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8. 19:02
최근 창의성에 기반한 혁신, ‘개방형 혁신’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제조와 운영의 혁신과 ‘독자적 혁신’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기업도 여전히 존재한다. 주류 혁신 트렌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모든 기업들의 관심사이다.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업환경 속에서 혁신은 단순한 기업 성과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이슈이다. 자연히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선진 기업들의 경영 기법을 연구하고, 사례를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 트렌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혁신 트렌드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기술경영 전문가 밀러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혁신 트렌드는 시기별로 나눠보면 크게 4세대로 구분된다. 먼저, 1세대 혁신(1940년대까지)은 기초기술 개발을 지향한다. 때문에 R&D와 사업전략이 연계되지 못했고, 혁신의 효율성이 낮았다. 2세대의 관리형 혁신(1940~1970년대)은 단기 R&D 프로젝트 중심이었다. 사업과의 연계성은 강화되었으나 전사 차원의 접근이 미진했다. 3세대(1980~1990년대 중반)는 전략형 R&D 혁신이다. 전략과 기술의 통합, 위험과 수익의 포트폴리오 관점의 접근, 기술 로드맵에 기반한 미래 대응이 주된 내용이다. 4세대 혁신(1990년대 중반 이후)은 사업부서, 고객, 공급자들의 잠재적 니즈에 육박한다. 신시장가치 대응을 위한 와해성, 비연속적, 통합적 기술 접근을 중시한다. 이처럼 혁신 트렌드는 시대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혁신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의 심화,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웹 2.0 등 인터넷 활용 증대, 글로벌화 가속화 등으로 인해 기업들에게 새로운 가치창출 방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고객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달라진 고객 취향에 맞는 가치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도 증가했다. 때문에 최근 창의성 및 아이디어 중심 혁신, 개방과 협업을 통한 혁신, 자유로운 혁신 문화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같은 최신 혁신 트렌드를 연구하고 자신들의 경영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과 아이디어 중심의 혁신이 모든 기업에게 적합한 것일까? 개방적인 혁신 방식이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 줄까? 어떠한 조직문화가 혁신을 창출하는 데 유리할까? 이 글에서는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최근 혁신의 방향과 방법론,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창의성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혁신 방향이 이동
먼저 가치의 중심이 창의성과 아이디어 같은 소프트 파워 중심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고유가 및 천원자원 고갈, 지구환경 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물리적 자원 투입에 기반한 현재의 산업 패러다임이 미래에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웹 인프라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지식기반경제의 이행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 결과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기획, R&D, 마케팅, 서비스 등 소프트 영역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의 주요 혁신은 인간의 창의성과 아이디어 등 모방하기 어려운 원천에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선도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창의성 및 아이디어 혁신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고유한 디자인,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풍부한 사용자 경험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최고 혁신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경영 혁신 사례에 단골로 등장하는 애플, 구글, GE 등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혁신 능력이 가장 뛰어난 기업들이다. 애플은 뛰어난 디자인과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무기로 음악 기기 시장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구글은 야후, MS와 같은 쟁쟁한 IT 기업들을 제치고 검색, 광고 시장의 선두 기업이 되었다. GE도 이멜트 회장의 취임과 함께 ‘에코매지네이션’과 같은 새로운 창조 중심의 혁신을 중점 추진 중이다.
운영 혁신의 중요성은 오히려 증가
그렇다면 제조와 운영 혁신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창의성/아이디어 중심의 혁신 트렌드가 주목을 받는 동안에도 제조/운영 혁신을 통해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도요타를 보자. 대표적인 제조/운영 혁신 기업으로서 극도의 비용 절감과 개선(‘가이센’)을 통한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 모토로라 등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제조 부문 아웃소싱 파트너인 대만 기업 홍하이(Hon Hai·鴻海)도 비용 절감과 독자적 제조 기술 혁신으로 2004~`07년 연평균 47%의 엄청난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07년 매출은 51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운영/제조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의 혁신 기업 리스트에서 제조/운영 중심 기업들의 순위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비즈니스 위크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비즈니스 위크 ’08년 4월 28자)에 따르면 ‘글로벌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순위에서 도요타는 ’05년 14위에서 ’06년 4위로 껑충 뛰었으며 ’07년과 ’08년에는 3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한 인도의 자동차 기업인 타타는 단숨에 6위로 뛰어올랐다.
