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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3. 10:05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유례없는 상승세로 표현되고 있는 글로벌 자원위기가 기업 경영과 국가경제 운영에 치명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한 글로벌 자원위기의 배경과 실상, 향후 전개방향을 살펴보고, 자원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및 국가 차원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Ⅰ. 머리말
 
 
 
글로벌 자원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위기 상황은 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기존의 단기적 자원위기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자원 부족 시기로 전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정책 대응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 전환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그림 1> 참조).  
 
무엇보다 먼저 제조업 보호를 위해 가격 메커니즘을 왜곡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자원효율적인 산업구조를 조성하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산업용 전력요금 안정이나 에너지·환경 규제 정책 측면에서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주종을 이루었다. 일시적인 위기 대처나 공업화 초기에 유효했던 이와 같은 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위험성이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및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흐름에 대해 과도한 정책 버퍼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체질을 취약하게 만든 것이다. 에너지 위기 발발 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이러한 취약한 체질과 관련이 깊다. 앞으로는 자원 가격의 상승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가격의 시그널링 효과를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원효율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그 동안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미흡하였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지연되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자원 대체 기술이나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우리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 정부는 시장 중심의 자원 구매를 추진하여 왔다. 그 결과 자주개발 비율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자원위기 시기에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장구매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서 벗어나 장기계약이나 자원 보유국으로부터의 직구매를 포함한 소싱 능력의 제고, 자주 개발의 확대 등의 방법을 병행하여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Ⅱ. 산업의 자원효율성 제고 
 
 
가격 시그널을 통해 자원 소비 억제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활동에 대한 시그널로서 가격의 역할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억제하는 정책이 자원 절약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이 우리의 산업용 전력 요금은 OECD 평균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우리 요금을 100으로 했을 때 OECD 평균은 189.5로 나타나고 있어,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할 경우 우리의 산업용 전력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국내 전력 가격도 점차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갈 것이라는 시그널을 장기적으로 제공하여 기업들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보된 세수를 자원 절약 및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계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책적 고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가정용 전력 요금에 대한 누진세는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가정의 단열 창호 등 단열설비 확충에 대한 지원이나 자원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생계용 에너지나 저소득층 난방 요금 지원 등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원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와 지원 
 
우리 경제 전반의 자원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표 1> 참조). 일본에서는 “선두주자(Front Runner)” 방식을 적용하여 최고의 효율성을 달성한 기업 수준으로 모든 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것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효율성 지표 달성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 마부르크(Marburg) 시의 경우 모든 신규 및 재건축 주택에 태양광 설비 도입이 의무화되어 가정 내 에너지 효율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편 독일 정부는 가정용 태양광 장비 설치 시 전체 태양광 설비 설치 비용의 70% 가량을 4% 수준의 저리자금으로 10년 또는 20년 기한으로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 설비를 가동해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때 거둘 수 있는 수익을 고려할 경우 주택 소유자는 연 5%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표 2> 참조).
 
