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302)
Some advice for me (32)
Music (319)
Book (68)
Business (820)
Diary (60)
Gateway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8. 4. 28. 08:26
내 사전에 '절대지식' 이란 없다… 논쟁이 있는 사전

위키피디아가 사는 법
"광고도 안받는다 그래서 수입도 없다 오로지 기부금만으로 산다
우리가 영리를 추구하는 순간, 사용자는 우리를 버린다"

"이 글은 지금 우주에 있는 인물을 설명하고 있습니다.(This article documents a person who is currently in space.)"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 머물던 지난 19일,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이소연(Yi So-yeon) 씨를 설명하는 첫 마디가 이랬다. 인터넷 백과사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즉 언제든지 새로 쓰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브리태니커와는 달리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발견한 즉시 고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동해(East Sea) 표기법 논란이 생기면 위키피디아는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브리태니커는 그러질 못합니다."

위키피디아 창립자이자 위키피디아 재단 이사장인 지미 웨일스(Wales)는 "전통적인 백과사전 모델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
왜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에 열광할까요?

"커뮤니티 내에서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전엔 아무도 이것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때지요."

―어떤 이들은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두고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전문가 지성(expert intelligence)을 이겼다고 하는데요.

"그 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집단 지성이란 마치 대중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점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생성 과정을 보면, 전문가의 역할이 큽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 관한 개념을 설명하는 내용이라면 그 개념을 잘 이해하는 수학 전문가가 글의 얼개를 만들 뿐 아니라 세부적인 설명까지 모두 채워 넣습니다. 나머지 수많은 편집자들은 사소한 표현만 고칠 뿐이죠. 그래서 저는 집단 지성보다는 커뮤니티에서의 협업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엉터리 정보 어떻게 걸러낼까

위키피디아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가장 큰 궁금증 하나는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엉터리 정보를 올리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키피디아는 이성적인 다른 많은 사용자들이 곧바로 바로잡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USA 투데이의 전 편집장인 존 사이겐탈러(Seigenthaler)가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 암살과 연관이 있다는 익명의 잘못된 기사가 2005년에 넉 달 동안이나 위키피디아에 게재된 일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일을 계기로 기자들이 위키피디아를 취재 정보의 소스로 삼는 것을 내부적으로 금지시켰다.

―엉터리 정보를 어떻게 걸러내나요?

"예를 들어 우리에겐 '위키피디아 스캐너'란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특정한 주제를 지속적으로 편집하는 기관이나 개인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심스런 사용자를 찾아내면 요주의대상(watch list)으로 분류해 어떤 글을 올리는지 늘 살피게 됩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유명한 해커인 버질 그리피스(Griffith)가 지난해 8월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의 힘으로 CIA 직원이 이란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에 악의적인 표현을 입력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돈이 많이 들겠군요.

"좀 들지요.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자발적 참여자들이 스스로 인터넷 반달리즘(vandalism·다른문화나 종교 예술 등에 대한 무지로 그것들을 파괴하는 행위)을 추방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소프트웨어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일부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위키피디아 참여자들은 이성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의약품 정보를 보고 복용하다 사고가 난다면 누구 책임입니까?

"위키피디아는 사용자들이 만든 커뮤니티입니다. 따라서 절대 진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미리 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의 공통점입니다. 특히 법률, 의료와 같은 전문분야는 해당 전문가들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실린 잘못된 정보로 누군가 명예가 훼손됐더라도 위키피디아는 명예 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의 '연방 통신 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 y Act)'은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면책 받을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 닷컴(NYtimes.com)이나 CNN닷컴(CNN.com)과 같은 언론매체와 달리 위키피디어는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 집단의 압력… 중립을 지켜라

―로비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한국일본 사이에 독도냐, 다케시마냐 명칭을 놓고 갈등이 있죠. 이 문제로 한때 양쪽 국민 모두가 제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한국판과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는 각각 독도와 다케시마로 다르게 실리고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판 위키피디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연실색할 일이지만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독도의 명칭은 'Dokdo(독도)'가 아니라 'Liancourt Rocks(리앙쿠르 암초·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 호가 독도를 발견하고 지은 이름)'로 돼있다. Dokdo(독도)나 Takeshima(다케시마)를 입력해도 'Liancourt Rocks'로 자동 연결된다.

