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 09:52
글로벌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 여건도 위축시키고 있다. 불황은 구성원들의 조직 내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사람을 관리하는 HR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IMF 위기 이후 또 다시 불어 닥친 불황의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맞는 인사관리 포인트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는 조직의 여건과 처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어떤 기업은 불황을 기회 삼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침으로써 경쟁사를 압도하려 할 수 있는 반면 현상유지도 쉽지 않거나 기업의 생존에 위협을 받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사관리의 포인트 역시 각각의 유형에 따라 달리 가져가야 할 것이다. 본 고에서는 불황에 대응하는 기업의 모습에 따라 적절한 인사관리 포인트를 제시하고 아울러 불황이라는 위기에 HR이 견지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과 조직이 요구하는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Ⅰ. 불황기에 더 주목받는 HR
최근 미국發 금융 시스템 붕괴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는 우리나라 경제에 또 다시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IMF 위기를 극복한 지 10여 년 만에 다시금 찾아온 위기는 실물 경제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여건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에서 주목 받는 부서가 하나 있다. 바로 인사(HR: Human Resource) 부서이다. 조직의 위기는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주므로 사람을 다루는 HR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IMF를 경험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불황이 정리해고와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도 HR이 주목받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불황과 같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전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IMF 위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이 깨달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경영 여건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감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행처럼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던 IMF 시절을 생각해 보라. 퇴출된 사람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고, 살아남았던 직원들마저 갑작스러운 된서리에 모두가 움츠러들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IMF 위기가 지나고 때마침 벤처붐이 일자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인재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 이후 기업들은 인적 역량 회복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했다. 이처럼 불황기 인사관리의 실패는 조직 역량을 약화시키고 기업문화를 파괴한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의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시 불어 닥치는 불황의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HR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사관리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본 고에서는 기업의 유형별로 핵심이 되는 인사관리 포인트와 함께 불황기 HR의 역할과 과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Ⅱ. 기업 유형별 인사관리 포인트
HR 전략의 초점은 사업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는 기업마다 감도가 같지 않기 때문에 불황 대응 방식도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인사관리의 포인트 역시 조직의 불황 대응 방식에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01년 IT 버블 붕괴로 인한 불황기에 오히려 R&D 예산을 증액하는 공격적 경영을 하였다. 이에 상응하여 기술 인력의 적극적인 확보가 인사관리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다. 반면, IMF 위기 때 우리나라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었으며 생존을 위한 인력 감원이 인사관리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다면 불황기를 극복하는 기업의 다양한 유형별로 이에 알맞는 인사관리의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 보자(<표 1> 참조).
유형 1. 적극적으로 사업확대가 가능한 기업
기업에 따라서는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거나, 혹은 핵심역량에 대한 과감한 투자만이 불황 극복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불황기를 인적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여 회사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사 대비 역량 차이를 벌리고 호황기에 비약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도요타의 와타나베 사장은 “모든 비용을 줄여도, 기술개발비는 절대 줄이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도요타의 한 고위임원은 10년 뒤 도요타는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말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동차 신기술 개발은 하루가 달리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따라잡는 게 점점 불가능해진다. 이번 금융위기로 대부분 자동차회사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도요타의 선두 지위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활용하는 경우 외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공격적 투자만이 유일한 위기 극복 대안이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네바다州에서 1999년 설립된 재포스(Zappos)는 신발류 전자 상거래 전문 회사이다. 창업 초기인 2000대 초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몰린 재포스는 불황 탈출을 위해 비용 절감과는 거리가 먼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회사 매출의 25%를 공급업체 관리 시스템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백만 개가 넘는 아이템 전부를 각각 8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략이었지만 주문 내용에 맞는 상품의 적시 입고와 다양한 이미지 제공을 통한 고객 니즈의 충족이 가장 핵심적인 불황 탈출의 열쇠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장 모사이어는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 서비스를 비용으로 보지만 우리는 투자이자 생존의 유일한 길로 본다”라고 말한다.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현재 재포스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알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공격적인 확대 경영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기업이 주목해야 할 인사관리 포인트는 무엇일까?
‘인력’ 이 아닌 ‘인재’ 확보에 초점
흔히 불황기는 고용 사정이 악화되므로 인재 확보가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채용 아웃소싱 전문 기업인 하이리언(Hyrian)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HR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확보는 신입 사원급을 제외하면 불황기라고 더 쉬워지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하이리언의 CEO인 다니엘 솔로몬은 “실업률과 급여 통계로 인재 확보의 여건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종과 직무에 따라 인재 시장의 사정이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동일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IT, 마케팅, 판매, 엔지니어링, 재무 분야 인력은 불황기에 오히려 프리미엄이 더 붙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기에는 보다 신중한 확보 대상 인재의 설정과 검증이 요구된다.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기회 손실이 호황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호황기에 비해 불황기는 기업의 채용 예산이 보다 타이트해지기 쉽다. 따라서 검증된 경력 사원 중심으로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잠재력 있는 신입 사원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우선 순위를 분명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경력 사원 중심의 확보 전략이라면 채용시 인재 검증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채용대상자가 기업의 여건 악화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노동 시장에 나온 인재인지, 역량 미달로 조직에서 떠밀려 나온 인재인지를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국의 제약 개발 회사인 아이시스(Isis Pharmaceticals)는 평소 생명공학 업계의 우수 과학자에 관심을 두고 상시 인재 모니터링을 한다. 불황기가 오면 장기간 관찰한 결과가 긍정적인 대상자에 한해 장기 근무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아이시스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검증된 인재를 확보하는 데 불황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이다.
