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 09:52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스피드를 주요 경쟁력으로 성공적인 성장을 해 왔지만, 최근 ‘샌드위치 위기론’,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진정한 스피드 경영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몇해 전부터 우리의 '빨리빨리' 경쟁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피드는 IT 강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는 기업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도 스피드 경영을 경영방침의 한 축으로 설정하여 실천에 박차를 가해 왔었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불황기에는 가격이나 품질 등 본원적 경쟁력이 더 중요시되고, 조직 내 잉여 자원의 가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략이나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스피드에서 나오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스피드 경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강조되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자칫 놓치기 쉬운 스피드 경영의 본질을 되짚어 보고, 우리 기업들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스피드 경영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본다.
스피드는 경영에 있어서 강력한 경쟁 무기다
과거 미국에 이민 간 한인들이 세탁소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마디로 ‘세탁 후 당일 내 배달’이었다. 그 당시 한국인이 아니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승부를 건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떠오른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영국인이 한국에 도착해서는 인터넷 설치를 위해서 전화를 하자, 정확히 57분만에 인터넷이 완벽히 작동되었다고 한다. 만약 유럽 국가들에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1주일에서 많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만 가능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근성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속도로 대표되는 스피드가 한국 기업의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스피드는 어떻게 우리 기업들의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해 왔는가?
우선, 기회 비용의 감축을 들 수 있다. 조선, 플랜트 같은 수주 산업에서는 사업주 (Owner)의 기회 비용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성공을 위한 관건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 최초의 육상건조기법, 부유식 도크 건조 공법, 메가 블록 공법 등 신기술 공법들을 활용하여 공기를 단축시켰다. 국내 플랜트 건설업체들도 공기 단축으로 발주처의 신뢰를 쌓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유가로 호황을 누려온 중동의 발주처들은 기회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먼저 정유·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 건설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한국 업체들은 과감하게 패트스 트랙(Fast-Track)방식으로 발주처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서구와 일본의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플랜트 사업은 설계, 구매, 공사의 각 부문이 긴밀히 연계되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설계가 모두 완료된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행 방식(Sequential Method)이었다. 반면, 패스트 트랙은 설계와 시공을 병행함으로써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진행 방식이다. 최근에는 후자가 보편화되긴 했지만, 여기에 한국 업체들은 시공 단계를 좀 더 앞당겨 시작함으로써 약 10%의 공기를 추가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다음으로, 고객 니즈에 대한 선제적 충족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 최고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부상한 휴대폰을 보자. 한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제품 개발 속도를 최대한 단축시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여기에는 휴대폰 교체주기가 전세계에서 가장 짧기로 유명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얻어진 경쟁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스피드만 추구하다 빠질 수 있는 함정
이카루스는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후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으면서 바다에 추락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운의 이카루스를 빗대어 경영학에도 ‘이카루스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핵심 경쟁력 때문에 성공한 기업이 그에 도취되어 계속 혁신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 덫에 걸려 결국엔 실패하게 된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에게 스피드가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속도만을 고집하다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첫째,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 대부분은 선진국 기업들을 단시간에 따라잡고자 앞만 보고 압축성장의 길을 부지런히 달려왔다. 선진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열심히 벤치마킹함으로써 운영상의 효율성을 단기간에 혁신할 수 있었지만, 전략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강점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 결과 이제는 선진 기업과 중국, 인도 등의 후발업체 사이의 넛크래킹(Nut-Cracking) 신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별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분야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중점 산업의 약 360개 기술 분야 중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믿어온 반도체와 LCD에서도 미국과 일본에 밀렸다. 양산 기술에서만 우리가 조금 앞설지 몰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원천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도 선진국 신세를 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거나 게임의 룰을 창조하는 데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후발업체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IT 전자 기술은 물론이고, 자동차, 플랜트, 조선 등에서 중국과 인도 업체들은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원가를 앞세워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다.
