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벤처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해야 하며,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색엔진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최근 10년 이내 나스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생존한 기업은 야후와 구글이 거의 유일하다.
야후가 1990년대말 검색엔진 시장을 평정하자 많은 IT 전문가들은 이제 검색엔진 시장에 새로운 강자의 출현은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야후는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포털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야후의 주가는 천당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문가들 모두가 검색엔진은 더이상 힘들다고 한 시점, 두 젊은이는 새로운 검색 엔진 개발을 위해 캘리포니아의 허름한 창고에서 구글을 창업한다. 이들은 아직도 검색엔진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구글, 정말 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젊은 빌 게이츠의 성공에 모두들 탄사를 보냈지만, 내심 배 아퍼했을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구글의 젊은 창업자들을 본다면 배가 아픈 정도를 넘어서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지도 모르겠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73년생으로 현재 나이 36살(미국기준)에 불과하다. 이들이 잘난 부모 덕분에 세계 30위 안에 들어가는 부를 축적했다면 그러려니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부를 축적했고,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이 유효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해주었다.
세르게이 브린은 다섯 살이 되던 1979년, 고향인 소련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 마이클 브린이 있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학문 연구를 위해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여기에서 래리 페이지와의 숙명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래리 페이지는 6세부터 컴퓨터에 흥미를 가졌으며, 미시간 주립대학 시절 레고 블록으로 실제 작동되는 플로터와 프린터를 만들기도 했다. 래리 페이지는 교수들에게 열정이 다소 과도한 학생으로 평가받았으며, 성실하기를 거부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혔다. 래리 페이지의 악동과 같은 이미지와 달리 세르게이 브린은 근면하고 성실하며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구글은 래리 페이지의 아이디어에서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래리 페이지는 '전세계 월드와이드웹을 전부 다운받을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새로운 데이터 수집에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아버지가 수학교수였기 때문인지 수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최초 등록하고자 한 사이트 명칭은 구글이 아닌 10의 100제곱인 구골(Googol)이였지만 사이트 등록 과정에서 실수로 구글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고 한다. 구글의 주식 공모에는 e와 비슷한 액수인 2,718,281,828달러로 설정했을 정도로 수학을 좋아한다.
이들은 초기 펀딩을 받기 위해 썬 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 설립자이며 엔젤 투자가인 앤디 벡톨샤임를 찾아간다. 벡톨샤임은 이들의 아이디어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두 젊은이가 달랑 파워포인트 자료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벡톨샤임은 '이건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정말 그럴듯한 아이디어야. 내가 적극 지원해주겠네.' 라며 10만 불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구글은 벡톨샤임이 투자한 곳이라는 명성를 가지게 되면서 초기 펀딩 액수를 쉽게 채울 수 있었다.
건방지지만 악하지는 않아
구글은 건방진 기업이다. 2004년에 있었던 구글 기업공개(IPO)에는 기업공개의 A-Z까지 모든 룰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O의 가장 중요한 수익예측보고도 하지 않았고, 투자설명회에서 건방지다는 표현을 받을 정도로 간소화된 보고만 했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공모주를 발행했고, 경영권 보호를 위해 일반주보다 10배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관리주를 발행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구글이기 때문이다.
기업공개에 있어 야후와 구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구글의 제품은 야후보다 뛰어납니다. 다음 질문하실 분!'이라며 경쟁기업과의 비교도 거부했다.
이런 건방진 기업을 미국 사람들이 사랑한다? 'Don't Be Evil'이라는 사훈에 걸맞게 그들의 꿈을 향해 꾸준히 매진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들이 정도를 포기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해커도 사랑하는 인터넷 검색 엔진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 Beyond Promise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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