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 11:01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제휴(Alliance)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들에게 제휴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되었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제휴 기회가 많아진 만큼 제휴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제휴가 지역적인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업종 불문, 상대 불문의 제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에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보다는 ‘제휴 전략(Alliance Strategy)’이 필요하다. 일회성 계약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제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초기부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에 주목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 또는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선택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제휴(Alliance)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백 건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다. 한창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제휴 파트너를 찾기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제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에도 기업 간 제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제휴의 모습들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나이키가 애플과 제휴해 선보인 ‘나이키 플러스’를 보자. 달리는 동안 운동화와 센서로 연결된 아이팟(iPod)을 통해 음악을 즐기면서 운동 거리와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제휴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치열한 경쟁관계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양사는 모바일TV 표준화와 LCD 패널 교차구매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종 산업 플레이어든 경쟁자이든 관계 없다. 이와 같이 제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제휴의 대상이나 내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제휴 시대’라 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정리해보고, 복잡하고 다양해진 제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성공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제휴의 중요성 증대
스타벅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점포당 방문 고객이 줄고 주가가 반토막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를 휩쓸었던 스타벅스의 열풍이 막강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고급 커피 시장에 진출한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등의 일격에 사그라든 결과이다. 흔들리고 있는 ‘스타벅스 신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성장을 지속해 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고객의 요구가 복잡·다양화하면서 사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과거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더욱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도록 요구받고 있다. 자사의 핵심역량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핵심 역량을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엇보다 먼저 M&A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M&A에는 많은 어려움과 부작용이 따른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인수 후 조직 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시너지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맥킨지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수행된 M&A 중 57%가 주주가치 증대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본격적인 M&A 경험이 부족하다. 최근 몇몇 성공 사례가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루어진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형태에 불과했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는 다른 대안으로 제휴가 있다. 제휴란 다수의 기업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통된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비(非) 지분 참여 제휴, 지분 참여 제휴, 합작투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그림 1> 참조). 유연하고 신속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제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파트너십 전문 컨설팅사인 Vantage의 200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휴 관계 구축은 1980년대 중반 이래 해마다 25%씩 증가해 왔으며, 조사 대상 기업 중 4분의 1은 50개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제휴로 인해 발생되는 기업 매출도 상당했다. 연구 대상 기업 중 30%는 최소 3억 달러 이상을, 절반의 기업이 매출의 최소 20%를, 4개 중 1개 기업이 30%를 각각 제휴로 얻고 있었다.
이처럼 제휴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제휴를 성공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십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체결된 제휴 중 절반 이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계약 체결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제휴의 운영과 파트너 관계 유지 등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제휴의 궁극적인 목적이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임을 간과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II. 제휴의 최근 트렌드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휴의 중요성과 기회가 많아진 만큼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경계도 넘어선 지 오래이고, 업종 불문, 상대 불문의 제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제휴의 모습과 그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자(<그림 3> 참조).
복잡다단한 관계로 확대
제휴라 하면 흔히 두 업체 간 일대일 협력 관계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제는 복수의 복합적인 협력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 그 원인은 산업의 고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약이나 통신장비 제조업 등은 과거의 단순 제조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적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하이테크 산업이다. 몇몇 업체만으로 필요한 혁신 활동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산업 내 제휴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 결과 복수업체 간 제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로젠코프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2개 산업의 제휴 네트워크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가죽신발 제조업이나 제지업 같은 전통적인 제조 분야에서는 단순한 일대일 제휴 관계가 지배적이었다. 두 업체 간 제휴들이 서로 분절되어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었다. 이에 반해 제약, 컴퓨터, 통신장비, 자동차 제조업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제휴 건수의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범위가 훨씬 넓었고 협력 관계도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글로벌화도 제휴 관계가 복잡다단하게 변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흥 성장 시장 진출 시 글로벌 선진업체들이 현지업체들과의 제휴를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해외 선진업체들이나 현지 우수업체들과의 제휴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국경이 무의미지면서 제휴 파트너 관계도 다원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협력 분야의 확대도 기업간 협력 관계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과거 선진업체와 후발업체 간 제휴는 기술 이전과 신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국내업체들 간 제휴도 단순 마케팅 이벤트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공동 기술 및 제품 개발, 대규모 공동 투자, 공동 생산, 신사업 기회의 창출, 교차 구매 등 가치 사슬 전반에서 제휴가 이루어지면서 복수의 수평적 제휴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제휴 활발
