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 01:12
고객 중심 경영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번 강조되고 있다. 고객 중심 경영이 자리 잡는 것을 방해하는 오해들을 짚어 본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고객과 함께다’라고 말했다. 마케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라는 기본 명제도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Customer)을 강조한, 4C(Customer, Cost, Communication, Convenience)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공급과잉의 시장에서 고객이 왕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굴지의 대기업들은 최고 고객 책임자라는 자리를 만들고, 고객 중심 경영을 전 계열사에 설파하면서 고객의 가치를 새삼 강조하고 있다. 왜일까?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는데, 여전히 반복되는 실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너 있다’, 고객 중심주의의 재조명
1996년 다보스 포럼에서 이런 일화가 있었다. 페르시 바르네빅(Percy Barnevic) ABB 사장이 앞서 가는 기업의 조건으로 고객 지향주의에 대해서 강조했을 때, 네슬레의 CEO인 헬무트 마우처는 “어째서 이런 생각이 혁신적인가? 고객 지향은 단지 필수 조건일 뿐이다”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기술력 중심의 중장비 제조업체인 ABB에게는 고객 중심적인 가치라는 것이 새로운 과제였겠지만, 네슬레와 같은 소비재 기업에게는 이미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은 전통적인 고객 지향 산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반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다보스 포럼 이후 10년이 지난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도 ‘힘의 이동시대’에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재차 강조된다. 그동안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고객 중심 경영은 CRM의 도입이나 고객 전담 조직의 구성과 같은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고객중심경영이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못한 숙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 드라마에 등장했던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대사가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 유행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후 주인공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그 말의 진정성에 있다. 기업의 중심에도 고객이 있어야 한다는 외침이 고객 감동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도 진정성이 전달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인프라의 구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객 중심 경영이 기업에 체화되는 것을 가로막는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오해들을 고객의 정의, 이해, 만남, 만족, 유지라는 고객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짚어보기로 한다.
1.고객 정의 : 기존 고객만을 고객으로 보는 오해
고객 중심 경영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다.
블루오션 전략이 유행하면서 고객뿐 아니라 비고객의 관점으로 기업 레이더망의 범위를 확대하라는 명제가 강조되었을 때, 일부에서는 ‘고객중심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라고 이를 해석하기도 했다. 비고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고객중심주의와 배치되는 것일까?
기존의 고객만을 관심 대상으로 보는 것은 고객 중심주의의 첫 번째 오해다. 기존 고객에 대한 고민은 흔히 ‘경쟁사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의 접근이 되기 쉽지만, 잠재고객, 비고객에 대한 고민은 새롭고 탁월한 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해 더 큰 고객 가치를 실현한 사례들은 많다.
경쟁사들이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고성능 클럽을 만드는데 집중했을 때, 캘러웨이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공을 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클럽의 개발로 골프 초보자와 기존 고객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 소비에서 기대되는 가치에 대가를 지급한다는 관점에서도 고객의 개념을 확대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데, 욕실자재, 주방가구 등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하는 TOTO는 자사의 경쟁사를 여행사와 자동차 회사로 규정해 놓고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신차를 구입해서 얻을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만족감을 자사의 제품으로 꾸며 놓은 집에서의 안락함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이다.
고객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과거 몇십 년간 20대라는 연령대를 거쳐 간 집단들은 X세대, Y세대, N세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독특한 소비특성을 나타냈다. 즉 오늘의 20대는 어제의 20대와 다르고, 또 오늘의 20대가 내일의 30대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을 특정 집단으로 구분해 놓는 것 또한 위험하다. 인터액티브 디지털 소프트웨어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28세이며, 평균 6년 이상 오락을 즐겨오고 있다고 한다. 이 점에 주목한 일본의 닌텐도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게임 시장에서 아이는 물론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성인용 휴대용 게임기 시리즈를 성공시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게임 시장의 고객을 특정 연령 집단에 한정 짓지 않고, 게임이라는 상품이 주는 가치를 소비할만한 대상으로 확대했던 것이다. 현재는 고객이 아니지만 동일한 가치를 추구할만한 모든 잠재 구매 대상자들까지도 기업이 신경 써야 하는 고객이다.