반면, 신입 사원 채용의 경우 불황기라는 거친 시기를 인력 조기 육성의 좋은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용하다. 어려운 시기에 현장에서 단련된 직원은 높은 로열티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어 호황기에 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Insurance)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캠퍼스 채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취업 열망이 강한 졸업생들을 선별하여 훈련시킴으로써 열정과 능력을 잘 활용하는 데 정평이 나있다.
불황기에도 인재 단속의 끈을 놓지 마라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인재 유지는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부 인재에 대해 ‘불황기에 다른 데 갈만한 곳도 없을 텐데 뭐, 적당히 관리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순진한 오판이다. 얼마 전 한 프로야구 선수의 예상 외의 이적 사건이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관심 소홀로 인한 인재 유출이 조직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던 사례였다.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인재는 조직에 대한 애정을 거두기 마련이다. 이들은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헤드헌터들의 말 한마디에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난다. 고성과 인재들은 불황에 상관없이 경쟁사들의 표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인재 유출이 회사의 공격적 경영 전략을 발목잡지 않도록 내부 인재에 눈길을 한번 더 돌려볼 필요가 있다.
강점을 강화하는 교육 훈련
패스트푸드 업종과 같이 불황기가 성장에 유리한 기업은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북유럽 맥도널드의 HR 책임자인 페어허스트는 “회사 성공의 열쇠가 직원들의 고객서비스 역량에 있다는 확신으로 연간 천오백만 프랑의 직원 교육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라고 말한다. 고객서비스 역량의 강화에 대한 투자를 불황 극복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는 것이다.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위기 극복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육성(OJT: On the Job Tranining)이 효과적이다. 불황기를 경험하지 못한 현장 관리자들을 경험 있는 선배와 코칭 또는 멘토링 형태로 짝을 지워 주고 서로 교류하게 하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인재 교육 협력사인 컨코스 인스티튜트(Concourse Institute)의 사장 타마라 에릭슨은 “불황기에는 평소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육 훈련의 실행이 용이하다” 라며 불황기를 관통하는 인재 육성 과정을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술(Art)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직 확대에 따른 異문화 충돌 대비
마지막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기업에게 M&A 등 조직 융합을 준비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인사관리 포인트이다. 늘어나는 부실 기업들을 인수하여 자산을 늘리는 전략에서는 사전에 통합 시스템 점검 및 문화적 차이 극복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HR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페린이 5백만 달러 이상의 M&A 사례를 연구한 결과 약 83%가 수익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을 분석한 2000년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의 보고서를 보면, M&A 성공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은 문화적 갈등, 핵심 인력의 유출, 생산성 감소, 의사 결정의 지체, 관리 방식의 충돌 등 주로 사람과 관련된 이슈였다. M&A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불황기에 HR 이슈에 대한 선행적 대비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HR은 이를 명심하고 사전 준비 및 지속적인 변화 관리를 포함, M&A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형 2. 현상유지가 최우선 목표인 기업
불황기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대응하기는 기업의 상황이 무리가 있지만,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현상 유지 전략이 바람직할 수 있다. 장기적 투자를 보류하고 소나기는 피하라는 속담을 따르는 것이다. 당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인사관리의 포인트도 맞추어져야 한다. 향후 재 도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는 하되 현상 유지가 불황 극복의 주 목표가 되는 것이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다
현상 유지가 관건인 기업에게는 뭐니뭐니해도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찾아 오면 비용 절감 방안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미국 주요 기업의 HR 전문가를 대상으로 관심 이슈를 조사한 결과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상대적 호황기였던 1999년에는 인재 확보가 제 1순위 관심 이슈였지만 IT 버블 붕괴가 시작된 2001에 들어서자 복리후생 비용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HR 비용은 복리후생비 등의 간접인건비와 임금과 같은 직접인건비로 나누어진다. 간접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는 먼저 제도, 정책, 업무 프로세스 등에 대한 조정 및 축소 가능성이 타진되어야 한다. 이 때 조직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을 두 축으로 하는 매트릭스를 적용할 수 있다(<그림> 참조).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은 제도는 당연히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조직에 영향도 크다면 노조와의 협의 등을 통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기업에 실제적인 비용 부담이 되는 것은 대부분 임금을 포함한 직접 인건비이다. 이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수당 축소와 같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소극적인 방법에서부터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무급휴직제, 인력재배치, 임금피크제, 워크셰어링(work sharing) 등과 같은 제도는 불황기 위기를 맞는 기업일수록 실행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표 2> 참조).
