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 09:13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대선 사상 최대의 마케팅 전쟁이었다. 승리는 버락 오바마와 그의 선거 캠프로 돌아갔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즈(Advertising Age’s) 는 2008년 올해의 마케터로 오바마를 뽑았다. 외교 경험이 전무했고 연방 상원의원으로서의 경력도 짧았으며 전국적인 선거 캠페인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는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상원의원을, 대선 본선에서 맥케인 상원의원을 차례로 이겼다. 오바마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오바마 선거 캠프는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했던 것일까? 상대적으로 낮았던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일등 브랜드로 끌어 올릴 수 있었을까?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하여 흑인과 백인,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베이비 부머에서 Y세대까지 두루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현대의 선거전은 이미 마케팅 전쟁이 된 만큼 그 답은 분명 오바마라는 상품 가치를 팔기 위해서 오바마 캠프에서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했는가에 있었다. 오바마 캠프의 승리는 기업의 시장 분석 능력, 차별화된 경쟁 방식 및 전략의 실행 능력에 따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훌륭한 마케팅 사례라 할 수 있다.
Ⅰ. 오바마 마케팅의 승리
오바마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2004년 민주당 당원대회였다. 오바마는 당시 대통령 후보 존 케리의 지지 연설자로 등장해서 4분여 짜리 연설 후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 연설자보다 호소력이 있었고 눈빛은 젊은 존 에프 케네디를 떠올리게 했다. 그 자리에서 남긴 유명한 말 중에서 Red States(공화당 선호 주), Blue States(민주당 선호 주)도 아닌 ‘하나의 미국’이라는 말은 2008년 대권 도전에서 미국의 통합이라는 오바마의 강력한 브랜드로 작용했다. 그의 어두웠던 성장 배경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가 바라는 미국을 말하고 있는 모습은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그러나 유권자의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오바마의 대통령 만들기 팀조차 빨라도 2012년을 대권 도전의 해로 생각하고 있었다. 2004년 연방 상원의원이 된 오바마는 미 상원에서 100명 중 99위에 랭크된 신참 의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2007년 5월 고향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한다. 경쟁자들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유명인사였고, 대선 준비도 앞서 시작했다. 오바마는 그러나 무서운 저력을 보여주며 2008년 6월 경선에서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를 이기고, 11월 대선 투표에서 맥케인을 차례로 이기며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역사적 사건과 그 영광의 뒷자리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오바마에게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바로 붙게 되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통령직과는 전혀 관계 없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위대한 마케터, 버락 오바마’가 바로 그것이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즈( Advertising Age’s)는 버락 오바마를 마케팅 전문가들이 뽑은 2008년 ‘최고의 마케터’라는 타이틀을 주었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애플과 나이키가 그 뒤를 이었다. 정치와 무관한 프로 마케터들이 왜 그를 올해의 마케터로 선정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오바마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놀라운 마케팅 실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후보들에게는 동일한 크기의 시장과 같은 목표점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주어졌고, 전국에서 인재들이 모여 들었으며 후보자들은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후보도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본선에서의 맥케인 전보다 더 흥미진진 했던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힐러리에 계속 뒤지다가 마지막 역전에 성공한 것을 알 수 있다(<그림> 참조).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정치와 마케팅은 점점 상호 관련성이 높아져서 대선의 전 과정은 마케팅 게임과도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모든 후보에게 공략해야 할 시장이 있고, 소비자들로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미디어 그리고 조직력이란 요소가 주어진다. 이 요소들을 어느 선거 캠프가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결과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과연 오바마 캠프는 어떤 특별한 강점이 있었을까?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바마를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하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본고에서는 오바마 캠프의 성공을 정치적 관점이 아닌 마케팅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그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Ⅱ. 오바마 마케팅 전략은 무엇이 달랐나?
전략 1: 오바마 브랜드 만들기
정치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을 실천할 것인지 알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출마 후보에 대해 미리 경험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 유권자는 한 후보에 대해서 미래 가치를 사는 것이다. 또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보다는 주위에서 들리는 말과 인상, 후보들의 행동 양식 그리고 보이는 모습 등 시각적이며 정서적인 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후보가 가지는 브랜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오바마는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 캠페인 경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연방 상원의원의 이력으로 일리노이 주 밖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다. 오바마 캠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뚜렷이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가진 모든 불리한 조건을 상쇄할 수 있고, 오바마 지지층뿐 만 아니라 경쟁자의 지지층과 부동층까지 유혹할 수 있는 오바마 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가 필요했다. 오바마 캠프는 오바마 브랜드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했다. 유권자에게 가장 호소할 수 있는 브랜드는 바로 오바마란 미국인이 가진 속성에 있었다. 그래서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어메리칸 드림, 통합적 리더쉽, 그리고 낡은 정치에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브랜드는 만들어 졌다.
백인 어머니, 케냐 출신 아버지, 이혼 가정, 흑인도 백인도 아닌 모호한 피부색 및 코카인 등 오바마의 모습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미국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8년 동안 지속된 공화당의 집권과 전쟁, 어두운 경기에 염증이 난 시점에 오바마 브랜드의 ‘Change(변화)’라는 단어는 바로 시장과 유권자가 애타게 찾고 있었던 것이며 선거가 진행될수록 오바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그에 비해 힐러리와 맥케인의 브랜드는 새로움에 있어서도, 뚜렷하게 차별화하며 믿음을 주는 데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그 힘이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 브랜드를 지속적이며 강하게 해 준 브랜드의 내재적 속성에는 일관성과 진정성이 있었다. 오바마 캠프는 역대 최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던 부시 정권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선 끝까지 낮은 자세와 겸손 그리고 정직이라는 내부의 전략을 유지해 갔다. 유권자들은 워싱턴의 엘리트 이미지를 원하지도 않았고 오바마 스스로도 서민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가득했던 흑인 유권자 뿐만 아니라 불안한 시국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던 다수의 백인 층마저 움직이게 하는 구매력을 창출할 수 있었다. 시작 시점의 오바마 브랜드는 신선함, 새로움, 인상적임의 브랜드 인지도였다면 선거 유세가 진행될수록 변화, 희망, 믿음이라는 브랜드가 인지되었는데, 이것은 찰스 다윈의 말을 빌리자면 가장 힘이 강력한 것보다는 가장 시대가 원하는 그리고 시대에 맞는 브랜드로 성공한 것이다.
전략 2: 시장 분석과 세그멘테이션 전략
오바마는 매우 애매모호한 피부색의 ‘흑인’이었다. 백인들은 그를 흑인으로 생각하고 흑인들은 그를 완전한 흑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멜팅 팟(Melting Pot) 미국에서 항상 민감한 이슈인 인종에 대한 전략짜기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캠프의 시장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피부색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만약 오바마 캠프가 인종 대결 구도로 작전을 짰다면 과거 미 대선에 두 번이나 출마해서 낙마한 제시 잭슨의 전철만 밟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 흑인은 전 미국 인구의 15%를 넘지 못한다. 출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백인이 투표 시에 인종을 고려한 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설문 조사에서 투표 시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후 결국 백인을 찍어 버린다는 ‘브래들리 효과’도 이번 대선에서는 빗겨 나갔음을 여러 언론에서 지목했다.
