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4. 17:24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본격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성과주의 정착의 기본인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그 만큼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을 의미한다. 성과평가 시스템은 단순히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가치 창출의 촉진자로서 기능하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와 중장기 지표, 재무와 비재무 지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목표 수준의 적정성 검증을 통해 목표 수준의 오류에 의한 성과 왜곡 현상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성과평가와 적절한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한다.
< 목 차 >
Ⅰ. 서론
Ⅱ.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Ⅲ.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Ⅳ. 결론
I. 서론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성과주의는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달성한 성과에 따라 승진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승진과 보상 규모가 연공서열, 근무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조직원들이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의 수립, 평가, 피드백 등 성과평가를 위한 일련의 과정, 즉 성과평가 시스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관심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진화해왔다. 성과지표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고, 평가 방법이 정교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 현상과 이상의 갭이 큰 실정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 관련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혀 곤혹스러워한다. 평가 실무자는 성과지표가 적절한지, 성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외부 환경 변화가 성과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고심한다. 반면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은 평가가 공정했는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보상과 정확히 연계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른바 성과평가라는 블랙박스를 사이에 두고 평가 실무자와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와 달성해야 할 목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표의 선정이 강조되면서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은 많은 경영관리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의 자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본고에서는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 특히 개인보다는 조직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해주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건을 제시해 본다.
II.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성과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2007년 현재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배분제(profit sharing)를 도입한 기업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보편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작업이 쳇바퀴 도는 듯한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과주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의 개선 활동에는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증폭, 단기 중시 경영
성과주의 확산이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의 조사가 있었다.
코리아 리크루트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시 어떤 항목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 성과(62.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의 연공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직원의 연봉 인상(46.2%)이나 승진(34.8%)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성과평가 결과가 조직원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가 조직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주의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임금 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이 어떠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60.4%)이 커졌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단기실적에 치중(16.6%), 고용불안의 확산(12.7%), 직원간 과도한 경쟁(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잡 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커다란 불신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약 50%가 ‘성과평가는 형식적인 제도’라고 평가했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8.5%가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2007년)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계적인 목표 관리와 평가 체계 미흡, 지나친 단기적·가시적 목표 치중, 공정한 평가와 결과의 피드백 미흡은 성과주의 정착에 장애 요인으로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제시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발간하는 보고서(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주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성과주의의 확산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조직원에게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강한 동기 부여,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된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증대,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 부서간 이기주의와 조직간 협력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은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성과주의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단기 성과 중시 경영과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계적 이슈
성과평가 시 EVA 등과 같이 단일 지표에 의한 가치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가치 평가 방식은 독자적인 사업 단위를 평가 대상으로, 산출된 결과(예, 세후영업이익)와 투입된 자본(예, 자본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의 증감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투입된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의 추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조직의 지향점과 전략에 맞게 성과지표를 선정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에 의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 선정, 목표 수립, 평가, 피드백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슈는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먼저 성과지표 선정 단계는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지향점, 중장기 전략, 추구 가치 등을 감안하여 성과지표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자원 투입 등과 같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는 단기 중심의 성과지표나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지표가 단기에 치중될 경우 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결과 지표 중심의 재무지표에 치중하는 경우 혁신, 고객만족, 품질 등과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질 수 있다.
목표 수립 단계는 선정된 성과지표 별로 얼마를 달성해야 할 것인지 그 목표 수준을 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영자는 자신이 잘 해서 라기보다는 목표를 낮춰 잡은 덕에 목표를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2003년 대기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 극대화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으려 하고 목표 초과달성을 피하려고 하는, ‘성과평가의 톱니 바퀴 현상(Ratchet Effect)’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영자의 행위를 성과평가 시스템이 잘 통제하지 못하면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목표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적정하게 수립했는지를 검증하는 ‘목표의 객관성·도전성 검증’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평가 단계는 일정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 혹은 개인의 승진과 보상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평가 실무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성과가 달라진 부분, 즉 평가의 소음(Noise)를 제거하여 순전히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도 진정한 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단계는 조직 혹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단계로 평가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평가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 단계별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이를 포함하여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성과평가 시스템의 3가지 일반적인 오류
성과평가 시스템에 관한 많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는 세 가지 타입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지표를 잘못 선정(wrong measure)하는 오류이다.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표가 선정되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 투입이 뒤따르지만 기업 가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 집약적인 기업이 영업이익을 성과지표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원들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고, 동시에 매출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지속적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오히려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는 제대로 선정하였으나 목표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goal)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연초에 주당순이익(EPS) 12%를 달성 목표로 수립하여, 연말에 EPS 12.5%라는 성과를 냈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EPS 15%를 적정 기대수준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성한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성과지표는 올바르게 선정되었으나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behavior)이다. 성과지표는 기업의 지향점을 잘 반영하여 조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성과평가 시스템이 기업가치 창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지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조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
III.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이슈와 오류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 수준의 설정, 평가 단계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요건 1 :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 선정
성과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표가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표 1>참조). 경영자는 성과지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달리 한다.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에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주와 경영진 간에 심각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과지표는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만일 주주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경영자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성과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보상에 활용한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높은 보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과지표를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이다.
GE, IBM, P&G 등 세계적 기업들도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각사별로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장·단기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 성과 지표를 나타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기업이 주로 많이 활용하는 재무 지표는 매출액 성장률, EPS, 현금흐름, 투하자본수익률 등임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성과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성과지표가 기업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머서의 컨설턴트 밀러는 2004년에 과거 10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떤 성과지표가 주주 가치와 상관성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출액 성장률과 ROIC, 두 가지 성과지표 모두가 좋았던 기업들은 기업 가치도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건 2 : 조직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표의 선정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이 지표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성과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치창출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성과지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와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 간에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지표일수록 복잡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매출액 지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이다. 하지만 매출액 지표만으로는 매출 달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투자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매출액 지표보다는 비용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더 가까운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도 역시 투자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자본 수익률(ROE)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정보를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상의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수익률(CFROI)은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 경영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다. 하지만 계산과정이 복잡하여 조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지표를 찾아내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된다.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이해도도 높은 성과지표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업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건 3 : 결과 지표와 펀더멘탈 지표의 균형 확보
성과지표는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성과지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 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와 중장기 지표의 균형, 재무와 비재무 지표의 균형,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균형 등 지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중요 지표인 투하 자본수익률(ROIC)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 집약적인 사업에서 ROIC는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이다. 하지만 ROIC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한다면, 경영자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미래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ROIC를 높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ROIC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기 성과 경영을 제약할 수 있는 미래 성과지표 등을 보완하여 단기 중시 경영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재무 지표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지표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 재무 성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신제품 개발, 시장 점유율, 품질,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펀더멘털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품질, 브랜드, 서비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들이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서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재무 성과가 35%, 미래의 재무 성과에 대한 기대 요인이 20~25%,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40~45%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성과지표를 구성함에 있어서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강화와 관련된 비재무 지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관점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가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은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보다는 성장성 지표가 더 적합하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있거나 쇠퇴기에 있다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지표를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존슨(J&J)의 예를 들어보자. J&J는 성과지표를 재무 지표(50%)와 전략 지표(50%)로 구분하여 지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지표로는 순이익,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EPS, 주식수익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략 지표로는 리더십(25%)과 장기 성장(25%)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으로는 종업원 유지, 조직원 역량 육성 체계, 다양성과 조직원 몰입도 등 조직의 건강도와 역량에 관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장기 성장 지표로는 제품 파이프라인, 정도 경영, 고객 가치, 시장 지위 등을 선정하여 경영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요건 4 : 외부 시각을 반영한 목표의 적정성 검증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성과지표가 선정되었더라도 그 달성 목표 수준이 적합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목표를 얼마로 세우느냐에 따라 연말에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낮게 세우려는 유인이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가 경영진의 보상과 승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러한 유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적정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한다. 과거의 성과, 내년도 사업 계획 등과 같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경쟁사 전략, 주주들의 기대 등 외부 잣대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표 3> 참조).