한편, 비용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적은 비용을 아끼려다 눈에 안 보이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가 되면 구성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나 기념일 축하 제도 등을 무턱대고 폐지하다 조직에 대한 불만만 증폭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불황기를 기회로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겠다는 자세는 위험하다. 비용 절감에 성공해도 직원들의 마음을 잃는다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꼴이 된다. 비용 절감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재 유지 전략의 초점 변화
재무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게 인재 유지는 금전적 보상 방식이 아닌 획기적인 대안이 요구되기도 한다. 댐을 막는 형태의 기업 중심적 인재 유지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시장 중심적 인재 유지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댐의 수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물줄기의 방향과 스피드를 조절하는 것이다. 기업이 극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유지해야만 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수문을 굳게 닫아야 한다. 반면 짧게 혹은 일정한 기간에만 필요한 인력이라면 수문을 적절히 조정하여 필요한 기간에만 활용하면 된다. 전혀 유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인력에 대해서는 수문을 활짝 열어 두면 된다.
시장 중심적 인재 유지에서는 관심의 초점이 이직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언제', '어떻게 떠나 보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따라서 주요 포지션의 승계 계획이 보다 중요해진다. 현상 유지가 불황 극복 전략인 기업일수록 인재 이탈에 따른 공백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경영컨설팅 기업 왓슨 와이어트의 컨설턴트 타란텔로는 “불황기 위기가 예상되는 기업일수록 주요 포지션의 후계자 승계 계획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비금전적인 리텐션 방안으로 인간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없어질 수 있지만 동료와의 관계는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 동호회나 스터디 그룹, 멘토링 등 적은 비용으로 구성원들간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 수 있는 활동들은 불황이라는 이유로 쉽게 축소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업무 범위나 자율권을 확대시켜 주는 것도 돈을 들이지 않는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인력 재배치를 통한 자원 활용도 제고
미국에서는 매년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에게 ‘블루칩 엔터프라이즈’라는 상을 수여한다. 1990년대 초 불황기에 이 상을 수상한 중소기업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여행사 몬트로즈 트래블(Montrose Travel)이다. 당시 걸프전 등에서 비롯된 불황으로 많은 여행사들이 도산하는 등 여행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몬트로즈 트래블은 경쟁사들이 위기에 반응하기도 전에 수익성 없는 거래를 과감하게 끊고 영업 역량이 있는 인력을 발굴하여 판매 부서에 재배치하였다. 아울러 관리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판매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및 보상 제도를 개선하였다. 그 결과 회사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사례에서 보듯 인력 재배치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인위적 감원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선 호황기를 맞아 채용 및 교육 훈련에 들어가야 할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게 해준다. 동시에 숙련된 인력으로 남보다 빨리 호황기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또한 조직을 위기 대응형 체질로 바꾸어 주는 효과도 있다. 자연스럽게 양성된 멀티 플레이어들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조직 대응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효과 위주의 보상 시행
비상 상황에서는 습관적으로 주어지는 보너스 등 인센티브 제도를 효과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기였던 2001년 야후의 사례를 보자. 당시 HR 책임자로 임명된 리비 사틴은 가장 먼저 보너스 제도부터 개선하였다. 전 직원에게 직급에 따라 주어지는 대규모 보너스를 없애는 대신 별도 기준으로 선발된 15~20여 명 또는 팀에게 그 재원을 활용하는 수퍼스타 상(Superstar Awards)을 만들었다. 선발된 수상자들의 업적이 다른 직원들에게 잘 알려지도록 하는 데에도 특별히 신경을 씀으로써 이 제도는 다른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특정 직무에 대해 업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비금전적 보상 방안이 될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결과 중심 근무 환경(Result-Only Work Environment)’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경우 불황기로 인해 주당 평균 2.5일을 재택 근무케 하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원유값 인상으로 가중되었던 직원들의 차량유지비 부담을 연간 1천 7백 달러까지 감소시켜주기도 하였다.
전략적인 정보 전달
현상 유지가 목표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 분위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보의 전달, 즉 종업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종업원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는 좋지 않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명한 정보 공개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관심도 없을 사소한 정보 하나에도 분위기가 위축된 조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기 쉽다. 자칫하다가는 예기치 않은 억측과 루머로 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 상황하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양과 질의 정보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의 전달 방식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사실의 가감 없는 공유보다는 긍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세련된 설득 방식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특정 구성원을 좌절시키거나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형 3. 위기 극복이 절박한 기업(국면 전환)
불황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기업은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불황 타개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도, 생존 자체가 어려운 기업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과 같은 비상 수단을 강구해야만 하는 기업들이 바로 이런 기업들일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된 구조조정은 조직의 성장을 장기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76년 설립된 애플은 초기 높은 기술 역량을 가진 혁신적인 인재들로 이루어진 창의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나 1985년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네 차례에 걸쳐 인력 감원을 실시했다. 그런데 당시 감원 정책은 직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예컨대, 어떤 직원들은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프로젝트를 일부러 지연시키기도 했다. 결국 인력의 손실에 더해진 열정의 소멸은 장기간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오랜 기간 동안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아무리 불황일지라도 구조조정과 같은 특단의 조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할 수 밖에 없는 비상 대책이라면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고하고 일관된 원칙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먼저 기업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에게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예컨대, GE는 평소에도 ‘글로벌 No.1 or 2’ 와 같은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어도 회사의 핵심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공유, 평가나 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분명한 원칙을 정립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GE의 경우와 달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황의 한파 속에서 급격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996년 AT&T에서 분사한 루슨트 테크놀로지도 2000년대 초 통신업계 불황으로 절대 절명의 위기에 놓인바 있다. 회사는 당시 사업 매각, 아웃소싱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직을 축소하면서 10만 여명이던 직원이 6만 여명까지 감소했지만, ‘사람부터 짜르겠다’는 식의 인력 감원은 최대한 막았다고 한다.