타타는 운영과 유통 혁신을 통해 2,500달러의 초저가 자동차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머징마켓의 성장, ‘Next Billion’ 소비자(신흥지역 저소득층 소비자)의 증가, 저원가 경쟁기업 증가, 글로벌 경기침체 등 최근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방향을 고려할 때 운영/제조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기획, R&D 등 소프트 부문을 향한 기업의 이동이 늘어날수록 제조 부문에 남아있는 기업들에게 시장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제조/운영 혁신의 미래는 어둡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제조 기업들의 경우 제조 부문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이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 또는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와 홍하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제조와 운영 혁신을 통해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제조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립스는 과거 휴대폰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추진한 연후에 결국 휴대폰 사업 자체에서 철수하였다. 소니도 2000년대 제조 부문을 경시한 결과 전사적인 경쟁력 약화를 경험한 바 있다. 필립스와 소니 사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제조 기업에 있어 핵심인 제조 기능이 간과될 경우 품질 관리나 R&D와 제조 간 긴밀한 협업 등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비중이 커진 소프트 부문의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도 덩달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개방과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혁신 방식
창의성/아이디어 혁신이 혁신의 내용과 관련된 트렌드라면, 개방형 혁신은 혁신의 방법론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이다. 기업들은 혁신의 시간적 및 금전적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을 통한 혁신, 즉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이러하다. 먼저, 글로벌화와 이로 인한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로 개방형 혁신의 여지가 확대되었다. 이를 통해 과거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 수준에 머물던 것이 점차 디자인, R&D 등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적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도 개방을 통한 혁신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개방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웹 2.0이 IT 업계는 물론 사회 및 비즈니스 전반으로 퍼져나감에 따라 개방형 혁신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P&G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인 ‘Connect & Develop’은 잘 알려진 사례다. 다른 기업들도 학계, 파트너 기업, 기술 중계 회사 등 외부 네트워크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맞춤형 T셔츠 제조사 Threadless에서는 개방의 범위가 일반 고객들에까지 한층 넓어졌다. 웹 2.0의 개방과 참여를 비즈니스 모델로 잘 구현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고객들은 T셔츠 제작 시 디자인은 물론 제조 수량 결정에까지 직접 참여한다. 또한 미국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웹 2.0 기업들은 자사의 플랫폼을 개방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개방과 협업은 이처럼 외부 역량을 활용하여 신속하고 저렴하게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협업의 상대와 내가 윈-윈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는 관점에서도 개방형 혁신은 향후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지배력 있으면 폐쇄적 혁신도 가능
이처럼 개방이 미래 기업들의 핵심적인 가치로 거론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개방과 협업에 인색하다. 2003년 PC 윈도용 아이튠즈를 선보이면서 ‘윈도 플랫폼 기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애플에게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애플은 수년간 최고의 혁신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07년도 영업이익율이 18%를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방의 정도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느 혁신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폐쇄적인 것은 사실이다. 애플의 운영체제는 오직 ‘맥(Mac)’만을 위해서 만들어진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도 아이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더욱이 애플은 언론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 제품 발표 당일까지 모든 정보는 비밀에 부쳐진다. 애플과 관련된 블로그도 애플의 고객들이 운영하는 것일 뿐, 공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블로거들과 교류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모든 것은 애플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사실은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방식이 오히려 애플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혁신, 협업적 혁신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팟-아이튠즈 솔루션은 애플 중심의 독점적 사업모델이지만 제조, 음원, 악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개방적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개방에 앞서 자신만의 강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개방과 협업이 경제 전체적으로 가치를 증대시키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강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비록 개방형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보다 더 강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에게 그 가치의 대부분을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 협업관계 주도력이나 협상력에 따라 개방의 편익이 차등적으로 분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물경제 상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성과를 높이는 기업들 대다수가 기존의 선진기업들이었다는 점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선진기업들은 오랫동안 브랜드, 노하우, 기술, 협상력,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보유해 왔으며 이것이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는 지배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웹 2.0 기업들의 개방 전략이 사실은 플랫폼 독점이나 사실상의 표준 획득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의 속성 때문에 웹 기업들은 자신만의 차별적 기술, 정보 및 저작도구 등의 개방을 통해 지배력 강화를 꾀한다. 다만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개방에 앞서 자신만의 차별적 역량을 갖추는 데 온라인의 경우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개방형 혁신을 도입하기에 앞서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향후 개방된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 문화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
한편 자유로우며 혁신 투입비용에 비교적 관대한 조직 문화도 최근의 혁신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글은 이러한 문화와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와 무관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선택하여 추진할 수도 있었다. 한편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례로 구글 캠퍼스(본사)의 식당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신선한 요리들을 무료로 먹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연간 7,200만 달러가 지출된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 중에는 이처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통해 혁신을 북돋는 곳이 구글말고도 꽤 많이 있다.
