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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27. 07:59
'은둔의 경영자' 베일을 벗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상장(非上場) 기업은 어디일까. 포천(Fortune)이 매년 발표하는 비상장기업 순위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인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가 단연 1위다. 석유·임업·화학 등 에너지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재벌 그룹이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98조원으로, 역시 비상장인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 카길(Cargill·88조원)을 제쳤다. 전세계 60여 개국에 종업원이 8만여 명에 이른다.

상장기업 위주로 짜인 '포천 100대 기업'과 비교한다면 16위에 해당한다. 매출액이 P&G나 마이크로소프트, 델, 휴렛패커드를 크게 앞선다.

이 그룹의 찰스 G. 코크(Koch) 회장의 재산은 17조원에 이르러 올해 포브스(Forbes) 선정 미국 부호(富豪) 9위에 올라있다. 아버지로부터 가업(家業)을 물려받았지만 1967년 이래로 회사 규모를 2000배 이상 키웠다. 하지만 그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그토록 기업을 크게 키웠음에도 기업을 공개해 주식을 증시에 상장하는 데 대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Weekly BIZ
는 코크 회장에게 비상장(非上場)의 철학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대면(對面) 인터뷰 대신 이메일 인터뷰라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성공했다.

그는 기업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비상장 기업은 상장기업들과 달리 분기 실적과 같은 단기 목표의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 비상장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중 어느 쪽의 성과가 좋을까? 이 문제는 오랜 기간 경영학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세계 최대 비상장(非上場) 기업 그룹인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찰스 G. 코크(Koch) 회장은 비상장 기업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무려 98조원 매출 규모의 기업인데도 비상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들여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의 90%를 투자하는데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크 사(社)의 성장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다. 현재의 주력 사업군인 원유 정제 사업과 임산물 가공업은 모두 M&A의 결과였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탁월한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 기업을 만들자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비전이 있었기에 우리는 가장 큰 기회, 즉 우리 회사에 수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해온 것입니다. 단기간에 더 많은 배당을 받고자 하는 마음을 기꺼이 포기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2003년 이래 320억 달러(32조원) 이상을 M&A와 투자에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럼 그가 보는 상장기업의 약점은? "상장기업은 증권 애널리스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분기마다 단기 이익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받습니다. 어떤 회사가 분기 예상 실적에 단 1페니라도 미달했다면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이러한 압박과 경영권을 사고 파는 사모(私募)펀드 시장 때문에 상장기업은 장기적 성과를 위한 투자가 어렵고, 결국 단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적 성과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상장 기업의 경우도 그 나름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대표적인 비판으로는 오너가 잘못 경영할 경우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비상장 기업에 대해 충분한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코크 사(社)는 어떻게 실수를 관리하고 잘못된 의사 결정을 피하고 있습니까?

"비상장 기업의 경우도 충분한 경영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코크는 우리 스스로 기대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종업원들이 회사가 마련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엄격한 점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크 회장은 비상장기업으로서 상장기업 못지않은 규율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자신의 저서 〈성공의 과학〉에 '시장 중심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신입사원 교육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코크 회장은 이 원리대로만 따르면 잘못된 의사 결정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경영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시장 중심 경영'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시장 중심 경영은 다섯 가지 요소들 즉 비전, 미덕과 재능, 지식 프로세스, 의사결정 권한, 인센티브를 통해 나타납니다.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이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시장 중심 경영의 힘이 나타납니다."

시장 중심 경영의 첫 번째 요소인 비전(vision)과 관련, 그는 "효과적인 사업 비전은 가치 창조로 시작해서 가치 창조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때 가치 창조란 자원이 다른 곳에 쓰였을 경우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을 말하며, 이에 실패한 기업은 사회적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피해를 준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가치 창조를 위해서는 기업이 끊임없이 슘페터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만일 자신의 비즈니스를 남이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매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크 사는 그동안 인수한 회사 못지않게 다른 기업에 매각한 회사도 적지 않다. 원유 집하 사업(원유를 채굴한 뒤 정제 공장으로 모으는 일)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원유 정제 사업으로 옮기면서 원유 집하 사업을 버렸다. 곡물 유통과 육류 가공에도 손댔다가 포기했다. 이밖에 피자 반죽·가축 사료·광물 채굴·트럭 운송 등 포기한 사업 부문이 51개나 된다.

"기업은 자산이나 회사 전체를 언제 팔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자산이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큰 가치가 있다면 팔아야 합니다. 사는 쪽이 해당 사업과 보완적인 사업을 하고 있거나,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가 바로 그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각한 많은 사업들은 우리의 실패작이 아니라 단지 비즈니스 라이프사이클에서 더 이상 우리의 핵심 역량이 되지 못하거나 성장 기반이 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매각한 것입니다."

▲ 코크 언더스트리즈 제공
―2005년 미국 최대 임산물 가공회사 조지아 퍼시픽을 210억 달러에 인수하셨는데 인수한 이유는?

"조지아 퍼시픽은 창립 이래 가장 큰 인수였습니다. 코크사와 조지아 퍼시픽의 관계는 2004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당시 우리는 조지아 퍼시픽의 펄프 공장 2개를 인수했습니다. 우리는 그 회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핵심 역량이 그들의 비즈니스인 임업과 소비자 제품 분야에서 탁월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종업원에 대해서는 특히 성실(integrity)과 순응(compliance)을 강조한다. 그는 직원들의 재능(talent)을 성실에 앞서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보았을 때, 성실과 순응이 결여된 직원이 재능이 없는 직원보다 결과적으로 기업에 더 큰 손해를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직원이 회사의 비전과 시장 중심 경영의 원칙을 완벽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올바른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종업원이 모든 규정을 100%의 시간에 걸쳐 100% 준수한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이를 '1만%의 법칙'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몇 년 전 우리 회사의 생산공장 중 한 곳의 감독관이 정부의 요구 사항이 비능률적이라는 이유로 지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그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를 즉각 해고했습니다."

