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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3. 10:03
한미FTA가 쇠고기 협상이라는 복병을 만나고, EU와의 FTA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거대경제권 중심의 FTA 추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성공 확률이 높고 가시적 실익이 큰 국가들과의 FTA 추진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해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어 17대 국회 임기 내에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이론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과 무역협상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 의회가 올해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 역시 매우 낮아 보인다. 통상 당국은 중국, 일본 등과 서둘러 FTA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 시작 1년째를 맞는 한-EU FTA 협상도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정부 계획대로 될지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연히 ‘대한민국을 글로벌 FTA 허브로 키운다’는 중장기 통상전략 목표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협상’만 두드러지고 실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FTA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조금씩 피로감과 실망감으로 바뀌어가는 형국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 경제권 위주의 기존 FTA 전략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거대 경제권과의 협정은 발효 시 실익은 크지만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 경제권과의 FTA에 모든 힘을 쏟기보다는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적이고 경제구조가 보완적인 국가들과의 FTA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정부의 통상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하기를 원한다면 빠른 타결과 발효, 가시적인 실익으로 이어지는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난항 겪는 한미 FTA 
 
우리 정부는 한미FTA와 쇠고기 협상이 별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두 가지를 동일선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미 의회가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없이는 한미FTA 비준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던 탓이다.
 
이처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이번 국회 임기 내에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려던 정부 계획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이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차기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미FTA 적극 지지’를 표하고 있어 18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별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안 재상정에 따른 행정적, 금전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정치권의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올 11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한미FTA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각 주 대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당이 그 주의 전체 대표성을 갖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각 주의 정당 별 의석 점유율을 분석해 보면 공화당이 70% 이상의 절대 우세를 보이는 주는 23개에 달하는 반면, 민주당이 우세한 주는 1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0개 주는 양당 의석 분포가 비슷하다. 즉, 하원 전체 의석에서는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대의원 선거에서는 낙승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양당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10개 주가 FTA에 대해 부정적인 제조업 부문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즉 경합 지역 대의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기간 내내 한미FTA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2008년 3월 26일자 참조) 이런 국면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보가 불가피하고, 그 대표적인 예가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역협상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이 유리 
 
국제무역협상이 늘어나면서 국내 정치적 제약 요인이 국가 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 중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은 민주화와 같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 배분 변화가 협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게임이론에 근거해 설명한 Milner & Rosendorff(1997)의 연구이다.
 
입법부의 제약이 행정부의 협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 입법부의 제약이 많을수록 행정부의 협상력이 커진다는 Schelling(1960)의 직관적인 주장, 즉 ‘쉘링의 추론(Schelling conjecture)’은 그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쉘링은 ‘행정부가 모든 결정권을 갖거나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견이 일치하는 나라에 비해 입법부의 반대 가능성이 큰 나라의 행정부가 입법부 승인의 어려움을 핑계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추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발전해 왔지만 Milner & Rosendorff(1997) 이전까지 이론적 근거는 다소 미약한 편이었다.
 
Milner & Rosendorff(1997)는 2차원 정책국면(two-dimensional policy space)을 고려한 게임 모형을 통해 ‘국내 정치의 제약이 있는 협상 당사자가 협상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수리적으로 증명하고, 이 모형을 이용해 NAFTA 협상 및 발효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가지 갈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아울러 저자들은 이 연구에서 입법부에 의한 국내 정치적 제약이 행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함을 보였다. 다시 말해 의회와 정부의 정책 방향 차이가 협상 자체를 가로막을 만큼 크지 않을 때는 협상에 도움을 주지만, 이 간격이 너무 클 경우 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간 정체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1992년 NAFTA 협상안을 1차 부결시켰던 미국이 그 예다.
 
이 연구는 ‘모든 게임 참가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엄격한 가정에 입각해 있지만 국제무역 협상 과정에서 국내 정치 구도와 행정부의 시장개방 선호도가 교역조건, 협상 결정권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화해서 잘 보여준다.  
 
● 국내 정치구도와 교역조건 
 
Milner & Rosendorff(1997)가 증명한 기본 명제들은 다음과 같다. 교역조건의 경우 행정부가 시장개방을 선호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같은 당이 장악한 여대야소(unified government) 상황에서는 행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져 자국의 관세율은 0에 가깝게 낮추지만 상대국의 관세율은 그만큼 낮출 수 없다. (<표 1>의 2사분면) 반면 여소야대(divided government) 구도에서는 협상력이 커져 오히려 상대국의 관세율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표 1>의 1사분면)  
 
이 결과를 2005~2008년 미국에 적용해 보자. 행정부는 시장 개방을 선호하는 공화당이, 입법부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표 1>의 1사분면에 해당하는데 이 기간에 미국이 무역협상을 벌인 한국, 페루, 콜롬비아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국의 추가 개방 허용 수준보다 상대국에 대한 개방 요구 수준이 더 컸다는 점에서 현실과 잘 부합한다.
 