둘째, 성장 속도를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적인 준비가 따라가지 못해 빠른 성장이 오히려 조직의 쇠락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흥망사를 통해서도 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로컬항공사로 고성장을 구가하던 ‘피플익스프레스’ 항공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혁신적인 저가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한지 5년 만에 가장 수익성 높은 항공사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부문 간 협력이 어려워지고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서 고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도산과 피인수 등 우여곡절 끝에 1987년 오늘날의 콘티넨탈 항공사로 합병되고 만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업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스피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조직 내 부문 간 원활한 협업이나 시스템적인 조정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부서 간 이해 조율이 어려워져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여기에 끊임없는 속도전으로 조직의 피로도 또한 누적되면 일의 품질마저 떨어지게 된다.
스피드 경영의 본질은 ‘올바른 것을 빠르게’
그렇다고 스피드를 포기하자거나 스피드 경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향후 10년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코시스템스사의 존 체임버스 회장도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라는 말로 요즘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스피드가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오히려 스피드 경영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속도만 강조한다고 해서 곧 스피드 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 경영이 무조건 빠르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피드 경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속도’와 ‘완결성’의 두 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속도에만 너무 치중한 채 완결성을 간과한다면 이른바 ‘대충대충’으로 오히려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올바른 것을 빠르게’ 하는 스피드 경영의 본질에 충실히 한다면 불황도 뚫을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스피드 경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LG화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고유가, 환율하락, 석유화학 경기하락, 그리고 중국 업체의 추격 등 어려운 상황 타개를 위해 스피드 경영을 선포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먼저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자는 ‘먼저(Early)’,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에 집중하자는 ‘빨리(Fast)’, 수립된 계획을 세부적으로 자주 점검하자는 ‘자주(Real time)’를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으로 정하고 전략실행과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갔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빨리 하면서도 과정을 챙겨가며 균형 잡힌 스피드 경영을 추진한 결과, LG화학은 올해 매출 15조원에 사상 첫 ‘순이익 1조 클럽’ 가입을 기대하고 있다.
스피드 경영의 업그레이드 방안
그런데 이상에서 설명한 바대로 스피드 경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더라도 이는 문제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들이 스피드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스피드 경영을 전략적 측면과 실행적 측면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략 측면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과 관련된 활동이고, 실행 측면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효과적으로 제때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상 뒷받침되어야 하는 활동들이다.
1. 다각적으로 전략을 재검토하라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스피드 경영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Factor들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시야 범위를 넓혀 새롭고 다각적인 전략적 방향성을 검토하고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 유연한 사업 방식들을 겸비해야
한국 기업들의 스피드는 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되어져 왔다. 전략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기 보다는 주로 주어진 고객을 공략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가치를 제공하는데 남보다 부지런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한국 LCD TV세트 업체들은 생산성을 빨리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체 생산 전략을 선호하여 성공을 거두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인소싱(Insourcing) 위주의 운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스피드 경영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R&D나 마케팅 등 특정 기능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던 시대를 넘어, 시장과 경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경계를 효율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경영의 유연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영의 유연성 확보가 스피드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언제든지 내·외부에 있는 최고의 기능들을 동원할 수 있고, 이것들을 결합하여 재구조화할 수 있는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 방식을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아웃소싱은 더 이상 특정 업무를 싸게 수행해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업을 더 빨리, 더 잘 수행하는 전문 역량을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적시 적소에 글로벌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것이 스피드 경영에 보다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기회에 적합하도록 사업의 구성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재배열하는 패칭(Patching), 생산은 직접 하지 않지만 고객과 공급업체 간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 등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피드 경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업방식들을 모든 업종이나 분야에 다같이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종이나 고객의 특성에 적합한 스피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일례로 병원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절염 분야의 명의로 꼽히는 한 의사는 무조건 빨리하기 보다는 나이 드신 노모를 모시듯 따뜻하게 진료를 함으로써 큰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접수와 수납 프로세스 등 사무관리 프로세스에서는 고객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2. 실행 역량을 강화하라
제아무리 좋은 전략이 수립되고 신속하게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실행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방식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려 해도, 실행과정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그만큼 전략적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추진한들, 스피드 경영의 성과보다는 부작용으로 기존의 장점마저 희석될 수 있다.
