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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6. 12:21

Entrue World는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하여 8회째 개최되고 있는 국내 최대의 IT컨퍼런스이다. 매년 최신 IT트렌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행사로 평가받고 있는 Entrue World. 올해의 주제는 ‘Collaborative Innovation’으로, 이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LG CNS Entrue Consulting Partners의 독점적 파트너인 ‘아치스톤 컨설팅’, ‘델파이 그룹’, ‘에드거 던 앤 컴퍼니’, ‘재블린 전략 리서치’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송재용 교수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가해, 다양한 분야의 차별화된 혁신전략 수립을 돕는 최신 이론과 동향, 실제 사례들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 내용 가운데 Thomas M. Koulopoulos의 기조연설을 에서 소개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거대한 변화에는 늘 불확실성이 수반되게 마련이며, 극도로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Innovation)을 내재화하고, 시스템화하여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단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히 대응해 환경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인가? 보통 혁신이라고 하면 발명(Invention)을 떠올리지만 혁신은 발명과 매우 다른 개념이다. 특허사무소에 가면 수많은 발명품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개의 발명은 발명 그 자체에서 머물지 Value를 제공하는지 않는다. 그러나 혁신은 Value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업들은 혁신의 성공도를 제품의 Life Cycle의 양과 속도의 관점으로만 측정해 왔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발명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사실 발명 그 자체는 부피(Volume)를 늘리는 것이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발명이나 아이디어를 혁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은 창조(Create), 수집(Collect), 평가(Evaluate), 구현(Build), 자금 지원(Fund), 실행(Practice)에 옮기기까지의 집결체이다.

예를 들면 10,000가지의 아이디어가 창조에서 시작하여 모든 단계를 거치게 되면, 고작 30가지의 혁신으로 수렴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최대 가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종 아이디어를 정제해 내는 과정이 아이디어를 관리하고 진화해 나가는 조직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아이디어가 혁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그 중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아이디어를 추출해 내는 능력,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현 가능한 혁신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 ‘쭉정이와 알곡’을 분리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제시된 6단계 창조(Create) ->수집(Collect) -> 평가(Evaluate) -> 구현(Build) -> 자금지원(Fund) -> 실행(Practice)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아이디어에서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지금부터 혁신과 관련한 5가지의 법칙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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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1: 혁신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가 지금 널리 사용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생각해 보자. 소니가 최초로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시장에 선보였을 때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소니의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60억 개 이상 팔려나갔다. 그러나 소니는 이에 머무르지 않았고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크기가 휴대하기에 너무 큰 것에 착안, 몇 년 후에 워크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주변의 소리도 듣지 못하게 귀에 이상한 것을 꽂고 걸어 다닌다는 것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평론가들과는 달리 시장은 다시 한번 소니의 워크맨에 열광했다.

그렇지만 기술과 사회가 진화하면서 소니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소니는 혁신이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워크맨을 개발하는 선봉에 섰던 아키오 모리타가 회사를 떠나면서 소니는 폐쇄적이고 분열된 조직이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MP3가 새로운 음악 포맷으로 등장하면서 애플의 아이팟(iPod)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성능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소니는 점점 시장에서 멀어져 갔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소니의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워크맨, 그리고 애플의 아이팟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혁신은 모두 점진적인 개선, 즉 과정(Process)이었던 것이다. 혁신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며 시장을 리딩해 나가는 것, 다시 말해 프로세스인 것이다.

법칙 2: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라

조직 내 수많은 아이디어 중 살아남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할 것을 구분해 내야 한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 알곡을 구분해 내기는 힘든 일이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장에 초스피드로 대응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혁신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법칙 3: 실패를 즐겨라