그러나 인종주의에 호소하지 않는 것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시장 자체를 키운다면 승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목표 세그먼트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그리고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이었고 이들은 집중 공략 대상이 되었다.
세대 세그먼트에서 보면 미국의 주요 유권자 시장은 베이비부머, X세대 그리고 Y세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는 베이비부머중 여성들로부터 이미 지지를 받고 있었고, 오바마는 X, Y세대의 젊은 세대 표밭에 투자를 강화했다. Y세대 세그먼트 중에서도 고등학교 상급생 중에 47%가 첫 투표권이 있어서 이들에 대한 마이크로 세그먼트 공략도 필요했다. 또한 인종 세그먼트에서는 아시아계 및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들은 점점 더 정치에 참여적이었다. 특히 히스패닉 인구는 미국 인구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해 있어서 오바마 캠프는 히스패닉을 포함한 아시아계까지 집중 공략하여 효과를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의 최고 전략가이었던 마크 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고 바로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베스트 셀러의 작가였으나 2008년 경선에서는 팀 내에서 선거 전략으로 여러 갈등을 일으키다 선거 기간 도중 물러나게 되었다. 결국 2008년 대선에서 다양한 마이크로 세그먼트에서 우호적 힘을 발견한 쪽은 오히려 오바마 캠프라 할 수 있다.
전략 3: 유권자의 눈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전략
오바마가 마케팅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 중에는 오바마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바마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간결성, 진정성, 참여성, 그리고 일관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메시지는 매우 간결했고, 오바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모습이 쉽게 드러나서 유권자들에게 더 서민적이고 솔직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 즉, 소비자를 이끌어 내는 참여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오바마는 경쟁자에 비해 앞서 갔던 것이다. 대부분의 연설문을 분석해 보면 오바마는 말머리에 ‘우리(We)’라는 말을 썼다. 프리랜스 리자 리빙스톤이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맥케인의 연설문 중 총 2,685 단어 중 우리라는 단어가 48번 등장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의 경우 2,632 단어 중 76번 등장하여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일관성은 생명이다. 오바마에게는 여러 번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경선 과정에서는 힐러리가 오바마의 정치적 경험 부족과 청소년 시절 코카인 경험 등을 들어 공격해 왔고, 대선 과정에서 맥케인은 군대에 가 본 적도 없는 애송이가 어떻게 미국을 책임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라는 네거티즘으로 공격하여 오바마측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했다. 오바마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직접 유권자에 설명하고 경쟁자와는 달리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혁을 위한 메시지에 더 집중했다. 또한 동일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웃과 같은 오바마 브랜드를 강화해 갔다.
전략 4.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을 결집
미국 대선에서 자원 봉사자들의 자발적 지원과 유세 활동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캠프 오바마’라는 오바마 캠프의 자원 봉사자 조직이 경쟁자들에게 위협감을 준 것은 자원 봉사자 조직의 능력을 뛰어 넘는 조직력과 확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캠프는 2004년 민주당 경선 시 온라인 기금 모금의 힘을 보여 주었던 하워드 딘의 사례를 유심히 관찰했고 벤치마킹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는 하워드 딘 캠프의 케이스를 넘어 온라인 풀뿌리 조직화를 기반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자발적으로 성장하며 아이디어가 흘러 다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갔다. 이른바 오바마 생태계는 매우 조직적이어서 마치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구조처럼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150만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로 증가해 갔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최고의 공신이 ‘캠프 오바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조직 운영은 구심체가 되는 철학과 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팀 조직 이론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사회 심리학 교수인 마샬 간즈가 오바마 캠프에 합류한 것도 오바마 캠프에는 큰 행운이었다. 인간적 관계도 없는 자원 봉사 조직원들이 하나 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과 교육이 필요했는데 마샬 간즈가 그 정신적 역할을 한 것은 다른 후보들보다 더 강한 자원 봉사자 조직을 일구는 데 강력한 힘이 되었다.
또한 오바마 캠프는 효과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마케팅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는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적용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의 양을 차별화하여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수록 정보의 접근성과 임무의 수준을 높여 갔다. 또한 ‘오바마와의 점심’ 같은 혜택도 프로그램에 포함하여 리더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바마 캠프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오바마는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선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원 봉사자 조직을 움직였고, 그 조직력이 경쟁자를 압도한 것이다. 이 조직의 힘은 힐러리와의 경쟁에서 힐러리 캠프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고, 공화당 맥케인과의 경쟁 시에 플로리다와 같은 격전지 (Swing State)에서의 승리에 큰 힘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플로리다에서 오바마는 풀뿌리 조직의 결과로 얻은 많은 헌금을 바탕으로 2008년 6월 이후 2천 7백 5십만불을 TV 광고에 쏟아 부으면서 공중파 홍보에서도 압도했다. 오바마 캠프의 놀라운 기부금 모금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오바마는 맥케인과의 공중파 홍보전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맥케인 캠프가 공화당 텃밭에서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하기에도 힘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오바마 캠프가 점점 커지는 조직과 방대한 정보를 잘 관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오바마 캠프의 조직력,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 및 조직 관리 철학의 결합 등 여러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과 같이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수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귀와 입을 움직이는 미디어 수단이 필요하다. 2008년 미 대선에서 뉴미디어는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다음에서 살펴보는 오바마 2.0으로 거듭난다.
전략 5. 뉴 미디어의 힘을 최대한 활용
가장 다양한 미디어 툴과 가장 많은 광고비가 소모된 2008년 미 대선은 뉴 미디어간의 전쟁이었다. 뉴 미디어는 사회적 속도 (Social Velocity)가 매우 빠르고,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성, 아메바처럼 스스로 번식해가는 놀라운 증폭성, 비용 효율성, 창의성 그리고 참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더욱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오바마 캠프는 그 어느 경쟁 팀보다 뉴 미디어 활용력이 높았다. 타임지에 따르면 오바마도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력한 인터넷의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과거의 대선 역사를 보면 당시의 앞서가는 미디어 형태는 승리 후보들의 일등 공신이었다. 1960년에 공중파 TV에서의 존 에프 케네디, 1996년 케이블 TV에서의 빌 클린튼, 그리고 2008년 유, 무선 인터넷의 황제 오바마까지 뉴 미디어를 장악하는 자가 높은 승률을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뉴 미디어의 중심에는 홈페이지인 마이버락오바마닷컴(my.BarackObama.com)이 있다. 이 홈페이지는 자원 봉사자를 움직이는 가상 공간이자 모든 자원 봉사자들과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모체 역할을 해냈다. 이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사인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크리스 휴즈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오바마 캠프에 합류하여 큰 기여를 했다. 마이버락오바마닷컴에는 이후 총 백만 명이상의 지지자들이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하게 되었으며, 수많은 캠프 조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 온라인에 등록하는 지지자가 하나 둘 씩 늘어 날 때마다 소액 기부금이 쌓여갔다.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이메일을 통해서 지지자들과 교감하고 선거 유세를 유리하게 진행해 갔다.
