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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8. 05:28
원칙을 벗다, 혁신을 입다

솔직히 말하면, 그 유명한 게리 해멀(Hamel) 교수의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세계적 경영 대가(guru) 중에서도 넘버원'으로 뽑았다는 그가 Weekly BIZ와의 인터뷰(11월 22일자)에서 내놓은 분석을 읽으면서 말이다. 큰 화제를 뿌린 이 인터뷰에서 그는 "혁신에도 급(級)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장 밑바닥은 운영 혁신(operation innovation)이고, 그 위는 제품 혁신(최첨단 제품 개발), 그 위는 비즈니스 혁신(인맥 구축 사이트처럼 전혀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 구상), 그 위는 업계 구조 혁신(아이팟처럼 업계 전체를 뒤집는 혁신)입니다."

여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는 "혁신 사다리의 꼭대기에는 '관리 혁신(management innovation)'이 있다"는 게 아닌가? 직원들의 시간 활용, 의사 결정 구조, 조직 구성 등 사람 관리와 관련된 혁신 말이다.

아니 기껏 사람 관리를 혁신한다는 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내거나 업계를 뒤집어놓는 혁신보다도 더 윗자리를 차지한단 말인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해멀 교수는 이 '관리 혁신'을 실증(實證)해내는 대표적 기업으로 'W. L. 고어(Gore)'를 꼽았다. 특수 등산복 소재로 흔히 쓰이는 고어 텍스의 제조사로 유명한 회사다.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는 이 회사에 있을 것 같았다. 테리 켈리(Kelly·사진) CEO를 인터뷰하러 미국 델라웨어주로 날아갔다.

뉴어크(Newark)시 본사 인근의 전시관 건물에서 만난 올해 47세인 켈리 대표는, 180㎝ 가까운 장신과 금발과 활달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손을 잡는 악력이 웬만한 남자보다 강했고, 1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아홉 번 폭소를 터뜨렸으며, 말의 속도가 빨랐다. "대화를 많이 하기 위해서 말이 빠르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11년 연속 '일하고 싶은 기업' 최상위권에 오른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W. L. Gore & Associates'. 직역(直譯)하자면 '고어와 동료들'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조직은 상사나 부하가 없는 완전 수평 조직이어서, 모두가 '동료(associate)'로 불린다. 거의 모든 직원의 명함에는 이름 밑에 'Associate'라는 직함만 씌어 있다. 2005년 이 회사 CEO가 된 켈리 대표도 "법률적 필요 때문에 회사 바깥에서 CEO로서 회사를 대표할 뿐, 회사 내부에서는 나도 동료"라고 말한다.

켈리 대표에게 "이 회사에는 없는 게 그렇게 많다는데 무엇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직위도, 서열도, 권위도, 보스도, 관리자도, 피고용인도, 표준화된 고정 업무도, 지시도 없다"고 대답했다.

"참, 직원 수 200명이 넘는 큰 공장도 없네요. 너무 큰 공장, 너무 큰 조직에서는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개인과 대화 존중의 문화가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규모를 조절하지요."

왜 이런 조직이 생겼을까? 이런 조직이 제대로 굴러는 갈 수 있을까? 굴러는 가더라도 과연 성과를 낼 수는 있는가? 호기심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독특한 형태의 조직은 왜 생겼나요?

"모든 게 '카풀(car pool)' 덕분이지요.(웃음) 우리 회사 창립자인 빌 고어(Gore)는 듀폰에 다니던 화학 기술자였는데, 대기업의 권위주의와 상하관계 때문에 창의성이 꽃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1957년쯤 빌은 '사람들이 명령의 사슬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순간은 동료들끼리 카풀을 할 때'란 사실을 발견했어요. 상사와 부하라 하더라도 동료 차에 합승해서 출퇴근할 때는 조직과 관계를 떠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새로운 에너지와 헌신과 아이디어도 넘쳐나더라는 겁니다. 또는 회사가 위기에 처해서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가동시킬 때에도 비슷하게, 쓸데없는 규칙과 관계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논의와 진전을 하더라는 겁니다.

빌은 '왜 카풀을 해야만, 혹은 위기가 닥쳐야만 비로소 자유롭고 생산적인 대화를 할까' 하는 의문을 '직급과 직함과 상하관계를 집어던지면 매일매일 대화와 에너지와 헌신이 흐르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대안(代案)으로 발전시킨 겁니다."

