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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1. 09:30
오늘날 사람들은 유독 ‘나와 같은 것’을 선호하고 있다. 정치인, 기업인들도 과거의 신비감, 권위주의를 벗고 대중과 공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공감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이 같은 공감 현상은 콘텐츠, 사람들의 행동 변화, 경제적 현상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본능이기도 한 공감을 새삼스럽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먼저 현대적 삶의 방식이 공감 형성의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감정적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오늘날 공감이 중요해지는 원인이다. 공감은 과거와 같이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공감 표출 행위는 경제적,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착한소비,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과 같은 개념들도 공감경제의 확대와 관련이 깊다. 공감의 컨셉은 많은 산업 영역에서 혁신과 변화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고객과의 공감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혁신, 공감형 인재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공감의 컨셉이 담긴 기술, 학문 등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로 미래 공감경제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Ⅰ. 우리 시대의 또 다른 키워드 ‘공감’ 
 
 
나와 같은 것을 찾는 사람들 
 
요즘처럼 정치인들이 눈물을 자주 보여준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여자 연예인들은 보통 사람들도 꺼리는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TV 토크쇼에서는 성형고백이 줄을 잇는다. 대기업의 CEO가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취미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직원은 물론이고, 소비자들과 격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제 별다른 뉴스감은 아니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나도 너와 같다’는 것으로 대중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신비감, 권위, 냉철함보다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나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공감의 포인트를 찾게 된다.
 
웹에서는 나와 비슷한 것,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문화를 주도한다. 웹 2.0의 대표적인 문화현상인 UCC(사용자제작콘텐츠)도 한 예다. 비전문가인 인터넷 사용자들이 손수 제작한 글, 이미지, 비디오 등은 다른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기 쉬우며, 이를 통해 빠르게 확산 및 재생산된다. 포털 사이트 뉴스에서는 기사 자체 보다 베플(베스트리플)을 먼저 확인하기도 한다. 뉴스 내용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추천한 의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웹툰의 주제로는 유독 ‘공감 가는 상황’이 자주 다루어 진다. 온라인 공간은 수 많은 ‘나’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나와 비슷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보를 찾는 모습이 훨씬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미 일상 속에서 공감은 많은 부분에 스며들고 있다. 공감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가려져 있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사회문화 영역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에서도 공감의 컨셉이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감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감의 의미는 이렇다. 주변의 공감대상(사람이나 사물, 현상 등)과 공감자(자신) 사이에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심리적 동일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이나 슬픔이 어떤 것인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더욱이 공감의 대상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무생물이나 자연현상에 대해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공감의 하나로 보는 등 공감의 대상은 다소 포괄적일 수 있다.
 
한편 공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에 뜻을 같이 하는 동의(同議)와도 다르다. 공감이라는 것이 다분히 감정적인 영역인 반면, 동의는 논리적,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또한 공감은 감성(感性)과도 차이가 있다. 이성(理性)이 아닌 오감(五感)으로 외부의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다르지만,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공감은 감성과 달리 상대와의 양방향적 소통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감 능력은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일종의 본능이다. 사람들간에는 싱크로나이즈(Interpersonal Synchronization) 작용이 있는데, 대화나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조정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의 뇌 속에 있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은 상대를 관찰할 때, 그가 특정 행동을 하면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나의 뇌가 반응하게 만든다. 이처럼 공감은 무의식 속에서도 우리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배하는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Ⅱ. 왜 지금 공감을 주목하는가 
 
 
공감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 혹은 본연의 욕구라지만,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러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정보기술로 인해 사람들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하면서, 공감하는 방법과 내용도 달라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오늘날 한사람 한사람의 공감은 과거와 같이 내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통해 다른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감 형성의 여건이 악화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학창시절 IQ(Intelligence Quotient)가 학업과 성공의 중요한 지표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IQ보다는 EQ(Emotional Quotient)가, 최근에는 SQ(Social Quotient)를 길러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이 EQ와 SQ, 즉 감성지수와 사회지수로 대별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현상은 공감이 꼭 필요한 역량임에도 사람들간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대가족, 집단 중심의 생활 환경 속에서 이 같은 능력들은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들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으며, 굳이 내놓고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생각이나 느낌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서로를 잘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활동을 공유한다. 도시의 일상은 바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진지한 관심을 가질 여유는 없다. 공감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공감의 부재는 다양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캐나다의 교육운동가 메리 고든은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등의 원인을 공감 능력의 부족 혹은 부재로 보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남의 아픔이나 기분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공감의 부재는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관계 단절과 그 원인을 같이 한다. 경제적 성장과 전통적 가치의 해체로 개인의 소외와 단절이 심화될수록 사회전체적인 공감의 과부족(過不足) 현상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공감 커뮤니케이션 확대 
 