오바마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도 경쟁자중에서 가장 많은 ‘사이버 이웃’을 가지게 되었고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서 오바마의 공식 비디오를 네티즌이 클릭한 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천4백만 시간이 넘었고 이것을 TV 방송의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7백 만 불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뉴미디어 관점의 보편화된 모바일 텍스트가 캠프와 자원 봉사자간에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모바일 텍스트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유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퍼미션 마케팅 방식이 필요했지만 캠프의 뉴스를 언론보다 더 빨리 알고 싶어하는 지지자들에게 퍼미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린스턴 대학과 미시간 대학의 2006년 공동연구에 따르면 선거전에 문자 메시지로 투표에 참여 해 줄 것을 호소하면 투표율이 4% 올라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오바마 캠프에서 보내는 텍스트 메시지는 오바마의 유세 일정, 집결지, 오바마 캠프의 이벤트 및 이슈 등을 실시간 공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뉴 미디어의 활용은 특히 오바마와 같이 젊은 층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18~29세 사이의 투표자들의 비율이 197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이 중 다수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이 유권자층의 반은 인터넷을 통해서 선거 정보를 얻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뉴 미디어는 선거 자금을 모으는 데 분명 큰 몫을 해냈다. 오바마가 모은 총 6억불이상의 역사상 최대의 기부금은 2백 5십만이라는 다수의 미국 시민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뉴 미디어가 오바마 풀 뿌리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뉴미디어 전략만 보는 것보다는 왜 경쟁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적이었는가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것은 오바마 캠프에 더 뛰어난 뉴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들었고, 오바마가 웹 2.0에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 더 인기가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오바마 승리가 마치 뉴 미디어 전쟁에서만 이겼기 때문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선거 막바지까지 오바마는 다른 후보들보다 많은 돈을 TV 홍보에 쏟아 부었고 효과를 보았다. 2008년에 TV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것은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미디어는 목적에 준하는 것이지, 수단을 위해서 어떠한 미디어가 활용될 지는 전략가의 판단에 달렸을 뿐이다.
전략 6. 오바마 리더십의 부각
마지막으로 오바마 개인의 특징을 들 수 있다. 그의 카리스마와 그의 리더십이 승리의 핵심적 요인이다. 리더쉽은 한 사람을 둘러싼 총체적인 예술이다. 행동 양식, 말투, 습관 및 손 동작까지 모두가 하나의 이미지로 형성된다. 오바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안정감을 주는 굵고 낮은 톤의 저음, 강렬한 눈빛을 통한 변화에 대한 열망, 간결하면서 또렷한 메시지와 제스처 등 그의 카리스마를 나타내 주는 특징들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오바마의 리더십은 힐러리와 맥케인이 가진 리더십보다 낫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색깔을 띄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2008년 시대적 환경에는 오바마 리더십이 더 호소력이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가 캠프 CEO로서 자신의 조직 관리에서 보여준 차별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러리와 맥케인 캠프와는 달리 오바마 캠프에 대해서는 잡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바마는 선거 캠프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모습, 모든 사안을 지시하고 판단하려는 것 보다는 믿는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고 끝까지 지켜보는 모습을 통해 캠프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선거 결과 이후 오바마는 모든 승리 요인을 오히려 그의 캠프와 특히 캠프의 총 지휘자였던 데이비드 엑설로드에게 돌리는 일이 많았다.
유모를 알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에게는 인재가 모여든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가 반드시 많은 것을 경험해보거나 유명인사일 필요는 없다. 오바마 캠프 의 특징은 그 핵심 참모들이 전국적인 정치 캠페인을 해 본적은 없으나 오바마라는 리더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헌신을 다했다는 점, 돈을 위해서 뛰어들기 보다는 참가 그 자체를 즐기며 성취욕이 강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반해 예비 경선에서의 힐러리 캠프, 대선에서의 맥케인 캠프에서는 끊임없는 내부 잡음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갈등 속에서 참모들이 내놓은 전략도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만 했다. 오바마 캠프의 최고 전략가인 데이비드 엑셀로드는 겸손과 저자세 전략을 내세운 반면 힐러리 캠프의 마크 펜은 네거티즘 전략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맥케인의 경우 과거 조지 부시와의 경선에서 부시 진영의 네거티즘 전략에 말려서 패배한 경험이 있어서 네거티즘에 신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참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결국 오바마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네거티즘도 하나의 분명한 전략이긴 하나 오바마 캠프는 이 전략을 피해갔다.
현재까지 살펴 본 오바마의 승리 요인을 보면, 그 핵심에는 오바마의 개인적 역량, 자원 봉사자들의 적극적 활동, 혹은 뉴미디어의 성공적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오바마의 승리의 요인은 브랜드 만들기에서 조직원 관리까지 매우 정교한 전략과 실행 방안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한 결과이다. 한편의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선거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도 이 역사적 이벤트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을 정도로 고객(유권자) 경험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컸다.
Ⅲ.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시사점
선거 캠페인과 마케팅 캠페인의 뚜렷한 공통점은 그 냉정한 결과이다. 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개인의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에 악영향을 주고 선거 비용을 과대하게 소비한 경우 파산의 위험마저도 있다. 마케팅 캠페인도 실패로 돌아가면, 비용을 잃고 고객을 잃는다. 선거든 마케팅이든 이겨야 한다. 이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오바마의 승리는 마치 야구 게임처럼 9회에 역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전략은 1회부터 9회까지 철저한 전략과 실행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또한 오바마 캠프의 전략에는 고전적 마케팅 진리와 현대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한 두 가지의 요인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종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2008년 미국 대선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지 비즈니스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정리 해보자.
시사점 1. 일관성을 유지하라(일관성의 힘)
많은 기업들은 변화를 모색하다 실수로 브랜드의 일관성을 잃어 버리고 2등으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다음에는 또 어떤 제품으로 재미있게 프리젠테이션을 할까 궁금해진다. BMW를 탄다는 것은 운전의 즐거움이다. BMW의 핵심 역량과 가치를 바꾼다면 고객들은 제품 그 자체에 대한 실망보다 BMW 회사에 실망할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도 동일한 것을 보여 주었다. 오바마에게서 희망과 변화라는 색깔을 빼버린다면, 외교적인 경험이 없는 애송이라는 공격을 막아내고, 낮은 인지도에서 오는 초기의 얕은 지지 기반을 메울 수 있었을까?
오바마의 일관된 브랜드와 전략은 경쟁자들의 눈에 보이는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비해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이미지를 초기에는 ‘정치 경험’ 그리고 나서 ‘변화를 위한 카운트 다운’ 세번째는 ‘미국을 위한 솔루션’으로 옮겨 갔다. 존 맥케인은 ‘직설적 화술가’, ‘보수의 대변’ 그리고 ‘전쟁 영웅’으로 접근했다가 마지막으로 ‘미국 최우선(Nation First)’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유권자의 니즈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 캠프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조직 관리, 경쟁자의 공격에 대한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체적으로 신경을 썼고 이것은 유권자들로부터 믿음이라는 큰 보답으로 돌아왔다.