빌 고어(Gore)는 정확히 50년 전인 1958년, 이 대안을 실천으로 옮겼다. 승진을 앞두고 있던 그는 듀폰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부인 비에브 고어와 함께 고어사를 설립했다. 그는 당시 유명한 경영학자 맥그리거(McGregors)의 'Y 이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런 독특한 조직을 만들었다.

맥그리거의 'Y 이론'이란 한마디로 '성선설(性善說)'이다. 인간은 오락이나 휴식뿐 아니라 자존(自尊)과 헌신(獻身)에 대해서도 본성적으로 욕구가 있으므로, 자발적으로 일할 마음을 갖게 하면 능력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의 'X 이론'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므로,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통제와 명령과 상벌(賞罰)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W.L.고어는 미국에서 'Y 이론'이 가장 극적으로 꽃을 피운 기업으로 꼽힌다.

■혁신과 창조는 카오스(chaos)에서 싹튼다

―정말 보스가 없고 조직이 없나요? 믿어지지 않는데….

"정말 없습니다. 표준화된 고정 업무도 없어요. 모든 동료들은 프로젝트 기반으로, 그때그때 팀을 만들어 일하죠. 좋은 아이디어가 생긴 동료가 제안하고, 이에 동조하는 동료들과 팀을 만듭니다. 굳이 말하자면 팀 전체가 보스인 셈이죠."

―이를테면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필요하지 않나요?

"우리는 그런 직함을 부여하면 그 사람을 상자 안에 가두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직함이 그 사람의 능력에 불필요한 한계를 지우고, 또 불가피하게 권위나 통제를 불러일으킨다고 봅니다. 물론 CFO의 역할은 필요하지요. 그래서 우리 회사에는 대신 '재무적 성공에 집중적으로 헌신하는 동료'가 있을 뿐입니다.(웃음) 말장난이 아닙니다. 이 동료는 결코 재무 조직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와 차이가 있지요. 이 동료도 개인을 기반으로, 우리 회사 문화에 맞게 일하는 겁니다."

―유토피아 같군요. 그런 경영이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물론 우리가 매우 조화롭게, 부드럽게 일을 한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죠. 동료들의 관점과 생각이 처음에는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동적인 팀 회의를 보면, 심지어 아이디어를 놓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웃음) 국외자가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결정에 이르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따져보면, 이 시스템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훨씬 더 창조적입니다. 더 많은 상호 이해와 컨센서스를 통해 진정한 하나의 팀으로 뭉치고 나면, 훨씬 더 많이 헌신하고 훨씬 빨리 움직입니다.

만약 창조와 혁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기업이라면, 그런 계량된 효율성을 따지라고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창조와 혁신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우리의 문화가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직원들이 오히려 전문성을 키우지 못할 것 같은데요.

"틀렸습니다. 바로 그 점이 많은 기업들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우리 회사의 약점이 아니라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업무가 너무 엄격하게 분리돼 있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거기에 함몰됩니다. 우리는 유연한 팀을 기반으로 일하니까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최고의 혁신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최고의 혁신은,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혁신은 '다른 관점'과 '독특한 시각'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구성된 팀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과정에서 혁신과 창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의료사업 부문에서도 의료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동료보다는, 관련 지식이 없는 동료들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가 훨씬 많이 나오고 큰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나는 우리와 같은 환경과 조직이 훨씬 많은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가져다 주며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스에 갇히면 모든 게 끝"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유명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세계 최고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이 컴퓨터에 자신의 반도체가 내장됐음을 표시해 브랜드를 키운 마케팅)'란 전략이 사실은 고어 텍스를 흉내낸 것이라면서요?

"조사 잘했어요.(웃음) 인텔이 따라 한 거 맞아요. 시기적으로 봐도 우리가 의류 소재인 '고어 텍스'를 브랜드화했던 전략이 훨씬 앞서지요. 그런데 바로 여기서도 '비전문가의 신선한 시각'이 기여를 한 겁니다. 우리 회사 창립자인 빌 고어는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었지요. 그래서 '원료 제조사는 그저 납품받는 회사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당시의 고정 관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겁니다. 덕분에 원료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생산품에 대한 소유 의식과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나서는, 창조적이고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울 수 있었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박스에 갇히면 모든 게 끝입니다. 우리 조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면에서 박스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게리 해멀 교수는 "상자 속에 갇힌 '꿀벌'들이 아니라, 놀라운 혁신을 이루는 '게릴라'들이 충만하도록 만들어야 최고로 효율적인 조직이 된다"고 충고했는데, 고어는 한참 전부터 이를 실행에 옮겨오고 있었던 셈이다.