특히 목표를 수립함에 있어서 주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에 맞추거나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는 절대 목표 방식과 상대 목표 방식이 있다. 절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15%’처럼 달성해야 할 절대적 목표를 제시한다. 반면, 상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상위 75%’ 등과 같이 상대 수준을 감안한다. 절대 목표는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지만 상대 목표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이 모두 감안되기 때문에 목표의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 ‘영업이익률 15%’를 목표로 세워, 10%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 목표 수준 면에서는 당초에 세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실적이 영업이익률 10%에 못 미치는 8% 수준이었다면 경쟁사 대비 사업을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J&J는 목표 수립 시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새로운 사업 기회, 과거의 성과, 장기 전략계획, 경쟁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목표의 적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다소 도전적으로 세워 달성해가고 있다.
요건 5 : 평가 결과의 공정성, 수용성 확보
평가 실무자들이 평가 시점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 작업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의 성과가 본인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평가의 소음(noise)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부품을 제조하는 A사가 연초에 ‘매출액 성장률 10%’를 올해 성과 목표로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연말에 12%를 달성하여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하지만 A사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원인은 중국의 부품 메이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호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국내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매출 성장률 14%를 달성했고, 소속 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사가 ‘목표 초과 달성’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목표 달성도만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평가해보면 결코 성과가 좋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목표 달성도 평가는 절대 목표 달성도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경쟁사보다는 얼마나 잘 했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성과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경우 절대 목표 달성 방식은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부 잣대를 이용하여 상대 성과평가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평가한 객관적 근거를 명백히 기술하여 조직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 과정이 있어야 블랙박스가 투명한 박스로 변화되고,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J&J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EPS, 주주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지표에 대해서는 자체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집단(peer group)의 성과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의 재무 성과를 경쟁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경쟁집단은 사업 범위에 상관 없이 매출, 순이익, 시가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선정된다. 2007년 J&J의 경쟁집단은 코카콜라, 머크, GE, 화이자, P&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J&J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J&J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회사 고유의 이념(Credo)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를 평가함에 있어 성과지표의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고유의 Credo를 얼마나 잘 준수하였고 고객, 조직원, 지역사회, 주주에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펩시코와 HP의 경우도 J&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시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평가를 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리더십 등 별도의 항목을 두고 목표 달성도 평가만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IV. 결론
국내기업에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조직에 활력과 혁신을 향한 자극을 주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른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 요건이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는 성과지표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명백히 제시하여 조직원의 행동이 기업가치 창출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성과지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목표의 적정성 검증과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강조돼야 한다. 목표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서는 전년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등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진정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성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평가 근거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 과정을 거쳐 평가의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주주,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더 큰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가치 창출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원의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여 더 높은 기업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머지않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와 중장기 지표, 재무와 비재무 지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목표 수준의 적정성 검증을 통해 목표 수준의 오류에 의한 성과 왜곡 현상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성과평가와 적절한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한다.
< 목 차 >
Ⅰ. 서론
Ⅱ.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Ⅲ.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Ⅳ. 결론
I. 서론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성과주의는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달성한 성과에 따라 승진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승진과 보상 규모가 연공서열, 근무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조직원들이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의 수립, 평가, 피드백 등 성과평가를 위한 일련의 과정, 즉 성과평가 시스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관심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진화해왔다. 성과지표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고, 평가 방법이 정교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 현상과 이상의 갭이 큰 실정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 관련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혀 곤혹스러워한다. 평가 실무자는 성과지표가 적절한지, 성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외부 환경 변화가 성과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고심한다. 반면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은 평가가 공정했는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보상과 정확히 연계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른바 성과평가라는 블랙박스를 사이에 두고 평가 실무자와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와 달성해야 할 목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표의 선정이 강조되면서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은 많은 경영관리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의 자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본고에서는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 특히 개인보다는 조직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해주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건을 제시해 본다.
II.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성과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2007년 현재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배분제(profit sharing)를 도입한 기업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보편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작업이 쳇바퀴 도는 듯한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과주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의 개선 활동에는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증폭, 단기 중시 경영
성과주의 확산이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의 조사가 있었다.
코리아 리크루트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시 어떤 항목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 성과(62.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의 연공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직원의 연봉 인상(46.2%)이나 승진(34.8%)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성과평가 결과가 조직원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가 조직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주의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임금 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이 어떠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60.4%)이 커졌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단기실적에 치중(16.6%), 고용불안의 확산(12.7%), 직원간 과도한 경쟁(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잡 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커다란 불신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약 50%가 ‘성과평가는 형식적인 제도’라고 평가했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8.5%가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2007년)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계적인 목표 관리와 평가 체계 미흡, 지나친 단기적·가시적 목표 치중, 공정한 평가와 결과의 피드백 미흡은 성과주의 정착에 장애 요인으로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제시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발간하는 보고서(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주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성과주의의 확산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조직원에게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강한 동기 부여,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된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증대,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 부서간 이기주의와 조직간 협력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은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성과주의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단기 성과 중시 경영과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계적 이슈
성과평가 시 EVA 등과 같이 단일 지표에 의한 가치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가치 평가 방식은 독자적인 사업 단위를 평가 대상으로, 산출된 결과(예, 세후영업이익)와 투입된 자본(예, 자본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의 증감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투입된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의 추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조직의 지향점과 전략에 맞게 성과지표를 선정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에 의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 선정, 목표 수립, 평가, 피드백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슈는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먼저 성과지표 선정 단계는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지향점, 중장기 전략, 추구 가치 등을 감안하여 성과지표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자원 투입 등과 같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는 단기 중심의 성과지표나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지표가 단기에 치중될 경우 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결과 지표 중심의 재무지표에 치중하는 경우 혁신, 고객만족, 품질 등과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질 수 있다.