시사점 2.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호소 하라(가치 판매의 힘)
소비자 시장과 유권자 시장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점점 총체적 가치에 관심이 많아 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살 때, 특정 기능에 유혹되기 보다는 그 브랜드를 가졌을 때의 충만감, 그 제품을 가졌을 때의 결과적인 생활의 즐거움과 가치에 관심이 많아졌다. 총체적 가치는 시장 환경이 나쁘고 경쟁이 치열할 때 더욱 힘을 내는 속성이 있다. 만약 오바마 캠프가 흑백 구도와 빈부 구도로 대결했으면 실패 했을 확률이 높다. 오바마의 총체적 가치는 통합과 변화였고, 자신의 총체적 가치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생시켰다.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와 맥케인이 네거티브로 공격해 올 때도 자신의 가치 전달에만 집중했다. 이를 통해 백인들의 생각마저도 사로 잡을 수 있었다.
시사점 3. 철저한 실행력으로 최종 경쟁에서 이겨라(역전의 힘)
시장에는 시장 점유율 1등 상품이 있다. 1등 상품은 1등이라는 선입관으로 왜 점유율이 그렇게 높은 지 그 이유를 합리화시켜 버린다. 디자인도 좋아 보이고, 기능도 탁월해 보인다. 마케팅 캠페인도 더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먼저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해서 혹은 경쟁사 제품의 로열 고객층이 분명하고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실패하고 2012년 다시 도전해야 하는 운명이었을 수도 있다. 2012년은 또 다른 환경이 기다릴 뿐이고, 그 때 더 경쟁력이 높아져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없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다. 오바마 캠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비젼과 승리에의 믿음이다. 그리고 목표가 정해지면 철저한 계획하에 실행하여, 하나 하나의 장애를 극복해갔다는 것이다.
시사점 4. 관계 중심적 생태계를 만들라(관계 관리의 힘)
많은 기업들이 고객관계관리(CRM)을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실패 사례도 많이 접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관리에 있어서 CRM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CRM의 전략, 프로세스, 조직 및 시스템 모두에서 그 결과는 경쟁자들을 앞서 갔다. 유권자도 곧 고객과 동일하다. 오바마 캠프의 관계관리 전략은 하나의 조그만 관계 그룹에서 결국은 수백만의 관계 사슬로 묶이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특히 기존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을 오바마의 편으로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의 소단위의 조직을 통해 지지자간의 모임뿐만 아니라 방문해야 할 사람 정보를 내려 보내고, 또한 이미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밝힌 유권자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세심함을 보여 주었다. 하나의 조그만 조직이 그 관계를 스스로 넓혀가는 것은 자가 증폭적인 세포 분열과 같았다.
오바마의 승리 뒤에는 오바마 캠프가 만든 관계 역학의 거미줄이 빠르면서 촘촘하고 정교하게 전국에 형성되었다. 그리고 관계 정보 시스템은 새로운 유권자를 찾아내고, 관계를 심화하고 또 다시 다른 유권자로 확산하는 유기적 생명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시사점 5. 오픈 소스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내부역량의 경계선을 넘어라(공개적 창조의 힘)
P & G 는 C & D (Connect & Develop)라는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해 제품 개발과 개선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소싱하여 효과를 본 경영 사례가 되어 왔다. 한 개인과 한 조직 및 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
오바마 캠프는 개방적 인프라를 제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산적 협업의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많은 홍보물은 오바마 캠프의 홍보 관리 팀이 아닌 지지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 오바마 홈페이지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운영하여 창의적인 홍보물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이러한 환경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재능이 있는 지지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트 및 미술가들은 오바마 캠프의 자료를 자유롭게 변형하여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수 많은 창작품이 대중에게 노출되게 했다. 이러한 아이디어 공유 생태계는 마케팅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시사점 6. 고객을 중심에 놓아라(고객 중심의 힘)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너무 시대를 앞서 갔거나 뛰어난 특징에도 불구하고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에게 유권자는 고객이었고 고객이 왕이었다.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로펌으로 향하는 대신 시카고 남부 빈민가에서 사회 운동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가난이 무엇인지 그리고 서민으로서의 고충이 무엇인지 어느 후보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대선의 향방은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가지지 못한 다수의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마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한 번에 하나의 세탁기, 하나의 청소기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한 부와 상관없이 한 표만 행사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들 하나 하나가 소중했다. 그리고 눈높이를 그들에게 맞추어 자신을 포장했다. 오바마 캠프는 심지어 초기부터 콜센타를 아웃 소싱해서 유권자들의 전화에 대응하며 24시간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했는데 이것은 고객 중심적인 전략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언론인은 독자의 편에서 흥미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바마 캠프는 이러한 언론의 속성을 잘 활용했다. 타임지에는 오바마의 낡은 구두 바닥을 보여주는 기사를 실었다. 반면 뉴욕 타임즈는 유세 중에 힐러리 클린턴이 지방의 조그만 도시의 호텔에서는 자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고, 맥케인의 부통령 지명자 페일린이 옷 구매에 엄청난 금액을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점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소통에 실패할 경우 품질이 뛰어난 제품도 왜 그 제품이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지 고객은 알 길이 없다. 고객의 눈높이에 얼마나 더 잘 맞추는 가가 곧 상품의 궁극적 성공을 결정한다.
시사점 7. 위기관리에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리스크관리의 힘)
정치 선거 캠페인은 긴 여정과 불확실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와 마찬가지로 위기는 언제든지 닥쳐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기 관리를 위한 시나리오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예비 경선과정에서 오바마 캠프에 비해서 힐러리 캠프의 위기 관리력은 훨씬 떨어졌다. 수퍼 화요일에 힐러리 캠프는 오바마에게 패배했는데,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할 지 명확한 전략이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 초반에 자금 통제에 실패하여 선거 자금이 이미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팀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자원의 집중을 방해한다. 수퍼 화요일의 쇼크로 힐러리 캠프는 혼란을 겪었다. 본선 과정에서 맥케인 캠프는 공화당 텃밭에서도 패배를 했다. 당연히 이길 것으로 평가한 지역도 오바마 캠프의 규모의 경제와 조직력에 무너졌다. 맥케인 캠프 또한 그 다음 전략이 모호했다. 그 이후 맥케인은 네거티브 선거로 일관했는 데,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물론 공화당 유권자 조차 오바마가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바마 승리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정치 선거와 마케팅간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시대에 오바마 캠프는 훌륭한 마케팅 전략과 실행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상품성은 기본이고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 미디어 전략, 및 조직 관리 전략 등 하나의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목표가 1등 상품이 되는 것이라면, 1등 상품에 걸맞는 더 뛰어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1등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경쟁자에게 묻지 말고 고객에게 물어야 한다. 구매 결정은 고객의 냉철한 판단에 의해 내려지고 고객이 아니라고 한다면 처음의 제품 기획 프로세스로 되돌아가서 다시 분석해 봐야 한다. 기존 시장의 1등 상품에 주눅들 필요도 없고, 고객의 ‘NO’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다시 원점에서 전략을 보는 것이다. 오바마 승리는 결국 치열한 경쟁의 패러다임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과 조직 그리고 그 전략과 실행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 참고문헌 >
박성래,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랜덤 하우스, 2008
버락 오바마,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중앙 북스, 2008
우태희,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 새로운 제안, 2008
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 세종, 2004
Bill Taylor, “How Obama Became CEO of the USA - and What it means for CEOs Everywhere”, November 5, 2008
Newsweek, “How he did it”. November 5, 2008
Karen Tumulty, “Obama’s Viral Marketing Campaign,Thursday”, Time, Jul.05, 2007,
John Quelch, “The Marketing of a President Published”, Nov. 12, 2008
http://www.squidoo.com/obamawebsite
- LG Business Insight 1026호
현대의 선거전은 이미 마케팅 전쟁이 된 만큼 그 답은 분명 오바마라는 상품 가치를 팔기 위해서 오바마 캠프에서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했는가에 있었다. 오바마 캠프의 승리는 기업의 시장 분석 능력, 차별화된 경쟁 방식 및 전략의 실행 능력에 따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훌륭한 마케팅 사례라 할 수 있다.