그러나 같은 IT 업계 내부에서도 새로운 혁신 문화를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HP는 자사의 연구 조직을 재정비했는데, 자유로운 R&D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및 성과 중심적 R&D 조직으로 변신을 독려하고 있다. HP 연구소 소장으로 새로 부임한 바너지(Banerjee)는 “연구 개발이 단지 흥미롭다는 이유로는 진행될 수 없으며, HP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원들 간의 경쟁을 통해 혁신을 가속시킬 계획이다. 또 다른 혁신 기업인 아마존의 CEO 베조스(Bezos)는 ‘기업 문화인 검소함(frugality)이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하였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 처해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더 큰 돌파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사업 초기에 부족한 광고 예산 때문에 타 사이트와 수익을 배분하는 제휴 프로그램을 고안해냈고,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들은 최근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킨델(Kindle)’과 같은 혁신적 프로젝트에 투입함으로써 또 다른 혁신 창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향후 구글과 같은 자율 중시의 혁신 문화보다 성과지향적이고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혁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의 저원가 기업들의 위협이 점차 거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경기침체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점차 기업들이 돌파적 기술과 제품 및 서비스 혁신보다는 성과와 비용 절감 중심의 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성공 방식을 넘어 나만의 혁신을 찾아야
혁신은 새로운 시도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창의성/아이디어 혁신, 개방형 혁신 등 최근 주류 혁신 트렌드에 의문을 던지는 것은 진정한 혁신의 첫 단계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혁신 방향과 실행 방식, 혁신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고객 니즈와 경쟁자가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메가트렌드와 사업 환경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성의 해법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혁신 방식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벅스라이프’과 ‘토이스토리’ 등의 애니메이션 히트작을 낸 픽사(Pixar)는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과 일할 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을 영입하였다. 픽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인크레더블’, ‘라따뚜이’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거머쥐었다. 픽사의 경영진들이 흥행 실패 감독이었던 브래드 버드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성공을 위한 새로운 관점과 혁신 방식을 찾기 위해서였다.
LG Business Insight 996호
혁신은 모든 기업들의 관심사이다.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업환경 속에서 혁신은 단순한 기업 성과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이슈이다. 자연히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선진 기업들의 경영 기법을 연구하고, 사례를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 트렌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혁신 트렌드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기술경영 전문가 밀러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혁신 트렌드는 시기별로 나눠보면 크게 4세대로 구분된다. 먼저, 1세대 혁신(1940년대까지)은 기초기술 개발을 지향한다. 때문에 R&D와 사업전략이 연계되지 못했고, 혁신의 효율성이 낮았다. 2세대의 관리형 혁신(1940~1970년대)은 단기 R&D 프로젝트 중심이었다. 사업과의 연계성은 강화되었으나 전사 차원의 접근이 미진했다. 3세대(1980~1990년대 중반)는 전략형 R&D 혁신이다. 전략과 기술의 통합, 위험과 수익의 포트폴리오 관점의 접근, 기술 로드맵에 기반한 미래 대응이 주된 내용이다. 4세대 혁신(1990년대 중반 이후)은 사업부서, 고객, 공급자들의 잠재적 니즈에 육박한다. 신시장가치 대응을 위한 와해성, 비연속적, 통합적 기술 접근을 중시한다. 이처럼 혁신 트렌드는 시대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혁신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의 심화,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웹 2.0 등 인터넷 활용 증대, 글로벌화 가속화 등으로 인해 기업들에게 새로운 가치창출 방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고객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달라진 고객 취향에 맞는 가치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도 증가했다. 때문에 최근 창의성 및 아이디어 중심 혁신, 개방과 협업을 통한 혁신, 자유로운 혁신 문화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같은 최신 혁신 트렌드를 연구하고 자신들의 경영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과 아이디어 중심의 혁신이 모든 기업에게 적합한 것일까? 개방적인 혁신 방식이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 줄까? 어떠한 조직문화가 혁신을 창출하는 데 유리할까? 이 글에서는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최근 혁신의 방향과 방법론,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창의성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혁신 방향이 이동
먼저 가치의 중심이 창의성과 아이디어 같은 소프트 파워 중심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고유가 및 천원자원 고갈, 지구환경 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물리적 자원 투입에 기반한 현재의 산업 패러다임이 미래에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웹 인프라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지식기반경제의 이행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 결과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기획, R&D, 마케팅, 서비스 등 소프트 영역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의 주요 혁신은 인간의 창의성과 아이디어 등 모방하기 어려운 원천에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선도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창의성 및 아이디어 혁신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고유한 디자인,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풍부한 사용자 경험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최고 혁신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경영 혁신 사례에 단골로 등장하는 애플, 구글, GE 등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혁신 능력이 가장 뛰어난 기업들이다. 애플은 뛰어난 디자인과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무기로 음악 기기 시장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구글은 야후, MS와 같은 쟁쟁한 IT 기업들을 제치고 검색, 광고 시장의 선두 기업이 되었다. GE도 이멜트 회장의 취임과 함께 ‘에코매지네이션’과 같은 새로운 창조 중심의 혁신을 중점 추진 중이다.