목표 수립 단계는 선정된 성과지표 별로 얼마를 달성해야 할 것인지 그 목표 수준을 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영자는 자신이 잘 해서 라기보다는 목표를 낮춰 잡은 덕에 목표를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2003년 대기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 극대화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으려 하고 목표 초과달성을 피하려고 하는, ‘성과평가의 톱니 바퀴 현상(Ratchet Effect)’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영자의 행위를 성과평가 시스템이 잘 통제하지 못하면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목표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적정하게 수립했는지를 검증하는 ‘목표의 객관성·도전성 검증’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평가 단계는 일정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 혹은 개인의 승진과 보상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평가 실무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성과가 달라진 부분, 즉 평가의 소음(Noise)를 제거하여 순전히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도 진정한 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단계는 조직 혹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단계로 평가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평가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 단계별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이를 포함하여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성과평가 시스템의 3가지 일반적인 오류
성과평가 시스템에 관한 많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는 세 가지 타입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지표를 잘못 선정(wrong measure)하는 오류이다.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표가 선정되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 투입이 뒤따르지만 기업 가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 집약적인 기업이 영업이익을 성과지표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원들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고, 동시에 매출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지속적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오히려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는 제대로 선정하였으나 목표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goal)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연초에 주당순이익(EPS) 12%를 달성 목표로 수립하여, 연말에 EPS 12.5%라는 성과를 냈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EPS 15%를 적정 기대수준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성한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성과지표는 올바르게 선정되었으나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behavior)이다. 성과지표는 기업의 지향점을 잘 반영하여 조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성과평가 시스템이 기업가치 창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지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조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
III.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이슈와 오류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 수준의 설정, 평가 단계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요건 1 :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 선정
성과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표가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표 1>참조). 경영자는 성과지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달리 한다.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에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주와 경영진 간에 심각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과지표는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만일 주주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경영자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성과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보상에 활용한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높은 보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과지표를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이다.
GE, IBM, P&G 등 세계적 기업들도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각사별로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장·단기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 성과 지표를 나타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기업이 주로 많이 활용하는 재무 지표는 매출액 성장률, EPS, 현금흐름, 투하자본수익률 등임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성과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성과지표가 기업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머서의 컨설턴트 밀러는 2004년에 과거 10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떤 성과지표가 주주 가치와 상관성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출액 성장률과 ROIC, 두 가지 성과지표 모두가 좋았던 기업들은 기업 가치도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건 2 : 조직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표의 선정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이 지표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성과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치창출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성과지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와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 간에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지표일수록 복잡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매출액 지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이다. 하지만 매출액 지표만으로는 매출 달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투자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매출액 지표보다는 비용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더 가까운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도 역시 투자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자본 수익률(ROE)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정보를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상의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수익률(CFROI)은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 경영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다. 하지만 계산과정이 복잡하여 조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지표를 찾아내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된다.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이해도도 높은 성과지표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업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건 3 : 결과 지표와 펀더멘탈 지표의 균형 확보
성과지표는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성과지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 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와 중장기 지표의 균형, 재무와 비재무 지표의 균형,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균형 등 지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중요 지표인 투하 자본수익률(ROIC)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 집약적인 사업에서 ROIC는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이다. 하지만 ROIC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한다면, 경영자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미래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ROIC를 높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ROIC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기 성과 경영을 제약할 수 있는 미래 성과지표 등을 보완하여 단기 중시 경영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재무 지표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지표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 재무 성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신제품 개발, 시장 점유율, 품질,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펀더멘털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품질, 브랜드, 서비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들이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서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재무 성과가 35%, 미래의 재무 성과에 대한 기대 요인이 20~25%,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40~45%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성과지표를 구성함에 있어서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강화와 관련된 비재무 지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관점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가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은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보다는 성장성 지표가 더 적합하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있거나 쇠퇴기에 있다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지표를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존슨(J&J)의 예를 들어보자. J&J는 성과지표를 재무 지표(50%)와 전략 지표(50%)로 구분하여 지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지표로는 순이익,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EPS, 주식수익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략 지표로는 리더십(25%)과 장기 성장(25%)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으로는 종업원 유지, 조직원 역량 육성 체계, 다양성과 조직원 몰입도 등 조직의 건강도와 역량에 관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장기 성장 지표로는 제품 파이프라인, 정도 경영, 고객 가치, 시장 지위 등을 선정하여 경영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요건 4 : 외부 시각을 반영한 목표의 적정성 검증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성과지표가 선정되었더라도 그 달성 목표 수준이 적합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목표를 얼마로 세우느냐에 따라 연말에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낮게 세우려는 유인이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가 경영진의 보상과 승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러한 유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적정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한다. 과거의 성과, 내년도 사업 계획 등과 같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경쟁사 전략, 주주들의 기대 등 외부 잣대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표 3> 참조).
특히 목표를 수립함에 있어서 주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에 맞추거나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는 절대 목표 방식과 상대 목표 방식이 있다. 절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15%’처럼 달성해야 할 절대적 목표를 제시한다. 반면, 상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상위 75%’ 등과 같이 상대 수준을 감안한다. 절대 목표는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지만 상대 목표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이 모두 감안되기 때문에 목표의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 ‘영업이익률 15%’를 목표로 세워, 10%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 목표 수준 면에서는 당초에 세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실적이 영업이익률 10%에 못 미치는 8% 수준이었다면 경쟁사 대비 사업을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J&J는 목표 수립 시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새로운 사업 기회, 과거의 성과, 장기 전략계획, 경쟁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목표의 적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다소 도전적으로 세워 달성해가고 있다.
요건 5 : 평가 결과의 공정성, 수용성 확보
평가 실무자들이 평가 시점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 작업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의 성과가 본인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평가의 소음(noise)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부품을 제조하는 A사가 연초에 ‘매출액 성장률 10%’를 올해 성과 목표로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연말에 12%를 달성하여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하지만 A사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원인은 중국의 부품 메이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호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국내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매출 성장률 14%를 달성했고, 소속 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사가 ‘목표 초과 달성’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목표 달성도만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평가해보면 결코 성과가 좋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목표 달성도 평가는 절대 목표 달성도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경쟁사보다는 얼마나 잘 했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성과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경우 절대 목표 달성 방식은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부 잣대를 이용하여 상대 성과평가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평가한 객관적 근거를 명백히 기술하여 조직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 과정이 있어야 블랙박스가 투명한 박스로 변화되고,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J&J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EPS, 주주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지표에 대해서는 자체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집단(peer group)의 성과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의 재무 성과를 경쟁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경쟁집단은 사업 범위에 상관 없이 매출, 순이익, 시가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선정된다. 2007년 J&J의 경쟁집단은 코카콜라, 머크, GE, 화이자, P&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J&J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J&J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회사 고유의 이념(Credo)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를 평가함에 있어 성과지표의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고유의 Credo를 얼마나 잘 준수하였고 고객, 조직원, 지역사회, 주주에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펩시코와 HP의 경우도 J&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시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평가를 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리더십 등 별도의 항목을 두고 목표 달성도 평가만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IV. 결론
국내기업에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조직에 활력과 혁신을 향한 자극을 주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른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 요건이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는 성과지표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명백히 제시하여 조직원의 행동이 기업가치 창출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성과지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목표의 적정성 검증과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강조돼야 한다. 목표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서는 전년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등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진정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성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평가 근거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 과정을 거쳐 평가의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주주,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더 큰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가치 창출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원의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여 더 높은 기업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머지않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본격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성과주의 정착의 기본인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그 만큼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을 의미한다. 성과평가 시스템은 단순히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가치 창출의 촉진자로서 기능하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와 중장기 지표, 재무와 비재무 지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목표 수준의 적정성 검증을 통해 목표 수준의 오류에 의한 성과 왜곡 현상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성과평가와 적절한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한다.