Ⅰ. 오바마 마케팅의 승리
오바마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2004년 민주당 당원대회였다. 오바마는 당시 대통령 후보 존 케리의 지지 연설자로 등장해서 4분여 짜리 연설 후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 연설자보다 호소력이 있었고 눈빛은 젊은 존 에프 케네디를 떠올리게 했다. 그 자리에서 남긴 유명한 말 중에서 Red States(공화당 선호 주), Blue States(민주당 선호 주)도 아닌 ‘하나의 미국’이라는 말은 2008년 대권 도전에서 미국의 통합이라는 오바마의 강력한 브랜드로 작용했다. 그의 어두웠던 성장 배경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가 바라는 미국을 말하고 있는 모습은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그러나 유권자의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오바마의 대통령 만들기 팀조차 빨라도 2012년을 대권 도전의 해로 생각하고 있었다. 2004년 연방 상원의원이 된 오바마는 미 상원에서 100명 중 99위에 랭크된 신참 의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2007년 5월 고향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한다. 경쟁자들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유명인사였고, 대선 준비도 앞서 시작했다. 오바마는 그러나 무서운 저력을 보여주며 2008년 6월 경선에서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를 이기고, 11월 대선 투표에서 맥케인을 차례로 이기며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역사적 사건과 그 영광의 뒷자리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오바마에게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바로 붙게 되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통령직과는 전혀 관계 없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위대한 마케터, 버락 오바마’가 바로 그것이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즈( Advertising Age’s)는 버락 오바마를 마케팅 전문가들이 뽑은 2008년 ‘최고의 마케터’라는 타이틀을 주었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애플과 나이키가 그 뒤를 이었다. 정치와 무관한 프로 마케터들이 왜 그를 올해의 마케터로 선정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오바마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놀라운 마케팅 실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후보들에게는 동일한 크기의 시장과 같은 목표점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주어졌고, 전국에서 인재들이 모여 들었으며 후보자들은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후보도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본선에서의 맥케인 전보다 더 흥미진진 했던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힐러리에 계속 뒤지다가 마지막 역전에 성공한 것을 알 수 있다(<그림> 참조).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정치와 마케팅은 점점 상호 관련성이 높아져서 대선의 전 과정은 마케팅 게임과도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모든 후보에게 공략해야 할 시장이 있고, 소비자들로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미디어 그리고 조직력이란 요소가 주어진다. 이 요소들을 어느 선거 캠프가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결과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과연 오바마 캠프는 어떤 특별한 강점이 있었을까?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바마를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하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본고에서는 오바마 캠프의 성공을 정치적 관점이 아닌 마케팅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그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Ⅱ. 오바마 마케팅 전략은 무엇이 달랐나?
전략 1: 오바마 브랜드 만들기
정치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을 실천할 것인지 알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출마 후보에 대해 미리 경험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 유권자는 한 후보에 대해서 미래 가치를 사는 것이다. 또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보다는 주위에서 들리는 말과 인상, 후보들의 행동 양식 그리고 보이는 모습 등 시각적이며 정서적인 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후보가 가지는 브랜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오바마는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 캠페인 경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연방 상원의원의 이력으로 일리노이 주 밖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다. 오바마 캠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뚜렷이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가진 모든 불리한 조건을 상쇄할 수 있고, 오바마 지지층뿐 만 아니라 경쟁자의 지지층과 부동층까지 유혹할 수 있는 오바마 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가 필요했다. 오바마 캠프는 오바마 브랜드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했다. 유권자에게 가장 호소할 수 있는 브랜드는 바로 오바마란 미국인이 가진 속성에 있었다. 그래서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어메리칸 드림, 통합적 리더쉽, 그리고 낡은 정치에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브랜드는 만들어 졌다.
백인 어머니, 케냐 출신 아버지, 이혼 가정, 흑인도 백인도 아닌 모호한 피부색 및 코카인 등 오바마의 모습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미국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8년 동안 지속된 공화당의 집권과 전쟁, 어두운 경기에 염증이 난 시점에 오바마 브랜드의 ‘Change(변화)’라는 단어는 바로 시장과 유권자가 애타게 찾고 있었던 것이며 선거가 진행될수록 오바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그에 비해 힐러리와 맥케인의 브랜드는 새로움에 있어서도, 뚜렷하게 차별화하며 믿음을 주는 데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그 힘이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 브랜드를 지속적이며 강하게 해 준 브랜드의 내재적 속성에는 일관성과 진정성이 있었다. 오바마 캠프는 역대 최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던 부시 정권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선 끝까지 낮은 자세와 겸손 그리고 정직이라는 내부의 전략을 유지해 갔다. 유권자들은 워싱턴의 엘리트 이미지를 원하지도 않았고 오바마 스스로도 서민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가득했던 흑인 유권자 뿐만 아니라 불안한 시국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던 다수의 백인 층마저 움직이게 하는 구매력을 창출할 수 있었다. 시작 시점의 오바마 브랜드는 신선함, 새로움, 인상적임의 브랜드 인지도였다면 선거 유세가 진행될수록 변화, 희망, 믿음이라는 브랜드가 인지되었는데, 이것은 찰스 다윈의 말을 빌리자면 가장 힘이 강력한 것보다는 가장 시대가 원하는 그리고 시대에 맞는 브랜드로 성공한 것이다.
전략 2: 시장 분석과 세그멘테이션 전략
오바마는 매우 애매모호한 피부색의 ‘흑인’이었다. 백인들은 그를 흑인으로 생각하고 흑인들은 그를 완전한 흑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멜팅 팟(Melting Pot) 미국에서 항상 민감한 이슈인 인종에 대한 전략짜기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캠프의 시장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피부색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만약 오바마 캠프가 인종 대결 구도로 작전을 짰다면 과거 미 대선에 두 번이나 출마해서 낙마한 제시 잭슨의 전철만 밟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 흑인은 전 미국 인구의 15%를 넘지 못한다. 출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백인이 투표 시에 인종을 고려한 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설문 조사에서 투표 시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후 결국 백인을 찍어 버린다는 ‘브래들리 효과’도 이번 대선에서는 빗겨 나갔음을 여러 언론에서 지목했다.
그러나 인종주의에 호소하지 않는 것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시장 자체를 키운다면 승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목표 세그먼트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그리고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이었고 이들은 집중 공략 대상이 되었다.
