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브랜드는 스토리로 말한다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흡인력을 기업이 놓칠 리가 없다. 상품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누가 더 사람의 마음을 끄느냐가 중요해진 지금의 기업 환경에서 스토리텔링은 기업에게 매력적인 화두이다. 스토리로 말하는 기업, 우리는 이미 그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에 스토리텔링이 떴다
스토리텔링이 인문학 분야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분야까지 파고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예전에는 상품을 만드는 기술이나 상품의 질에 차이가 컸지만 이제는 품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상품의 의미와 메시지에 소비자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상품의 감성적 측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잊어버린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머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각인(Imprint)은 우리 뇌에 새겨진 강한 흔적을 말한다. 일반적인 정보나 지식은 우리 뇌에 강하게 각인되지 않는 반면에 이야기는 잘 각인된다. 이야기를 기억에 각인시키는 것은 뇌의 변연계에서 촉발된 감정이다. 셋째, 사람들은 상품을 평가할 때 해당 기업 자체의 광고도 참고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도 민감해한다. 또 해당 상품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주위의 반응이 있으면 관심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 상품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면 입소문의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이를 상품의 화제가치(Talk Value)라고 하는데 스토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설득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고, 스토리텔링은 감성적인 설득 방법이다. 효과적인 스토리는 우리 뇌에 깊숙이 각인되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영원히 기억된다. 그렇다면 사실·진실·스토리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아래 말을 한번 보면 스토리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Tell me a fact and I’ll learn(나에게 사실을 말해주면 나는 배우겠소). Tell me a truth and I’ll believe(나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나는 믿겠소). But tell me a story and it will live in my heart forever(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내 마음 속에 영영 간직하겠소).” 기업들이 스토리텔링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의 매력적인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성공한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기업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을 뛰어난 감각으로 포착하여 제품이나 사업에 응용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기업은 남들과 다른 발상 전환의 힘을 가진 기업이 아닐까? 그 사례들을 모아봤다.
( 사례 1 ) 아이팟의 브랜드 네이밍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름의 유래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애플이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동안, 스티브 잡스는 맥(Mac)을 여타 기기의 허브(Hub)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비니 치에코(Vinnie Chieco)는 여기에 착안하여 모든 종류의 허브를 검토하던 중 우주선을 떠올렸다. 그리고 우주선 모함에서 떠날 수 있지만 연료 충전을 위해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포드(pod)에 착안했다. 컴퓨터는 우주선 모함이고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다운 받기 위해 컴퓨터에 수시로 접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의 마지막 커넥션인 ‘팟(pod)’을 보았다. 그는 여기에 기존 애플 컴퓨터인 아이맥과의 연결성을 더하는 ‘아이(i)’를 추가해 아이팟(ipod)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다.
( 사례 2 ) 펜디 바게트 백
패션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은 활발하다. 펜디(Fendi) 창업자의 손녀이자 디자인 디렉터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1997년 가을에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했다. 베이커리에서 바게트 한 덩어리를 사 아무렇지도 않게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바쁘게 걸어 다니는 프랑스 여성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제품. 이 백은 바게트 빵의 모양을 따라 막대기 모양으로 길게 만들어졌다. 이름도 ‘바게트 백(Baguette Bag)’이라 지었다. 끈이 짧아서 어깨에 메면 꼭 바게트 빵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유머러스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후 600여 종의 창조적이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바게트 백이 출시되었지만 각 디자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일정 개수만 만들어 한정 판매를 했다.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희소성 때문에 이 바게트 백에 대한 인기는 더욱 치솟아 품절 사태와 긴 예약 상황이 빚어지곤 했다. 당연히 바게트 백은 신분 가방(Status Bag)이 되었고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이 되었다.
( 사례 3 ) 패스트패션, 자라
패스트푸드처럼 패스트패션이라는 말이 있다. 최신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곧장 출시하는 대중적인 패션을 말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로는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와 망고, 영국의 톱숍, 미국의 포에버21이 있다. 이 중 자라(ZARA)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다. 스페인의 소도시인 라 코르냐(La Corna)에서 디자이너 드레스를 파는 매장 쇼윈도 앞에 두 연인이 서 있다. 쇼윈도 안의 드레스를 약혼녀에게 입히고 싶지만 가난한 재단사에게는 돈이 없다. 재단사인 그가 보기에 쇼윈도 안의 드레스는 그렇게 비싸서는 안 되었다. 결국 그는 직접 옷감을 구입하여 비슷한 드레스를 그녀에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자신들과 같이 가난한 연인들도 서로에게 사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노라고 맹세한다. 그 가난한 연인들의 꿈이 조금씩 무대를 넓혀 나가 ‘자라’가 탄생한 것이다.
( 사례 4 ) 캐나다의 스트랫포드
기업들만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도 활발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스트랫포드(Stratford)라는 조그만 마을은 한때 가구산업과 기차정비산업으로 부흥했다가 산업의 쇠락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이때 스트랫포드 출신의 기자 톰 패터슨은 이 도시의 이름이 셰익스피어의 고향 마을인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과 같다는 점에 착안, 셰익스피어 연극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도시의 경제를 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허황된 꿈이라며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당국이 그의 계획을 지지하고, 일부 지역 경제인들도 지원을 공약했다. 그리고 1952년 스트랫포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Stratford Shakespearean Festival)이라는 법인이 설립되고 셰익스피어 공연을 하게 된다. 이 도시를 흐르는 강 이름도 아예 에이번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 이후 이 도시는 성장 일로를 걷게 된다. 짝퉁 도시이지만 아주 성공적인 도시 회생 전략이 아닐 수 없다.
( 사례 5 )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뮤지엄 카페
광고인상파 화가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 고흐는 네델란드 브라반트 출신으로 암스테르담에는 반 고흐 뮤지엄이 있다. 이 뮤지엄에는 카페가 있는데 이 카페가 잡지에 낸 광고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광고에는 글자가 하나도 없고 단지 커피 잔만 하나 덩그러니 실렸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면 커피 잔 손잡이가 깨져 있다. 왜 정상적인 커피 잔이 아니라 깨진 커피 잔일까?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고 붕대로 귀를 칭칭 감은 채 자화상을 그렸던 고흐를 아는 이라면 잘린 귀를 연상시키는 깨진 커피 잔을 보고 고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스토리는 꼭 말이나 문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하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유의해야 할 점을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적절한 스토리를 발견해야 한다. 마케팅이 있기 전부터 스토리는 시간과 공간을 통틀어 우리 주위에 항상 있어 왔다. 단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호기심과 집중력을 가지고 적합한 스토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토리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하도록 한다.
둘째, 스토리를 만들 때 지나친 허구는 독약이다. 소설은 허구로 만들 수 있지만 기업이나 정부는 마음대로 지어서 만들 수 없다.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물론 사실에 약간의 허구를 넣어 재미와 극적인 요소를 넣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스토리를 만들고 이런 스토리에 맞도록 현실을 바꾸어라. 기업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드림과 비전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시한 스토리가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든 다음 기업은 그런 스토리가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계속 전달해야 한다. 스토리와 현실간의 갭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의 입을 통해 전파되도록 한다.
넷째, 스토리의 화제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짧고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화제가치(Talk Value)이다. 스토리의 진정성 즉 핵심가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소비자에게 스토리를 알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고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길고 어렵고 재미없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다.
- Theme Story2 ◑ 글│김민주│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 Beyond Promise 10,11월호
●●● 필자 김민주 님은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자 비즈니스사례 사이트인 이마스의 대표 운영자로 동시에 영미경영서적 전문 번역가이다. 기업 및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활동 및 트렌드·마케팅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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