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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0. 19:20
작지만 세심한 배려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야 말로 감성 고객을 유지시키고 로열티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 대한 배려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객 관점의 사례 탐구 및 성공 기업들의 벤치마크를 통해 살펴 본다. 
 
최근 경영에서도 배려라는 키워드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배려」라는 제목의 책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고 있는가 하면, 신임 CEO가 직원들에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배려경영’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인간 관계에서나 줄곧 쓰이던 ‘배려’라는 말이 비즈니스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에 있어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조직의 내부 구성원은 물론 외부 고객을 의미한다. 아무리 경영 시스템이 탄탄하고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의 이직이 빈번하고, 고객들이 쉽게 외면하는 기업이라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다. 사람이야 말로 기업 성공의 밑거름인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고객에 대한 배려가 늘고 있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즘 히트 상품을 보면 고객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최근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활 가전 제품들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이 냉수의 온도에 대한 선호가 다른 것을 배려해 냉수 출구를 두 개로 분리한 정수가 있는가 하면, 증기 배출시 소리에 놀라는 고객을 위해 조용한 압력밥솥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끊임없이 고객을 탐구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얻거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주는 제품 사례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케팅 관점에서 ‘배려’를 떠올리면 정형화된 고정 관념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어떤 고정 관념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고객에 대한 배려를 극대화한 기업들의 사례들을 토대로 배려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를 짚어본다.
 
고객 배려에 대한 세 가지 고정관념 
 
● 고객 배려는 서비스 회사에만 해당된다? 
 
배려라는 말과 친절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같이 연상된다. 그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접점 직원들의 친절한 언행으로 배려 받는 느낌을 쉽게 전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방문 고객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강매하지 않으면서도 노련하게 접대하는 판매 직원의 모습, 불만을 제기해도 내 일처럼 극진하게 처리해주는 상담원의 모습 등을 통해 고객들은 ‘내가 배려 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고객 배려 활동이 서비스 기업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조업이나 IT업체에서도 판매 접점 및 사후 서비스에서는 물론, 제품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서도 고객에 대한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보다 친절하고, 신속하게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비단 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나아가 앞서 히트 상품 사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부서나 회사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서도 고객을 배려하는 습관은 얼마든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즉, 고객에 대한 배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 시장 조사, 광고/홍보 등 여타 다양한 활동에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프리미엄 고객만을 배려한다? 
 
‘몇 년 만에 다시 방문한 호텔에서 도착하자 마자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평소에 내가 즐겨 읽는 신문과 입맛에 맞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준다.’ 이 정도의 서비스 수준이라면 어떤 고객이나 자신이 배려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고객 배려 활동들을 먼저 고민하고 전개한 기업들이 서비스 기업들이라면, 그러한 혜택을 가장 앞서 제공 받은 고객층은 바로 프리미엄 고객들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가장 우선적으로 유지해야 할 고객군이 바로 프리미엄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본인을 알아서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서비스에 대해서 지갑을 쉽게 여는 특성을 보인다. 호텔 숙박업이나 외식업 등에서 프리미엄 고객을 타깃으로 시작된 VIP 프로그램 등 고객 배려 수단이 점차 확산돼 지금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일반 고객층에게까지도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가격 경쟁력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할인마트에서도 고객들을 배려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시설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력이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고객들은 누구나 배려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는 점을 기업들이 깨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정 계층에만 고객 배려가 치중될 경우 다수의 일반 고객들은 차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등을 돌기기 쉽다. 따라서, 서비스의 차별화를 고심하는 기업이라면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배려의 느낌을 전달할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객을 배려하는 활동이 상위 1% 계층만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편견을 깨고, 어느 고객이나 동등하게 배려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 고객을 배려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기업들은 일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까지 배려하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그 만큼 막대한 투자가 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개별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높아질 것이며,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 비용이나 고객 관계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우려가 든다. 물론 적정한 수준의 투자는 필요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의 요체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특히, 내부 직원들이 고객 배려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공감하고, 정성껏 고객들을 대할 때 비로소 고객들도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처럼 성심 성의껏 고객을 응대하는 내부 직원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고객 배려의 수준을 결정 짓는다.  
 
고객 입장에서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 5 
 
고객을 배려하는 활동이 더 이상 특정 부서나 서비스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산업, 제품/서비스 영역을 불문하고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배려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고객은 언제 배려 받는 느낌을 받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보면서, 고객 입장에서의 배려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각각의 경우에 고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자사의 고객 배려 활동은 어떻게 전개해야 할 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도록 한다.  
 