● 경영의 시스템화가 전제
스피드 경영이 실행 단계에서 제대로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의 시스템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선진업체에 비해 글로벌 아웃소싱 활용에 소극적인 것은 체계적으로 아웃소싱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과정에 대한 표준화나 통제의 준비 없이 아웃소싱의 결과만을 쉽게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의 체계화를 통해 외부에 맡길 수 있는 부분들이 과학적으로 모듈화되어 있고 과정별로 명확한 프로세스가 정의되어 있을 때, 효율적인 통제와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런 준비가 되어야 외부 역량을 활용하여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Gray Area를 없애야
스피드를 추구하다 보면, 부문 간 중첩되는 업무 영역이 더 늘어나게 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계획의 수정으로 중첩된 부문 간 원활한 조정과 협력이 요구된다. 부문 간 시너지가 조직 내 스피드의 주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게 될 경우 부문별로 관리와 조정의 업무는 더욱 급증한다. 결국 업무량의 증대는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증폭시켜 내부 역량에 균열을 가져오게 한다. 이런 경우에 조직 내부적으로 부문별 프로세스나 R&R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조직 전체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부문 간 상호 협력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부문 간 상호 협력에 대한 평가 및 인센티브 도입, 그레이 영역(Gray Area)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기능 신설 및 해당 부문 간 통합 등으로 실행의 속도와 질을 높일 수 있다.
● 시행착오를 학습의 기회로
뭔가 새로운 방식이 실행 단계에서 더뎌지는 것은 실패할 경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과정보다는 성공한 결과만을 우선시한 경향이 있다.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과정 상의 시행착오를 기억하기보다는 숨기게 된다. 하지만 결과라는 미신에 빠져 합리적 의사 결정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과거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설령 시행착오가 생기더라도 선의의 실패를 아량으로 용인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요즘과 같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스피드는 여전히 우리 기업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서는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략이나 실행에서 모두 제대로 된 스피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유연한 사업 방식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의 시스템화를 통해 진정한 스피드 경영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20호
몇해 전부터 우리의 '빨리빨리' 경쟁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피드는 IT 강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는 기업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도 스피드 경영을 경영방침의 한 축으로 설정하여 실천에 박차를 가해 왔었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불황기에는 가격이나 품질 등 본원적 경쟁력이 더 중요시되고, 조직 내 잉여 자원의 가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략이나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스피드에서 나오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스피드 경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강조되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자칫 놓치기 쉬운 스피드 경영의 본질을 되짚어 보고, 우리 기업들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스피드 경영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본다.
스피드는 경영에 있어서 강력한 경쟁 무기다
과거 미국에 이민 간 한인들이 세탁소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마디로 ‘세탁 후 당일 내 배달’이었다. 그 당시 한국인이 아니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승부를 건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떠오른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영국인이 한국에 도착해서는 인터넷 설치를 위해서 전화를 하자, 정확히 57분만에 인터넷이 완벽히 작동되었다고 한다. 만약 유럽 국가들에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1주일에서 많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만 가능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근성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속도로 대표되는 스피드가 한국 기업의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스피드는 어떻게 우리 기업들의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해 왔는가?