일견 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종 산업 간 제휴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산업 전반의 대표적 메가트렌드인 컨버전스의 확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초기에는 카메라나 MP3 등 디지털 중심의 기능이 하나 둘 추가되다가 어느덧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 업체와 패션 브랜드의 만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인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폰’을 공동 개발하여 유럽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단순한 공동 마케팅 차원을 넘어 휴대폰 디자인과 콘텐츠 패키지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양사가 공동 참여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작년 하반기에 아르마니와 제휴한 ‘아르마니폰’을 유럽시장에 내놓았다. 휴대폰의 패션화는 치열한 경쟁 레이스에서 앞서가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휴대폰 제품에 다른 업종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접목시킨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짝짓기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애플, 구글, MS 등 IT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차량용 최첨단 IT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재규어는 신제품 스포츠세단 재규어XF에 애플이 디자인한 세계 최초의 다이얼 변속기를 장착했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라고 불리는 다이얼 모양의 이 변속기는 처음에는 숨겨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운전자에게 악수를 청하듯 쑥 올라온다. BMW는 구글과 제휴해 내비게이션에 구글 검색 기능을 집어넣은 ‘커넥티드 드라이브’와 구글맵을 이용하는 ‘마이인포(MYINFO)’서비스를 신차 모델들에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와 승객이 차 안에서도 인터넷 검색과 길 안내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 IT시스템을 통해 차별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포드가 MS와 공동개발한 ‘싱크(Sync)’, 폭스바겐이 구글과 제휴해 내놓은 ‘3D맵 내비게이션’ 등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지난해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과 차량용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MS와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였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것 같다.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적과의 동침’을 과감히 추진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점에서 제휴를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동종업계 내 경쟁자들간의 제휴 협력 관계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표> 참조). 얼마전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2위 업체인 보잉사가 공동설계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의 무기 구매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는 미 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사업 참여를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기에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제휴를 하는 것일까?
첫째, 상호 약점의 보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 시장을 각각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퍼블리시스가 올해 초 제휴를 선언하고 나섰다. 구글은 케이블 TV, 라디오 등 오프라인 매체 사업이나 광고 구매 분야에서, 퍼블리시스는 온라인 매체 광고 분야에서 기술 및 경험을 보완함으로써 광고 효과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산업 특성상 첨단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LCD, 반도체 산업 등에서 목격되는 제휴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삼성전자와 소니는 7, 8 세대 LCD 패널 생산을 위해 ‘S-LCD’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LCD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했다. 지난달 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TV용 패널의 교차 구매 제휴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사 모두 투자 효율성을 높이면서 한국업체 타도를 위해 최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대만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선도업체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의 D램 합작공장 설립, 지난달 하이닉스와 프로모스의 포괄적 제휴 등 선두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사와 합작사 설립, 공동 기술 개발 등 적과의 동맹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분담하면서 공동전선을 펼쳐 선두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를 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보자. 벤츠는 자동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지난 3월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갈 신형 리튬이온 전지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소형차 엔진을 공동생산하는 등 폭넓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와 공동 개발·생산하고, 하위 협력업체들을 공유하여 공동 부품 및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III. 합종연횡 제휴의 성공 포인트
적절한 외부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면 국경 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제휴 상대에도 제한이 없어 적과의 동침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합종연횡의 협력 시대에 제휴에 성공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4> 참조).
1.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기본
제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제휴를 검토하는 데 있어 우선은 제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기술을 획득한다든가 혹은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는 잠재적 제휴 대상 기업이 과연 자사가 필요한 바를 보유하고 있는 최적의 파트너인지를 사전에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휴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유용한 판단의 잣대로 기능한다. 제휴는 느슨한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길을 잃고 실질적인 소득도 없이 시행착오만 겪을 수 있다. 급기야 제휴를 끝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제휴의 영역이 가치 사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제휴 영역 이외의 기밀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각각의 제휴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이 제휴의 목적과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고 공유함으로써 이러한 제휴의 부작용들을 예방할 수 있다.
