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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9. 01:12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개인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적극 받아들였다. 이로 인한 기업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인 성과와 아울러 전통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부정적 양상도 함께 보이고 있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기업문화의 변화 트렌드를 짚어보고, 성공적인 변화 관리 포인트를 살펴 본다. 
 
과거에 비해 직장 내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과거 팀워크 다지기와 직원들 간의 유대감 증진의 중요한 매개체였던 회식 문화에 대한 생각만 보아도 ‘팀 회식을 갖지 못하면 직무 유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끼는 상사들과 회식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하 사원들’ 서로 간의 생각이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세대 차이 탓으로 돌리기에 무리가 있다. 요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뿌리부터 바뀌고 있는 한국의 기업문화 
 
저명한 비교문화학자인 오이스만(Oyserman)은 2002년 국가 간 문화를 비교한 80여 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미국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1970년대 초 IBM 전세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가치관을 비교한 홉스테드(Hoefstede)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개인주의 점수는 18점으로 미국의 91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표 1>참조).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인의 가치관은 근본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퇴색하고 있는 반면 개인주의적 가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영호 교수(중앙일보, 2007)는 집단주의 성향에 대해 ‘회사는 제2의 가정이다’라고 직장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1995년에는 약 97%가 동의하였으나, 2007년 조사에서는 긍정응답률이 약 80%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변화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아 볼 수 있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개인주의적 가치와 합리주의에 기초한 소위 서구식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전통적인 관행이나 시스템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신 미국 등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로써 발 빠르게 도입해 왔으며, 이는 우리 기업의 조직 문화는 물론 가치관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다.
 
서구 경영 시스템의 확산으로 가치관 변화 
 
우리 사회에서는 서구화 트렌드라면 보통 미국식 경영 시스템과 미국 기업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말한다.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제도, 통합 정보 시스템의 활용,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 등 미국 기업들 사이에 보편화된 체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며 우리 기업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통해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등 장점도 있다, 하지만, 미국식 사고 방식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와 맞지 않아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식 경영 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우리 기업 가치관 변화의 특징을 살펴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이하에서는 가치관 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살펴 보기로 한다.
 
1.산업보국/가족 경영 → 주주 가치 중심
  
한국 기업의 사사와 이념에 대한 경영사학회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과거 우리 기업들의 역사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이념적인 바탕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던 1960년대에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기업의 향배를 결정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기업들의 경영 이념에 ‘민족’ ‘국가’ ‘산업’ 등의 키워드가 유독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기업 이념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적 기업관에서 벗어나, 주주 가치, 사회 공헌, 고객 등 서구적 기업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2005년 회원사의 경영이념을 분석한 결과 ‘고객’ ‘가치’ ‘인간’ ‘사회’ 등 서구적 가치중심의 키워드가 각각 20~40%를 차지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잘 말해 준다.  
 
특히 ‘주주 가치’는 정부가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을 내어 놓은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가 발표한 「기업 불투명성 지수(Opacity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 지수는 2000년 초에 35개국 중 최하위였으나 불과 5년 만인 2004년에는 48개국 중 20위로 급상승하였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등 외부 통제뿐만 아니라, 내부 회계 관리 제도, 내부 신고 제도 등 내부 통제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 구조 측면에서도 38개 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등 복잡한 출자 관계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반면 지나치게 주주 이익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 개선 노력보다는 실적을 부풀리거나 대외적 이미지만 신경을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보다는 단기 실적에 매달려 주가 상승만 이끌어내면 된다는 식으로 주주가치 중시가 잘못 비춰지기도 한다.  
   
2.연공 서열 → 성과 중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연공서열’은 매우 중요한 기업 문화의 요소로 여겨져 왔다. 2005년 노동경제연구원을 통해 발표된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으로 인해 일정 기간 근무하면 급여를 일정 비율 올려주는 이른바 ‘정기승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사무직의 경우 약 70%, 생산직의 경우에는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구 기업들은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와 ‘경쟁’을 통한 성과 향상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경쟁의 결과 더 나은 성과를 낸 사람이 더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성과와 관계없이 연봉을 더 높이 주는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서구식 성과주의 인사 제도는 연공을 중시하던 한국 기업의 인사 관행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2005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여 결정하는 연봉제 도입 기업이 1996년 약 2%에 불과했던데 비해, 2000년 23%, 2005년에는 약 48%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였고, 향후 도입할 계획인 기업도 약 20%에 달한다고 한다. 승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승진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중 근속 연수가 차지하던 비율이 1996년 17%에서 2005년 14%로 감소했다. 반면 개인 실적이나 전문 지식은 10년 만에 14%나 증가한 53%를 차지하였다.  
 
