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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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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사 결정이 늦기로 소문이 나 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5분 전에도 서류에 수정이 가해진다. 급격하게 변하는 IT 업계 상황에서 하나의 선택은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결정의 순간을 늦추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이 소설 같다면, 손정의(孫正義)의 인생은 마치 만화 같다. 무(無)의 상태에서 상대방을 설득해 일본 최고의 부(富)를 축적한다는 설정은 만약 그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면 사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1957년 8월 11일 일본 규슈 사가켄 도수에서 태어난 그는 손삼헌 씨 4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91년 일본인으로 귀화하기는 했지만, 그는 한국인의 핏줄을 지니고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대구 출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쓰구도오 광산으로 이주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빠찡코와 음식으로 성공해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우연히 접한 컴퓨터에 푹 빠진 그는 컴퓨터 공부를 위해 명문으로 알려진 구루메대학 부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등학교 2학년에 편입한다. 편입 2주 만에 대학 입학 자격증을 획득해 졸업하고 이후 버클리대학교 경영학부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다. 당시 인텔, 애플, 시스코시스템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대표적인 IT 기업의 창업주가 버클리대학교 졸업생이었을 정도로 컴퓨터 관련 학과로 최고로 꼽히던 학교였다. 손정의는 컴퓨터 실습실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컴퓨터에 푹 빠졌다. 물론 이때의 경험이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에 커다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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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인정한 협상의 천재

미국 유학 시절 손정의는 하루에 아이디어 한 가지씩 발명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얼마 가지 않아 생각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는 구조적인 방법을 고안해 아이디어 구상이 꾸준하게 이뤄지도록 한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영어 단어 카드 중 3장을 뽑아 조합해 억지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대학 1학년 시절 250여 개의 아이디어를 발명했고, 이런 두뇌 트레이닝 과정이 현재의 그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가 최초로 상업화한 아이디어는 현재 대부분의 전자사전에 기본으로 장착된 음성인식 전자 번역기다. 그는 대학 시절 아이디어만 들고 당시 음성인식 최고 전문가인 동 대학 모더 교수를 찾아가 제품 개발을 제안한다.

돈 한 푼 없는 그는 프로젝트 진행 비용은 성공하면 후불로 주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하지만, 모더 교수는 황당한 그의 요구에 정신병자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의 설득에 넘어가고 만다. 손정의와 5분만 이야기하면 그에게 매료된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를 ‘손정의 마법’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모더 교수도 손정의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손정의는 미국 유학을 했지만 영어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어 교섭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항상 명확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명확하다.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화이트보드에 수치를 적기도 한다. 숫자는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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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전무와의 운명적 만남

그가 대학 3학년때 모더 교수가 개발한 음성인식 전자 번역기 판매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와 판매 대상을 찾는데, 다들 좋은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손정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최고 관리자급과 담판을 짓기를 원했고, 샤프의 주 거래 특허사무실에 자신의 발명품 특허를 의뢰한 후 샤프 담당자와 면담 자리를 요구한다. 이때 만난 인물이 그의 평생 후원자로 알려진 샤프의 사사키 전무다.

사사키 전무는 그의 제품보다 손정의라는 인물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 이후 그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소프트뱅크의 은행 융자를 받아주기도 했고,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자신의 주변 인물에게 손정의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손정의가 샤프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했던 당시 일본에서는 인베이더 게임이 유행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미국에서도 성공할 것임을 알았지만, 인베이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높은 기계 값이 부담이었다. 곧 유행은 끝난다고 믿은 그는 일본 오락실을 돌아다니면서 오락실 주인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인베이더를 팔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이야기한 후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얼마 되지 않아 인베이더는 유행이 끝나면서 재고가 쌓여갔고, 그는 이 기계를 헐값에 구매해 미국 시장에 판매해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귀국해 인베이더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사무실을 오픈 한 후 1년 6개월간 시장조사만 한다.

커다란 비전을 제시하는 협상법

그는 의사 결정이 늦기로 소문이 나 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5분 전에도 서류에 수정이 가해진다. 급격하게 변하는 IT 업계 상황에서 하나의 선택은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결정의 순간을 늦추는 것이다. 손정의가 소프트뱅크(Softbank)를 창립한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시장조사 를 통해 그는 30년 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은 컴퓨터 산업이라고 믿고 소프트웨어 유통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자본금의 전부를 소비하면서 일렉트로닉쇼에 참가하기로 한다. 그가 한 일은 부스를 구매해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을 전시해준 것이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신생 기업 소프트뱅크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 이 전시회를 통해 당시 오사카 최고의 전자제품 유통 업체인 조신전자와 계약에 성공하고, 아무런 자본금도 없었던 그는 조신전자 사장과 담판을 지어2,000만 엔을 선수금으로 받는다. 그리고 당시 일본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허드슨을 찾아가 또다시 사장과 담판을 벌여 아무런 거래 실적도 없는 유통 업체인 소프트뱅크에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빌 게이츠가 인정한 협상의 달인 손정의에게는 교섭 3원칙이 있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 ‘올바른 순서를 밟아 교섭한다’, ‘거대한 비전의 참자가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적을 만들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을 파트너에게 제공한다. 어느 날 소프트뱅크를 은행으로 착각한 다이치 겐교 은행 영업사원이 방문하자 그는 소프트뱅크의 비전을 소개해주었고, 그의 설득에 넘어간 영업사원은 지점장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지점장은 그에게 대출해줄 것을 결심하지만 액수가 너무 커 고민하다 사사키 전무의 한 통의 전화로 당시로서 가장 신용 좋은 회사에 주는 저리의 이자율로 1억 엔을 대출해 준다. 소프트뱅크는 회사 위치가 바뀌었지만, 지금도 다이치 겐교 은행 쇼기마치 지점이 소프트뱅크의 주 거래 은행이다. 상생의 교섭가 손정의다운 방법이다.
- Beyond Promise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