● 국내 정치구도와 협상력 
 
양국 협상 과정에서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야당이 의회를 장악한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최종 비준 권한을 가진 입법부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표 2>의 1, 4사분면) 반면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시장 개방에 대한 행정부의 선호에 따라 달라진다. 즉, 개방을 선호할 때는 협상 상대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자국 입법부의 영향력이 가장 약하지만, 보호주의를 선호할 때는 자국 행정부 영향력이 가장 크고 입법부와 상대국의 협상력이 가장 약하다. (<표 2>의 2, 3사분면)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미 의회가 보여준 영향력을 돌이켜볼 때 이 결과 역시 현실을 잘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 국내 정치구도와 비준안 통과 가능성 
 
마지막으로 행정부가 체결한 협정 결과에 대한 입법부의 비준 동의 가능성이다. 이 분석은 협정안 비준 가능성을 ‘국내 정치 구도’와 현재 직면한 ‘선거 승리 확률’의 두 차원에서 분석했는데, 선거 승리 확률이 높을 때는 여야 구도와 상관 없이 행정부의 합의 결과를 100% 승인하지만(<표 3>의 1, 4사분면), 선거 결과가 불확실하고 여소야대 국면일 때는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3>의 2사분면). 11월 선거 결과가 아직 불투명하고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현재 미국 상황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통과가 상당히 어렵다는 의미이다.
 
올해 내 한미FTA 비준안 통과 어려울 듯 
 
<표 1>~<표 3>의 결과는 2004~2007년 한국 상황도 잘 설명해준다. 행정부가 시장 개방을 지지하고 여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미국, EU 등과의 무역 협상에서 양보 폭이 컸던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는 뜻이다. 또, 4월 총선을 앞둔 올해 초 국회가 여소야대로 뒤바뀐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한미FTA 비준안 통과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6월 이후 18대 국회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한미FTA 비준안 통과는 거의 기정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말 선거가 끝나더라도 미 의회 통과는 낙관하기 어렵다.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기존 한미FTA 타결안을 그대로 의회에 상정시켜 비준을 받을 수 있겠지만, (<표 3>의 1, 4사분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재협상 요구라도 한다면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표 1>과 <표 2>에 나타나듯이 현재 타결안보다 훨씬 불리한 내용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FTA 실적 부진으로 피로감 쌓여 
 
문제는 한미FTA 뿐만이 아니다. 통상 당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거대 경제권과의 FTA 확대 본격화를 선언하면서 중국과의 협상 개시, 일본과의 재추진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통상 전문가 등 투입 인력과 재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협상 개시 1년째를 맞는 한-EU FTA도 아직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진이 한미FTA 발효 지체로 EU 측에서 위기감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라면 한미FTA 비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EU 의회가 통상 관련 권한을 해당 위원회에 거의 전적으로 맡기고 형식적 승인을 하는데 그쳤으나 점차 집행부 견제를 위한 의회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추세는 여소야대 구도에 점점 더 비슷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미국, EU 등과의 FTA 추진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발판으로 글로벌 FTA 허브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통상전략이 함께 빛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던 2006년 초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FTA 선도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ASEAN FTA 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런 표현이 무색해졌다. 오히려 우리와 반대로 소규모 경제권과의 FTA를 적극 추진한 중국의 진도가 훨씬 빠르다.  
 
이 과정에서 FTA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무관심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한미FTA 여론 조사 결과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그림 1> 참조). 2006년 12월 55.4%였던 찬성 비율은 협상 타결 직전인 2007년 3월 60.8%에 달했으나 10월에는 54.6%로 6.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반대 비율 역시 35.3%에서 33.0%, 30.9%로 계속 낮아졌다는 점에서 찬반 구도가 바뀌었다기보다는 무관심 계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FTA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은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뒷받침해 줄 지지대인 동시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파고에 맞설 동력이라는 점에서 무관심 계층의 확산은 향후 우리 경제의 구조 변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거대 경제권 중심의 FTA 전략 재검토 필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 경제권 위주의 기존 FTA 추진 전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거대 경제권 중심의 FTA 전략은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선택이다. 단숨에 새로운 시장과 성장 동력 확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달고 큰 열매라 하더라도 내 손에 쉽게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 열매가 얼마나 높은 나무에 달려 있는지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EU 등은 매력적이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파트너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견 차가 크지 않고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 비준안 획득은 쉽겠지만, 보호주의적 성향이 커서 우리한테 불리한 협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표 1>의 3사분면, <표 2>의 3사분면 참조) 다시 말해 거대 경제권과의 FTA 추진에 모든 협상력을 집중시키기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로드맵이 처음부터 대규모 국가와의 FTA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2000~2006년 협상과 발효에 성공한 칠레, 싱가포르, EFTA 등과의 FTA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FTA 협상에 필요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이었다. 그 다음 단계로 추진한 미국, EU 등 대규모 경제권과의 FTA 역시 추진 자체는 좋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협상 국면이 여의치 않게 바뀌어갈 때는 호흡을 고르면서 내 손 안에 든 다른 패들을 살펴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그렇다면 대안을 고를 때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손에 잡히는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를 위해 FTA 체결에 대한 관심, 국내 정치 상황, 산업구조의 보완성, 시장 규모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한국과의 FTA에 대해 적극적이고 여야 갈등이 적을수록 협상력 측면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다. 또 산업구조가 보완적이고 시장이 크면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상첨화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나라로 호주와 뉴질랜드, GCC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한미FTA 발효 이후 쇠고기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호주는 자유당 정권에 이어 지난해 새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 역시 한국과의 FTA 체결을 적극 희망하고 있어 그 어느 나라보다 체결 성공 확률이 높다.  
 
