. 소니의 첫 번째 미니 캠코더는 가전시장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소니는 이 제품의 성공을 목격한 경쟁기업들이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편리한 제품들을 곧 쏟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캠코더들을 계속 출시했다. 지금 출시된 제품으로 마지막 이익까지 다 뽑아내기를 기다리면 늦는다는 것이다. 소니는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자신의 제품을 스스로 밟아 버리고, 또 다른 제품을 출시해 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의 실패를 관리하라

기업이 저지르는 최대 실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의 실수를 잊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기업에선 매우 흔하다.

초우량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과거의 실수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한번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뒤쫓아 오는 경쟁자에게는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정유회사 BP도 연거푸 실수를 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BP는 1951년 자사 원유 공급의 75%를 차지하던 이란이 석유 국유화를 단행하자 큰 타격을 받았다. 과도하게 단일 공급원에만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

BP는 이후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시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이란 다음으로 알래스카(Alaska)와 북해 지역의 극히 제한된 유전에만 안주했던 것이다. 결국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유가가 폭락하자 이들의 유전 가치는 급락하게 됐고, BP는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복차지계(覆車之戒·이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셸의 사례는 이와 반대로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한 단계 성숙한 경우이다. 셸은 1900년대 초 헨리 디터딩(Henry Deterding) 회장의 1인 경영체제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1930년대에는 그의 정치적 목적과 독단적 판단에 의해 독재자 히틀러에게 어마어마한 회사 재정을 쏟아 붓기까지 했다. 이러한 독재자의 전횡 문화는 후대에도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셸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 사람에게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오랫동안 특정 개인에게 경영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지금도 셸은 다른 기업에 비해 CEO를 견제하는 문화가 많이 자리잡고 있다.
- SERICEO와 함께하는 경영전략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