< 목 차 >
Ⅰ. 서론
Ⅱ.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Ⅲ.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Ⅳ. 결론
I. 서론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성과주의는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달성한 성과에 따라 승진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승진과 보상 규모가 연공서열, 근무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조직원들이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의 수립, 평가, 피드백 등 성과평가를 위한 일련의 과정, 즉 성과평가 시스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관심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진화해왔다. 성과지표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고, 평가 방법이 정교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 현상과 이상의 갭이 큰 실정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 관련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혀 곤혹스러워한다. 평가 실무자는 성과지표가 적절한지, 성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외부 환경 변화가 성과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고심한다. 반면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은 평가가 공정했는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보상과 정확히 연계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른바 성과평가라는 블랙박스를 사이에 두고 평가 실무자와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와 달성해야 할 목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표의 선정이 강조되면서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은 많은 경영관리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의 자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본고에서는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 특히 개인보다는 조직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해주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건을 제시해 본다.
II.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성과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2007년 현재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배분제(profit sharing)를 도입한 기업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보편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작업이 쳇바퀴 도는 듯한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과주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의 개선 활동에는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증폭, 단기 중시 경영
성과주의 확산이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의 조사가 있었다.
코리아 리크루트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시 어떤 항목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 성과(62.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의 연공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직원의 연봉 인상(46.2%)이나 승진(34.8%)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성과평가 결과가 조직원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가 조직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주의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임금 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이 어떠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60.4%)이 커졌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단기실적에 치중(16.6%), 고용불안의 확산(12.7%), 직원간 과도한 경쟁(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잡 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커다란 불신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약 50%가 ‘성과평가는 형식적인 제도’라고 평가했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8.5%가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2007년)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계적인 목표 관리와 평가 체계 미흡, 지나친 단기적·가시적 목표 치중, 공정한 평가와 결과의 피드백 미흡은 성과주의 정착에 장애 요인으로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제시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발간하는 보고서(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주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성과주의의 확산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조직원에게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강한 동기 부여,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된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증대,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 부서간 이기주의와 조직간 협력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은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성과주의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단기 성과 중시 경영과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계적 이슈
성과평가 시 EVA 등과 같이 단일 지표에 의한 가치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가치 평가 방식은 독자적인 사업 단위를 평가 대상으로, 산출된 결과(예, 세후영업이익)와 투입된 자본(예, 자본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의 증감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투입된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의 추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조직의 지향점과 전략에 맞게 성과지표를 선정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에 의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 선정, 목표 수립, 평가, 피드백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슈는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먼저 성과지표 선정 단계는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지향점, 중장기 전략, 추구 가치 등을 감안하여 성과지표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자원 투입 등과 같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는 단기 중심의 성과지표나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지표가 단기에 치중될 경우 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결과 지표 중심의 재무지표에 치중하는 경우 혁신, 고객만족, 품질 등과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질 수 있다.
목표 수립 단계는 선정된 성과지표 별로 얼마를 달성해야 할 것인지 그 목표 수준을 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영자는 자신이 잘 해서 라기보다는 목표를 낮춰 잡은 덕에 목표를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2003년 대기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 극대화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으려 하고 목표 초과달성을 피하려고 하는, ‘성과평가의 톱니 바퀴 현상(Ratchet Effect)’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영자의 행위를 성과평가 시스템이 잘 통제하지 못하면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목표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적정하게 수립했는지를 검증하는 ‘목표의 객관성·도전성 검증’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평가 단계는 일정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 혹은 개인의 승진과 보상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평가 실무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성과가 달라진 부분, 즉 평가의 소음(Noise)를 제거하여 순전히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도 진정한 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단계는 조직 혹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단계로 평가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평가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 단계별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이를 포함하여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성과평가 시스템의 3가지 일반적인 오류
성과평가 시스템에 관한 많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는 세 가지 타입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지표를 잘못 선정(wrong measure)하는 오류이다.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표가 선정되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 투입이 뒤따르지만 기업 가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 집약적인 기업이 영업이익을 성과지표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원들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고, 동시에 매출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지속적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오히려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는 제대로 선정하였으나 목표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goal)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연초에 주당순이익(EPS) 12%를 달성 목표로 수립하여, 연말에 EPS 12.5%라는 성과를 냈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EPS 15%를 적정 기대수준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성한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성과지표는 올바르게 선정되었으나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behavior)이다. 성과지표는 기업의 지향점을 잘 반영하여 조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성과평가 시스템이 기업가치 창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지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조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
III.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이슈와 오류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 수준의 설정, 평가 단계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요건 1 :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 선정
성과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표가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표 1>참조). 경영자는 성과지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달리 한다.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에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주와 경영진 간에 심각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과지표는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만일 주주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경영자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성과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보상에 활용한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높은 보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과지표를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이다.