2.고객 이해 : 고객의 말은 절대적 이라는 오해
시장 조사는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중대한 시장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시장조사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고객은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996년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설계 실험에서 조사 대상의 3분의 2가 1991년도 현재 모델에 10점 만점 중 9점이나 10점을 주면서 1996년 신형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의 반응은 신형 모델이 구형 모델을 대체하고도 남았다.
둘째, ‘사람들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시장조사를 할 수 있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시장 조사가 어렵다. 시장 조사에서 고객이 말하는 것은 기존 시장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학습 된’ 모범답안일 경우가 많고, 때로는 고객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방식을 뒤바꿀만한 획기적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일 경우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일반적인 신제품 수용에서보다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혁신 제품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시장 조사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다수의 사람이 신제품이나 대용품에 대한 가치를 알아볼만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부터가 모순일 수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소비는 독자적인 필요에 의한 판단보다 동료그룹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대부분의 시장 조사는 개인 단위의, 고립된 상황에서 진행된 응답의 합으로 전체 시장 수요를 예측한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시장 조사는 현재와 같은 제품 확산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애초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사용의향보다 더 빨리 수용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사의 한계상 고객이 100% 솔직해 지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와튼 스쿨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불만을 느낀 고객들 가운데 기업에 직접 항의하는 고객은 6%에 불과했다. 고객의 수가 적고 고객기업과 공급기업의 관계가 밀접한 산업재의 경우 왜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좀 더 구체화된 가정의 확인과 합리적인 기반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시장 조사는 가치가 있다. 다만 소비자 시장 전체에 대한 큰 그림과 변화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지 못한 한계를 인식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진짜 속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적 조사와 데이터 해석 노력도 필요하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팀을 미국 중상류층 사회에 들여보내고 2년 동안 그들의 생활습관, 생각 그리고 소비행동만 관찰하게 했다.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면 이처럼 적극적이어야 한다.
3.고객과의 만남 : 영업, 마케팅 관련 접점이 전부라는 오해
리처드 노먼은 고객과 상품, 서비스 사이에서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순간을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라고 칭했다. 이 진실의 순간은 고객중심경영의 실천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으로 이제는 많은 기업이 광고와 같은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수단 외에도 다양한 고객 접점을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감지하기 위한 안테나 샵을 설치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통제 가능하며 효과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전달을 위해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매장 및 A/S센터, 콜센터 직원들은 철저한 고객 응대 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고객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는 언제나 영업, 마케팅 부문의 변화가 강조된다.
하지만 고객이 기업의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안티팬이 될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은 조직 내, 외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의외의 곳에서 찾아올 수 있다. 상품을 구매하러 찾은 매장에서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지나친 사람의 목에 걸려 있는 아이팟의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한 주체는 매장의 영업사원이나 광고를 기획한 마케팅 매니저가 아니라 제품의 디자이너와 다른 소비자다. 따라서 고객 접점 관리에 대한 노력은 판매조직을 넘어 전 조직으로,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의 접점까지로 확대되어야 한다. 디즈니랜드는 방문객들로부터 시설이나 정보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공원 내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의외의 접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즈니랜드는 이들을 그날의 행사와 공원 내 시설물에 대한 고객 응대 교육에 참여시킨다. IT기업들이 신제품 수용이 빠른 입소문 전파자인 얼리어답터들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일종의 접점관리다.
