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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3. 10:04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곡물 가격 앙등, 천연자원 고갈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자원위기가 기업 경영과 국가경제 운영,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치명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한 글로벌 자원위기의 배경과 실상, 향후 전개방향 등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및 국가 차원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Ⅰ. 머리말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 자원 가격은 지난 2003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WTI 기준 원유의 연평균 가격은 2002년 배럴당 26달러에서 올 1~4월 중 102달러로 5년여 만에 3.9배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곡물(CRB지수 기준, 음식의 원료가 되는 식료품, 이하 곡물)은 2.6배, 금속광물(CRB지수 기준, 이하 광물)은 4.7배 상승하였다. 선진국의 소비자물가가 같은 기간 1.1배 오른 것과 비교하면 자원 가격의 상승 속도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국제 자원 가격의 흐름은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달러 표시 국제 자원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투기수요까지 가세해 상승폭이 더욱 확대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중장기적인 자원 공급 제약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중국과 같은 거대 개도국의 빠른 성장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타이트하다는 진단에서부터 자원 생산국의 감산 가능성, 생산설비 부족, 심지어 자원고갈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 자원가격의 고공행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들이다. 원유, 곡물, 광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원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도 과거에 비해 심해지고 있다.  
 
만약 글로벌 차원의 자원 공급난이 발생할 경우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커다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향후 글로벌 자원위기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 보고, 향후 전개될 자원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의미와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글로벌 자원위기 가능성 
 
 
최근의 공급 둔화는 자원 부족 장기화 징후 
 
국제 자원 가격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와 자원 보유국의 공급능력 제약이라는 구조적인 수급요인으로 인해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자는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양을 생산해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려고 한다. 공급에 제약이 없을 경우 가격 상승은 공급량 증가로 나타나지만, 공급을 늘리는데 제약이 있다면 가격이 오르더라도 공급량을 늘릴 수 없게 된다. 후자의 경우 수요증가까지 겹치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원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의 공급 증가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현상이 지난 2005년부터 국제 원유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률 대비 원유 공급 증가율로 계산되는 원유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1990년대 0.810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0.083으로 10분의 1로 떨어졌다. 지난 2005~2007년 중에는 다시 절반 수준인 0.044로 하락했다(<표 1> 참조). 지난 2005년경부터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수요 증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공급제약’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림 1>은 원유 생산량과 유가의 관계를 1970년부터 2007년까지 나타낸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모습을 보였던 공급곡선의 기울기가 최근 들어 상당히 가팔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급 둔화는 향후 자원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자원 가격 상당기간 지속될 듯  
 
자원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서도 자원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유생산량이 정점을 지나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을 꼽을 수 있다. 캠벨(Colin, J. Campbell) 등 비관론자들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피크가 2010년 경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런 비관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최근들어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원유뿐 아니라 곡물, 광물도 공급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주요 곡물과 광물의 재고-소비 비율이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그림 2> 참조). 곡물의 경우 지난 20년간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1%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수요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야 하나, 도시화, 산업화, 사막화와 함께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재배 면적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07년 세계곡물 재배면적은 1981년의 93%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엥겔계수가 높은 중국·인도 등 거대인구 국가의 소득 증가,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 등으로 농산물 수요가 급증 추세에 있고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도 곡물가격 상승의 구조적인 요인이다. 세계 인구의 1/5에 달한다는 기아 인구가 개도국의 성장으로 기아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의 곡물 공급난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금속 등 광물은 주로 소재, 중간재로 쓰이기 때문에 개도국의 제조업 생산 활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주요 생산지에서 빈발하고 있는 광산 파업과 함께 광물 채굴에 많은 에너지와 장비가 소요된다는 점도 광물의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자원위기는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 때문이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자원위기는 ‘공급제약’이 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실질가격 측면에서 아직 2차 석유파동 당시에 미치지 않고 있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 추세가 투기적인 수요, 지정학적 요인 등에 의한 일시적인 교란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자원 가격의 강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Ⅲ. 자원위기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 
 
 
자원 공급의 제약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두 가지 중요한 패턴 변화는 첫째, 자원의 공급 제약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제약하여 세계 경제의 장기 평균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 둘째, 성장활력이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자원보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 장기 평균성장률 하락  
 
2000년대 들어 자원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주 요인은 개도국이 투자를 중심으로 고성장하면서 투자에 필요한 에너지와 각종 자원의 수요가 크게 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곡물에 대한 소비수요도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원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증가가 자원 가격 상승의 부정적인 효과를 대부분 상쇄해 주었다. 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 성장률이 1990년대 평균 성장률 2.9%보다 1.2%p나 높은 4.1%를 기록하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원유, 곡물, 광물 등 다양한 자원 가격이 본격적으로 동반 상승했던 2003~2007년 중엔 세계 경제 성장률이 4.6%로 더 높아졌다.  
 