―이 인터뷰를 읽는 한국의 CEO들은 매우 흥미를 느끼겠지만, 본인 회사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주의해야 할 점은 고어 문화의 한두 조각만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웃음) 고어 시스템이 전체로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잘 보고 판단해야죠. 우선 동료들에게 강력한 가치를 부여하고 강하게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동기가 부여되고 제대로 일을 합니다. 많은 회사의 리더는 그저 영향력을 틀어쥐고 통제만 하려고 급급하는데, 그런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 리더십이 확 달라져야 합니다. 힘을 넓게 배분한 후, 리더가 카오스(chaos)와 다양한 관점을 잘 참아내야 합니다. 참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관리하면 정말 카오스가 되니까….(웃음) 하긴 저도 가끔은 우리 회사가 진짜 카오스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웃음)"

■가장 좋은 인센티브는 '인정'

―가장 좋은 인센티브나 동기 부여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단순한 돈,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자신이 가치 있는 기여를 하고 있으며, 동료들이 그것을 인정해준다는 사실에서 크게 보상받습니다."

실제로 고어의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보다는 업계 평균 수준에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1998년부터 11년 연속 2~15위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우리의 보상 시스템도 독특합니다. 우리는 동료들의 평가로 연봉을 결정합니다. 전통적 기업들은 주로 한두 명의 상관이 실질적으로 연봉을 결정하지요. 슬프게도 상관들은 직원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회사는 CEO인 저조차도 동료들의 회의를 거쳐 보수가 결정됩니다."

하긴, 그가 2005년 CEO로 선정된 것도 수십명의 주요 직원 설문을 통해서였다.

"또 우리는 훌륭한 발명과 혁신을 내놓는 엔지니어들을 특별하게 대우합니다. 많은 기업에서 성공에 이르는 거의 유일한 길은 관리자가 되어 많은 인원을 거느리는 것이지만, 우리 회사는 발명과 혁신에 기여한 사람들도 매우 높이 보상합니다. 연공서열이나 직함이나 관리자가 따로 없으니까요."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 위기는 얼마나 갈까요? 고어에게도 타격이 있지요?

"각종 지표를 볼 때 최소한 앞으로 1년 반은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게 명백합니다. 우리는 내년 4월에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 1년이 험난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게는 위기보다는 기회의 측면이 더 많아요.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고, 그래서 더욱 도약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날씨는 고어 텍스를 위해 더 없이 훌륭합니다. 여름에 매우 덥고 겨울에 매우 춥고….(웃음) 한국의 소비자들은 가치와 품질, 브랜드와 기능을 매우 균형적으로 평가해주는, 매력적인 소비자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우리는 한국의 뛰어난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분위기는 한국인의 기질과 잘 맞는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한국의 탁월한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 와서 동료로서 꿈을 나누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켈리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궁금증은 풀리고 있었다. 결국 다른 혁신은 혁신의 '결과물'들이었지만, '관리 혁신'이란 혁신을 끊임없이 뿜어낼 수 있는 '원천 기술 탑재'의 다른 표현이었다. 당연히 혁신의 최고봉은 관리 혁신이 될 수밖에 없었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26/2008122600762.html

고어社 - 땀 배출 원단 고어텍스로 유명 '일하고 싶은 기업' 11년간 상위

최고급 등산복 등에 쓰이는 특수 원단인 고어 텍스(Gore-tex)로 유명하다. 1958년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 빌 고어 부부에 의해 설립됐다. 미국,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전 세계 45개 지역에 회사가 있으며, 8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고어 텍스는 물방울의 2만분의 1, 수증기 분자의 700배인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어, 외부의 빗물은 차단하고 내부의 땀을 배출하는 원단으로 유명하다.

잘 알려진 섬유 사업 이 외에도, 이 회사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e-PTFE'라는 소재를 이용해 연료 전지와 기타줄·통신장비와이어·인공혈관·케이블을 생산하며 의료와 전자, 우주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1969년 처음 달에 간 아폴로 11호에도 고어의 케이블이 사용됐다.

소재 제조 기업이지만, 'Gore-Tex: Guaranteed to Keep You Dry'란 꼬리표를 옷에 달도록 하는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널리 알렸고, 이는 1990년대에 인텔의 'Intel Inside' 전략으로 응용됐다는 분석이다.

포천(Fortune)이 매년 초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11년 연속 상위권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선정되는 모든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회사란 기록을 갖고 있다. 영국·독일·스페인·프랑스·스웨덴에서도 일하고 싶은 기업에 올랐다. 미국의 경영 전문가나 언론이 꼽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단골로 거론된다.

2004년 이후 매년 8~13%의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작년에 2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