만일 ‘전체 대비 몇 % 인력을 잘라야 한다’는 숫자 놀음 식의 비상대책이라면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기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평판만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부도나 도산 직전에 M&A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서 P&G가 구성원들을 대하는 자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G를 떠나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매년 열리는 ‘P&G 퇴직자 사우회 모임’에 짧게는 1년 전부터 길게는 30년도 더 전에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회사가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을 비용이 아닌 자산이자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성원들에 대한 감성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또한 회사가 원하지 않더라도 불황기에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되는 기업들은 적어도 구성원들에 대한 감성 관리에 그 어느 때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CEO들 역시 구조조정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종업원의 사기저하를 꼽고 있다(<표 3> 참조). 한번 꺽인 사기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의미심장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학자들도, M&A나 구조조정 등으로 동료들을 떠나 보낸 남은 구성원들 가운데 사기와 조직 로열티 저하, 체념과 불안감 등이 교차하는 소위 ‘생존자 신드롬(Survivor Syndrome)’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이 새롭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는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충성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Ⅲ. 위기에 더 빛을 발하는 HR의 모습
기업의 전략에 따라 불황기 인사관리 포인트는 바뀔 수 있지만 HR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역할과 과제는 바뀌지 않는다. 전사적 시각의 견지, 현장 중시 자세, 내부귀인적 커뮤니케이션 태도, 컨틴전시 플랜 재정비 등이 가장 중요한 불황기 HR의 역할 및 과제이다.
첫째, HR은 조직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HR은 평소보다 자주 경영진과 조직에 대해 협의하게 되고, 중요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도 많아진다. 따라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CEO의 가치관과 철학을 빨리 흡수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HR은 사업적 성공에 기여할 때 그 가치가 더해지므로 사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보다 예민해져야 한다. 인적자원 관리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브 울리치 교수가 HR의 과제에 대해 ‘외부 사업 환경 이해(Knowing External Business Realities)’를 가장 먼저 꼽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불황기일수록 사업 현장에 대한 관심을 배가하여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HR 시스템 컨설팅 회사인 E.L.골드버그(E.L.Goldberg & Associates)의 설립자인 골드버그는 불황기 HR부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현장 관리자에게 질문하라. 사업 담당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호기심을 갖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과 전략을 이해하려면 일선 관리자와 자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비용 절감과 같이 실행 가능성이 중요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나온다. 미국의 텍사스 상업은행(Texas Commercial Bank)은 1990년대 초 걸프전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순회 진단팀을 운영하였다. 진단팀은 수천 명의 종업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직원과 고객을 가장 화나게 하는 제도를 찾았다. 이를 통해 회사는 당초 세웠던 목표를 두 배나 초과하는 1억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업문화 컨설팅 전문 회사인 컬쳐싱크(Culture Sync)의 데이브 로건은 “불황기 불필요한 소문의 역효과를 방지하는 데에는 직원들이 조직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를 듣고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해 주는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의례적인 실행이나 현장 점검 차원의 형식적 접근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태도일 것이다.
셋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만 돌리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특히 CEO의 메시지를 조직에 잘 전파하는 Top-down식 소통에서 외부귀인(外部歸因)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소한 조직 내부의 어려움까지도 시장환경의 악화나 고객의 감소와 같은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의 위기 극복 의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차라리 종업원들이 경영진의 실수로 인해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여기는 것이 위기 극복에 더 도움이 된다” 라고 말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설립 초기 컨티넨탈 등 기존 항공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하였다. 가중된 자금난으로 총 네 대였던 비행기 중 한 대를 매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동요하는 직원들에게 당시 CEO였던 허브 켈러허는 위기의 책임을 경쟁사에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 주자로 소송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3대의 비행기로 4대일 때 계획하였던 운항 횟수를 감당해낸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 결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이끌어내어 회사는 재이륙 시간(Turnaround)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넷째, HR 컨틴전시 플랜의 정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미 위기에 부닥친 기업이라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컨틴전시 플랜의 중요성은 덜해지지 않는다. 계획에는 갑작스런 자금 압박이나 사업의 철수 등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시나리오가 포함되어야 한다. 얼마 전 방한하였던 베인&컴퍼니의 존 스미스 대표는 “불황기에 실패 기업이 보이는 가장 흔한 잘못은 비상 대책 없이 공포에 휩싸여 움츠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1993년에 이미 폭탄 테러 공격을 경험한 바 있다. 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이 사건을 계기로 준비하였던 컨틴전시 플랜 덕분에 항공기 충돌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테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 사례의 교훈을 다시 한번 명심할 때이다.