작년 5월 위키피디아가 투표를 통해 독도 명칭을 결정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네티즌들이 위키피디아로 몰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영어 위키피디아를 50차례 이상 편집하지 않았거나, 신규 가입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사람들의 투표는 무효화한다'는 규정 때문에 한국 네티즌들의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웨일스는 독도 문제 외에도 외교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번은 리투아니아 국회의장이 절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는 리투아니아판과 폴란드판 위키피디아가 각각 1920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전쟁을 설명한 글을 뽑아 인쇄해 왔습니다. 이 신사는 왜 이렇게 언어에 따라 서술해 놓은 내용이 다르냐고 따졌습니다. 각기 해당 국가의 시각으로 묘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은 이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 위키피디아를 무대로 폴란드인과 리투아니아인 사이에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럴 때는 영어 위키피디아가 중립적 역할을 합니다. 국제회의처럼 양쪽 입장을 반영하는 거지요"

웨일스의 말대로 이제 영문판 위키피디아는 '글로벌 영어 권력'을 상징한다. 250개 언어로 위키피디아 커뮤니티가 각기 운영되고 있지만, 영어판 위키피디아는 그 핵심이고 백미(白眉)다. 모든 국제회담이 영어로 진행되듯, 논란을 빚는 주제도 영어판에서 정리되는 식이다.

―정치나 종교와 관련된 주제도 자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재미 있는 예를 들까요. 폴란드에 큰 도시가 있습니다. 폴란드 사람들은 그단스크라고 하고, 독일 사람들은 단치히라고 부릅니다. 이 문제로 위키피디아에서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두 나라 사람들이 위키피디아로 몰려와 자신들의 입장대로 편집하려고 했죠.

이럴 때 위키피디아는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당시 위키피디아 관리자는 이 문서에 대해 일종의 '잠금 장치'를 걸어놨습니다. 함부로 글을 고칠 수 없도록 한 거지요. 편집을 둘러싼 다툼을 못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대신 사용자들은 토론방에서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나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인사에 관한 내용은 대개 잠금 장치를 걸어두고 있다.



■웹 2.0시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위기의 시대

―참여·개방·공유를 뜻하는 웹2.0은 위키피디아와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웹2.0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봅니까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미 웹2.0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몇 년 뒤 이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innovation)이 나올 겁니다. 동영상을 예로 들겠습니다. 지금도 유튜브 같은 곳에서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대부분 개인들의 올린 단순하고 재미 있는 작품이나 토픽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가 발전한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벌일 수 있을 겁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은 것도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 단계에선 지금보다 더 큰 공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키피디아가 백과사전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다른 모든 종류의 '위키 콘텐츠'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웹2.0이란 단어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던데….

"웹2.0이란 단어 자체가 다른 말로 대체될지 모릅니다. 같은 말을 쓰면 사람들도 지루하게 될 테니까요. (웃음) 하지만 협업의 힘은 지금 실현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겁니다. "

―위키피디아 때문에 전통적인 백과사전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백과사전은 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반드시 위키피디아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기업에서 CD 형태의 각종 백과사전을 아주 싸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브리태니커도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요. 오래된 기업일수록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힘든 것입니다."



■1500명 편집자들 자원봉사… 수입은 기부금

위키피디아 재단은 작년 8월부터 오는 7월까지의 1년간 460만 달러를 예산으로 책정해 놓았다. 절반 정도가 컴퓨터 서버 유지비다. 온라인을 통한 기금 모금 운동을 통해 전세계에서 4만5000명이 연평균 33달러씩 기부했지만, 1년 예산의 3분의 1밖에 안됐다.

그 공백을 거액의 기부자들이 메운다. "최근 3년간 3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기부자(알프레드 슬론 재단)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부자(미 벤처계의 큰손 코스라 부부)는 50만 달러를 약속했습니다. "

일부에선 위키피디아가 간단한 텍스트 광고만 받아도 연간 수십 억 달러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웨일스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는 늘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나 웨일스는 비영리로 운영한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키피디아가 영리(營利)목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위키피디아 재단이 존재하는 한 그럴 리 없습니다. 위키피디아가 영리 목적으로 바뀌는 순간 사용자들은 위키피디아를 떠날 겁니다. 위키피디아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공감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웨일스는 지난해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양질의 위키피디아 콘텐츠를 채우는 일은 농구장에서 즐겁게 운동을 하며 땀을 쏟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1시간 여에 걸친 인터뷰가 끝날 쯤 웨일스는 500㎖ 생수병에 남은 물을 입에 대고 모두 들이켰다. 그는 곧이어 옆방에서 열리는 본부 이사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가 일어서기 전에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중립을 표방하는 위키피디아의 운영 원칙이 언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웃음) 그렇습니다. 콘텐츠 관리만 놓고 보면 중립적인 글쓰기를 해야 하는 저널리즘과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선의(good will)를 가지고 말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렇질 않습니다. (잘 선별해야 한다는 의미)"

기자는 동지 의식을 느끼며 그와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그는 "콘퍼런스가 있어 제주도에 간 적이 있지만 호텔에만 머물렀다"면서 "조만간 꼭 한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25/20080425007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