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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12. 17:46
"이베이·구글·MS… 촉매기업이 돈 긁어 모으는 세상"

'촉매기업론' 슈말렌지 MIT교수
서로 필요로 하는 2개의 집단을 찾아 연결
커뮤니티 구축하고 촉진·관리에 성공하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높은 가치 창출


'촉매 기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리처드 슈말렌지(Richard Schmalensee) 교수(MIT 경영대학원)지만, 그도 예전에 촉매 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치과 의사들이 의료 용구를 복잡한 채널을 통해 사는 것을 보고, 직거래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참패를 당했죠. 유통 채널들이 의료 용구 제조업체들에게 '만약 우리를 통하지 않으면 의사들과 연결시켜 주지 않겠다'고 협박을 한 거죠. 우린 이런 문제를 미리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슈말렌지 교수는 "촉매 기업은 매우 유망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연구를 많이 하라"고 충고했다."촉매 기업의 세계는 뒤엉켜 있어요. 배합에 성공하면 '팡'하고 대박이 나지만, 잘못 다뤘다간 된통 화상(火傷)을 입습니다. '촉매'라는 비유가 잘 맞아 떨어지죠?"

■촉매 기업은 양면(兩面) 기업

―단순히 물건을 모아 놓고 파는 수퍼마켓과 이베이 같은 촉매 기업은 어떤 점에서 다르나요?

"동네 수퍼마켓은 '단면(one sided)' 기업이고 이베이는 '양면(two sided)' 기업입니다. 월마트는 중간 정도 되고요. 단면 기업은 공급 사슬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양면 기업, 즉 촉매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탄생 시킵니다.

이베이는 물건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경매 시장'을 대중 속으로 가져왔어요.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들이 서로 수요 공급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죠. 나이트 클럽도 양면 기업인 셈입니다. 남성과 여성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연애'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죠.

양면 기업과 단면 기업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고객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느냐는 겁니다. 수퍼마켓은 물건을 사가는 손님한테만 신경 쓰면 됩니다. 하지만 이베이는 물건을 사 가는 사람뿐 아니라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에게도 신경 써야 합니다. 양쪽이 모두 고객인 셈입니다."

―촉매 회사가 제조 기업보다 더 가치 있나요?

"아니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를 파는 르노 같은 회사가 반드시 필요하죠. 하지만 미래 경제에서 촉매 기업은 갈수록 전통기업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됩니다.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고 통신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용자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보다 쉽게 상호작용하고 있거든요.

촉매 기업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신비한 비즈니스에요. 요즘 포브스(Forbes)의 세계 부호 명단 추이를 살펴 보면 촉매 기업 출신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실제로 대표적인 촉매 기업인 MS의 빌 게이츠(Gates) 회장이 포브스의 부자 랭킹 세계 3위에 올라 있고,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오라클의 로렌스 엘리슨(Ellison)이 14위,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Brin)과 래리 페이지(Page)가 각각 32, 33위를 차지하고 있다.

■촉매 기업의 3가지 유형

슈말렌지 교수는 촉매 기업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고 소개했다. ①중개자(matchmakers) ②관중 동원자(audience builders) ③비용 절감자(cost minimizers)가 그것이다.

중개자는 이베이, 나스닥처럼 거래 성사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관중 동원자는 구글이나 월스트리트저널, BBC처럼 많은 손님들을 끌어 모은 뒤 광고를 실어 돈을 버는 회사들을 말한다. 또 비용 절감자는 MS 윈도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처럼 공동 운영 체제를 개발하고 관리해줌으로써 양쪽의 그룹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이다.

―어떻게 자신의 기업이 '촉매 기업'으로 적합한 지 알 수 있죠?

"일단 첫째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2개의 다른 집단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장(場)을 열어주면 불꽃이 튀면서 이들의 이익이 확대될까'라는 질문이죠. 그 다음에는 '과연 내가 성공적인 장을 마련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시소를 타듯 설계를 잘해야 되고, 가격 책정도 적당해야 합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고 그 기업이 계속 1등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요.

"촉매 기업은 커뮤니티 구축, 촉진, 관리 등 크게 3가지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성공한 데이트 중개 업체 중에 '8분 데이팅'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업체는 독신자들을 유명 레스토랑에 모이게 한 다음, 각자 다른 이성 회원들과 돌아가면서 8분씩 일대일 대화를 갖게 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온라인에 접속해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지정하고 대답이 오면 연락처를 교환하는 시스템입니다. 회비는 약 35달러 입니다.