< 참고문헌 >
Alison Beckett, ‘Thought leadership preparing for a downturn’, www.egonzehnder.com, 2008
‘Human Resources Executives see tight hiring market despite economic downturn’, www.findarticles.com, 2008
Lindsay Blakely, ‘How to manage your team in a downturn’, www.bnet.com, 2008
- LG Business Insight 1020
Ⅰ. 불황기에 더 주목받는 HR
최근 미국發 금융 시스템 붕괴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는 우리나라 경제에 또 다시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IMF 위기를 극복한 지 10여 년 만에 다시금 찾아온 위기는 실물 경제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여건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에서 주목 받는 부서가 하나 있다. 바로 인사(HR: Human Resource) 부서이다. 조직의 위기는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주므로 사람을 다루는 HR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IMF를 경험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불황이 정리해고와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도 HR이 주목받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불황과 같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전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IMF 위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이 깨달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경영 여건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감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행처럼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던 IMF 시절을 생각해 보라. 퇴출된 사람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고, 살아남았던 직원들마저 갑작스러운 된서리에 모두가 움츠러들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IMF 위기가 지나고 때마침 벤처붐이 일자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인재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 이후 기업들은 인적 역량 회복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했다. 이처럼 불황기 인사관리의 실패는 조직 역량을 약화시키고 기업문화를 파괴한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의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시 불어 닥치는 불황의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HR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사관리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본 고에서는 기업의 유형별로 핵심이 되는 인사관리 포인트와 함께 불황기 HR의 역할과 과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Ⅱ. 기업 유형별 인사관리 포인트
HR 전략의 초점은 사업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는 기업마다 감도가 같지 않기 때문에 불황 대응 방식도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인사관리의 포인트 역시 조직의 불황 대응 방식에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01년 IT 버블 붕괴로 인한 불황기에 오히려 R&D 예산을 증액하는 공격적 경영을 하였다. 이에 상응하여 기술 인력의 적극적인 확보가 인사관리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다. 반면, IMF 위기 때 우리나라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었으며 생존을 위한 인력 감원이 인사관리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다면 불황기를 극복하는 기업의 다양한 유형별로 이에 알맞는 인사관리의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 보자(<표 1> 참조).
유형 1. 적극적으로 사업확대가 가능한 기업
기업에 따라서는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거나, 혹은 핵심역량에 대한 과감한 투자만이 불황 극복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불황기를 인적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여 회사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사 대비 역량 차이를 벌리고 호황기에 비약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도요타의 와타나베 사장은 “모든 비용을 줄여도, 기술개발비는 절대 줄이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도요타의 한 고위임원은 10년 뒤 도요타는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말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동차 신기술 개발은 하루가 달리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따라잡는 게 점점 불가능해진다. 이번 금융위기로 대부분 자동차회사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도요타의 선두 지위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활용하는 경우 외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공격적 투자만이 유일한 위기 극복 대안이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네바다州에서 1999년 설립된 재포스(Zappos)는 신발류 전자 상거래 전문 회사이다. 창업 초기인 2000대 초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몰린 재포스는 불황 탈출을 위해 비용 절감과는 거리가 먼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회사 매출의 25%를 공급업체 관리 시스템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백만 개가 넘는 아이템 전부를 각각 8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략이었지만 주문 내용에 맞는 상품의 적시 입고와 다양한 이미지 제공을 통한 고객 니즈의 충족이 가장 핵심적인 불황 탈출의 열쇠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장 모사이어는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 서비스를 비용으로 보지만 우리는 투자이자 생존의 유일한 길로 본다”라고 말한다.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현재 재포스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알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공격적인 확대 경영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기업이 주목해야 할 인사관리 포인트는 무엇일까?
‘인력’ 이 아닌 ‘인재’ 확보에 초점
흔히 불황기는 고용 사정이 악화되므로 인재 확보가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채용 아웃소싱 전문 기업인 하이리언(Hyrian)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HR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확보는 신입 사원급을 제외하면 불황기라고 더 쉬워지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하이리언의 CEO인 다니엘 솔로몬은 “실업률과 급여 통계로 인재 확보의 여건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종과 직무에 따라 인재 시장의 사정이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동일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IT, 마케팅, 판매, 엔지니어링, 재무 분야 인력은 불황기에 오히려 프리미엄이 더 붙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기에는 보다 신중한 확보 대상 인재의 설정과 검증이 요구된다.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기회 손실이 호황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호황기에 비해 불황기는 기업의 채용 예산이 보다 타이트해지기 쉽다. 따라서 검증된 경력 사원 중심으로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잠재력 있는 신입 사원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우선 순위를 분명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경력 사원 중심의 확보 전략이라면 채용시 인재 검증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채용대상자가 기업의 여건 악화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노동 시장에 나온 인재인지, 역량 미달로 조직에서 떠밀려 나온 인재인지를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국의 제약 개발 회사인 아이시스(Isis Pharmaceticals)는 평소 생명공학 업계의 우수 과학자에 관심을 두고 상시 인재 모니터링을 한다. 불황기가 오면 장기간 관찰한 결과가 긍정적인 대상자에 한해 장기 근무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아이시스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검증된 인재를 확보하는 데 불황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이다.