2. 입체적으로 제휴 관계를 관리하라
‘제휴에 있어 파트너를 잘 선정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얘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휴 네트워크가 글로벌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제휴 대상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그만큼 최적의 제휴 파트너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더 제휴에도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해졌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전략 방향이 바뀌거나 이에 따라 제휴 파트너의 중요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제휴의 이러한 다이내믹한 관계를 깨닫지 못하면,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우선순위가 낮아진 제휴에 몰두하는 바람에 정작 기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제휴에는 자원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HP, Lilly, Corning, AMD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휴 활용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휴 담당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AMD의 경우 제휴의 목적과 제휴 후보사 간 매트릭스를 작성하여 최적의 파트너들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그림 5>와 같이 세로 축에는 제휴의 목적들을, 가로 축에는 현재 제휴 중인 업체를 포함한 잠재적인 제휴 대상 업체들을 기입한 형태이다. 목적별로 각 제휴업체와의 협력에서 충족될 수 있는 정도를 상대점수로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복수의 제휴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업체라든지, 특정한 목적에서 우위를 보이는 파트너를 알기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이 매트릭스는 최고경영진과의 협의 시 활용되어 제휴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3.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화학적 결합에 힘써라
제휴 홍수라 할 만큼 제휴가 확대되었지만, 계약 체결로 제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많은 제휴를 맺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제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휴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파트너 간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제휴 파트너들 간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현실은 아직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Vantage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제휴 담당 매니저들이이 ‘좋은 업무 관계(Working Relationship)를 형성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를 제휴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계약 체결 상의 법적·재무적 조건 때문에 제휴가 실패했다’는 응답은 소수(14%)였지만, 실제 기업들은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약업체인 쉐링푸라우(Schering-Plough)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제휴 시작 시점부터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제약업체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자 마자 체계적인 ‘제휴 관계 개시(Alliance Relationship Launch)’ 과정으로 들어간다. 약 5주 간의 회의를 통해 파트너사와 함께 상호 차이점에 대해 조사하고 앞으로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검토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관리·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개발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수립한다. 특정 사안들을 처리할 공식적인 검토 위원회의 설치 여부나 회의 주기, 의결 절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게 된다. 이 모두가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난관이나 갈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4. 과정 지표로 커뮤니케이션하라
복잡다단한 제휴를 맺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대상과 내용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제휴의 성과 측정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적절한 성과 측정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휴의 속성상 상당한 금전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초기부터 재무적 성과 중심으로 측정을 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파트너 간 상호 확신은 점차 떨어지고, 조직 내부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도 시들해져 제휴가 고사 직전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종 목표나 결과가 아닌 과정이나 수단을 측정하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제휴 초기에는 파트너 간 정보 공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의사결정 속도 등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제휴의 성공을 미리 가늠해볼 수 선행지표로써 파트너 간 몰입과 조직 내 자원 투입을 계속 이어갈지에 대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균형 성과관리표(Balanced Scorecard)에 제휴 관련 활동들을 반영함으로써 제휴를 위한 내부 지원이나 역량 육성 계획도 이끌어낼 수 있다.
5. '제휴 집단'의 변화에 주목하라
대부분의 제휴는 복수 관계로 확대되었다. 상호 의존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양자간 관계뿐만 아니라, ‘제휴 집단(Constellation)’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휴 집단이란 특정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경쟁하는, 제휴로 연결된 기업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제휴집단의 사례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루프트한자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이 중심이 된 ‘Star Alliance’가 대표적이다. 이 제휴집단에는 양사 이외에 싱가포르 항공, ANA, Air Canada 등 각 지역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항공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항공사들도 ‘Sky Team’, ‘One World’ 등을 브랜드로 내건 다수의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 간의 경쟁은 개별업체 간 경쟁보다는 제휴 집단 간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러나 단지 복수의 제휴를 맺고 특정 제휴 집단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휴 집단에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제휴 집단은 복수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파트너가 제휴에 합류할 때마다 목적 역시 추가되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이 경우 제휴 네트워크 내에서 파트너들 간에 중복 관계나 라이벌 관계가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파트너들이 참여하게 되면 다양하고 혁신적인 대안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반면, 파트너들 간 갈등으로 인해 제휴 집단 내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물론 제휴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충분히 크다면, 제휴 집단 내 역학 관계를 조정하여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는 제휴 집단이라면 제휴 목적 달성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제휴 집단에 비해 공동의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제휴 집단 내부에서 혹은 제휴 집단들 사이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잡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다.