자원가격 상승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고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물가 상승을 감안한 자원의 실질가격이 과거에 비해 여전히 낮았기 때문이다. 2007년 중 주요 자원의 실질 가격(=국제 자원가격지수/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 1980년 100기준)은 원유 60.9, 곡물 37.6, 금속 92.6으로 2차 석유파동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 동안 자원의 실질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은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자원투입의 비중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고,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을 높인 중국과 같은 신흥 개도국들이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자원위기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공급능력이 장기적으로도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제약’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고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확대되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수요 확대가 제약될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원료에 대한 비용 부담이 늘면서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여력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3>과 같이 현재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미국 경기의 침체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순환 상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자원 공급 제약에 의해 세계 경제의 평균성장률이 지난 5년과 같은 4% 중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원 공급이 제약되는 정도에 따라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대 초반 혹은 1990년대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장활력이 자원보유국으로 이동  
 
다음은 성장활력이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자원 보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자원 보유국의 성장률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림 4>에서 세로 축은 최근 5년간(2003~2007년) 평균 성장률이 이전 5년간(1998~2002년)보다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나타내고, 가로 축은 GDP 대비 자원순수출의 비중이다. 그림에서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자원 수출국의 성장이 크게 높아지는 등 대부분의 자원 수출국들이 2000년대 들어 성장이 가속되고 있는 반면 선진국 등 자원 수입국들은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을 제외하고는 성장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자원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을 감안하면 자원 보유국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원 보유국들은 자원 가격 상승을 통한 소득 확대분으로 인프라투자나 설비 투자를 확충하면서 성장의 활력을 계속 높이고 있다. 자원 머니를 활용한 M&A나 국부펀드 등을 통한 해외 직간접 투자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두바이가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반면 선진국 등 자원 수입국들은 공산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역조건 악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교역조건 악화는 실질소득을 자원 보유국으로 이전시키게 되어 자원 수입국들은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투자의 둔화는 장기 공급능력을 떨어뜨려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위기에 따른 국가별 명암 
 
그렇다면 자원위기 시대에 어떤 나라들이 기회를 맞게 되고, 어떤 나라들이 부정적 영향을 겪게 될 것인가? GDP 규모 1,000억달러 이상 국가 중에서 자원의 수출입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을 찾아 보았다(<그림 5> 참조). 에너지 부문에서는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자원수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광물 부문에서는 칠레, 호주, 인도네시아 순으로 나타난다. 곡물은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 중남미나 ASEAN 국가들이 높은 수출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자원 보유국들은 앞에서도 보았듯이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뚜렷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원 순수입국을 보면 에너지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태국, 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들도 수입 비중이 높았다. 광물 부문에서는 핀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순수입 규모가 컸고, 한국이 세번째로 순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분야에서는 기후 특성 상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아프리카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수입 비중을 보였는데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 수입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3가지 주요 자원 부문에서 모두 세계적으로 높은 수입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자원 공급 제약의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Ⅳ. 한국 경제의 현 위치와 돌파구 
 
 
우리나라 자원 소비, OECD 최고 수준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자원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에 비해 자원소비의 양과 효율, 양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31개 OECD 국가 중 30위인데,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9번째이다.  
 
에너지 효율도 매우 낮다. 에너지 소비의 효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으로 계산하는 에너지원단위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그림 6> 참조). 미국,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들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면서 OECD 전체의 에너지원단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5년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인당 금속원자재의 소비량도 급증 추세에 있다(<그림 7> 참조).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미국, 일본, EU과 같은 국가들의 현재 수준은 물론이고,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에 있었던 시기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금속원자재를 2~3배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들은 소득이 향상되면서 자원효율적인 구조로 바뀐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히려 자원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매우 특이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자원 다소비형 산업 비중 
 
이렇게 우리나라가 자원을 많이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원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데 있다.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을 많이 소비하는 광공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2006년 기준)은 40% 정도로 미국의 22%, 일본과 독일의 30%에 비해 10~20%포인트나 높다.  
 