세대 세그먼트에서 보면 미국의 주요 유권자 시장은 베이비부머, X세대 그리고 Y세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는 베이비부머중 여성들로부터 이미 지지를 받고 있었고, 오바마는 X, Y세대의 젊은 세대 표밭에 투자를 강화했다. Y세대 세그먼트 중에서도 고등학교 상급생 중에 47%가 첫 투표권이 있어서 이들에 대한 마이크로 세그먼트 공략도 필요했다. 또한 인종 세그먼트에서는 아시아계 및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들은 점점 더 정치에 참여적이었다. 특히 히스패닉 인구는 미국 인구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해 있어서 오바마 캠프는 히스패닉을 포함한 아시아계까지 집중 공략하여 효과를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의 최고 전략가이었던 마크 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고 바로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베스트 셀러의 작가였으나 2008년 경선에서는 팀 내에서 선거 전략으로 여러 갈등을 일으키다 선거 기간 도중 물러나게 되었다. 결국 2008년 대선에서 다양한 마이크로 세그먼트에서 우호적 힘을 발견한 쪽은 오히려 오바마 캠프라 할 수 있다.
전략 3: 유권자의 눈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전략
오바마가 마케팅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 중에는 오바마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바마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간결성, 진정성, 참여성, 그리고 일관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메시지는 매우 간결했고, 오바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모습이 쉽게 드러나서 유권자들에게 더 서민적이고 솔직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 즉, 소비자를 이끌어 내는 참여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오바마는 경쟁자에 비해 앞서 갔던 것이다. 대부분의 연설문을 분석해 보면 오바마는 말머리에 ‘우리(We)’라는 말을 썼다. 프리랜스 리자 리빙스톤이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맥케인의 연설문 중 총 2,685 단어 중 우리라는 단어가 48번 등장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의 경우 2,632 단어 중 76번 등장하여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일관성은 생명이다. 오바마에게는 여러 번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경선 과정에서는 힐러리가 오바마의 정치적 경험 부족과 청소년 시절 코카인 경험 등을 들어 공격해 왔고, 대선 과정에서 맥케인은 군대에 가 본 적도 없는 애송이가 어떻게 미국을 책임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라는 네거티즘으로 공격하여 오바마측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했다. 오바마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직접 유권자에 설명하고 경쟁자와는 달리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혁을 위한 메시지에 더 집중했다. 또한 동일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웃과 같은 오바마 브랜드를 강화해 갔다.
전략 4.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을 결집
미국 대선에서 자원 봉사자들의 자발적 지원과 유세 활동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캠프 오바마’라는 오바마 캠프의 자원 봉사자 조직이 경쟁자들에게 위협감을 준 것은 자원 봉사자 조직의 능력을 뛰어 넘는 조직력과 확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캠프는 2004년 민주당 경선 시 온라인 기금 모금의 힘을 보여 주었던 하워드 딘의 사례를 유심히 관찰했고 벤치마킹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는 하워드 딘 캠프의 케이스를 넘어 온라인 풀뿌리 조직화를 기반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자발적으로 성장하며 아이디어가 흘러 다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갔다. 이른바 오바마 생태계는 매우 조직적이어서 마치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구조처럼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150만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로 증가해 갔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최고의 공신이 ‘캠프 오바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조직 운영은 구심체가 되는 철학과 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팀 조직 이론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사회 심리학 교수인 마샬 간즈가 오바마 캠프에 합류한 것도 오바마 캠프에는 큰 행운이었다. 인간적 관계도 없는 자원 봉사 조직원들이 하나 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과 교육이 필요했는데 마샬 간즈가 그 정신적 역할을 한 것은 다른 후보들보다 더 강한 자원 봉사자 조직을 일구는 데 강력한 힘이 되었다.
또한 오바마 캠프는 효과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마케팅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는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적용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의 양을 차별화하여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수록 정보의 접근성과 임무의 수준을 높여 갔다. 또한 ‘오바마와의 점심’ 같은 혜택도 프로그램에 포함하여 리더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바마 캠프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오바마는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선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원 봉사자 조직을 움직였고, 그 조직력이 경쟁자를 압도한 것이다. 이 조직의 힘은 힐러리와의 경쟁에서 힐러리 캠프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고, 공화당 맥케인과의 경쟁 시에 플로리다와 같은 격전지 (Swing State)에서의 승리에 큰 힘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플로리다에서 오바마는 풀뿌리 조직의 결과로 얻은 많은 헌금을 바탕으로 2008년 6월 이후 2천 7백 5십만불을 TV 광고에 쏟아 부으면서 공중파 홍보에서도 압도했다. 오바마 캠프의 놀라운 기부금 모금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오바마는 맥케인과의 공중파 홍보전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맥케인 캠프가 공화당 텃밭에서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하기에도 힘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오바마 캠프가 점점 커지는 조직과 방대한 정보를 잘 관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오바마 캠프의 조직력,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 및 조직 관리 철학의 결합 등 여러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과 같이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수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귀와 입을 움직이는 미디어 수단이 필요하다. 2008년 미 대선에서 뉴미디어는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다음에서 살펴보는 오바마 2.0으로 거듭난다.
전략 5. 뉴 미디어의 힘을 최대한 활용
가장 다양한 미디어 툴과 가장 많은 광고비가 소모된 2008년 미 대선은 뉴 미디어간의 전쟁이었다. 뉴 미디어는 사회적 속도 (Social Velocity)가 매우 빠르고,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성, 아메바처럼 스스로 번식해가는 놀라운 증폭성, 비용 효율성, 창의성 그리고 참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더욱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오바마 캠프는 그 어느 경쟁 팀보다 뉴 미디어 활용력이 높았다. 타임지에 따르면 오바마도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력한 인터넷의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과거의 대선 역사를 보면 당시의 앞서가는 미디어 형태는 승리 후보들의 일등 공신이었다. 1960년에 공중파 TV에서의 존 에프 케네디, 1996년 케이블 TV에서의 빌 클린튼, 그리고 2008년 유, 무선 인터넷의 황제 오바마까지 뉴 미디어를 장악하는 자가 높은 승률을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뉴 미디어의 중심에는 홈페이지인 마이버락오바마닷컴(my.BarackObama.com)이 있다. 이 홈페이지는 자원 봉사자를 움직이는 가상 공간이자 모든 자원 봉사자들과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모체 역할을 해냈다. 이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사인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크리스 휴즈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오바마 캠프에 합류하여 큰 기여를 했다. 마이버락오바마닷컴에는 이후 총 백만 명이상의 지지자들이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하게 되었으며, 수많은 캠프 조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 온라인에 등록하는 지지자가 하나 둘 씩 늘어 날 때마다 소액 기부금이 쌓여갔다.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이메일을 통해서 지지자들과 교감하고 선거 유세를 유리하게 진행해 갔다.