‘전략적 제휴’에서 ‘제휴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들에게 제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합종연횡 식의 제휴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전략적 제휴’보다는 ‘제휴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제휴를 더 이상 명목 상의 일회성 계약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를 주시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부에서 또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입장과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 LG Business Insight 995호
이 같은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에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보다는 ‘제휴 전략(Alliance Strategy)’이 필요하다. 일회성 계약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제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초기부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에 주목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 또는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선택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제휴(Alliance)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백 건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다. 한창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제휴 파트너를 찾기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제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에도 기업 간 제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제휴의 모습들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나이키가 애플과 제휴해 선보인 ‘나이키 플러스’를 보자. 달리는 동안 운동화와 센서로 연결된 아이팟(iPod)을 통해 음악을 즐기면서 운동 거리와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제휴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치열한 경쟁관계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양사는 모바일TV 표준화와 LCD 패널 교차구매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종 산업 플레이어든 경쟁자이든 관계 없다. 이와 같이 제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제휴의 대상이나 내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제휴 시대’라 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정리해보고, 복잡하고 다양해진 제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성공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제휴의 중요성 증대
스타벅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점포당 방문 고객이 줄고 주가가 반토막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를 휩쓸었던 스타벅스의 열풍이 막강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고급 커피 시장에 진출한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등의 일격에 사그라든 결과이다. 흔들리고 있는 ‘스타벅스 신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성장을 지속해 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고객의 요구가 복잡·다양화하면서 사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과거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더욱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도록 요구받고 있다. 자사의 핵심역량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핵심 역량을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엇보다 먼저 M&A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M&A에는 많은 어려움과 부작용이 따른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인수 후 조직 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시너지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맥킨지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수행된 M&A 중 57%가 주주가치 증대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본격적인 M&A 경험이 부족하다. 최근 몇몇 성공 사례가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루어진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형태에 불과했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는 다른 대안으로 제휴가 있다. 제휴란 다수의 기업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통된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비(非) 지분 참여 제휴, 지분 참여 제휴, 합작투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그림 1> 참조). 유연하고 신속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제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파트너십 전문 컨설팅사인 Vantage의 200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휴 관계 구축은 1980년대 중반 이래 해마다 25%씩 증가해 왔으며, 조사 대상 기업 중 4분의 1은 50개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제휴로 인해 발생되는 기업 매출도 상당했다. 연구 대상 기업 중 30%는 최소 3억 달러 이상을, 절반의 기업이 매출의 최소 20%를, 4개 중 1개 기업이 30%를 각각 제휴로 얻고 있었다.
이처럼 제휴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제휴를 성공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십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체결된 제휴 중 절반 이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계약 체결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제휴의 운영과 파트너 관계 유지 등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제휴의 궁극적인 목적이 파트너와 협력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임을 간과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II. 제휴의 최근 트렌드
제휴의 최근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휴의 중요성과 기회가 많아진 만큼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경계도 넘어선 지 오래이고, 업종 불문, 상대 불문의 제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제휴의 모습과 그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자(<그림 3> 참조).
복잡다단한 관계로 확대
제휴라 하면 흔히 두 업체 간 일대일 협력 관계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제는 복수의 복합적인 협력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 그 원인은 산업의 고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약이나 통신장비 제조업 등은 과거의 단순 제조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적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하이테크 산업이다. 몇몇 업체만으로 필요한 혁신 활동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산업 내 제휴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 결과 복수업체 간 제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로젠코프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2개 산업의 제휴 네트워크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가죽신발 제조업이나 제지업 같은 전통적인 제조 분야에서는 단순한 일대일 제휴 관계가 지배적이었다. 두 업체 간 제휴들이 서로 분절되어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었다. 이에 반해 제약, 컴퓨터, 통신장비, 자동차 제조업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제휴 건수의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범위가 훨씬 넓었고 협력 관계도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글로벌화도 제휴 관계가 복잡다단하게 변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흥 성장 시장 진출 시 글로벌 선진업체들이 현지업체들과의 제휴를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해외 선진업체들이나 현지 우수업체들과의 제휴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국경이 무의미지면서 제휴 파트너 관계도 다원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협력 분야의 확대도 기업간 협력 관계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과거 선진업체와 후발업체 간 제휴는 기술 이전과 신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국내업체들 간 제휴도 단순 마케팅 이벤트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공동 기술 및 제품 개발, 대규모 공동 투자, 공동 생산, 신사업 기회의 창출, 교차 구매 등 가치 사슬 전반에서 제휴가 이루어지면서 복수의 수평적 제휴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제휴 활발