또한 고객 접점 관리의 일환으로 마케팅, 영업부서의 고객 지원 활동이 최선으로 실행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내부 조직의 역할과 이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고객 중심 경영에서 ‘고객’은 최종소비자를 의미하지만 흔히들 내부고객이라는 말로 내부 종업원의 만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적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인터널 마케팅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직원의 복리후생 차원으로만 오해되기도 하는 인터널 마케팅도 결국은 고객 중심 경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고객 만족 : 고객 중심과 고객선도, 고객중심과 기술주도를 양분하는 오해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어떤 산업은 고객에 대한 이해보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고객 만족의 핵심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는 진정한 고객 선도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가 아닌 경영자의 통찰력으로 만족의 수준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바이오 의약 분야에서 부동의 1위인 암젠은 시장조사보다 연구실 실험에 중점을 둔 철저한 R&D 중심 정책으로도 과거 10년 동안 평균 20% 이상씩의 매출 성장을 지속했다. 크라이슬러의 부회장 로버트 루츠는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말해주기는 하지만 그러한 물건들은 이미 출시된 것들이다.’라고 말하며 고객 중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전제인 ‘고객 중심과 고객 선도는 다르다’, ‘기술주도와 고객 중심은 양립할 수 없다’라는 생각은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다.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스와치와 같은 고객 선도 기업들의 통찰력도 사실 고객의 행동이나 잠재적인 니즈, 변화하는 요구, 현 대안에 대한 깊은 불만족의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선도는 고객 중심주의의 가장 적극적인 방식일 뿐이다.
또한 비즈니스에서 고객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기술 지향적인 사업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고객은 최고의 기술이 아닌 최고의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존슨 앤 존슨은 의료기기 사업 진출 초창기에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례 없는 제품을 만들었지만, 기존의 제약업보다 고객의 니즈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신사업의 성격에 적응하지 못해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시장 선도 기업인 소니 역시 최근에는 폐쇄적 전략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암젠도 기술을 파는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제약기업으로 탈바꿈 하면서 고객과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제약업체들은 분말 주사제 제품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펜 타입, 액상 제형 등의 제품 패키징 개발에 주력해 성과를 내고 있다. 차별화로 성공을 거두는 기술 기업들일수록 기술 중심주의를 이용하여 경쟁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고객 중심적인 보완장치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화에 유리할 수도 있다.
5.고객유지 : 충성고객관리는 언제나 성공한다는 오해
고객 중심주의의 부가적인 목적은 고객 만족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믿음도 이러한 목적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충성고객 프로그램이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 언제나 사실은 아니다.
우선 고객 유치 비용으로 포함되는 광고, 홍보비 등은 사실 고객 유지 비용이기도 하다. 기존 고객일지라도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성고객이라 했을 때 이름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해 내는 고객은 통상 상위 20%에 불과하고 대다수 고객은 손익분기점에 있거나 비수익 고객인 경우가 많다. 또한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고객 유치와 유지에 드는 비용과 중요도에는 차이가 있다. 도입, 성장기 때는 고객의 유치가 중요하고 비용도 높지만 성숙, 쇠퇴기에는 유지가 더욱 중요하고 비용도 더 높다. 산업 간의 차이도 존재하는데, 매킨지 연구에 따르면 의류, 식품 등 일상품 고객의 경우는 70~80%, 장거리 전화, 보험 고객의 경우는 30% 내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매장을 언제든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주간경제 792호, <당신의 충성 고객은 믿을만한가> 참고).