GE, IBM, P&G 등 세계적 기업들도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각사별로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장·단기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 성과 지표를 나타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기업이 주로 많이 활용하는 재무 지표는 매출액 성장률, EPS, 현금흐름, 투하자본수익률 등임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성과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성과지표가 기업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머서의 컨설턴트 밀러는 2004년에 과거 10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떤 성과지표가 주주 가치와 상관성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출액 성장률과 ROIC, 두 가지 성과지표 모두가 좋았던 기업들은 기업 가치도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건 2 : 조직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표의 선정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이 지표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성과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치창출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성과지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와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 간에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지표일수록 복잡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매출액 지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이다. 하지만 매출액 지표만으로는 매출 달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투자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매출액 지표보다는 비용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더 가까운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도 역시 투자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자본 수익률(ROE)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정보를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상의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수익률(CFROI)은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 경영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다. 하지만 계산과정이 복잡하여 조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지표를 찾아내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된다.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이해도도 높은 성과지표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업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건 3 : 결과 지표와 펀더멘탈 지표의 균형 확보
성과지표는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성과지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 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와 중장기 지표의 균형, 재무와 비재무 지표의 균형,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균형 등 지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중요 지표인 투하 자본수익률(ROIC)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 집약적인 사업에서 ROIC는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이다. 하지만 ROIC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한다면, 경영자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미래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ROIC를 높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ROIC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기 성과 경영을 제약할 수 있는 미래 성과지표 등을 보완하여 단기 중시 경영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재무 지표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지표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 재무 성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신제품 개발, 시장 점유율, 품질,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펀더멘털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품질, 브랜드, 서비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들이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서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재무 성과가 35%, 미래의 재무 성과에 대한 기대 요인이 20~25%,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40~45%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성과지표를 구성함에 있어서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강화와 관련된 비재무 지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관점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가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은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보다는 성장성 지표가 더 적합하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있거나 쇠퇴기에 있다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지표를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존슨(J&J)의 예를 들어보자. J&J는 성과지표를 재무 지표(50%)와 전략 지표(50%)로 구분하여 지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지표로는 순이익,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EPS, 주식수익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략 지표로는 리더십(25%)과 장기 성장(25%)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으로는 종업원 유지, 조직원 역량 육성 체계, 다양성과 조직원 몰입도 등 조직의 건강도와 역량에 관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장기 성장 지표로는 제품 파이프라인, 정도 경영, 고객 가치, 시장 지위 등을 선정하여 경영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요건 4 : 외부 시각을 반영한 목표의 적정성 검증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성과지표가 선정되었더라도 그 달성 목표 수준이 적합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목표를 얼마로 세우느냐에 따라 연말에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낮게 세우려는 유인이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가 경영진의 보상과 승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러한 유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적정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한다. 과거의 성과, 내년도 사업 계획 등과 같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경쟁사 전략, 주주들의 기대 등 외부 잣대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표 3> 참조).
특히 목표를 수립함에 있어서 주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에 맞추거나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는 절대 목표 방식과 상대 목표 방식이 있다. 절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15%’처럼 달성해야 할 절대적 목표를 제시한다. 반면, 상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상위 75%’ 등과 같이 상대 수준을 감안한다. 절대 목표는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지만 상대 목표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이 모두 감안되기 때문에 목표의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 ‘영업이익률 15%’를 목표로 세워, 10%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 목표 수준 면에서는 당초에 세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실적이 영업이익률 10%에 못 미치는 8% 수준이었다면 경쟁사 대비 사업을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J&J는 목표 수립 시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새로운 사업 기회, 과거의 성과, 장기 전략계획, 경쟁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목표의 적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다소 도전적으로 세워 달성해가고 있다.
요건 5 : 평가 결과의 공정성, 수용성 확보
평가 실무자들이 평가 시점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 작업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의 성과가 본인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평가의 소음(noise)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부품을 제조하는 A사가 연초에 ‘매출액 성장률 10%’를 올해 성과 목표로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연말에 12%를 달성하여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하지만 A사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원인은 중국의 부품 메이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호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국내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매출 성장률 14%를 달성했고, 소속 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사가 ‘목표 초과 달성’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목표 달성도만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평가해보면 결코 성과가 좋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목표 달성도 평가는 절대 목표 달성도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경쟁사보다는 얼마나 잘 했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성과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경우 절대 목표 달성 방식은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부 잣대를 이용하여 상대 성과평가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평가한 객관적 근거를 명백히 기술하여 조직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 과정이 있어야 블랙박스가 투명한 박스로 변화되고,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J&J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EPS, 주주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지표에 대해서는 자체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집단(peer group)의 성과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의 재무 성과를 경쟁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경쟁집단은 사업 범위에 상관 없이 매출, 순이익, 시가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선정된다. 2007년 J&J의 경쟁집단은 코카콜라, 머크, GE, 화이자, P&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J&J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J&J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회사 고유의 이념(Credo)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를 평가함에 있어 성과지표의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고유의 Credo를 얼마나 잘 준수하였고 고객, 조직원, 지역사회, 주주에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펩시코와 HP의 경우도 J&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시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평가를 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리더십 등 별도의 항목을 두고 목표 달성도 평가만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IV. 결론
국내기업에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조직에 활력과 혁신을 향한 자극을 주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른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 요건이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는 성과지표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명백히 제시하여 조직원의 행동이 기업가치 창출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성과지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목표의 적정성 검증과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강조돼야 한다. 목표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서는 전년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등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진정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성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평가 근거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 과정을 거쳐 평가의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주주,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더 큰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가치 창출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원의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여 더 높은 기업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머지않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본격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성과주의 정착의 기본인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그 만큼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을 의미한다. 성과평가 시스템은 단순히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가치 창출의 촉진자로서 기능하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와 중장기 지표, 재무와 비재무 지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목표 수준의 적정성 검증을 통해 목표 수준의 오류에 의한 성과 왜곡 현상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성과평가와 적절한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한다.
< 목 차 >
Ⅰ. 서론
Ⅱ.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Ⅲ.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Ⅳ. 결론
I. 서론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성과주의는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달성한 성과에 따라 승진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승진과 보상 규모가 연공서열, 근무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조직원들이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의 수립, 평가, 피드백 등 성과평가를 위한 일련의 과정, 즉 성과평가 시스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관심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진화해왔다. 성과지표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고, 평가 방법이 정교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 현상과 이상의 갭이 큰 실정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 관련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혀 곤혹스러워한다. 평가 실무자는 성과지표가 적절한지, 성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외부 환경 변화가 성과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고심한다. 반면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은 평가가 공정했는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보상과 정확히 연계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른바 성과평가라는 블랙박스를 사이에 두고 평가 실무자와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와 달성해야 할 목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표의 선정이 강조되면서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은 많은 경영관리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의 자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본고에서는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 특히 개인보다는 조직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해주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건을 제시해 본다.
II.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성과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2007년 현재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배분제(profit sharing)를 도입한 기업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보편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작업이 쳇바퀴 도는 듯한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과주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의 개선 활동에는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증폭, 단기 중시 경영
성과주의 확산이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의 조사가 있었다.