한편 정보기술의 발전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데, 특히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을 얻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을 때 ‘^-^, -.-;, : )’ 등과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해 특정한 감정을 실어 보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미니홈피나 온라인 게시판에는 장황한 글보다는,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미지와 비디오뿐 아니라 상호작용이 편리한 플래시(Flash) 애니메이션도 중요한 도구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기 보다는 감정적 선호를 자극한다. 즉 공감하느냐 아니냐의 즉흥적 판단을 요하는 것이다. 일례로 정치 관련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에서는 격식을 갖춘 글보다는 이미지, 동영상이 공감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젊은 세대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활자로 된 신문을 잘 보지 않는 이들 세대는, 온라인 기사에서도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흥미를 잘 갖지 못한다. 대신 이들은 멀티미디어를 통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판단, 피드백을 선호한다. 조사기관 Forrester Research(2007)에 따르면, Y 세대들은 단순한 메시지, 짧은 문장과 이미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언어와 표현 등의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데, 다양한 신조어, 약어, 비속어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와 그렇지 못한 ‘너희’를 구분한다. 나와 연결된 지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확대가 갖는 의미는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나’ 중심의 세상과 공감의 힘 
 
개인 블로그에 게시된 포스팅(게시글)을 읽다 보면 ‘추천버튼 꾸욱 눌러주세요’와 같은 블로거의 부탁 아닌 부탁을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추천을 받은 포스팅은 ‘다음 뷰(Daum View)’와 같은 블로그 순위 서비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의 증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블로거의 광고수익 확대를 의미한다.
 
과거 ‘나’의 공감은 관계의 상대방 혹은 기껏해야 소규모 집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나’의 공감은 경제,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앞서 살펴본 블로그의 공감과 노출, 광고수익 프로세스와 같이 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을 통해 타인과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댓글을 읽고 클릭하는 ‘공감’ 버튼, 물건을 구매하고 누르는 ‘추천’ 버튼 등을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공감을 외부세계로 표출한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은 공감의 힘을 한층 증폭시켜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화된 기기, 서비스를 통해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공감을 표출함으로써, 초연결(Hyper-connection)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공감이 갖는 의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 2.0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Attention)이 희소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 혹은 주목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목경제’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앞으로는 공감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희소한 공감을 확보하는 것이 가치를 결정하는 ‘공감경제’가 미래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공감경제의 시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감은 정치, 문화에 가까운 개념으로, 과학이나 기업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 문화연구가 마르코 비숍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를 전망한 <두려움 없는 미래(Future comes from Crisis(2009)>라는 책에서 ‘이성의 논리학에서 심장의 논리학으로’라는 주제로 감정적 소통과 공감이 주가 되는 미래의 사회와 학문연구의 미래를 예견한다. 나아가 성장과 효율 중심의 현대 경제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Threadless T셔츠의 사례는 공감의 표현과 획득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먼저 Threadless에서는 사용자들이 제안한 T셔츠 디자인을 선정하는데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MIT는 최근 보고서에서 Threadless 사례 분석을 통해, 추천과 공감의 매커니즘이 투표라는 의사결정 요인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개별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대해 선호를 표시하는 것이 일종의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투표는 최종적으로 생산할 제품의 디자인 선정과 판매수량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한편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최종적으로 선정된 디자인을 제안한 사람에게는 상금이 주어지게 된다. 공감의 표현과 공감의 획득이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공감의 경제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Threadless와 같이 크라우드(Crowd, 대중)를 활용한 집단지성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면서, 공감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산업에서도 공감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을 받고 있는 착한소비,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 등도 공감경제의 한 단면이다. 착한소비는 판매금액의 일부가 기부되는 소비행위다. 공정무역은 비용절감보다 생산자의 생존권, 인권에 주목한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와 영리의 중간 영역에서 취약계층 등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현상은 효율과 이성에 기반한 경제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값싼 제품을 구매하는데 따르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는 새로운 경제행위인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고통, 나의 소비로 고통 받을 사람과 지구환경에 대한 공감이 이러한 새로운 경제현상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Ⅲ. 공감의 컨셉이 세상을 바꾼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공감을 활용한 사례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광고, 마케팅 분야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소비자들과의 공감대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 광고가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Impossible is nothing’으로 잘 알려진 아디다스의 광고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어린 시절과 역경, 그리고 극복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도록 해 공감을 자극했다. 여기서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공감경제가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여러 비즈니스 분야의 혁신과 변화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공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통적 틀을 깨다 
 
TV 프로그램이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도 공감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다. 단순 흥미, 신비주의 등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시청자, 팬들과 공감을 확대하는 컨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다. 국내 모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들이 단체로 합숙 여행과 게임을 즐긴다. 기존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일반 시청자들의 경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기도 했다.
 