따라서 고객 충성 프로그램의 강조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생각은 안전하지 못하다. 기업이 충성고객이라 믿는 사람들이 모두 충성고객이 맞느냐는 것과, 그렇다면 충성고객은 정말 믿을만한가, 그리고 기존 고객의 관리가 언제나 유리한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고객 중심주의에도 모든 고객은 평등하지 않고, 열 손가락 깨물어 더 아픈 고객은 있게 마련이다. 막대한 충성도 프로그램에의 투자로 고객 이탈률은 감소했지만, 투자금을 상쇄시킬만한 투자수익률(ROI)를 확보하지 못했던 프랑스 텔레콤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고객, 그 다양한 이름
기업이 강조하는 ‘고객(顧客)’의 동음이의어를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로운 나그네라는 뜻의 ‘고객(孤客)’과 귀찮은 손님이라는 뜻의 ‘고객(苦客)’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 경영의 오랜 강조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외로운 ‘고객(孤客)’과 귀찮을 정도로 끊임없이 요구하여 만족하게 하기 어려운 ‘고객(苦客)’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숙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자의적인 해석을 해 본다. 고객을 기업 안에 놓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해가 있다면 꼭 풀어서라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주간경제 939호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고객과 함께다’라고 말했다. 마케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라는 기본 명제도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Customer)을 강조한, 4C(Customer, Cost, Communication, Convenience)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공급과잉의 시장에서 고객이 왕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굴지의 대기업들은 최고 고객 책임자라는 자리를 만들고, 고객 중심 경영을 전 계열사에 설파하면서 고객의 가치를 새삼 강조하고 있다. 왜일까?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는데, 여전히 반복되는 실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너 있다’, 고객 중심주의의 재조명
1996년 다보스 포럼에서 이런 일화가 있었다. 페르시 바르네빅(Percy Barnevic) ABB 사장이 앞서 가는 기업의 조건으로 고객 지향주의에 대해서 강조했을 때, 네슬레의 CEO인 헬무트 마우처는 “어째서 이런 생각이 혁신적인가? 고객 지향은 단지 필수 조건일 뿐이다”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기술력 중심의 중장비 제조업체인 ABB에게는 고객 중심적인 가치라는 것이 새로운 과제였겠지만, 네슬레와 같은 소비재 기업에게는 이미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은 전통적인 고객 지향 산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반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다보스 포럼 이후 10년이 지난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도 ‘힘의 이동시대’에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재차 강조된다. 그동안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고객 중심 경영은 CRM의 도입이나 고객 전담 조직의 구성과 같은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고객중심경영이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못한 숙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 드라마에 등장했던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대사가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 유행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후 주인공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그 말의 진정성에 있다. 기업의 중심에도 고객이 있어야 한다는 외침이 고객 감동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도 진정성이 전달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인프라의 구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객 중심 경영이 기업에 체화되는 것을 가로막는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오해들을 고객의 정의, 이해, 만남, 만족, 유지라는 고객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짚어보기로 한다.
1.고객 정의 : 기존 고객만을 고객으로 보는 오해
고객 중심 경영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다.
블루오션 전략이 유행하면서 고객뿐 아니라 비고객의 관점으로 기업 레이더망의 범위를 확대하라는 명제가 강조되었을 때, 일부에서는 ‘고객중심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라고 이를 해석하기도 했다. 비고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고객중심주의와 배치되는 것일까?
기존의 고객만을 관심 대상으로 보는 것은 고객 중심주의의 첫 번째 오해다. 기존 고객에 대한 고민은 흔히 ‘경쟁사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의 접근이 되기 쉽지만, 잠재고객, 비고객에 대한 고민은 새롭고 탁월한 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해 더 큰 고객 가치를 실현한 사례들은 많다.
경쟁사들이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고성능 클럽을 만드는데 집중했을 때, 캘러웨이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공을 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클럽의 개발로 골프 초보자와 기존 고객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 소비에서 기대되는 가치에 대가를 지급한다는 관점에서도 고객의 개념을 확대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데, 욕실자재, 주방가구 등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하는 TOTO는 자사의 경쟁사를 여행사와 자동차 회사로 규정해 놓고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신차를 구입해서 얻을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만족감을 자사의 제품으로 꾸며 놓은 집에서의 안락함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이다.
고객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과거 몇십 년간 20대라는 연령대를 거쳐 간 집단들은 X세대, Y세대, N세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독특한 소비특성을 나타냈다. 즉 오늘의 20대는 어제의 20대와 다르고, 또 오늘의 20대가 내일의 30대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을 특정 집단으로 구분해 놓는 것 또한 위험하다. 인터액티브 디지털 소프트웨어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28세이며, 평균 6년 이상 오락을 즐겨오고 있다고 한다. 이 점에 주목한 일본의 닌텐도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게임 시장에서 아이는 물론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성인용 휴대용 게임기 시리즈를 성공시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게임 시장의 고객을 특정 연령 집단에 한정 짓지 않고, 게임이라는 상품이 주는 가치를 소비할만한 대상으로 확대했던 것이다. 현재는 고객이 아니지만 동일한 가치를 추구할만한 모든 잠재 구매 대상자들까지도 기업이 신경 써야 하는 고객이다.