이 법칙의 의미는 실패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은 실패에서 시장을 더욱 잘 이해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 실패를 기업의 문화로 만든 3M을 들 수 있다. 1900년 초기에 3M은 사포(Sand Paper)를 만드는 매우 작은 회사였다. 3M의 직원인 딕 드루는 자동차 공장에서 사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러 가게 되었고, 우연히 페인트칠에 사용하는 테이프가 너무 접착력이 강해서 테이프를 떼 내면 페인트도 같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후 그는 쉽게 떨어지는 테이프를 개발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였고, 결국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매스킹 테이프'를 개발해 냈다. 그리고 곧이어 '스카치테이프'까지 개발하기에 이른다. 3M은 이로써 사포제조 회사가 아닌 세계 최고의 문구상품 개발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이러한 딕 드루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5% 규칙’을 회사에 도입했다. 3M의 모든 엔지니어는 일과 시간의 15%를 자기 일과 관련 없는 데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듭함으로써 다른 기회를 재빨리 포착하는 것을 제도화한 회사의 예이다. 구글도 이와 비슷하게 자기 시간의 20%를 업무와 상관없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칙 4: 미래 예측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모토로라가 맨 처음 휴대폰을 시장에 내 놓았을 때 2008년도 예측 판매량이 얼마인지 아는가? 불과 5,000만대 이하였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 사용되는 휴대폰은 33억 개 이상이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우리 예측이 쉽게 빗나가는 것은 혁신이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의 끊임없는 관계 맺음과 집단적인 상호작용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시장과 보조를 맞추면서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법칙 5: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지 마라

많은 회사들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혁신으로 이룬 성공이 또 다른 혁신을 만드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혁신의 성공은 양날의 검과 같다. 성공으로 회사가 크게 성장했지만 거기에 도취돼 그 성공을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포춘(Fortune) 500이라는 것을 처음 도입하고 거기에 속하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의 평균 수명은 65년이었다. 그런데 최근 포춘 500에 속하는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지속적인 혁신을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는 예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경험과 아이디어를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보통 인간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물체를 볼 때 이것이 현재 회전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하물며 이런 생각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생겨난 기업에서는 더더욱 반대 방향의 회전을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잘못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라고 말한다. 사실 성공적인 혁신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고 말한 갈릴레오가 옳듯이, 물체는 정지하고 우리가 회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혁신이 우리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혁신은 우리가 속한 회사, 가정, 사회의 기대에 반하여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혁신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대응은 혁신을 내재화 한 회사들만이 해낼 수 있다.

타이타닉 호가 빙하에 부딪혔을 때 승무원들은 신속히 매뉴얼대로 행동했다. 매뉴얼의 지시대로 엔진을 반대로 돌리고 후진을 시도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는가? 후진을 시도하는 동안 배를 통제할 수 없었고 물은 계속 배 안으로 들어왔으며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승무원들은 사고 대처 매뉴얼대로 정확히 조치했지만 빙하 충돌 사고는 매뉴얼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우리의 비즈니스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는 게임의 룰을 잘 알고 있고 그 범위 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알지만, 이미 이것은 과거의 게임에 적용되는 룰이다. 우리 후손들의 게임의 룰은 분명 우리의 룰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타이타닉 호가 빙하와 맞닥뜨린 것 같이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우리에게 일어날 때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룰, 과거의 법칙,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혁신 수립을 위한 5가지 법칙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린이와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라. 그들에게는 경계가 없고 펜스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레고(Lego) 놀이를 즐겼으며 내 아들 아담 또한 레고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아담은 나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레고를 가지고 논다. 아담은 Lego.com에 접속해 자기가 원하는 모양대로 블록을 쌓고 3D 이미지로 돌려서 완성한다. 그러면 레고사에서는 아담이 만든 블록을 우리집으로 배송해 준다. 여기서 아이들의 놀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아이가 레고의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하여 아담이 만든 블록에 다른 블록을 더 쌓아서 자기 집으로 배송시키고, 또 다른 아이는 그 위에 자기 마음대로 다른 블록을 쌓아 보내주게 한다. 그들은 협업하여 가치를 만들어내고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혼자만의 상상력 경계를 벗어나 집단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1900년에서 1950년까지 노벨 물리학상은 35건이 개인에게, 단지 9건만이 팀에게 수여됐다. 그러나 1950년 이후 2000년까지의 수상자들을 보면 37건이 팀에게 13건이 개인에게 수여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는 개인의 아이디어, 개인 상상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만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협업을 통한(Collective) 혁신”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한 열쇠인 것이다.
Thomas M. Koulopoulos(Delphi Group CEO) - Beyond Promise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