반면, 신입 사원 채용의 경우 불황기라는 거친 시기를 인력 조기 육성의 좋은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용하다. 어려운 시기에 현장에서 단련된 직원은 높은 로열티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어 호황기에 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Insurance)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캠퍼스 채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취업 열망이 강한 졸업생들을 선별하여 훈련시킴으로써 열정과 능력을 잘 활용하는 데 정평이 나있다.
불황기에도 인재 단속의 끈을 놓지 마라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인재 유지는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부 인재에 대해 ‘불황기에 다른 데 갈만한 곳도 없을 텐데 뭐, 적당히 관리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순진한 오판이다. 얼마 전 한 프로야구 선수의 예상 외의 이적 사건이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관심 소홀로 인한 인재 유출이 조직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던 사례였다.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인재는 조직에 대한 애정을 거두기 마련이다. 이들은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헤드헌터들의 말 한마디에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난다. 고성과 인재들은 불황에 상관없이 경쟁사들의 표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인재 유출이 회사의 공격적 경영 전략을 발목잡지 않도록 내부 인재에 눈길을 한번 더 돌려볼 필요가 있다.
강점을 강화하는 교육 훈련
패스트푸드 업종과 같이 불황기가 성장에 유리한 기업은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북유럽 맥도널드의 HR 책임자인 페어허스트는 “회사 성공의 열쇠가 직원들의 고객서비스 역량에 있다는 확신으로 연간 천오백만 프랑의 직원 교육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라고 말한다. 고객서비스 역량의 강화에 대한 투자를 불황 극복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는 것이다.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위기 극복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육성(OJT: On the Job Tranining)이 효과적이다. 불황기를 경험하지 못한 현장 관리자들을 경험 있는 선배와 코칭 또는 멘토링 형태로 짝을 지워 주고 서로 교류하게 하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인재 교육 협력사인 컨코스 인스티튜트(Concourse Institute)의 사장 타마라 에릭슨은 “불황기에는 평소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육 훈련의 실행이 용이하다” 라며 불황기를 관통하는 인재 육성 과정을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술(Art)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직 확대에 따른 異문화 충돌 대비
마지막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기업에게 M&A 등 조직 융합을 준비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인사관리 포인트이다. 늘어나는 부실 기업들을 인수하여 자산을 늘리는 전략에서는 사전에 통합 시스템 점검 및 문화적 차이 극복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HR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페린이 5백만 달러 이상의 M&A 사례를 연구한 결과 약 83%가 수익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을 분석한 2000년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의 보고서를 보면, M&A 성공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은 문화적 갈등, 핵심 인력의 유출, 생산성 감소, 의사 결정의 지체, 관리 방식의 충돌 등 주로 사람과 관련된 이슈였다. M&A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불황기에 HR 이슈에 대한 선행적 대비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HR은 이를 명심하고 사전 준비 및 지속적인 변화 관리를 포함, M&A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형 2. 현상유지가 최우선 목표인 기업
불황기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대응하기는 기업의 상황이 무리가 있지만,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현상 유지 전략이 바람직할 수 있다. 장기적 투자를 보류하고 소나기는 피하라는 속담을 따르는 것이다. 당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인사관리의 포인트도 맞추어져야 한다. 향후 재 도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는 하되 현상 유지가 불황 극복의 주 목표가 되는 것이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다
현상 유지가 관건인 기업에게는 뭐니뭐니해도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찾아 오면 비용 절감 방안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미국 주요 기업의 HR 전문가를 대상으로 관심 이슈를 조사한 결과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상대적 호황기였던 1999년에는 인재 확보가 제 1순위 관심 이슈였지만 IT 버블 붕괴가 시작된 2001에 들어서자 복리후생 비용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HR 비용은 복리후생비 등의 간접인건비와 임금과 같은 직접인건비로 나누어진다. 간접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는 먼저 제도, 정책, 업무 프로세스 등에 대한 조정 및 축소 가능성이 타진되어야 한다. 이 때 조직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을 두 축으로 하는 매트릭스를 적용할 수 있다(<그림> 참조).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은 제도는 당연히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조직에 영향도 크다면 노조와의 협의 등을 통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기업에 실제적인 비용 부담이 되는 것은 대부분 임금을 포함한 직접 인건비이다. 이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수당 축소와 같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소극적인 방법에서부터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무급휴직제, 인력재배치, 임금피크제, 워크셰어링(work sharing) 등과 같은 제도는 불황기 위기를 맞는 기업일수록 실행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표 2> 참조).
한편, 비용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적은 비용을 아끼려다 눈에 안 보이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가 되면 구성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나 기념일 축하 제도 등을 무턱대고 폐지하다 조직에 대한 불만만 증폭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불황기를 기회로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겠다는 자세는 위험하다. 비용 절감에 성공해도 직원들의 마음을 잃는다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꼴이 된다. 비용 절감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재 유지 전략의 초점 변화
재무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게 인재 유지는 금전적 보상 방식이 아닌 획기적인 대안이 요구되기도 한다. 댐을 막는 형태의 기업 중심적 인재 유지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시장 중심적 인재 유지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댐의 수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물줄기의 방향과 스피드를 조절하는 것이다. 기업이 극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유지해야만 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수문을 굳게 닫아야 한다. 반면 짧게 혹은 일정한 기간에만 필요한 인력이라면 수문을 적절히 조정하여 필요한 기간에만 활용하면 된다. 전혀 유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인력에 대해서는 수문을 활짝 열어 두면 된다.