2.고객 이해 : 고객의 말은 절대적 이라는 오해
시장 조사는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중대한 시장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시장조사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고객은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996년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설계 실험에서 조사 대상의 3분의 2가 1991년도 현재 모델에 10점 만점 중 9점이나 10점을 주면서 1996년 신형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의 반응은 신형 모델이 구형 모델을 대체하고도 남았다.
둘째, ‘사람들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시장조사를 할 수 있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시장 조사가 어렵다. 시장 조사에서 고객이 말하는 것은 기존 시장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학습 된’ 모범답안일 경우가 많고, 때로는 고객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방식을 뒤바꿀만한 획기적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일 경우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일반적인 신제품 수용에서보다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혁신 제품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시장 조사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다수의 사람이 신제품이나 대용품에 대한 가치를 알아볼만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부터가 모순일 수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소비는 독자적인 필요에 의한 판단보다 동료그룹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대부분의 시장 조사는 개인 단위의, 고립된 상황에서 진행된 응답의 합으로 전체 시장 수요를 예측한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시장 조사는 현재와 같은 제품 확산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애초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사용의향보다 더 빨리 수용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사의 한계상 고객이 100% 솔직해 지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와튼 스쿨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불만을 느낀 고객들 가운데 기업에 직접 항의하는 고객은 6%에 불과했다. 고객의 수가 적고 고객기업과 공급기업의 관계가 밀접한 산업재의 경우 왜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좀 더 구체화된 가정의 확인과 합리적인 기반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시장 조사는 가치가 있다. 다만 소비자 시장 전체에 대한 큰 그림과 변화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지 못한 한계를 인식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진짜 속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적 조사와 데이터 해석 노력도 필요하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팀을 미국 중상류층 사회에 들여보내고 2년 동안 그들의 생활습관, 생각 그리고 소비행동만 관찰하게 했다.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면 이처럼 적극적이어야 한다.
3.고객과의 만남 : 영업, 마케팅 관련 접점이 전부라는 오해
리처드 노먼은 고객과 상품, 서비스 사이에서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순간을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라고 칭했다. 이 진실의 순간은 고객중심경영의 실천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으로 이제는 많은 기업이 광고와 같은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수단 외에도 다양한 고객 접점을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감지하기 위한 안테나 샵을 설치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통제 가능하며 효과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전달을 위해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매장 및 A/S센터, 콜센터 직원들은 철저한 고객 응대 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고객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는 언제나 영업, 마케팅 부문의 변화가 강조된다.
하지만 고객이 기업의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안티팬이 될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은 조직 내, 외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의외의 곳에서 찾아올 수 있다. 상품을 구매하러 찾은 매장에서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지나친 사람의 목에 걸려 있는 아이팟의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한 주체는 매장의 영업사원이나 광고를 기획한 마케팅 매니저가 아니라 제품의 디자이너와 다른 소비자다. 따라서 고객 접점 관리에 대한 노력은 판매조직을 넘어 전 조직으로,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의 접점까지로 확대되어야 한다. 디즈니랜드는 방문객들로부터 시설이나 정보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공원 내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의외의 접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즈니랜드는 이들을 그날의 행사와 공원 내 시설물에 대한 고객 응대 교육에 참여시킨다. IT기업들이 신제품 수용이 빠른 입소문 전파자인 얼리어답터들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일종의 접점관리다.
