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질을 눈에 뜨이게 확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러나 이전과 비교해 조금은 편리한 생활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발전들이 모여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명품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유비쿼터스 확산에 가장 좋은 경우는 신도시 개발 계획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포함하는 것이다. 신도시 기획 단계에서 유비쿼터스 기술이 포함된다면 당연히 기존 도시의 일부 시설을 교체하는 것과 비교해 확연하게 다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송도, 파주, 부산 지역은 전세계에서 유비쿼터스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새로운 도시의 건설 수요는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많은 국가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분명 유럽의 유비쿼터스 환경은 국내 기술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하고자 하는 도시의 미래는 우리와 달라 보인다. 우선 순위가 기술이 아니라 삶의 질이기 때문에 우리와 그 방향이 분명 달라 보이며 거창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생태와 삶의 질을 중시하고,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들의 유비쿼터스 기술을 의미있게 바라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북유럽의 문화와 물류의 중심지, 덴마크 코펜하겐 거친 바이킹의 후손들이 모래땅 위에 자신의 나라와 궁전을 건립하고, 영국을 200년이나 지배하기도 한 해상강국 덴마크. 바이킹의 후손이라 거칠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섬세하기도 하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도 했다. 자연의 도전에는 한없이 강인한 민족이지만, 문화적 마인드도 풍부한 민족이다. 바이킹의 후손들이라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 역시 대단하다. 도시건축조례로 시청사 첨탑 105.6m 높이를 넘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해 800년 역사의 아름다운 탑이 보이는 도시로 고풍스러운 중세유럽 도시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항구 주변에는 초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코펜하겐은 중세와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코펜하겐에 위치한 중세풍의 건물 대부분이 800년 된 건물이 아니라, 지어진지 100년 밖에 안 된 건물이라는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발생한 3번의 대화재로 도심 대부분이 무너져 내려 새로 지운 건물이지만, 800년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펜하겐은 북유럽에서 교통의 요지이면서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코펜하겐 서쪽 아마섬에 위치한 카스트롭 국제공항은 북유럽 최대의 공항이며, 코펜하겐 항구는 175개의 순환라인과 2002척의 순항선이 운항하고 있는 세계적인 무역항이다. 항구와 공항을 연결하는 인프라 역시 훌륭하다. 130Km로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 코펜하겐 중심을 80km로 운행하는 전자동 지하철 등이 코펜하겐을 국제회의와 학회가 가장 활발하게 열리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코펜하겐 도심의 가장 큰 특징은 1948년 수립된 ‘손가락 플랜(Finger Plan)’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코펜하겐은 지구상에서 대중교통과 토지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잘 구축한 도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손가락 플랜은 신도시들을 그린벨트 외곽에 자리 잡도록 한 런던과 달리 코펜하겐은 성 외곽 지형을 살려 철도노선이 개척된 지역에 따라 도시개발이 이뤄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노동력이 철도로 도심에 있는 직장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심 개발 과정에서 최단거리로 도시 통과가 가능해야 하며, 구역별로 재창조, 효과적인 교통망 확보, 중심가에 공간 만들기 등이 주요 목표였다. 그 결과 도심으로의 인구 집중을 줄였고, 출퇴근 시 교통체증 현상이 줄었고, 주변도시가 활성화되었다.
슬럼화된 지역을 다시 살려라
부도심으로 분산되어 있던 공장들이 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저임금을 찾아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공장과 항구 지역의 슬럼화가 진행된다. 코펜하겐 시 당국은 이 지역을 정부와 대기업이 투자해 각종 교육·문화 공간, 고급호텔, 주거공간으로 변경해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혐오시설로 꼽히는 쓰레기 소각장을 도심에 설치해 자원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덴마크는 유전 보유국이지만, 유한 에너지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바람과 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펜하겐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자전거는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이다. 덴마크에서는 법적으로 대규모 오염을 발생시키는 자동차 생산이 금지되어 있다. 물론 자전거를 타는 풍토가 자발적으로 구축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대중교통 이용률이 줄어들고 자가용 이용률이 늘어난 시점에 정부는 30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부가했고, 보행자와 자전거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자가용을 억제하는 정책과 함께 코펜하겐 전역을 커버하는 쾌적한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도 함께 진행했다. 그리고 차 없는 거리를 지속적으로 늘여,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1962년과 비교해 차 없는 거리의 면적이 6배나 증가했다. 이 공간에 는 명품 매장과 쇼핑 타운을 만듦으로써 주변 상인의 반대를 열렬한 찬성으로 바꾸기도 했다.
코펜하겐 시민들 역시 오염원을 피하겠다는 생각에서 자전거를 자발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시 정부는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객을 위해 1995년부터 ‘시티 바이크’라는 임대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객들도 유레일패스가 있다면 코펜하겐 도심에서 시티 바이크를 이용 할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크로스로드
생산 기업들이 저임금 때문에 아시아 지역으로 대부분 이주함에 따라 코펜하겐의 비어있는 공간에 제조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원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바로 크로스로드 프로젝트 이다. 코펜하겐 크로스로드 프로젝트의 정확한 명칭은 ‘Crossroads Copenhagen: The intelligent city district(코펜하겐의 크로스로드: 지능화 도시)’이다. 크로스로드가 지향하는 것은 개인과 기업간의 네트워크로 국제적 연구기관도시를 구성하는 것이다. 크로스로드는 문화, 미디어와 통신 기술을 결합한 도시를 의미한다. 크로스로드의 리빙랩(Living Lab)은 연구실을 개념화해, 일반인들이 원하는 주거환경을 수용하고 미래 도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리빙랩이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 :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다. 어떤 서비스가 인간에게 유용할지는 시민이 결정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 디지털 모바일 서비스 :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여 사용자가 어떠한 상황에 있든 도와줄 수 있는 다기능적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는 디지털 통신 서비스의 지식은행의 구실도 담당한다.
· 윤리적으로 합리적인 기반 : 도시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윤리적으로 합리적인 것인지 판단하며, 각 측면에서 사용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구실을 한다.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제공
현재 코펜하겐 크로스로드에는 코펜하겐 IT대학 등 4개 대학과 노키아, HP 등 5개 민간기업, 덴마크 방송, 왕립도서관 등 13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크로스로드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크게 2가지로 교육, 연구 혁신 프로젝트와 모바일 관련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모바일 기술로는 3차원 위치기반 모바일 기술로 건물 내에 있는 개인의 3차원 위치를 인식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개인의 2차원적 인식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차원 위치기반 모바일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는 사용자가 현재 있는 위치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굳이 정보를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가 출입카드를 대신할 수도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가상 교육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취업에 연령제한이 없고,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나와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균등한 기회 보장의 나라가 덴마크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서비스와 모바일을 통해 백과사전 기능을 제공해 진보된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1만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학과 공공시설내에 무선 LAN과 IT 키오스크를 설치해 건물 내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 Beyond Promise 11월호
'Business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Web 2.0시대의 인터넷 사업 성공 요건 (0) | 2008.11.24 |
---|---|
세계 금융위기의 실체와 영향 (0) | 2008.11.24 |
차세대 모바일 컴퓨터 시장이 뜨겁다 (0) | 2008.11.23 |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 (0) | 2008.11.17 |
아트 펀드 (0) | 2008.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