일견 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종 산업 간 제휴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산업 전반의 대표적 메가트렌드인 컨버전스의 확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초기에는 카메라나 MP3 등 디지털 중심의 기능이 하나 둘 추가되다가 어느덧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 업체와 패션 브랜드의 만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인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폰’을 공동 개발하여 유럽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단순한 공동 마케팅 차원을 넘어 휴대폰 디자인과 콘텐츠 패키지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양사가 공동 참여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작년 하반기에 아르마니와 제휴한 ‘아르마니폰’을 유럽시장에 내놓았다. 휴대폰의 패션화는 치열한 경쟁 레이스에서 앞서가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휴대폰 제품에 다른 업종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접목시킨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짝짓기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애플, 구글, MS 등 IT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차량용 최첨단 IT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재규어는 신제품 스포츠세단 재규어XF에 애플이 디자인한 세계 최초의 다이얼 변속기를 장착했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라고 불리는 다이얼 모양의 이 변속기는 처음에는 숨겨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운전자에게 악수를 청하듯 쑥 올라온다. BMW는 구글과 제휴해 내비게이션에 구글 검색 기능을 집어넣은 ‘커넥티드 드라이브’와 구글맵을 이용하는 ‘마이인포(MYINFO)’서비스를 신차 모델들에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와 승객이 차 안에서도 인터넷 검색과 길 안내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 IT시스템을 통해 차별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포드가 MS와 공동개발한 ‘싱크(Sync)’, 폭스바겐이 구글과 제휴해 내놓은 ‘3D맵 내비게이션’ 등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지난해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과 차량용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MS와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였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것 같다.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적과의 동침’을 과감히 추진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점에서 제휴를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동종업계 내 경쟁자들간의 제휴 협력 관계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표> 참조). 얼마전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2위 업체인 보잉사가 공동설계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의 무기 구매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는 미 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사업 참여를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기에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제휴를 하는 것일까?
첫째, 상호 약점의 보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 시장을 각각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퍼블리시스가 올해 초 제휴를 선언하고 나섰다. 구글은 케이블 TV, 라디오 등 오프라인 매체 사업이나 광고 구매 분야에서, 퍼블리시스는 온라인 매체 광고 분야에서 기술 및 경험을 보완함으로써 광고 효과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산업 특성상 첨단 기술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LCD, 반도체 산업 등에서 목격되는 제휴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삼성전자와 소니는 7, 8 세대 LCD 패널 생산을 위해 ‘S-LCD’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LCD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했다. 지난달 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TV용 패널의 교차 구매 제휴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사 모두 투자 효율성을 높이면서 한국업체 타도를 위해 최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대만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선도업체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의 D램 합작공장 설립, 지난달 하이닉스와 프로모스의 포괄적 제휴 등 선두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사와 합작사 설립, 공동 기술 개발 등 적과의 동맹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분담하면서 공동전선을 펼쳐 선두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를 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보자. 벤츠는 자동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지난 3월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갈 신형 리튬이온 전지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소형차 엔진을 공동생산하는 등 폭넓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와 공동 개발·생산하고, 하위 협력업체들을 공유하여 공동 부품 및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III. 합종연횡 제휴의 성공 포인트
적절한 외부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면 국경 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제휴 상대에도 제한이 없어 적과의 동침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합종연횡의 협력 시대에 제휴에 성공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4> 참조).
1.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기본
제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제휴를 검토하는 데 있어 우선은 제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기술을 획득한다든가 혹은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는 잠재적 제휴 대상 기업이 과연 자사가 필요한 바를 보유하고 있는 최적의 파트너인지를 사전에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휴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유용한 판단의 잣대로 기능한다. 제휴는 느슨한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길을 잃고 실질적인 소득도 없이 시행착오만 겪을 수 있다. 급기야 제휴를 끝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제휴의 영역이 가치 사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제휴 영역 이외의 기밀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각각의 제휴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이 제휴의 목적과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고 공유함으로써 이러한 제휴의 부작용들을 예방할 수 있다.