오바마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도 경쟁자중에서 가장 많은 ‘사이버 이웃’을 가지게 되었고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서 오바마의 공식 비디오를 네티즌이 클릭한 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천4백만 시간이 넘었고 이것을 TV 방송의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7백 만 불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뉴미디어 관점의 보편화된 모바일 텍스트가 캠프와 자원 봉사자간에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모바일 텍스트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유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퍼미션 마케팅 방식이 필요했지만 캠프의 뉴스를 언론보다 더 빨리 알고 싶어하는 지지자들에게 퍼미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린스턴 대학과 미시간 대학의 2006년 공동연구에 따르면 선거전에 문자 메시지로 투표에 참여 해 줄 것을 호소하면 투표율이 4% 올라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오바마 캠프에서 보내는 텍스트 메시지는 오바마의 유세 일정, 집결지, 오바마 캠프의 이벤트 및 이슈 등을 실시간 공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뉴 미디어의 활용은 특히 오바마와 같이 젊은 층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18~29세 사이의 투표자들의 비율이 197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이 중 다수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이 유권자층의 반은 인터넷을 통해서 선거 정보를 얻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뉴 미디어는 선거 자금을 모으는 데 분명 큰 몫을 해냈다. 오바마가 모은 총 6억불이상의 역사상 최대의 기부금은 2백 5십만이라는 다수의 미국 시민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뉴 미디어가 오바마 풀 뿌리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뉴미디어 전략만 보는 것보다는 왜 경쟁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적이었는가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것은 오바마 캠프에 더 뛰어난 뉴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들었고, 오바마가 웹 2.0에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 더 인기가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오바마 승리가 마치 뉴 미디어 전쟁에서만 이겼기 때문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선거 막바지까지 오바마는 다른 후보들보다 많은 돈을 TV 홍보에 쏟아 부었고 효과를 보았다. 2008년에 TV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것은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미디어는 목적에 준하는 것이지, 수단을 위해서 어떠한 미디어가 활용될 지는 전략가의 판단에 달렸을 뿐이다.
전략 6. 오바마 리더십의 부각
마지막으로 오바마 개인의 특징을 들 수 있다. 그의 카리스마와 그의 리더십이 승리의 핵심적 요인이다. 리더쉽은 한 사람을 둘러싼 총체적인 예술이다. 행동 양식, 말투, 습관 및 손 동작까지 모두가 하나의 이미지로 형성된다. 오바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안정감을 주는 굵고 낮은 톤의 저음, 강렬한 눈빛을 통한 변화에 대한 열망, 간결하면서 또렷한 메시지와 제스처 등 그의 카리스마를 나타내 주는 특징들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오바마의 리더십은 힐러리와 맥케인이 가진 리더십보다 낫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색깔을 띄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2008년 시대적 환경에는 오바마 리더십이 더 호소력이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가 캠프 CEO로서 자신의 조직 관리에서 보여준 차별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러리와 맥케인 캠프와는 달리 오바마 캠프에 대해서는 잡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바마는 선거 캠프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모습, 모든 사안을 지시하고 판단하려는 것 보다는 믿는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고 끝까지 지켜보는 모습을 통해 캠프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선거 결과 이후 오바마는 모든 승리 요인을 오히려 그의 캠프와 특히 캠프의 총 지휘자였던 데이비드 엑설로드에게 돌리는 일이 많았다.
유모를 알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에게는 인재가 모여든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가 반드시 많은 것을 경험해보거나 유명인사일 필요는 없다. 오바마 캠프 의 특징은 그 핵심 참모들이 전국적인 정치 캠페인을 해 본적은 없으나 오바마라는 리더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헌신을 다했다는 점, 돈을 위해서 뛰어들기 보다는 참가 그 자체를 즐기며 성취욕이 강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반해 예비 경선에서의 힐러리 캠프, 대선에서의 맥케인 캠프에서는 끊임없는 내부 잡음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갈등 속에서 참모들이 내놓은 전략도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만 했다. 오바마 캠프의 최고 전략가인 데이비드 엑셀로드는 겸손과 저자세 전략을 내세운 반면 힐러리 캠프의 마크 펜은 네거티즘 전략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맥케인의 경우 과거 조지 부시와의 경선에서 부시 진영의 네거티즘 전략에 말려서 패배한 경험이 있어서 네거티즘에 신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참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결국 오바마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네거티즘도 하나의 분명한 전략이긴 하나 오바마 캠프는 이 전략을 피해갔다.
현재까지 살펴 본 오바마의 승리 요인을 보면, 그 핵심에는 오바마의 개인적 역량, 자원 봉사자들의 적극적 활동, 혹은 뉴미디어의 성공적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오바마의 승리의 요인은 브랜드 만들기에서 조직원 관리까지 매우 정교한 전략과 실행 방안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한 결과이다. 한편의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선거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도 이 역사적 이벤트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을 정도로 고객(유권자) 경험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컸다.
Ⅲ.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시사점
선거 캠페인과 마케팅 캠페인의 뚜렷한 공통점은 그 냉정한 결과이다. 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개인의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에 악영향을 주고 선거 비용을 과대하게 소비한 경우 파산의 위험마저도 있다. 마케팅 캠페인도 실패로 돌아가면, 비용을 잃고 고객을 잃는다. 선거든 마케팅이든 이겨야 한다. 이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오바마의 승리는 마치 야구 게임처럼 9회에 역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전략은 1회부터 9회까지 철저한 전략과 실행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또한 오바마 캠프의 전략에는 고전적 마케팅 진리와 현대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한 두 가지의 요인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종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2008년 미국 대선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지 비즈니스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정리 해보자.
시사점 1. 일관성을 유지하라(일관성의 힘)
많은 기업들은 변화를 모색하다 실수로 브랜드의 일관성을 잃어 버리고 2등으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다음에는 또 어떤 제품으로 재미있게 프리젠테이션을 할까 궁금해진다. BMW를 탄다는 것은 운전의 즐거움이다. BMW의 핵심 역량과 가치를 바꾼다면 고객들은 제품 그 자체에 대한 실망보다 BMW 회사에 실망할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도 동일한 것을 보여 주었다. 오바마에게서 희망과 변화라는 색깔을 빼버린다면, 외교적인 경험이 없는 애송이라는 공격을 막아내고, 낮은 인지도에서 오는 초기의 얕은 지지 기반을 메울 수 있었을까?
오바마의 일관된 브랜드와 전략은 경쟁자들의 눈에 보이는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비해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이미지를 초기에는 ‘정치 경험’ 그리고 나서 ‘변화를 위한 카운트 다운’ 세번째는 ‘미국을 위한 솔루션’으로 옮겨 갔다. 존 맥케인은 ‘직설적 화술가’, ‘보수의 대변’ 그리고 ‘전쟁 영웅’으로 접근했다가 마지막으로 ‘미국 최우선(Nation First)’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유권자의 니즈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 캠프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조직 관리, 경쟁자의 공격에 대한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체적으로 신경을 썼고 이것은 유권자들로부터 믿음이라는 큰 보답으로 돌아왔다.
시사점 2.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호소 하라(가치 판매의 힘)
소비자 시장과 유권자 시장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점점 총체적 가치에 관심이 많아 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살 때, 특정 기능에 유혹되기 보다는 그 브랜드를 가졌을 때의 충만감, 그 제품을 가졌을 때의 결과적인 생활의 즐거움과 가치에 관심이 많아졌다. 총체적 가치는 시장 환경이 나쁘고 경쟁이 치열할 때 더욱 힘을 내는 속성이 있다. 만약 오바마 캠프가 흑백 구도와 빈부 구도로 대결했으면 실패 했을 확률이 높다. 오바마의 총체적 가치는 통합과 변화였고, 자신의 총체적 가치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생시켰다.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와 맥케인이 네거티브로 공격해 올 때도 자신의 가치 전달에만 집중했다. 이를 통해 백인들의 생각마저도 사로 잡을 수 있었다.