1.나를 잊지 않고 챙겨 줄 때 
 
고객이 제품을 사고, 서비스를 제공 받은 순간 고객과 기업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은 한 번의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고객과 기업의 관계는 물건이 폐기되거나, 서비스가 잊혀지기 전까지는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다시 구매를 하는 고객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번 고객이 평생의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끊임없이 챙겨주는 활동이 필요하다. 요즘 카드업체나 유통업체를 비롯해 이동통신 업체에서도 생일날 축하 이메일이나 문자를 발송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약소한 것 같지만, 고객을 잊지 않고 꾸준히 챙겨주는 것에서부터가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쌓아가는 출발점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고객과 접촉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개별 고객을 챙겨줄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2.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때 
 
고객이 일부러 회사에 연락을 취해 문의를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매우 다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 많은 기업들이 고객불만관리시스템(CCMS, Customer Complaint Management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친절한 상담이나 응대도 중요하지만, 정작 고객이 원하는 문제 해결에는 미온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은 자신의 불만에 대해 경청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경우 고객의 불만을 한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개별 상담 건에 대해 꼬리표를 달아서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자원 투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고객의 귀중한 목소리가 공허하게 끝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문제점의 개선 및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의 경우에는 고객의 불만 목소리 뿐만 아니라, 잠재되어 있는 고객의 요구 사항까지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1999년 이후부터 3천만명에 육박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고객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모니터링해오고 있다. 이메일 접촉을 통해 최근 고객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파악하고, 모든 고객과의 개인적인 관계 관리를 통해 업계 최고의 로열티를 자랑하고 있다.  
 
3.나에게 선택권을 최대한 줄 때 
 
기업 중심의 사고 방식에 젖어있거나, 업계의 관행을 따르다 보면 ‘원래 그렇다’라는 식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고객 입장에서는 ‘왜 나에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을 하나?’라는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고객에게 최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고객에게 배려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영국 이동통신 업체인 브리티쉬 텔레콤(British Telecom)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싼 요금제’라는 판매원의 말만 믿고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 후 3개월 동안 다양한 요금제를 직접 체험해보고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최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도 고객 맞춤형 요금제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직접 체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3개월 간의 체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버진 모바일 미국(Virgin Mobile USA)의 경우에도 숨겨진 추가 비용이나 가입 의무 기간을 없앤 ‘Pay-as-you-go’라는 요금제를 출시해 5분기 동안 1백만 가입자 확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고객의 니즈와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요금제가 성공 요인이었다. 고객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극대화하고, 고객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다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이 될 것이다.  
 
4.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줄 때 
 
요즘 고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 입장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객의 발품을 덜어 줄 수 있도록 고객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배려해주는 기업이 있다. 미국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보험사의 경우 세심하게 고객을 배려하는 회사로 유명한데, 자사 홈페이지에 경쟁사 보험 상품들의 가격까지도 세세히 비교해서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서 가격 정보를 일일이 수집해야 하는 고객들의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고객들이 편리하게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이해하고 깊이 배려해주는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을 수 있다.
 
5.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할 일은 많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돈보다 더 귀한 존재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바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기업은 흔치 않다. 업계의 관행이나, 추가적인 비용 부담, 조직 운영 상의 이슈 등으로 늘 해오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 편의에 따라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피트니스센터인 커브스(Curves), 라이프타임 피트니스(Life Time Fitness) 등은 업계의 관행을 깨고 24시간 이용제를 도입해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손해보험사가 업무 처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SUV 차량에 싣고 다니면서, 무선으로 보험 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여 고객의 시간 절약과 편의성 극대화를 돕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관행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니즈를 채워주는 것이야 말로 고객을 위한 최상의 배려가 아닐까 한다.
 
진정한 CRM의 출발점은 고객에 대한 배려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이 시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고객들이 스스로 떠날 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체리 피커(Cherry Picker)처럼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가 무겁고 귀찮아서 이동을 즐기지 않는 고객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기업이 고객 개개인에 대해 극진히 배려하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줄 때 고객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진정한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는 시스템의 구축이나 기계적인 고객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배려’가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 배려 활동의 형태는 기존 정책의 변화일수도 있고, 새로운 신제품/사업 모델 아이디어일수도 있으며, 판매 사원이나 상담원의 응대법의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고객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성과 노력이 꾸준히 모인다면, 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주간경제 9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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