스타들도 신비주의를 벗고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개인 홈페이지, 트위터 등을 통해 팬들과 거리를 좁힘으로써 공감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 오늘날 신세대 스타들의 모습이다. 대중문화의 첨단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변화는 ‘나와 공감할 것’을 요구하는 오늘날 소비자들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캐릭터가 너무 고맙다. 그 이후 부활 공연장 관객석이 꽉꽉 찼다. 그 전에 아무리 오라고 해도 안오던 관객이 빈자리도 없이 공연장을 메운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이 캐릭터가 ‘비웃음’의 할머니가 아니라 ‘친근감’의 할머니라는 걸.”
- 가수 김태원 인터뷰(아시아경제, 2010.4.2. 인터넷판) 중 -
 
가수 김태원은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그룹 ‘부활’의 리더로,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약하고 모자란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1980~90년대 한국 락 음악의 황금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팬들은 무게와 신비를 벗어 던진 그에게 환호한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스타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친근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제품에서도 공감이 혁신의 중요한 컨셉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혁신에도 공감의 컨셉이 숨어있다. 수년 전까지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는 스팩(기기의 성능, 재원 등) 경쟁 일색이었다.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 높은 카메라 화소 등을 소구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넘어 UX(사용자 경험)를 강조한다. 경험은 그 자체가 개인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공감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혁신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 기술전문 기고가들은 아이패드의 스팩과 기능에 몰입해있다. 이런저런 기능들이 작동하는지 말이다. 그들은 기기를 그러한 기능들의 합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은 애플의 DNA와 차이가 있다. 물론 아이패드(iPad)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일정이나 이메일을 관리하며, 웹서핑을 할 수 있다. 음악 청취, 게임 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아이패드를 받아 들었을 때, 나는 아이패드를 통해 도구(Tool)라기 보다는 사람이나 애완동물과의 관계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중략) 아이브와 그의 팀원들은 사람들이 어떤 기기를 주머니나 손에 매일 수 시간씩 지니고 있다면, 그 기기와 사용자와의 관계는 풍부하게(profound) 형성되며, 인간적이며 감정적(human and emotional)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하략)”
- TIME 2010.4.12.자 -
 
미국의 시사경제전문지 TIME에 실린 기사내용의 일부다. TIME의 평론가 레브 그로스먼(Lev Grossman)이 아이패드 공식 출시전 애플 본사를 방문해 직접 아이패드를 체험하고, 본사 인력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다.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자는 애플의 개발 컨셉을 기기와 사용자간의 인간적이며 감정적 관계, 즉 공감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4월 출시 이후 200만대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3초에 1대가 판매된다는 계산이다. 반면 아마존의 킨들 등 전자책(eBook) 단말기 및 넷북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가 될 것인지, 경험과 공감을 제공하는 기기가 될 것인지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트위터, 공감을 낚는 거대한 낚시터 
 
밤늦게 돌아온 집은 언제나 어둡고 적막하다. TV를 켰다. 흥겨운 토크쇼가 도무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에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 몇이 보인다. 키보드에 손을 가져가다 멈춘다. 다행이 냉장고에 맥주가 있다. 소파에 누워 얼마 전 구매한 스마트폰을 만지다 파랑새 어플을 클릭했다. ‘캔맥주 마시는 중. 불 꺼진 집에 들어오는 거 지겹네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공감~ 잠깐 눈물 좀 닦고.. RT …’, ‘저는 소주 *.* RT …’ 순식간에 몇몇 팔로워(follower)들의 리트윗(RT)이 화면에 올라온다. 작은 위안을 느끼며 남은 맥주를 마저 비웠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 가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밤늦게 돌아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트위터 사용자의 상황을 가상적으로 엮어본 에피소드다. 트위터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다분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주제, 내용, 형식에 관계 없이 정해진 글자수만 맞추면 된다. 시사, 정치 등 비교적 딱딱한 정보도 많지만,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소소한 내용도 그 만큼 많다. 트위터에서 리트윗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인용할 때 쓰는 약속인데, 많은 경우 어떤 트위터 메시지에 대해 공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트위터 사이트에서 “공감”을 검색해보면 ‘RT’가 포함된 검색결과를 볼 수 있다.
 