또한 고객 접점 관리의 일환으로 마케팅, 영업부서의 고객 지원 활동이 최선으로 실행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내부 조직의 역할과 이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고객 중심 경영에서 ‘고객’은 최종소비자를 의미하지만 흔히들 내부고객이라는 말로 내부 종업원의 만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적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인터널 마케팅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직원의 복리후생 차원으로만 오해되기도 하는 인터널 마케팅도 결국은 고객 중심 경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고객 만족 : 고객 중심과 고객선도, 고객중심과 기술주도를 양분하는 오해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어떤 산업은 고객에 대한 이해보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고객 만족의 핵심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는 진정한 고객 선도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가 아닌 경영자의 통찰력으로 만족의 수준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바이오 의약 분야에서 부동의 1위인 암젠은 시장조사보다 연구실 실험에 중점을 둔 철저한 R&D 중심 정책으로도 과거 10년 동안 평균 20% 이상씩의 매출 성장을 지속했다. 크라이슬러의 부회장 로버트 루츠는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말해주기는 하지만 그러한 물건들은 이미 출시된 것들이다.’라고 말하며 고객 중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전제인 ‘고객 중심과 고객 선도는 다르다’, ‘기술주도와 고객 중심은 양립할 수 없다’라는 생각은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다.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스와치와 같은 고객 선도 기업들의 통찰력도 사실 고객의 행동이나 잠재적인 니즈, 변화하는 요구, 현 대안에 대한 깊은 불만족의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선도는 고객 중심주의의 가장 적극적인 방식일 뿐이다.
또한 비즈니스에서 고객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기술 지향적인 사업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고객은 최고의 기술이 아닌 최고의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존슨 앤 존슨은 의료기기 사업 진출 초창기에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례 없는 제품을 만들었지만, 기존의 제약업보다 고객의 니즈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신사업의 성격에 적응하지 못해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시장 선도 기업인 소니 역시 최근에는 폐쇄적 전략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암젠도 기술을 파는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제약기업으로 탈바꿈 하면서 고객과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제약업체들은 분말 주사제 제품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펜 타입, 액상 제형 등의 제품 패키징 개발에 주력해 성과를 내고 있다. 차별화로 성공을 거두는 기술 기업들일수록 기술 중심주의를 이용하여 경쟁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고객 중심적인 보완장치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화에 유리할 수도 있다.
5.고객유지 : 충성고객관리는 언제나 성공한다는 오해
고객 중심주의의 부가적인 목적은 고객 만족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믿음도 이러한 목적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충성고객 프로그램이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 언제나 사실은 아니다.
우선 고객 유치 비용으로 포함되는 광고, 홍보비 등은 사실 고객 유지 비용이기도 하다. 기존 고객일지라도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성고객이라 했을 때 이름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해 내는 고객은 통상 상위 20%에 불과하고 대다수 고객은 손익분기점에 있거나 비수익 고객인 경우가 많다. 또한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고객 유치와 유지에 드는 비용과 중요도에는 차이가 있다. 도입, 성장기 때는 고객의 유치가 중요하고 비용도 높지만 성숙, 쇠퇴기에는 유지가 더욱 중요하고 비용도 더 높다. 산업 간의 차이도 존재하는데, 매킨지 연구에 따르면 의류, 식품 등 일상품 고객의 경우는 70~80%, 장거리 전화, 보험 고객의 경우는 30% 내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매장을 언제든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주간경제 792호, <당신의 충성 고객은 믿을만한가> 참고).
따라서 고객 충성 프로그램의 강조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생각은 안전하지 못하다. 기업이 충성고객이라 믿는 사람들이 모두 충성고객이 맞느냐는 것과, 그렇다면 충성고객은 정말 믿을만한가, 그리고 기존 고객의 관리가 언제나 유리한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고객 중심주의에도 모든 고객은 평등하지 않고, 열 손가락 깨물어 더 아픈 고객은 있게 마련이다. 막대한 충성도 프로그램에의 투자로 고객 이탈률은 감소했지만, 투자금을 상쇄시킬만한 투자수익률(ROI)를 확보하지 못했던 프랑스 텔레콤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고객, 그 다양한 이름
기업이 강조하는 ‘고객(顧客)’의 동음이의어를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로운 나그네라는 뜻의 ‘고객(孤客)’과 귀찮은 손님이라는 뜻의 ‘고객(苦客)’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 경영의 오랜 강조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외로운 ‘고객(孤客)’과 귀찮을 정도로 끊임없이 요구하여 만족하게 하기 어려운 ‘고객(苦客)’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숙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자의적인 해석을 해 본다. 고객을 기업 안에 놓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해가 있다면 꼭 풀어서라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주간경제 9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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