연공주의 사회 풍조를 뒤바꾸고 있는 성과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성과주의로 인해 구성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즉 의식이 변화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연봉제로 인해 ‘종업원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응답이 45%에 이를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성과주의 제도인 연봉제의 경우 일각에서는 ‘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저성과자의 퇴출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강한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기존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아 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 결과 구성원들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자기 개발 활동에 집중하는 등 오히려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3.인치(人治)주의 → 시스템 중시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는 ‘인치(人治)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새로운 계약을 발주할 때, 잘 아는 사람이 다니는 기업을 우선시 하기도 하였던 것도 이같은 정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정하기에 앞서, 그 일을 해낼 만한 사람을 찾아 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구 기업의 문화는 누가 그 일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규정과 절차를 사전에 정해 두는 ‘매뉴얼’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서구 기업은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매뉴얼에 정의해 두거나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은 서구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던 로마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로마에서는 일반 병사들이 성을 지을 때 높이, 두께 등을 상세히 적어 둔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개별 병사들의 기량의 차이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구 기업의 앞선 일 처리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영 시스템을 들여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맞추어 일하도록 업무를 혁신하였다(< 그림 3>참조). 가장 관심을 끌어온 경영 시스템이 바로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시스템이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2007)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약 80%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구식 정보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등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성공한 경우 못지 않게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도 많은 데에는 문화적 격차를 이해하지 못하여 실행력이 떨어졌던 데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개인주의적 관행으로 담당자가 제안해서 일이 처리되기 때문에 비용 한도 내에서는 사전 지급하고 사후 결재를 하게 된다. 반면 한국은 상사의 비용 집행 결정이 이루어져야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 회계시스템을 도입하고서도 예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진 시스템 도입초기에 관행을 무시하고, 서구식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여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정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4.위계 조직 → 수평적 조직 중시 
  
홉스테드의 조직 문화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위계적인 조직을 중시하여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 직장인들의 경우, 상사와 친구처럼 지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문화처럼 일사분란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담당자의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의 경우, 선진 기업을 따라잡아 경쟁에서 이기려면 목표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매진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계 조직은 경직된 상하관계로 인해 현장의 문제가 경영진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는 중간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위계 조직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직급, 직책을 줄여 단순화하고, 수평적인 팀제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계층 축소는 담당자들이 업무에 대해 책임지고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회사 성과가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중간 계층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선배들의 역할이 줄어들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은 선배가 후배를 육성하고 끌어주는 도제식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때로는 선후배 관계가 역전되어 후배가 팀장이 되고, 팀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전통적 위계 문화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결국 선배들이 조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젊은이들이 연공 중심의 인사 철학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세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서구화, 문화 충돌을 극복하라  
 
지금까지 미국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한국 기업문화와 직장인들의 의식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보았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장점과 함께 기존의 한국적 조직 정서와 충돌하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구적 가치관에 기반한 경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겪게 되는 문화 충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포인트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뉴욕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람을 만나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화 간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가치관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도 여러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문화적 특성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Microsoft사는 인종, 성별, 신체적 장애 등 사회적 편견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자발적인 커뮤니티(Employee Resource Group)의 조직과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  
 
같은 문화를 가진 직원들끼리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 나아가 사업을 기획하기도 한다. 예컨대, 중국인 커뮤니티는 중국 문화에 대해서 공유하고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에서의 사업과 기술 개발을 제안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업무상 문제 해결과 자발적인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둘째, 선진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할 때 무조건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에 맞추어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위계적 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수평적인 팀제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반면 1980년대 미국 기업의 경우, 일본 기업에 실적이 뒤지면서,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구성원들 간의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깨닫고, 일본 조직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미국식 팀제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최근 미국 기업들도 일본, 한국, 중국 등의 기업 문화를 연구하여 동양적인 가치에 기반한 여러 가지 조직 관리 기법들을 도입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문화의 서구화가 단순히 과거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미국식 경영 기법을 들여오는 것이라면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어색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문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구 기업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법들을 접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Bristol-Myers Squibb(이하 BMS)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기업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세계에 펴져 있는 각 지사까지 장기간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글로벌 조직별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구체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 수준을 정하는 등 구성원들의 수용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 실행할 때에는 각 국가에 위치한 지사별로 현지의 문화적 정서에 맞추어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가치관, 태도 등을 정하게 하였다. 이러한 체계적인 변화 과정 관리를 통해 BMS가 실시했던 다른 혁신 프로그램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될 수 있었다.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꿈구며 
 
우리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서구식 경영 시스템은 서구 문화, 가치관이 녹아 든 산물이다. 이들 경영 시스템의 도입이 실험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구성원들의 의식이 서구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잘 소화하고, 한국적 가치를 담아 발전시켜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역수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 주간경제 9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