운영 혁신의 중요성은 오히려 증가
그렇다면 제조와 운영 혁신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창의성/아이디어 중심의 혁신 트렌드가 주목을 받는 동안에도 제조/운영 혁신을 통해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도요타를 보자. 대표적인 제조/운영 혁신 기업으로서 극도의 비용 절감과 개선(‘가이센’)을 통한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 모토로라 등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제조 부문 아웃소싱 파트너인 대만 기업 홍하이(Hon Hai·鴻海)도 비용 절감과 독자적 제조 기술 혁신으로 2004~`07년 연평균 47%의 엄청난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07년 매출은 51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운영/제조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의 혁신 기업 리스트에서 제조/운영 중심 기업들의 순위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비즈니스 위크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비즈니스 위크 ’08년 4월 28자)에 따르면 ‘글로벌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순위에서 도요타는 ’05년 14위에서 ’06년 4위로 껑충 뛰었으며 ’07년과 ’08년에는 3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한 인도의 자동차 기업인 타타는 단숨에 6위로 뛰어올랐다.
타타는 운영과 유통 혁신을 통해 2,500달러의 초저가 자동차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머징마켓의 성장, ‘Next Billion’ 소비자(신흥지역 저소득층 소비자)의 증가, 저원가 경쟁기업 증가, 글로벌 경기침체 등 최근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방향을 고려할 때 운영/제조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기획, R&D 등 소프트 부문을 향한 기업의 이동이 늘어날수록 제조 부문에 남아있는 기업들에게 시장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제조/운영 혁신의 미래는 어둡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제조 기업들의 경우 제조 부문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이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 또는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와 홍하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제조와 운영 혁신을 통해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제조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립스는 과거 휴대폰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추진한 연후에 결국 휴대폰 사업 자체에서 철수하였다. 소니도 2000년대 제조 부문을 경시한 결과 전사적인 경쟁력 약화를 경험한 바 있다. 필립스와 소니 사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제조 기업에 있어 핵심인 제조 기능이 간과될 경우 품질 관리나 R&D와 제조 간 긴밀한 협업 등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비중이 커진 소프트 부문의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도 덩달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개방과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혁신 방식
창의성/아이디어 혁신이 혁신의 내용과 관련된 트렌드라면, 개방형 혁신은 혁신의 방법론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이다. 기업들은 혁신의 시간적 및 금전적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을 통한 혁신, 즉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이러하다. 먼저, 글로벌화와 이로 인한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로 개방형 혁신의 여지가 확대되었다. 이를 통해 과거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 수준에 머물던 것이 점차 디자인, R&D 등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적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도 개방을 통한 혁신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개방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웹 2.0이 IT 업계는 물론 사회 및 비즈니스 전반으로 퍼져나감에 따라 개방형 혁신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P&G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인 ‘Connect & Develop’은 잘 알려진 사례다. 다른 기업들도 학계, 파트너 기업, 기술 중계 회사 등 외부 네트워크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맞춤형 T셔츠 제조사 Threadless에서는 개방의 범위가 일반 고객들에까지 한층 넓어졌다. 웹 2.0의 개방과 참여를 비즈니스 모델로 잘 구현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고객들은 T셔츠 제작 시 디자인은 물론 제조 수량 결정에까지 직접 참여한다. 또한 미국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웹 2.0 기업들은 자사의 플랫폼을 개방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개방과 협업은 이처럼 외부 역량을 활용하여 신속하고 저렴하게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협업의 상대와 내가 윈-윈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는 관점에서도 개방형 혁신은 향후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지배력 있으면 폐쇄적 혁신도 가능
이처럼 개방이 미래 기업들의 핵심적인 가치로 거론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개방과 협업에 인색하다. 2003년 PC 윈도용 아이튠즈를 선보이면서 ‘윈도 플랫폼 기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애플에게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애플은 수년간 최고의 혁신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07년도 영업이익율이 18%를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방의 정도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느 혁신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폐쇄적인 것은 사실이다. 애플의 운영체제는 오직 ‘맥(Mac)’만을 위해서 만들어진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도 아이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더욱이 애플은 언론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 제품 발표 당일까지 모든 정보는 비밀에 부쳐진다. 