코리아 리크루트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시 어떤 항목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 성과(62.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의 연공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직원의 연봉 인상(46.2%)이나 승진(34.8%)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성과평가 결과가 조직원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가 조직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주의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임금 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이 어떠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60.4%)이 커졌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단기실적에 치중(16.6%), 고용불안의 확산(12.7%), 직원간 과도한 경쟁(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잡 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커다란 불신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약 50%가 ‘성과평가는 형식적인 제도’라고 평가했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8.5%가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2007년)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계적인 목표 관리와 평가 체계 미흡, 지나친 단기적·가시적 목표 치중, 공정한 평가와 결과의 피드백 미흡은 성과주의 정착에 장애 요인으로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제시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발간하는 보고서(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주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성과주의의 확산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조직원에게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강한 동기 부여,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된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증대,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 부서간 이기주의와 조직간 협력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은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성과주의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단기 성과 중시 경영과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계적 이슈
성과평가 시 EVA 등과 같이 단일 지표에 의한 가치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가치 평가 방식은 독자적인 사업 단위를 평가 대상으로, 산출된 결과(예, 세후영업이익)와 투입된 자본(예, 자본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의 증감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투입된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의 추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조직의 지향점과 전략에 맞게 성과지표를 선정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에 의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 선정, 목표 수립, 평가, 피드백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슈는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먼저 성과지표 선정 단계는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지향점, 중장기 전략, 추구 가치 등을 감안하여 성과지표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자원 투입 등과 같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는 단기 중심의 성과지표나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지표가 단기에 치중될 경우 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결과 지표 중심의 재무지표에 치중하는 경우 혁신, 고객만족, 품질 등과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질 수 있다.
목표 수립 단계는 선정된 성과지표 별로 얼마를 달성해야 할 것인지 그 목표 수준을 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영자는 자신이 잘 해서 라기보다는 목표를 낮춰 잡은 덕에 목표를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2003년 대기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 극대화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으려 하고 목표 초과달성을 피하려고 하는, ‘성과평가의 톱니 바퀴 현상(Ratchet Effect)’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영자의 행위를 성과평가 시스템이 잘 통제하지 못하면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목표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적정하게 수립했는지를 검증하는 ‘목표의 객관성·도전성 검증’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평가 단계는 일정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 혹은 개인의 승진과 보상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평가 실무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성과가 달라진 부분, 즉 평가의 소음(Noise)를 제거하여 순전히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도 진정한 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단계는 조직 혹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단계로 평가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평가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 단계별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이를 포함하여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성과평가 시스템의 3가지 일반적인 오류
성과평가 시스템에 관한 많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는 세 가지 타입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지표를 잘못 선정(wrong measure)하는 오류이다.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표가 선정되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 투입이 뒤따르지만 기업 가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 집약적인 기업이 영업이익을 성과지표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원들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고, 동시에 매출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지속적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오히려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는 제대로 선정하였으나 목표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goal)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연초에 주당순이익(EPS) 12%를 달성 목표로 수립하여, 연말에 EPS 12.5%라는 성과를 냈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EPS 15%를 적정 기대수준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성한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성과지표는 올바르게 선정되었으나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behavior)이다. 성과지표는 기업의 지향점을 잘 반영하여 조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성과평가 시스템이 기업가치 창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지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조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
III.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이슈와 오류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 수준의 설정, 평가 단계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요건 1 :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 선정
성과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표가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표 1>참조). 경영자는 성과지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달리 한다.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에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주와 경영진 간에 심각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과지표는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만일 주주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경영자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성과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보상에 활용한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높은 보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과지표를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이다.
GE, IBM, P&G 등 세계적 기업들도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각사별로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장·단기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 성과 지표를 나타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기업이 주로 많이 활용하는 재무 지표는 매출액 성장률, EPS, 현금흐름, 투하자본수익률 등임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성과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성과지표가 기업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머서의 컨설턴트 밀러는 2004년에 과거 10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떤 성과지표가 주주 가치와 상관성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출액 성장률과 ROIC, 두 가지 성과지표 모두가 좋았던 기업들은 기업 가치도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건 2 : 조직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표의 선정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이 지표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성과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치창출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성과지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와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 간에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지표일수록 복잡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매출액 지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이다. 하지만 매출액 지표만으로는 매출 달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투자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매출액 지표보다는 비용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더 가까운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도 역시 투자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자본 수익률(ROE)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정보를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상의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수익률(CFROI)은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 경영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다. 하지만 계산과정이 복잡하여 조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지표를 찾아내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된다.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이해도도 높은 성과지표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업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건 3 : 결과 지표와 펀더멘탈 지표의 균형 확보
성과지표는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성과지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 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와 중장기 지표의 균형, 재무와 비재무 지표의 균형,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균형 등 지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중요 지표인 투하 자본수익률(ROIC)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 집약적인 사업에서 ROIC는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이다. 하지만 ROIC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한다면, 경영자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미래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ROIC를 높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ROIC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기 성과 경영을 제약할 수 있는 미래 성과지표 등을 보완하여 단기 중시 경영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재무 지표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지표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 재무 성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신제품 개발, 시장 점유율, 품질,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펀더멘털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품질, 브랜드, 서비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들이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서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재무 성과가 35%, 미래의 재무 성과에 대한 기대 요인이 20~25%,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40~45%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성과지표를 구성함에 있어서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강화와 관련된 비재무 지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관점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가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은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보다는 성장성 지표가 더 적합하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있거나 쇠퇴기에 있다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지표를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존슨(J&J)의 예를 들어보자. J&J는 성과지표를 재무 지표(50%)와 전략 지표(50%)로 구분하여 지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지표로는 순이익,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EPS, 주식수익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략 지표로는 리더십(25%)과 장기 성장(25%)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으로는 종업원 유지, 조직원 역량 육성 체계, 다양성과 조직원 몰입도 등 조직의 건강도와 역량에 관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장기 성장 지표로는 제품 파이프라인, 정도 경영, 고객 가치, 시장 지위 등을 선정하여 경영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요건 4 : 외부 시각을 반영한 목표의 적정성 검증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성과지표가 선정되었더라도 그 달성 목표 수준이 적합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목표를 얼마로 세우느냐에 따라 연말에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낮게 세우려는 유인이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가 경영진의 보상과 승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러한 유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적정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한다. 과거의 성과, 내년도 사업 계획 등과 같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경쟁사 전략, 주주들의 기대 등 외부 잣대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표 3> 참조).
특히 목표를 수립함에 있어서 주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에 맞추거나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는 절대 목표 방식과 상대 목표 방식이 있다. 절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15%’처럼 달성해야 할 절대적 목표를 제시한다. 반면, 상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상위 75%’ 등과 같이 상대 수준을 감안한다. 절대 목표는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지만 상대 목표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이 모두 감안되기 때문에 목표의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 ‘영업이익률 15%’를 목표로 세워, 10%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 목표 수준 면에서는 당초에 세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실적이 영업이익률 10%에 못 미치는 8% 수준이었다면 경쟁사 대비 사업을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J&J는 목표 수립 시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새로운 사업 기회, 과거의 성과, 장기 전략계획, 경쟁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목표의 적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다소 도전적으로 세워 달성해가고 있다.