2. 입체적으로 제휴 관계를 관리하라
‘제휴에 있어 파트너를 잘 선정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얘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휴 네트워크가 글로벌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제휴 대상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그만큼 최적의 제휴 파트너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더 제휴에도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해졌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전략 방향이 바뀌거나 이에 따라 제휴 파트너의 중요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제휴의 이러한 다이내믹한 관계를 깨닫지 못하면,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우선순위가 낮아진 제휴에 몰두하는 바람에 정작 기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제휴에는 자원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HP, Lilly, Corning, AMD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휴 활용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휴 담당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AMD의 경우 제휴의 목적과 제휴 후보사 간 매트릭스를 작성하여 최적의 파트너들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그림 5>와 같이 세로 축에는 제휴의 목적들을, 가로 축에는 현재 제휴 중인 업체를 포함한 잠재적인 제휴 대상 업체들을 기입한 형태이다. 목적별로 각 제휴업체와의 협력에서 충족될 수 있는 정도를 상대점수로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복수의 제휴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업체라든지, 특정한 목적에서 우위를 보이는 파트너를 알기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이 매트릭스는 최고경영진과의 협의 시 활용되어 제휴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3.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화학적 결합에 힘써라
제휴 홍수라 할 만큼 제휴가 확대되었지만, 계약 체결로 제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많은 제휴를 맺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제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휴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파트너 간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제휴 파트너들 간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현실은 아직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Vantage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제휴 담당 매니저들이이 ‘좋은 업무 관계(Working Relationship)를 형성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를 제휴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계약 체결 상의 법적·재무적 조건 때문에 제휴가 실패했다’는 응답은 소수(14%)였지만, 실제 기업들은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약업체인 쉐링푸라우(Schering-Plough)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제휴 시작 시점부터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제약업체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자 마자 체계적인 ‘제휴 관계 개시(Alliance Relationship Launch)’ 과정으로 들어간다. 약 5주 간의 회의를 통해 파트너사와 함께 상호 차이점에 대해 조사하고 앞으로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검토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관리·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개발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수립한다. 특정 사안들을 처리할 공식적인 검토 위원회의 설치 여부나 회의 주기, 의결 절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게 된다. 이 모두가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난관이나 갈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4. 과정 지표로 커뮤니케이션하라
복잡다단한 제휴를 맺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대상과 내용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제휴의 성과 측정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적절한 성과 측정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휴의 속성상 상당한 금전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초기부터 재무적 성과 중심으로 측정을 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파트너 간 상호 확신은 점차 떨어지고, 조직 내부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도 시들해져 제휴가 고사 직전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종 목표나 결과가 아닌 과정이나 수단을 측정하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제휴 초기에는 파트너 간 정보 공유,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의사결정 속도 등을 측정하여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제휴의 성공을 미리 가늠해볼 수 선행지표로써 파트너 간 몰입과 조직 내 자원 투입을 계속 이어갈지에 대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균형 성과관리표(Balanced Scorecard)에 제휴 관련 활동들을 반영함으로써 제휴를 위한 내부 지원이나 역량 육성 계획도 이끌어낼 수 있다.
5. '제휴 집단'의 변화에 주목하라
대부분의 제휴는 복수 관계로 확대되었다. 상호 의존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양자간 관계뿐만 아니라, ‘제휴 집단(Constellation)’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휴 집단이란 특정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경쟁하는, 제휴로 연결된 기업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제휴집단의 사례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루프트한자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이 중심이 된 ‘Star Alliance’가 대표적이다. 이 제휴집단에는 양사 이외에 싱가포르 항공, ANA, Air Canada 등 각 지역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항공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항공사들도 ‘Sky Team’, ‘One World’ 등을 브랜드로 내건 다수의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 간의 경쟁은 개별업체 간 경쟁보다는 제휴 집단 간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러나 단지 복수의 제휴를 맺고 특정 제휴 집단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휴 집단에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제휴 집단은 복수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파트너가 제휴에 합류할 때마다 목적 역시 추가되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이 경우 제휴 네트워크 내에서 파트너들 간에 중복 관계나 라이벌 관계가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파트너들이 참여하게 되면 다양하고 혁신적인 대안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반면, 파트너들 간 갈등으로 인해 제휴 집단 내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물론 제휴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충분히 크다면, 제휴 집단 내 역학 관계를 조정하여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는 제휴 집단이라면 제휴 목적 달성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제휴 집단에 비해 공동의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제휴 집단 내부에서 혹은 제휴 집단들 사이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잡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다.
‘전략적 제휴’에서 ‘제휴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들에게 제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합종연횡 식의 제휴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전략적 제휴’보다는 ‘제휴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제휴를 더 이상 명목 상의 일회성 계약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제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복잡한 제휴 네트워크 속에서 목적에 부합되는 최상의 협력 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변화하는 제휴 집단의 역학 관계를 주시하면서, 제휴 네트워크 내부에서 또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에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입장과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 LG Business Insight 9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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