트위터는 개별 사용자의 공감과 비공감의 선택이 모여 중독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팔로우(follow), 팔로워(follower)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관계는 관계 상대자의 의사와는 관련이 없다. 내가 원하면 관계를 맺고 싫으면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이것은 상호간 동의 하에만 관계가 형성되는 여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와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다. 선호에 따라 관계를 맺고 끊다 보면, 결국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 목록은 관심있는 분야나 공감가는 내용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최적화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더욱 트위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형성과 공감의 방식은 개인주의적인 현대인들의 습성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덕분에 트위터는 2006년 3월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1억 5천만개의 계정을 확보하는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 트위터에 접속하고 있다.  
 
 
Ⅳ. 미래의 기업과 공감의 의미 
 
 
살펴본 바와 같이 공감의 컨셉은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의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공감의 경제가 가져온 변화로 볼 수 있다. 20세기 초중반만 하더라도 사회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은 환경, 평등, 인권, 지역사회와의 공존 등 비경제적 영역에 까지 관심과 책임을 강조하며, 또 사회로부터 이러한 것들을 요구 받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비즈니스 형태에 관계 없이 기업 홈페이지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이 일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CSR과 같은 활동은 비본질적, 사업 외적 성격이 강하다. 공감경제 시대의 소비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와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효율, 이윤과 같은 물질적 가치를 넘어, 공감이라는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영역의 가치를 주목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혁신 
 
기업들은 먼저 기존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공감 형성 방식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과거 공감은 좁은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관계,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연결성이 확대되는 오늘날의 공감은 장소의 제약에 관계없이, 신속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앞서 살펴본 트위터가 좋은 예다. 팔로우 하는 대상에 공감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삭제가 가능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또 다른 상대를 찾는 것이 매우 쉽다. 이는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지만, 기존 조직의 관성이나 의사결정 체계의 특성상 신속한 대응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오늘날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더욱 개인적 자기중심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참을성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기업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기업이 나와 1:1의 감정적 소통이 가능한 대상이라고 여기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는 피드백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소통의 본질은 바로 고객과의 공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감형 조직과 인재 
 
조직 및 인재 측면에서도 공감 역량은 중요하다. ‘미래는 여성의 시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경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늘어나고,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여성들의 공감 능력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생리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공감하는 능력이 강하다. 이것은 모성의 본능이다.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아기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업의 고객상담센터에는 유독 여성 상담사들이 많다. 여성들이 고객의 문제 공감할 가능성이 남성들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업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조직의 다양성이 공감 역량과 직결될 것이다. 모든 것이 전문화되고 파편화되는 오늘날 세계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이야 말로 공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휴대폰 소비자 커뮤니티를 이끌어본 중학생이 공학이나 마케팅을 전공한 대학졸업자 보다 휴대폰에 대한 기술적 문제와 사용자들과의 감정적 소통, 공감대 형성에 더 능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과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옛날 인재는 똑똑한 사람, 이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바 있다. 미래의 인재는 단순히 문제해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공감의 컨셉을 활용한 제품, 서비스 대응 
 
제품, 서비스에 공감의 컨셉을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학문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의 기술과 제품 혁신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터치스크린, 3D 디스플레이 기술 등은 임장감(臨場感)과 심리적인 몰입을 높여, 소비자 경험에 있어 공감의 수준을 극대화하려는 사례들이다. 전자기업 필립스의 경우 감성기술(Emotional Technology)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람의 신체적 상태를 추적해 심리적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빠른 심장박동과 땀, 거친 호흡 등을 센서로 감지하고 거주자가 심리적으로 흥분상태인 것으로 분석되면, 은은한 조명과 음향, 비디오 등을 자동으로 제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즉 거주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집과 거주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스마트홈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심생리학(Psychophysiology)과 같이 전자기업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심생리학은 인간의 감정과 같은 정신적인 변화가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감지하는 학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들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알고리즘(Smart Algorithms)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 1999)에서는 가사도우미 사이보그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단지 주어진 명령 안에서 기능을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그러나 점차 진화를 거듭해, 인간의 외관을 갖추고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 인간과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모든 인간이 공감하는 죽음에 대한 개념과 공포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국 그는 몇 번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자연사를 맞이하고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오늘의 사람들은 휴대폰의 UI를 통해 기기와 공감을 나누지만, 미래의 사람들은 더 폭넓은 영역에서 감정을 나누고 삶을 함께할 제품을 요구할 지도 모를 일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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