코크의 직원 평가 시스템은 전 직원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잭 웰치(Welch)와 비슷하다. C 등급 직원에 대해서는 개선할 기회를 주되, 그래도 성과의 개선이 없으면 내보낸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웰치는 상위 20%, 중간 70%, 하위 10%로 나눈 반면, 코크는 상위 15%, 중간 15~50%, 하위 35~70%로 나누어 하위 등급이 더 두터운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엄격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3개의 등급은 어떻게 구분하며, 각각에 맞는 인사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A등급 직원의 경우 회사에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가져다줍니다. B등급은 적어도 주요 경쟁사 종업원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직원을 말합니다. 반면 C등급은 우리의 경쟁력을 오히려 저해합니다. 우리는 C등급 직원에 대해서는 훈련과 개발, 멘토링 또는 업무 전환 등을 통해 성과를 개선시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B등급 수준까지 나아지지 않는 직원은 더 이상 회사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진전이 없는 C등급 직원을 내보냄으로써 관리자는 자신의 시간을 A등급 직원을 충분히 개발시키고 지도하고 보상하며, B등급 직원이 A등급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코크 회장은 C등급 직원 중 A, B 등급으로 올라가는 직원이 어느 정도 되는지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코크 회장은 "측정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는 과학적 경영의 신봉자이지만, 작은 이익을 좇다가 큰 기회를 놓친다든지 하는 우를 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특히 직원들이 위험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중한 위험 감수는 적극 장려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놓친 이익이 모험적인 사업의 실패로 생기는 손실과 같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어떤 직원이 기회를 놓친 경우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직원 평가 보고서에 포함시켜 다른 직원들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직원들을 평가할 때 장기적인 이익 창출과 사내 문화에 대한 기여도에 중점을 두기보다 오직 현재 이익 창출에 대한 공헌도만을 따진다면 직원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코크 회장은 정부 규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시장 원칙에 입각한 규제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합니다. 하지만 규제는 건전한 과학에 근거한 기준을 수립해야 하고 일관되게 적용돼야 합니다. 정부가 권리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간섭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합니다. 갈수록 미로처럼 복잡해지는 미국의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안겨주어 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규제에 쏟아 부은 미국 연방정부의 지출은 1960년대 이래로 10배나 증가했으며,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경제가 부담하는 비용은 매년 1조 달러가 넘습니다. 진정한 부(富)의 창출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시간과 자원을 크게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찰스 코크 회장은


찰스 코크(Koch·73) 회장은 네덜란드미국 이민의 후손으로 4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에서 기계공학과 화학공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은 뒤 컨설팅회사인 아서 D. 리틀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는 아버지 프레드 코크가 1940년에 창업한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의 경영권을 32세이던 1967년에 물려받았다. 당시 주력 사업은 원유 유통과 정제였는데, 코크 회장이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다방면으로 확대했다. 원자재 거래, 석유, 화학, 에너지, 섬유, 비료, 펄프, 화학 장비, 건축자재, 목장, 금융 등이 그것이다. 본사는 캔자스주 위치타(Wichita)에 있다.

그는 코크 인더스트리즈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생전에 주식을 상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으며,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유시장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구(舊) 소련에서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소련의 엔지니어들이 뒤에 모두 스탈린에 의해 숙청당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겪은 후 아버지는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됐고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가치를 더욱 더 소중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는 미국 워싱턴의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카토(CATO)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는 등 자유시장 경제와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의 동생 데이비드 코크는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면서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데, 1980년 미국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25/2008072500882.html

"상장·비상장 우월성 여부 너무 쉽게 유형화하면 안돼 기업의 특수상황 고려해야"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중 어느 쪽이 성과가 좋을까? 또 전문경영 체제와 소유경영 체제 중에서는 어느 쪽이 우월할까?

이런 문제들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비교 작업을 할 때 복잡한 현상을 너무 쉽게 유형화해서 판단하는 우를 경계해야 한다.

전문경영 체제와 소유경영 체제에 대한 비교 연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두 체제 중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대다수의 논문들에는 반드시 특수한 조건들이 전제로 깔려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크기, 산업의 특성, 경영자의 능력, 의사결정 권한의 위임 정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내려진 결론일 경우가 많다.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는 것 역시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경영 성과를 결정하는데 있어 기업의 상장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공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주식을 공개적으로 발행해서 조달하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경영 성과가 높다거나 혹은 낮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에게는 삼성전자와 같은 상장기업이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친숙하지만, 비상장기업이면서도 아주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미국의 카길(Cargill)이 있다. 세계 곡물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곡물기업이다. 이 회사 주식의 85% 정도를 창업주의 자손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카길의 경영 성과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기업 경영 시스템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의 위험성은 소유경영과 전문경영 체제를 비교하거나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는 대다수 논문들의 설명력이 20~3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경영전략 연구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에 "같은 전략이라고 해서 항상 동일한 성과를 낼 수는 없다(Strategy does not travel)"라는 것이 있다.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는 작업 역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성급한 유형화를 경계해야 한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25/20080725008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