요건 5 : 평가 결과의 공정성, 수용성 확보
평가 실무자들이 평가 시점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 작업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의 성과가 본인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평가의 소음(noise)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부품을 제조하는 A사가 연초에 ‘매출액 성장률 10%’를 올해 성과 목표로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연말에 12%를 달성하여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하지만 A사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원인은 중국의 부품 메이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호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국내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매출 성장률 14%를 달성했고, 소속 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사가 ‘목표 초과 달성’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목표 달성도만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평가해보면 결코 성과가 좋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목표 달성도 평가는 절대 목표 달성도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경쟁사보다는 얼마나 잘 했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성과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경우 절대 목표 달성 방식은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부 잣대를 이용하여 상대 성과평가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평가한 객관적 근거를 명백히 기술하여 조직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 과정이 있어야 블랙박스가 투명한 박스로 변화되고,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J&J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EPS, 주주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지표에 대해서는 자체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집단(peer group)의 성과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의 재무 성과를 경쟁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경쟁집단은 사업 범위에 상관 없이 매출, 순이익, 시가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선정된다. 2007년 J&J의 경쟁집단은 코카콜라, 머크, GE, 화이자, P&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J&J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J&J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회사 고유의 이념(Credo)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를 평가함에 있어 성과지표의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고유의 Credo를 얼마나 잘 준수하였고 고객, 조직원, 지역사회, 주주에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펩시코와 HP의 경우도 J&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시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평가를 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리더십 등 별도의 항목을 두고 목표 달성도 평가만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IV. 결론
국내기업에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조직에 활력과 혁신을 향한 자극을 주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른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 요건이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는 성과지표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명백히 제시하여 조직원의 행동이 기업가치 창출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성과지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목표의 적정성 검증과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강조돼야 한다. 목표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서는 전년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등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진정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성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평가 근거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 과정을 거쳐 평가의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주주,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더 큰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가치 창출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원의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여 더 높은 기업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머지않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와 중장기 지표, 재무와 비재무 지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목표 수준의 적정성 검증을 통해 목표 수준의 오류에 의한 성과 왜곡 현상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성과평가와 적절한 피드백이 전제되어야 한다.
I. 서론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성과주의는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달성한 성과에 따라 승진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승진과 보상 규모가 연공서열, 근무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조직원들이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의 수립, 평가, 피드백 등 성과평가를 위한 일련의 과정, 즉 성과평가 시스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관심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진화해왔다. 성과지표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고, 평가 방법이 정교해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 현상과 이상의 갭이 큰 실정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 관련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혀 곤혹스러워한다. 평가 실무자는 성과지표가 적절한지, 성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외부 환경 변화가 성과를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고심한다. 반면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은 평가가 공정했는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보상과 정확히 연계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른바 성과평가라는 블랙박스를 사이에 두고 평가 실무자와 평가를 받는 조직 혹은 개인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과평가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혹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와 달성해야 할 목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게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전략과 연계된 성과지표의 선정이 강조되면서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은 많은 경영관리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의 자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본고에서는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 특히 개인보다는 조직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기업 가치 창출을 지원해주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건을 제시해 본다.
II. 성과평가의 현실과 주요 이슈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가운데 성과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2007년 현재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배분제(profit sharing)를 도입한 기업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보편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고,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작업이 쳇바퀴 도는 듯한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과주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의 개선 활동에는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증폭, 단기 중시 경영
성과주의 확산이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의 조사가 있었다.
코리아 리크루트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시 어떤 항목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업무 성과(62.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의 연공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직원의 연봉 인상(46.2%)이나 승진(34.8%)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성과평가 결과가 조직원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성과주의가 조직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과주의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임금 실태조사 보고서(2007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이 어떠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평가에 대한 불신(60.4%)이 커졌다’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단기실적에 치중(16.6%), 고용불안의 확산(12.7%), 직원간 과도한 경쟁(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잡 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커다란 불신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약 50%가 ‘성과평가는 형식적인 제도’라고 평가했고,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8.5%가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2007년)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계적인 목표 관리와 평가 체계 미흡, 지나친 단기적·가시적 목표 치중, 공정한 평가와 결과의 피드백 미흡은 성과주의 정착에 장애 요인으로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제시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발간하는 보고서(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주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성과주의의 확산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조직원에게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강한 동기 부여,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 등이 제기된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증대,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 부서간 이기주의와 조직간 협력 미흡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지나친 단기 성과 중시 경영’은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성과주의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단기 성과 중시 경영과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 포인트들이라고 하겠다.
성과평가 시스템의 단계적 이슈
성과평가 시 EVA 등과 같이 단일 지표에 의한 가치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가치 평가 방식은 독자적인 사업 단위를 평가 대상으로, 산출된 결과(예, 세후영업이익)와 투입된 자본(예, 자본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의 증감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투입된 기회비용인 자본비용의 추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조직의 지향점과 전략에 맞게 성과지표를 선정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에 의한 성과평가 시스템은 성과지표 선정, 목표 수립, 평가, 피드백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슈는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먼저 성과지표 선정 단계는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지향점, 중장기 전략, 추구 가치 등을 감안하여 성과지표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자원 투입 등과 같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는 단기 중심의 성과지표나 재무지표 중심의 성과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성과지표가 단기에 치중될 경우 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여 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결과 지표 중심의 재무지표에 치중하는 경우 혁신, 고객만족, 품질 등과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질 수 있다.
목표 수립 단계는 선정된 성과지표 별로 얼마를 달성해야 할 것인지 그 목표 수준을 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영자는 자신이 잘 해서 라기보다는 목표를 낮춰 잡은 덕에 목표를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2003년 대기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 극대화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으려 하고 목표 초과달성을 피하려고 하는, ‘성과평가의 톱니 바퀴 현상(Ratchet Effect)’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영자의 행위를 성과평가 시스템이 잘 통제하지 못하면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목표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적정하게 수립했는지를 검증하는 ‘목표의 객관성·도전성 검증’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평가 단계는 일정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조직 혹은 개인의 승진과 보상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평가 실무자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성과가 달라진 부분, 즉 평가의 소음(Noise)를 제거하여 순전히 경영자의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도 진정한 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단계는 조직 혹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단계로 평가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평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평가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 단계별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이를 포함하여 성과평가 시스템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성과평가 시스템의 3가지 일반적인 오류
성과평가 시스템에 관한 많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는 세 가지 타입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지표를 잘못 선정(wrong measure)하는 오류이다.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표가 선정되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자원 투입이 뒤따르지만 기업 가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 집약적인 기업이 영업이익을 성과지표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원들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고, 동시에 매출 확대를 위해 시설투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지속적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오히려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는 제대로 선정하였으나 목표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goal)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주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연초에 주당순이익(EPS) 12%를 달성 목표로 수립하여, 연말에 EPS 12.5%라는 성과를 냈다면 경영자는 사업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EPS 15%를 적정 기대수준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성한 성과에 실망하게 되고,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성과지표는 올바르게 선정되었으나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right measure, wrong behavior)이다. 성과지표는 기업의 지향점을 잘 반영하여 조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조직원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성과평가 시스템이 기업가치 창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지표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조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오류가 쉽게 발견된다.