애플과 관련된 블로그도 애플의 고객들이 운영하는 것일 뿐, 공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블로거들과 교류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모든 것은 애플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사실은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방식이 오히려 애플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혁신, 협업적 혁신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팟-아이튠즈 솔루션은 애플 중심의 독점적 사업모델이지만 제조, 음원, 악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개방적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개방에 앞서 자신만의 강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개방과 협업이 경제 전체적으로 가치를 증대시키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강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비록 개방형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보다 더 강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에게 그 가치의 대부분을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 협업관계 주도력이나 협상력에 따라 개방의 편익이 차등적으로 분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물경제 상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성과를 높이는 기업들 대다수가 기존의 선진기업들이었다는 점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선진기업들은 오랫동안 브랜드, 노하우, 기술, 협상력,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보유해 왔으며 이것이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는 지배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웹 2.0 기업들의 개방 전략이 사실은 플랫폼 독점이나 사실상의 표준 획득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의 속성 때문에 웹 기업들은 자신만의 차별적 기술, 정보 및 저작도구 등의 개방을 통해 지배력 강화를 꾀한다. 다만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개방에 앞서 자신만의 차별적 역량을 갖추는 데 온라인의 경우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개방형 혁신을 도입하기에 앞서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향후 개방된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 문화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
한편 자유로우며 혁신 투입비용에 비교적 관대한 조직 문화도 최근의 혁신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글은 이러한 문화와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와 무관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선택하여 추진할 수도 있었다. 한편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례로 구글 캠퍼스(본사)의 식당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신선한 요리들을 무료로 먹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연간 7,200만 달러가 지출된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 중에는 이처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통해 혁신을 북돋는 곳이 구글말고도 꽤 많이 있다.
그러나 같은 IT 업계 내부에서도 새로운 혁신 문화를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HP는 자사의 연구 조직을 재정비했는데, 자유로운 R&D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및 성과 중심적 R&D 조직으로 변신을 독려하고 있다. HP 연구소 소장으로 새로 부임한 바너지(Banerjee)는 “연구 개발이 단지 흥미롭다는 이유로는 진행될 수 없으며, HP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원들 간의 경쟁을 통해 혁신을 가속시킬 계획이다. 또 다른 혁신 기업인 아마존의 CEO 베조스(Bezos)는 ‘기업 문화인 검소함(frugality)이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하였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 처해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더 큰 돌파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사업 초기에 부족한 광고 예산 때문에 타 사이트와 수익을 배분하는 제휴 프로그램을 고안해냈고,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들은 최근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킨델(Kindle)’과 같은 혁신적 프로젝트에 투입함으로써 또 다른 혁신 창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향후 구글과 같은 자율 중시의 혁신 문화보다 성과지향적이고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혁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의 저원가 기업들의 위협이 점차 거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경기침체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점차 기업들이 돌파적 기술과 제품 및 서비스 혁신보다는 성과와 비용 절감 중심의 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성공 방식을 넘어 나만의 혁신을 찾아야
혁신은 새로운 시도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창의성/아이디어 혁신, 개방형 혁신 등 최근 주류 혁신 트렌드에 의문을 던지는 것은 진정한 혁신의 첫 단계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혁신 방향과 실행 방식, 혁신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고객 니즈와 경쟁자가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메가트렌드와 사업 환경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성의 해법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혁신 방식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벅스라이프’과 ‘토이스토리’ 등의 애니메이션 히트작을 낸 픽사(Pixar)는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과 일할 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을 영입하였다. 픽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인크레더블’, ‘라따뚜이’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거머쥐었다. 픽사의 경영진들이 흥행 실패 감독이었던 브래드 버드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성공을 위한 새로운 관점과 혁신 방식을 찾기 위해서였다.
LG Business Insight 9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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