호주와의 FTA 적극 추진해야 
 
호주는 시장 규모 면에서는 거대 경제권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표 4> 참조). 인구가 2,000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고, 한국과의 수출입 물량도 많지 않아 교역 면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1인당 GDP가 4만4,000 달러에 달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높아 한국산 고급 상품의 수출시장으로 유망하다. 국내 제조업 인프라가 빈약해 산업구조 보완성이 높고 철강, 석탄 등 자원이 풍부해 자원 외교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 강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호주는 제조업 발달 수준이 높지 않지만 금융업, 관광업 등 서비스 산업과 자본집약적 농업이 발달해 있어 우리 경제의 체질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달리 호주는 문화적 다양성, 해외고급인력 유치 노력 등에 힘입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사회제도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 대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제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의 평균 관세율은 4.3%로 낮은 편이지만 자동차(10%), 섬유 및 의류(5%), 가전(5%) 등 한국 기업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역 규모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반덤핑 제소는 잦은 편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호주의 반덤핑 제소는 8건(2007년 8월 말 기준)으로 10건의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였다. 또 외국기업에 대한 환경 및 노동 관련 규제가 심해 FTA 체결 시 투자협정을 통해 해결할 여지도 크다.
 
한국과 호주는 무역보완성 커 
 
한국과 호주 간 교역은 보완성이 크고 품목별, 업종별 편중이 심해 양국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완 효과를 통해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FTA로 인한 산업 및 시장 잠식 우려 없이 성공 경험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교역 면에서 호주는 한국과 반대로 1차 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는 교역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 공산품 부문은 한국이 흑자이지만, 1차 상품 및 서비스교역(관광, 유학, 금융 등) 측면에서는 호주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와 같은 양국 교역의 보완성은 1970년 이후 줄곧 높아지는 추세이다(<그림 2> 참조).
 
호주와의 FTA 체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 분야는 자동차, 전자, 섬유·의류, 철강, 화학 등이며, 수입 업종 중에서는 농업과 에너지·광물자원 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출 업종에서 가장 큰 혜택을 기대하는 부문은 자동차 분야이다. 한국의 대 호주 교역에서 품목별 수출 실적 비중이 높은데다 관세율이 10%로 전자제품(0~7%) 등 다른 품목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가 미국, 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미국과 일본(made in Thailand) 브랜드 자동차들이 관세 폭 만큼의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한-호 FTA는 이런 열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밖에 가전제품, 의류 등의 관세 혜택과, 반덤핑 시비에 자주 휘말렸던 화학, 철강제품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물론 불안 요인도 있다. 호주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농축산물 및 에너지·광물 및 농축산물 분야는 한국이 비교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분야이다. 그러나 에너지 및 광물은 자원 확보 측면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며, 호주와의 자원 협력은 유연탄, 철광석, 우라늄, 구리, 아연, 회토류 등 주요 전략 광물의 자급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농축산물은 미국, EU와의 FTA 협상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개방이 이뤄진 만큼 오히려 청정지역 이미지가 강한 호주 농축산물과 미국산 농축산물의 경쟁을 유도하고, 한국 농축산물은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특화시키는 것이 소비자 후생 측면과 우리 농업의 장기적 발전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칠레와의 FTA 체결 이후 계절 차를 이용한 농업 관련 직접투자 확대를 통해 미국-칠레 간 윈-윈 게임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한국과 호주 간 농업 분야 교류 확대도 모색해 볼만하다.
 
FTA 추진의 우선순위 변경 필요 
 
우리 정부 역시 이런 필요성은 잘 알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GCC, 멕시코, 인도 등 중소 규모 대안 국가에 대한 타당성 검토까지 대부분 마친 상태이다.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 경제권과의 FTA 협상에 대부분의 인력과 재원을 할당한 상태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협상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멕시코에 들른다거나, EU와 협상하다 잠깐 호주 관련 통계를 찾아보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진전을 얻기 힘들다.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상당수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통상 정책과 시장 개방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나 정부의 통상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하기를 원한다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협상 성공 기회를 마련하는 유연한 접근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김형주, “미국 대선후보 경제공약의 함의,” LG Business Insight, 2008년 3월 26일자 
 
Milner, Helen V. and B. Peter Rosendorff, “Democratic Politics and International Trade Negotiations: Elections and Divided Government as Constraints on Trade Liberalization,”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41 No.1, 1997, pp.117~146 
 
Schelling, Thomas C., The Strategy of Conflict, Harvard University Press, 1960 


LG Business Insight 9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