시장 중심적 인재 유지에서는 관심의 초점이 이직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언제', '어떻게 떠나 보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따라서 주요 포지션의 승계 계획이 보다 중요해진다. 현상 유지가 불황 극복 전략인 기업일수록 인재 이탈에 따른 공백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경영컨설팅 기업 왓슨 와이어트의 컨설턴트 타란텔로는 “불황기 위기가 예상되는 기업일수록 주요 포지션의 후계자 승계 계획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비금전적인 리텐션 방안으로 인간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없어질 수 있지만 동료와의 관계는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 동호회나 스터디 그룹, 멘토링 등 적은 비용으로 구성원들간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 수 있는 활동들은 불황이라는 이유로 쉽게 축소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업무 범위나 자율권을 확대시켜 주는 것도 돈을 들이지 않는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인력 재배치를 통한 자원 활용도 제고
미국에서는 매년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에게 ‘블루칩 엔터프라이즈’라는 상을 수여한다. 1990년대 초 불황기에 이 상을 수상한 중소기업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여행사 몬트로즈 트래블(Montrose Travel)이다. 당시 걸프전 등에서 비롯된 불황으로 많은 여행사들이 도산하는 등 여행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몬트로즈 트래블은 경쟁사들이 위기에 반응하기도 전에 수익성 없는 거래를 과감하게 끊고 영업 역량이 있는 인력을 발굴하여 판매 부서에 재배치하였다. 아울러 관리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판매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및 보상 제도를 개선하였다. 그 결과 회사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사례에서 보듯 인력 재배치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인위적 감원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선 호황기를 맞아 채용 및 교육 훈련에 들어가야 할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게 해준다. 동시에 숙련된 인력으로 남보다 빨리 호황기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또한 조직을 위기 대응형 체질로 바꾸어 주는 효과도 있다. 자연스럽게 양성된 멀티 플레이어들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조직 대응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효과 위주의 보상 시행
비상 상황에서는 습관적으로 주어지는 보너스 등 인센티브 제도를 효과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기였던 2001년 야후의 사례를 보자. 당시 HR 책임자로 임명된 리비 사틴은 가장 먼저 보너스 제도부터 개선하였다. 전 직원에게 직급에 따라 주어지는 대규모 보너스를 없애는 대신 별도 기준으로 선발된 15~20여 명 또는 팀에게 그 재원을 활용하는 수퍼스타 상(Superstar Awards)을 만들었다. 선발된 수상자들의 업적이 다른 직원들에게 잘 알려지도록 하는 데에도 특별히 신경을 씀으로써 이 제도는 다른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특정 직무에 대해 업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비금전적 보상 방안이 될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결과 중심 근무 환경(Result-Only Work Environment)’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경우 불황기로 인해 주당 평균 2.5일을 재택 근무케 하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원유값 인상으로 가중되었던 직원들의 차량유지비 부담을 연간 1천 7백 달러까지 감소시켜주기도 하였다.
전략적인 정보 전달
현상 유지가 목표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 분위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보의 전달, 즉 종업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종업원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는 좋지 않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명한 정보 공개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관심도 없을 사소한 정보 하나에도 분위기가 위축된 조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기 쉽다. 자칫하다가는 예기치 않은 억측과 루머로 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 상황하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양과 질의 정보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의 전달 방식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사실의 가감 없는 공유보다는 긍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세련된 설득 방식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특정 구성원을 좌절시키거나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형 3. 위기 극복이 절박한 기업(국면 전환)
불황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기업은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불황 타개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도, 생존 자체가 어려운 기업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과 같은 비상 수단을 강구해야만 하는 기업들이 바로 이런 기업들일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된 구조조정은 조직의 성장을 장기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76년 설립된 애플은 초기 높은 기술 역량을 가진 혁신적인 인재들로 이루어진 창의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나 1985년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네 차례에 걸쳐 인력 감원을 실시했다. 그런데 당시 감원 정책은 직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예컨대, 어떤 직원들은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프로젝트를 일부러 지연시키기도 했다. 결국 인력의 손실에 더해진 열정의 소멸은 장기간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오랜 기간 동안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아무리 불황일지라도 구조조정과 같은 특단의 조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할 수 밖에 없는 비상 대책이라면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고하고 일관된 원칙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먼저 기업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에게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예컨대, GE는 평소에도 ‘글로벌 No.1 or 2’ 와 같은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어도 회사의 핵심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공유, 평가나 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분명한 원칙을 정립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GE의 경우와 달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황의 한파 속에서 급격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996년 AT&T에서 분사한 루슨트 테크놀로지도 2000년대 초 통신업계 불황으로 절대 절명의 위기에 놓인바 있다. 회사는 당시 사업 매각, 아웃소싱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직을 축소하면서 10만 여명이던 직원이 6만 여명까지 감소했지만, ‘사람부터 짜르겠다’는 식의 인력 감원은 최대한 막았다고 한다.