시사점 3. 철저한 실행력으로 최종 경쟁에서 이겨라(역전의 힘)
시장에는 시장 점유율 1등 상품이 있다. 1등 상품은 1등이라는 선입관으로 왜 점유율이 그렇게 높은 지 그 이유를 합리화시켜 버린다. 디자인도 좋아 보이고, 기능도 탁월해 보인다. 마케팅 캠페인도 더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먼저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해서 혹은 경쟁사 제품의 로열 고객층이 분명하고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실패하고 2012년 다시 도전해야 하는 운명이었을 수도 있다. 2012년은 또 다른 환경이 기다릴 뿐이고, 그 때 더 경쟁력이 높아져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없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다. 오바마 캠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비젼과 승리에의 믿음이다. 그리고 목표가 정해지면 철저한 계획하에 실행하여, 하나 하나의 장애를 극복해갔다는 것이다.
시사점 4. 관계 중심적 생태계를 만들라(관계 관리의 힘)
많은 기업들이 고객관계관리(CRM)을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실패 사례도 많이 접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관리에 있어서 CRM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CRM의 전략, 프로세스, 조직 및 시스템 모두에서 그 결과는 경쟁자들을 앞서 갔다. 유권자도 곧 고객과 동일하다. 오바마 캠프의 관계관리 전략은 하나의 조그만 관계 그룹에서 결국은 수백만의 관계 사슬로 묶이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특히 기존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을 오바마의 편으로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의 소단위의 조직을 통해 지지자간의 모임뿐만 아니라 방문해야 할 사람 정보를 내려 보내고, 또한 이미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밝힌 유권자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세심함을 보여 주었다. 하나의 조그만 조직이 그 관계를 스스로 넓혀가는 것은 자가 증폭적인 세포 분열과 같았다.
오바마의 승리 뒤에는 오바마 캠프가 만든 관계 역학의 거미줄이 빠르면서 촘촘하고 정교하게 전국에 형성되었다. 그리고 관계 정보 시스템은 새로운 유권자를 찾아내고, 관계를 심화하고 또 다시 다른 유권자로 확산하는 유기적 생명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시사점 5. 오픈 소스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내부역량의 경계선을 넘어라(공개적 창조의 힘)
P & G 는 C & D (Connect & Develop)라는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해 제품 개발과 개선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소싱하여 효과를 본 경영 사례가 되어 왔다. 한 개인과 한 조직 및 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
오바마 캠프는 개방적 인프라를 제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산적 협업의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많은 홍보물은 오바마 캠프의 홍보 관리 팀이 아닌 지지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 오바마 홈페이지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운영하여 창의적인 홍보물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이러한 환경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재능이 있는 지지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트 및 미술가들은 오바마 캠프의 자료를 자유롭게 변형하여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수 많은 창작품이 대중에게 노출되게 했다. 이러한 아이디어 공유 생태계는 마케팅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시사점 6. 고객을 중심에 놓아라(고객 중심의 힘)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너무 시대를 앞서 갔거나 뛰어난 특징에도 불구하고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에게 유권자는 고객이었고 고객이 왕이었다.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로펌으로 향하는 대신 시카고 남부 빈민가에서 사회 운동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가난이 무엇인지 그리고 서민으로서의 고충이 무엇인지 어느 후보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대선의 향방은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가지지 못한 다수의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마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한 번에 하나의 세탁기, 하나의 청소기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한 부와 상관없이 한 표만 행사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들 하나 하나가 소중했다. 그리고 눈높이를 그들에게 맞추어 자신을 포장했다. 오바마 캠프는 심지어 초기부터 콜센타를 아웃 소싱해서 유권자들의 전화에 대응하며 24시간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했는데 이것은 고객 중심적인 전략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언론인은 독자의 편에서 흥미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바마 캠프는 이러한 언론의 속성을 잘 활용했다. 타임지에는 오바마의 낡은 구두 바닥을 보여주는 기사를 실었다. 반면 뉴욕 타임즈는 유세 중에 힐러리 클린턴이 지방의 조그만 도시의 호텔에서는 자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고, 맥케인의 부통령 지명자 페일린이 옷 구매에 엄청난 금액을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점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소통에 실패할 경우 품질이 뛰어난 제품도 왜 그 제품이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지 고객은 알 길이 없다. 고객의 눈높이에 얼마나 더 잘 맞추는 가가 곧 상품의 궁극적 성공을 결정한다.
시사점 7. 위기관리에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리스크관리의 힘)
정치 선거 캠페인은 긴 여정과 불확실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와 마찬가지로 위기는 언제든지 닥쳐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기 관리를 위한 시나리오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예비 경선과정에서 오바마 캠프에 비해서 힐러리 캠프의 위기 관리력은 훨씬 떨어졌다. 수퍼 화요일에 힐러리 캠프는 오바마에게 패배했는데,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할 지 명확한 전략이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 초반에 자금 통제에 실패하여 선거 자금이 이미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팀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자원의 집중을 방해한다. 수퍼 화요일의 쇼크로 힐러리 캠프는 혼란을 겪었다. 본선 과정에서 맥케인 캠프는 공화당 텃밭에서도 패배를 했다. 당연히 이길 것으로 평가한 지역도 오바마 캠프의 규모의 경제와 조직력에 무너졌다. 맥케인 캠프 또한 그 다음 전략이 모호했다. 그 이후 맥케인은 네거티브 선거로 일관했는 데,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물론 공화당 유권자 조차 오바마가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바마 승리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정치 선거와 마케팅간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시대에 오바마 캠프는 훌륭한 마케팅 전략과 실행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상품성은 기본이고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 미디어 전략, 및 조직 관리 전략 등 하나의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목표가 1등 상품이 되는 것이라면, 1등 상품에 걸맞는 더 뛰어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1등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경쟁자에게 묻지 말고 고객에게 물어야 한다. 구매 결정은 고객의 냉철한 판단에 의해 내려지고 고객이 아니라고 한다면 처음의 제품 기획 프로세스로 되돌아가서 다시 분석해 봐야 한다. 기존 시장의 1등 상품에 주눅들 필요도 없고, 고객의 ‘NO’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다시 원점에서 전략을 보는 것이다. 오바마 승리는 결국 치열한 경쟁의 패러다임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과 조직 그리고 그 전략과 실행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 참고문헌 >
박성래,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랜덤 하우스, 2008
버락 오바마,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중앙 북스, 2008
우태희,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 새로운 제안, 2008
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 세종, 2004
Bill Taylor, “How Obama Became CEO of the USA - and What it means for CEOs Everywhere”, November 5, 2008
Newsweek, “How he did it”. November 5, 2008
Karen Tumulty, “Obama’s Viral Marketing Campaign,Thursday”, Time, Jul.05, 2007,
John Quelch, “The Marketing of a President Published”, Nov. 12, 2008
http://www.squidoo.com/obamawebsite
- LG Business Insight 10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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