우선, 기회 비용의 감축을 들 수 있다. 조선, 플랜트 같은 수주 산업에서는 사업주 (Owner)의 기회 비용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성공을 위한 관건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 최초의 육상건조기법, 부유식 도크 건조 공법, 메가 블록 공법 등 신기술 공법들을 활용하여 공기를 단축시켰다. 국내 플랜트 건설업체들도 공기 단축으로 발주처의 신뢰를 쌓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유가로 호황을 누려온 중동의 발주처들은 기회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먼저 정유·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 건설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한국 업체들은 과감하게 패트스 트랙(Fast-Track)방식으로 발주처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서구와 일본의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플랜트 사업은 설계, 구매, 공사의 각 부문이 긴밀히 연계되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설계가 모두 완료된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행 방식(Sequential Method)이었다. 반면, 패스트 트랙은 설계와 시공을 병행함으로써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진행 방식이다. 최근에는 후자가 보편화되긴 했지만, 여기에 한국 업체들은 시공 단계를 좀 더 앞당겨 시작함으로써 약 10%의 공기를 추가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다음으로, 고객 니즈에 대한 선제적 충족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 최고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부상한 휴대폰을 보자. 한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제품 개발 속도를 최대한 단축시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여기에는 휴대폰 교체주기가 전세계에서 가장 짧기로 유명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얻어진 경쟁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스피드만 추구하다 빠질 수 있는 함정
이카루스는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후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으면서 바다에 추락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운의 이카루스를 빗대어 경영학에도 ‘이카루스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핵심 경쟁력 때문에 성공한 기업이 그에 도취되어 계속 혁신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 덫에 걸려 결국엔 실패하게 된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에게 스피드가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속도만을 고집하다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첫째,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 대부분은 선진국 기업들을 단시간에 따라잡고자 앞만 보고 압축성장의 길을 부지런히 달려왔다. 선진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열심히 벤치마킹함으로써 운영상의 효율성을 단기간에 혁신할 수 있었지만, 전략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강점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 결과 이제는 선진 기업과 중국, 인도 등의 후발업체 사이의 넛크래킹(Nut-Cracking) 신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별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분야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중점 산업의 약 360개 기술 분야 중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믿어온 반도체와 LCD에서도 미국과 일본에 밀렸다. 양산 기술에서만 우리가 조금 앞설지 몰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원천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도 선진국 신세를 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거나 게임의 룰을 창조하는 데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후발업체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IT 전자 기술은 물론이고, 자동차, 플랜트, 조선 등에서 중국과 인도 업체들은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원가를 앞세워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다.
둘째, 성장 속도를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적인 준비가 따라가지 못해 빠른 성장이 오히려 조직의 쇠락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흥망사를 통해서도 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로컬항공사로 고성장을 구가하던 ‘피플익스프레스’ 항공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혁신적인 저가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한지 5년 만에 가장 수익성 높은 항공사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부문 간 협력이 어려워지고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서 고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도산과 피인수 등 우여곡절 끝에 1987년 오늘날의 콘티넨탈 항공사로 합병되고 만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업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스피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조직 내 부문 간 원활한 협업이나 시스템적인 조정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부서 간 이해 조율이 어려워져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여기에 끊임없는 속도전으로 조직의 피로도 또한 누적되면 일의 품질마저 떨어지게 된다.
스피드 경영의 본질은 ‘올바른 것을 빠르게’
그렇다고 스피드를 포기하자거나 스피드 경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향후 10년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코시스템스사의 존 체임버스 회장도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라는 말로 요즘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스피드가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오히려 스피드 경영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속도만 강조한다고 해서 곧 스피드 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 경영이 무조건 빠르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피드 경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속도’와 ‘완결성’의 두 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속도에만 너무 치중한 채 완결성을 간과한다면 이른바 ‘대충대충’으로 오히려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올바른 것을 빠르게’ 하는 스피드 경영의 본질에 충실히 한다면 불황도 뚫을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스피드 경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LG화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고유가, 환율하락, 석유화학 경기하락, 그리고 중국 업체의 추격 등 어려운 상황 타개를 위해 스피드 경영을 선포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먼저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자는 ‘먼저(Early)’,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에 집중하자는 ‘빨리(Fast)’, 수립된 계획을 세부적으로 자주 점검하자는 ‘자주(Real time)’를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으로 정하고 전략실행과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갔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빨리 하면서도 과정을 챙겨가며 균형 잡힌 스피드 경영을 추진한 결과, LG화학은 올해 매출 15조원에 사상 첫 ‘순이익 1조 클럽’ 가입을 기대하고 있다.
스피드 경영의 업그레이드 방안
그런데 이상에서 설명한 바대로 스피드 경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더라도 이는 문제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들이 스피드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스피드 경영을 전략적 측면과 실행적 측면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략 측면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과 관련된 활동이고, 실행 측면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효과적으로 제때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상 뒷받침되어야 하는 활동들이다.