특히 대표적인 자원 다소비형 산업으로 분류되는 화학, 철강, 그리고 시멘트와 같은 비금속광물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 제조업에서는 39%나 차지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그림 8> 참조).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비중을 보면, 이들 3개 산업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의 40.1%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이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그림 9> 참조).
 
자원투입 대비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것이 문제 
 
화학, 철강과 같은 자원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자원을 많이 쓰더라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수만 있다면 오히려 우리의 장점이 될 것이다.
 
2006년말 일본의 경단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량 기준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 철강과 화학산업 주요 제품의 생산효율은 일본을 100으로 했을 때, 철강(일관제철) 105, 화학(가성소다) 100으로 세계 최고의 생산효율을 자랑하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같은 자원을 투입해서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철강 산업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을 1단위 투입하여 창출하는 산출액은 5.1에 그친 반면에 일본과 미국은 각각 9.7과 10.5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0> 참조). 화학산업의 경우도 1단위의 자원 투입에 대해 일본은 12.8, 미국은 8.9를 창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5.8을 산출하여 동일한 자원 투입으로 창출해내는 부가가치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율이 낮다는 것은 매출액영업이익률 비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2006년 중 일본 철강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6.2%였으나 우리나라는 10.0%에 그쳤고, 화학산업의 경우도 미국 9.8%, 일본 8.6%보다 낮은 7.3%였다.
 
이렇게 우리나라 철강, 화학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우리의 주력 제품들이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제품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일간 기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보면, 일본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의 철강산업은 87(한국산업은행, 2004년), 화학산업은 56(산업자원부, 2003년) 정도로 우리의 기술 수준이 일본에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면, 자원 투입이 많고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화학산업의 경우 자원을 적게 쓰면서 부가가치도 높은 제약의 비중은 1996년 17.9%에서 2005년 13.6%, 정밀화학도 29.2%에서 18.5%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에 자원을 많이 쓰고 부가가치가 낮은 기초석유화학 제품의 비중은 52.9%에서 67.9%로 15%p나 높아졌다. 철강의 경우도 보통강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강 분야는 주로 선진국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동일한 자원투입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다른 주력산업의 자원 투입도 상대적으로 많아 
 
다른 주력산업도 선진국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산업 등도 선진국에 비해 자원 투입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산업연관표를 통해 산출액 대비 자원 투입 계수를 비교하면, 우리 제조업은 일본에 비해 동일한 산출액을 창출하는데 자원을 1.8배 더 많이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기계는 일본의 2.9배, 전기전자 2.7배, 자동차 2.6배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11> 참조).
 
따라서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가 일본 추격에 성공한 분야도 자원 제약이 심해질 경우 한일 간 격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 기술과 대체에너지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자원위기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의 성장산업으로 부상한 LCD TV분야에서 일본은 초경박형 절전 기술, 절전형 LED 광원 기술에 강해 한일간 경쟁력이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태양전지 전력을 활용하고 용수 리사이클 시스템도 갖춘 샤프의 카메야마 LCD 공장의 사례와 같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시점부터 철저하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분야도 유가 급등으로 일제차의 연비 우위가 강점으로 부각되어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하이브리드 기술로 환경 자동차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아울러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부품, 소재 경쟁력은 자원 제약이 심해질수록 더 큰 강점으로 부각되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의존도 줄이는 노력도 미흡 
 
이렇게 우리 산업은 다가올 자원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먼저 자원위기에 대한 인식과 위기감이 부족하고, 미래를 대비한 투자도 미흡한 수준이다. 과거 자원 투입 위주의 성장방식에 대한 관성에 젖어있는 데다 자원효율화와 대체자원 이용에 대한 정책적 유인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2006~2007년 중 제조업 투자에서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가 72% 이상을 차지한 반면 에너지 절약 투자 비중은 0.7%에 불과하다(<그림 12> 참조). 에너지 절약에 대한 R&D와 시설투자가 부진하다보니 우리의 에너지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에서 발표한 에너지기술 개발 로드맵(2006년)에 따르면 전력은 57%,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은 60% 수준이다.
 