이 업체의 첫째 성공 전략은 '물 좋은(groovy)' 남성과 여성들이 행사에 참석하도록 유도해 커뮤니티를 '구축'한 겁니다. 두 번째는 동시다발적 데이트를 통해 만남을 촉진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원칙을 통해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편안한 대화를 위해 행사 중에는 상대방 연락처를 묻지 못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이 최고의 거래 상대자를 찾을 수 있도록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만남의 장소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촉매 기업들은 저가(低價) 정책을 펼수록 더 성공적일까요?

"규격화된 물건이라면 가격이 큰 문제겠죠. 똑같은 제품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싼 걸 사려고 할 테니깐.

하지만 서비스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싸이월드처럼 가상(假像)의 옷을 사느라 돈을 펑펑 쓰는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단 고객 그룹으로 끌어들이는 게 어려우니깐 이들을 유치할 때는 공짜로 가입시켜 주거나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신 처음엔 아주 기본적인 혜택만 줍니다. 벌거벗은, 못생긴 아바타(avatar·인터넷 상의 캐릭터)를 주는 거죠. 하지만 한번 중독된 회원들은 이 아바타를 예쁘게 꾸미는데 돈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세상이 바뀌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10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 있는 내 인형을 위해 옷도 사고, 신발도 사준다고 했다면 저더러 '미쳤다'고 했을 겁니다. (웃음) 제 친구는 결혼을 했는데도 인터넷에 사이버 애인을 따로 두고 있어요. 진짜 애인처럼 엄청나게 공을 들이더군요. 어머나 이런 세상이. (그는 두 손을 양 뺨에 갖다 대고 웃었다) "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촉매 기업들의 필수 전략이 될까요?

"인터넷은 공동의 플랫폼(platform)을 값싸고 빠르게 제공해 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 이게 키워드 입니다. 일종의 연결 고리죠. 온라인의 장점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비즈니스 구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과는 다르죠. 인터넷에서 기능을 바꾸고 싶다면 프로그램만 살짝 조작하면 됩니다.

기술 변화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경쟁자를 만들어 내죠. 예를 들어 오프라인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경쟁자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소더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무대로 하는 이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촉매 기업으로부터 도전 받고 있어요."

■앞으로 뜰 촉매 기업은?

―앞으로 뜰 촉매 기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동으로 운전되는 스마트 자동차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죠. 이렇게 되면 운전자들은 차에 앉아 있는 동안 시간을 보낼 재밋거리를 찾게 될 겁니다. 자동차 내부에 장착할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뜨겠죠.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닷컴 붐 때처럼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했다가 실패하고 갈 겁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말해주는 '스마트 냉장고'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나 같으면 그냥 냉장고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촉매 기업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적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 기업보다 훨씬 더 빨리 후발주자에게 따라 잡힐 수 있어요.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고 해도 그 후에 그것을 더 잘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상황은 금방 역전됩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의 경우를 볼까요. 소니는 닌텐도를 잡아 먹었고, 이제 MS의 X박스가 소니를 잡아 먹고 있어요. 눈 깜짝할 사이죠."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시장이 움직이면 흐름에 따라서 움직이세요. 기득권을 쥔, 전통 기업들은 변화를 거부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 기업들이 언젠가 '우리 업계에서는 내가 최고야.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이익을 계속 내기는 힘들어'라고 고백하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는 전통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전통 기업 경영자라면 새로운 촉매 기업들을 적(敵)으로 생각하고 공격하기 보다는 오히려 협력하십시오. 즉, 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고 몸을 트세요."

※슈말렌지 교수는  규제 및 반(反)독점 정책 분야의 세계적 학자. 지난해까지 10년간 MIT 경영대학원인 슬로언(Sloan) 스쿨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1991년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미 법무부 반(反)독점국과 미 연방무역위원회 등 많은 국가 기관과 민간 기업을 상대로 자문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옹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 진술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2006년에 출간한 '보이지 않는 엔진(Invisible Engines)'이라는 책은 미국출판협회로부터 최고의 비즈니스북으로 선정됐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4/20080404010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