1. 다각적으로 전략을 재검토하라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스피드 경영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Factor들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시야 범위를 넓혀 새롭고 다각적인 전략적 방향성을 검토하고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 유연한 사업 방식들을 겸비해야
한국 기업들의 스피드는 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되어져 왔다. 전략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기 보다는 주로 주어진 고객을 공략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가치를 제공하는데 남보다 부지런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한국 LCD TV세트 업체들은 생산성을 빨리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체 생산 전략을 선호하여 성공을 거두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인소싱(Insourcing) 위주의 운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스피드 경영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R&D나 마케팅 등 특정 기능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던 시대를 넘어, 시장과 경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경계를 효율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경영의 유연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영의 유연성 확보가 스피드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언제든지 내·외부에 있는 최고의 기능들을 동원할 수 있고, 이것들을 결합하여 재구조화할 수 있는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 방식을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아웃소싱은 더 이상 특정 업무를 싸게 수행해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업을 더 빨리, 더 잘 수행하는 전문 역량을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적시 적소에 글로벌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것이 스피드 경영에 보다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기회에 적합하도록 사업의 구성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재배열하는 패칭(Patching), 생산은 직접 하지 않지만 고객과 공급업체 간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 등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피드 경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업방식들을 모든 업종이나 분야에 다같이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종이나 고객의 특성에 적합한 스피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일례로 병원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절염 분야의 명의로 꼽히는 한 의사는 무조건 빨리하기 보다는 나이 드신 노모를 모시듯 따뜻하게 진료를 함으로써 큰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접수와 수납 프로세스 등 사무관리 프로세스에서는 고객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2. 실행 역량을 강화하라
제아무리 좋은 전략이 수립되고 신속하게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실행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방식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려 해도, 실행과정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그만큼 전략적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추진한들, 스피드 경영의 성과보다는 부작용으로 기존의 장점마저 희석될 수 있다.
● 경영의 시스템화가 전제
스피드 경영이 실행 단계에서 제대로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의 시스템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선진업체에 비해 글로벌 아웃소싱 활용에 소극적인 것은 체계적으로 아웃소싱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과정에 대한 표준화나 통제의 준비 없이 아웃소싱의 결과만을 쉽게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의 체계화를 통해 외부에 맡길 수 있는 부분들이 과학적으로 모듈화되어 있고 과정별로 명확한 프로세스가 정의되어 있을 때, 효율적인 통제와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런 준비가 되어야 외부 역량을 활용하여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Gray Area를 없애야
스피드를 추구하다 보면, 부문 간 중첩되는 업무 영역이 더 늘어나게 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계획의 수정으로 중첩된 부문 간 원활한 조정과 협력이 요구된다. 부문 간 시너지가 조직 내 스피드의 주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게 될 경우 부문별로 관리와 조정의 업무는 더욱 급증한다. 결국 업무량의 증대는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증폭시켜 내부 역량에 균열을 가져오게 한다. 이런 경우에 조직 내부적으로 부문별 프로세스나 R&R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조직 전체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부문 간 상호 협력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부문 간 상호 협력에 대한 평가 및 인센티브 도입, 그레이 영역(Gray Area)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기능 신설 및 해당 부문 간 통합 등으로 실행의 속도와 질을 높일 수 있다.
● 시행착오를 학습의 기회로
뭔가 새로운 방식이 실행 단계에서 더뎌지는 것은 실패할 경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과정보다는 성공한 결과만을 우선시한 경향이 있다.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과정 상의 시행착오를 기억하기보다는 숨기게 된다. 하지만 결과라는 미신에 빠져 합리적 의사 결정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과거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설령 시행착오가 생기더라도 선의의 실패를 아량으로 용인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요즘과 같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스피드는 여전히 우리 기업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서는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략이나 실행에서 모두 제대로 된 스피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유연한 사업 방식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의 시스템화를 통해 진정한 스피드 경영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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