미국은 화학공정, EU는 신재생에너지, 일본은 에너지 효율 제고 분야에서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투자 부진과 낮은 기술 수준으로 인해 신성장 산업 육성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차세대 조명,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미국은 바이오화학과 바이오에탄올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넛크래커 현상 심화 우려 
 
이상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현 위치를 살펴보았다. 글로벌 자원위기 시대에 자원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고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다는 점, 그리고 자원 의존도를 줄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노력도 미흡하다는 점 등이 우리 산업의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러한 산업구조,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초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자원 제약이 심해질수록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기존에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많이 지적되었던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이 자원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에너지, 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 산업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실제로 자원 절감 산업의 전세계 수출 시장은 유럽, 미국, 일본이 석권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4% 정도에 불과하다(<그림 13> 참조). 선진국은 기존 산업에서도 자원 저소비형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 자원보유국들은 자원 수출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중동의 석유화학 분야의 투자에서 보듯이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가공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향후 범용제품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의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들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지만, <그림 14>와 같이 에너지 효율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우리나라 수준에 근접해 오고 있다.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산업경쟁력 상실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 산업이 새롭게 변신하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심한 넛크래커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성장률 하락, 실질소득 감소 등 거시경제 충격도 확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자원 가격이 더 상승하면 우리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지난 몇년 간에 비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자원 가격 상승이 지난 수년간 우리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계량경제 모형을 이용해 분석해 보았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표 2> 참조). 하지만 이 영향은 자원 공급난이 본격화되지 않은 경우이다. 만약 자원 공급난이 본격화된다면, 그 충격은 훨씬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1979~1980년 2차 석유파동 당시에는 공급 차질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1.0%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2%p 상승, 경상수지는 GDP 대비 2.3%p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만큼 경기침체 속에 인플레가 발생하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원 가격이 상승하면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소득이 유출되어 국민총소득(GNI)이 감소한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은 기술 발전, 경쟁 심화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원유, 광물, 곡물과 같은 자원들은 인플레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공산품 디플레-원자재 인플레’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우리가 해외에서 힘들게 벌어들인 소득이 자원보유국으로 이전되는 상황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에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62억 달러의 소득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 그 규모는 3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그림 15> 참조).
 
돌파구는 산업 구조전환에서 찾아야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그 해답은 산업 구조전환(Industry Transformation)에 있다.  
 
산업별로 글로벌 우량기업을 뽑아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산업별 순이익률 변화를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 자원투입 비중별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톰슨 데이터를 이용해 전세계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산업별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업종별 순이익률의 변화를 그린 것이 <그림 16>이다. 가로 축은 자원 투입이 높은 산업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자원투입 비중이 낮은 산업이다.
 
<그림 16>을 보면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업종은 자원투입 비중이 크게 높거나, 자원투입 비중이 크게 낮은 업종으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자원 투입 비중이 낮은 은행, 복합금융 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자원 투입 비중이 크게 높은 에너지, 철강금속, 음식료 등의 산업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반면에 자원투입이 중간 정도인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등은 수익 개선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1990년대보다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를 종합하여 산업간에 비교하면 스마일 커브(Smile Curve)가 나타난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1990년대 IT붐에 힘입어 수익성이 높았던 전기전자의 순이익률이 2000년대 들어 크게 하락하고, 개도국의 수요 증가와 자원 가격 상승을 적절히 활용한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 철강금속, 음식료 산업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어 가치창출(Value Creation)의 축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자원 가격의 급등이 산업간 가치이동(Value Migration)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이와 같은 가치이동은 자원위기의 돌파구를 찾는 우리 산업에게 크게 두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산업 내 구조전환(Intra-Industry Transformation)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원 다소비형 산업이라고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우량기업들처럼 에너지 절감 설비 확충과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원 개발부터 가공, 최종 판매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체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개선이 어려운 자원 다소비 업종의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제품은 자원보유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산업 간 구조 전환(Inter-Industry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원 다소비 업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를 금융, 소프트웨어 등 자원 소비가 적고 지식기반 중심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간 구조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서 자원 다소비형 산업이 비중이 점차 하락하면서 자원 소비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자원 절감과 대체에너지 분야를 신성장 엔진으로 적극 활용해야 변화되는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Ⅴ. 맺음말 
 
 
향후 글로벌 자원 공급의 제약은 세계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자원 보유 여부와 대응에 따라 각국의 명암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와 같은 자원 비효율적인 산업구조를 유지한다면 거시경제 충격과 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원 소비가 많은 철강, 화학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조업이 자원 절감,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 자원 효율적인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과거 석유파동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이 원인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정책 대응은 단기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자원위기는 구조적인 공급 제약이 근본 원인인 만큼 일시적인 위기 관리보다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자원의 희소성 심화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산업의 구조 전환(Industry Transformation)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일한 자원투입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촉매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