III.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요건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이슈와 오류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 목표 수준의 설정, 평가 단계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요건 1 :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지표 선정
성과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표가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표 1>참조). 경영자는 성과지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달리 한다.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에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주와 경영진 간에 심각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과지표는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만일 주주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경영자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성과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보상에 활용한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높은 보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과지표를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일치되는 것이다.
GE, IBM, P&G 등 세계적 기업들도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각사별로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장·단기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 성과 지표를 나타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기업이 주로 많이 활용하는 재무 지표는 매출액 성장률, EPS, 현금흐름, 투하자본수익률 등임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성과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 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성과지표가 기업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머서의 컨설턴트 밀러는 2004년에 과거 10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떤 성과지표가 주주 가치와 상관성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출액 성장률과 ROIC, 두 가지 성과지표 모두가 좋았던 기업들은 기업 가치도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건 2 : 조직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표의 선정
성과지표는 조직원들이 지표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성과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치창출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성과지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와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 간에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기업 가치와 관련성이 높은 지표일수록 복잡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매출액 지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지표이다. 하지만 매출액 지표만으로는 매출 달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과 투자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매출액 지표보다는 비용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더 가까운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도 역시 투자규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자본 수익률(ROE)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정보를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상의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현금흐름 수익률(CFROI)은 재무 건전성, 수익성 등 경영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다. 하지만 계산과정이 복잡하여 조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지표를 찾아내는 활동을 멈춰서는 안된다.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이해도도 높은 성과지표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업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건 3 : 결과 지표와 펀더멘탈 지표의 균형 확보
성과지표는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성과지표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 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단기와 중장기 지표의 균형, 재무와 비재무 지표의 균형,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균형 등 지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중요 지표인 투하 자본수익률(ROIC)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 집약적인 사업에서 ROIC는 기업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이다. 하지만 ROIC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한다면, 경영자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미래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ROIC를 높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ROIC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기 성과 경영을 제약할 수 있는 미래 성과지표 등을 보완하여 단기 중시 경영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재무 지표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지표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 재무 성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신제품 개발, 시장 점유율, 품질, 고객 만족도와 같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펀더멘털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품질, 브랜드, 서비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성과들이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서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재무 성과가 35%, 미래의 재무 성과에 대한 기대 요인이 20~25%,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40~45%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성과지표를 구성함에 있어서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강화와 관련된 비재무 지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학습 관점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가 성과평가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은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보다는 성장성 지표가 더 적합하다. 반면, 시장이 성숙기에 있거나 쇠퇴기에 있다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지표를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존슨앤존슨(J&J)의 예를 들어보자. J&J는 성과지표를 재무 지표(50%)와 전략 지표(50%)로 구분하여 지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지표로는 순이익,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EPS, 주식수익률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략 지표로는 리더십(25%)과 장기 성장(25%)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으로는 종업원 유지, 조직원 역량 육성 체계, 다양성과 조직원 몰입도 등 조직의 건강도와 역량에 관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장기 성장 지표로는 제품 파이프라인, 정도 경영, 고객 가치, 시장 지위 등을 선정하여 경영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요건 4 : 외부 시각을 반영한 목표의 적정성 검증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좋은 성과지표가 선정되었더라도 그 달성 목표 수준이 적합하지 않다면 기업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은 목표를 얼마로 세우느냐에 따라 연말에 성과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낮게 세우려는 유인이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성과평가 결과가 경영진의 보상과 승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러한 유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적정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한다. 과거의 성과, 내년도 사업 계획 등과 같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 경쟁사 전략, 주주들의 기대 등 외부 잣대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표 3> 참조).
특히 목표를 수립함에 있어서 주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 수준에 맞추거나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는 절대 목표 방식과 상대 목표 방식이 있다. 절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15%’처럼 달성해야 할 절대적 목표를 제시한다. 반면, 상대 목표 방식은 ‘영업이익률 상위 75%’ 등과 같이 상대 수준을 감안한다. 절대 목표는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렇지만 상대 목표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성과나 시장 환경이 모두 감안되기 때문에 목표의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 ‘영업이익률 15%’를 목표로 세워, 10%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 목표 수준 면에서는 당초에 세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실적이 영업이익률 10%에 못 미치는 8% 수준이었다면 경쟁사 대비 사업을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J&J는 목표 수립 시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새로운 사업 기회, 과거의 성과, 장기 전략계획, 경쟁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목표의 적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다소 도전적으로 세워 달성해가고 있다.
요건 5 : 평가 결과의 공정성, 수용성 확보
평가 실무자들이 평가 시점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 작업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자의 성과가 본인의 순수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평가의 소음(noise)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부품을 제조하는 A사가 연초에 ‘매출액 성장률 10%’를 올해 성과 목표로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연말에 12%를 달성하여 목표를 초과달성하였다. 하지만 A사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원인은 중국의 부품 메이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호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국내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매출 성장률 14%를 달성했고, 소속 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사가 ‘목표 초과 달성’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목표 달성도만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평가해보면 결코 성과가 좋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목표 달성도 평가는 절대 목표 달성도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경쟁사보다는 얼마나 잘 했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를 활용하여 성과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경우 절대 목표 달성 방식은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부 잣대를 이용하여 상대 성과평가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은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평가한 객관적 근거를 명백히 기술하여 조직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 과정이 있어야 블랙박스가 투명한 박스로 변화되고,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는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J&J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EPS, 주주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지표에 대해서는 자체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집단(peer group)의 성과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의 재무 성과를 경쟁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경쟁집단은 사업 범위에 상관 없이 매출, 순이익, 시가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선정된다. 2007년 J&J의 경쟁집단은 코카콜라, 머크, GE, 화이자, P&G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J&J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J&J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회사 고유의 이념(Credo)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를 평가함에 있어 성과지표의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고유의 Credo를 얼마나 잘 준수하였고 고객, 조직원, 지역사회, 주주에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도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펩시코와 HP의 경우도 J&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성과평가 시 목표 달성도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평가를 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리더십 등 별도의 항목을 두고 목표 달성도 평가만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IV. 결론
국내기업에 성과주의가 도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은 갈 길이 멀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조직에 활력과 혁신을 향한 자극을 주어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른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의 선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가치 창출형 성과평가 시스템의 기본 요건이다.
성과지표 측면에서는 성과지표가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행동의 방향성을 명백히 제시하여 조직원의 행동이 기업가치 창출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성과지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목표의 적정성 검증과 평가결과의 피드백이 강조돼야 한다. 목표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서는 전년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등 외부 잣대를 활용하여 진정한 성과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성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 또한 평가 근거 및 결과에 대해 피드백 과정을 거쳐 평가의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주주,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더 큰 목적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가치 창출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원의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여 더 높은 기업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머지않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주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 LG Business Insight 9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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