만일 ‘전체 대비 몇 % 인력을 잘라야 한다’는 숫자 놀음 식의 비상대책이라면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기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평판만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부도나 도산 직전에 M&A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서 P&G가 구성원들을 대하는 자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G를 떠나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매년 열리는 ‘P&G 퇴직자 사우회 모임’에 짧게는 1년 전부터 길게는 30년도 더 전에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회사가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을 비용이 아닌 자산이자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성원들에 대한 감성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또한 회사가 원하지 않더라도 불황기에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되는 기업들은 적어도 구성원들에 대한 감성 관리에 그 어느 때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CEO들 역시 구조조정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종업원의 사기저하를 꼽고 있다(<표 3> 참조). 한번 꺽인 사기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의미심장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학자들도, M&A나 구조조정 등으로 동료들을 떠나 보낸 남은 구성원들 가운데 사기와 조직 로열티 저하, 체념과 불안감 등이 교차하는 소위 ‘생존자 신드롬(Survivor Syndrome)’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이 새롭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는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충성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Ⅲ. 위기에 더 빛을 발하는 HR의 모습
기업의 전략에 따라 불황기 인사관리 포인트는 바뀔 수 있지만 HR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역할과 과제는 바뀌지 않는다. 전사적 시각의 견지, 현장 중시 자세, 내부귀인적 커뮤니케이션 태도, 컨틴전시 플랜 재정비 등이 가장 중요한 불황기 HR의 역할 및 과제이다.
첫째, HR은 조직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HR은 평소보다 자주 경영진과 조직에 대해 협의하게 되고, 중요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도 많아진다. 따라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CEO의 가치관과 철학을 빨리 흡수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HR은 사업적 성공에 기여할 때 그 가치가 더해지므로 사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보다 예민해져야 한다. 인적자원 관리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브 울리치 교수가 HR의 과제에 대해 ‘외부 사업 환경 이해(Knowing External Business Realities)’를 가장 먼저 꼽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불황기일수록 사업 현장에 대한 관심을 배가하여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HR 시스템 컨설팅 회사인 E.L.골드버그(E.L.Goldberg & Associates)의 설립자인 골드버그는 불황기 HR부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현장 관리자에게 질문하라. 사업 담당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호기심을 갖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과 전략을 이해하려면 일선 관리자와 자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비용 절감과 같이 실행 가능성이 중요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나온다. 미국의 텍사스 상업은행(Texas Commercial Bank)은 1990년대 초 걸프전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순회 진단팀을 운영하였다. 진단팀은 수천 명의 종업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직원과 고객을 가장 화나게 하는 제도를 찾았다. 이를 통해 회사는 당초 세웠던 목표를 두 배나 초과하는 1억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업문화 컨설팅 전문 회사인 컬쳐싱크(Culture Sync)의 데이브 로건은 “불황기 불필요한 소문의 역효과를 방지하는 데에는 직원들이 조직에 대하여 생각하는 바를 듣고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해 주는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의례적인 실행이나 현장 점검 차원의 형식적 접근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태도일 것이다.
셋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만 돌리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특히 CEO의 메시지를 조직에 잘 전파하는 Top-down식 소통에서 외부귀인(外部歸因)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소한 조직 내부의 어려움까지도 시장환경의 악화나 고객의 감소와 같은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의 위기 극복 의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차라리 종업원들이 경영진의 실수로 인해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여기는 것이 위기 극복에 더 도움이 된다” 라고 말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설립 초기 컨티넨탈 등 기존 항공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하였다. 가중된 자금난으로 총 네 대였던 비행기 중 한 대를 매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동요하는 직원들에게 당시 CEO였던 허브 켈러허는 위기의 책임을 경쟁사에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 주자로 소송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3대의 비행기로 4대일 때 계획하였던 운항 횟수를 감당해낸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 결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이끌어내어 회사는 재이륙 시간(Turnaround)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넷째, HR 컨틴전시 플랜의 정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미 위기에 부닥친 기업이라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컨틴전시 플랜의 중요성은 덜해지지 않는다. 계획에는 갑작스런 자금 압박이나 사업의 철수 등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시나리오가 포함되어야 한다. 얼마 전 방한하였던 베인&컴퍼니의 존 스미스 대표는 “불황기에 실패 기업이 보이는 가장 흔한 잘못은 비상 대책 없이 공포에 휩싸여 움츠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1993년에 이미 폭탄 테러 공격을 경험한 바 있다. 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이 사건을 계기로 준비하였던 컨틴전시 플랜 덕분에 항공기 충돌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테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 사례의 교훈을 다시 한번 명심할 때이다.
< 참고문헌 >
Alison Beckett, ‘Thought leadership preparing for a downturn’, www.egonzehnder.com, 2008
‘Human Resources Executives see tight hiring market despite economic downturn’, www.findarticles.com, 2008
Lindsay Blakely, ‘How to manage your team in a downturn’, www.bnet.com, 2008
- LG Business Insight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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