이와 같은 방식의 자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외에 철도 이용도 제고나 자가용 차량의 도심지역 진입 규제와 같은 정책이 수송 분야의 자원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공공조명과 같은 부분에서 효율적인 조명기구의 설치 유도와 같은 방식에 의한 자원 절감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Ⅲ. 탈 화석연료 시대 개척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에너지 절감 및 화석에너지 대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성공하려면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긴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및 공공 연구기관, 대학 간의 기술 로드 맵에 대한 공유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분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만의 특징을 살린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지원 및 투자도 절실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 에너지는 국가의 지형이나 기후조건에 부합해야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람이 많은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의 잠재력이 크므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 수요 촉진책이 필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사례에서 발견되는 강력한 수요 드라이브 정책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독일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전력비중을 2012년 12.5%, 20년 20%, 50년 50% 등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풍력은 1kWh 당 5~14센트, 태양에너지 45.7~62.4 센트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78.4%에 이르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력 독점기업인 EdF에게 자국 내에서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를 전량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 1kWh에 대한 보조금을 바이오매스 14센트, 지열 에너지 12~15센트, 해상 풍력발전 13 센트씩 지급하는 등 강력한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신재생 에너지가 전체 국내 소비 에너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은 4.9%, 프랑스 6.0%에 이르러 한국의 1.2% 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이러한 시장 조성 지원책은 기술개발 지원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환경기술 경쟁력을 향상시켜 신성장 산업 육성 효과도 갖게 될 것이다. 전세계의 신재생 에너지 등 자원 절감 관련 시장 규모는 2005년 9,900억 유로에서 2020년 2조1,900억 유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아울러 자원 절감 관련 시장의 확대는 신규 고용의 확대를 동반한다. 미국의 경우 풍력산업의 고용 효과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현재 4만5,000명에서 2030년 최대 약 5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현재 전체 고용의 2%를 차지하는 340만개의 환경 관련 일자리가 있다. 독일의 경우 3.5%를 차지하는 150만개의 일자리가 있으며, 앞으로도 연평균 1.5%씩 환경 관련 노동시장이 꾸준히 성장하여 2030년 경에는 추가적으로 70만개의 환경 관련 일자리(Green Collar)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산업은 제조업의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업으로 확장되는 성격을 띠고 있어 의외로 큰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는 대체 에너지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점검하여 중점 분야를 발굴·육성하는 노력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표 3> 참조). 그 동안 신성장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Stop & Go’ 정책이다. 대체 에너지와 같은 차세대 산업에서 성과를 내는 데는 일관성 있는 정책의 꾸준한 시행이 필요조건이라고 하겠다.
 
 
Ⅳ. 외부충격 흡수를 위한 자원 확보 
 
자원 확보와 소싱 능력 제고 
 
원유, 광물 등에서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2000년 이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자원개발에 대해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도와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은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자원 탐사와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그림 5> 참조). 또한 선진국의 메이저 기업들과 개도국의 국영기업들 간의 참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미,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자원 보유국에서는 광구 단가를 높이면서도 자원개발과 무관한 국내의 복지 및 인프라 개발에도 참여를 요구하는 신자원민족주의가 대두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자원개발 참여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 수준이 비교적 우리 기업들보다 낮고 자금력이 부족한 신흥개도국인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지역의 경우 한국형 경제개발 노하우 전수, 교통 등 인프라 건설, 원유 정재나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화학플랜트 건설 등을 결합한 패키지형 자원개발 진출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흥 개도국들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이 많고 안정적인 사업계약 이행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와 호주 등 자원 보유 선진국에서의 자원개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 선진국은 신흥 개도국들에 비해 자원 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자원 공급의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원 확보 차원에서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원공급을 위해서는 해외 자원개발과 함께 공급 측면에서의 소싱(sourcing) 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원개발에만 집착하지 말고 유사시에 대비한 물량 확보 능력을 강화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익성을 어느 정도 희생한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전략에 민간 차원의 자원개발 비즈니스를 연계해 자원에 대한 자주개발 비율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   
 
곡물자원 확보의 방향 
 
에너지와 광물 등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은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 중에서도 곡물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대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식량 조달의 안정성 제고와 적정 재고량 유지, 국내 농산물 시장에서 소비와 공급의 연계 강화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그림 6> 참조).  
 
먼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는 주요 작물인 대두와 소맥 등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요 품목별로 전략 지역과의 장기 구매계약 체결을 통해 조달의 안정성을 제고하여 곡물에 대한 소싱 능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곡물 자급률과 국제곡물시장 환경을 고려해 적정 재고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강화하면서 재고, 선물, 장기계약 등을 통해 6개월~1년 간의 곡물 순수입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법을 현실적인 곡물자원 정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농산물 시장에서는 소맥과 옥수수에 대한 수요를 자급률이 높은 쌀, 감자, 고구마 등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농업규제 완화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Ⅴ. 맺음말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가 향후 수년 이내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 놓는 등 자원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기업이나 정부도 장기화되는 자원공급 제약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자원의 효율적 사용 및 절감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체를 위한 정책은 길게 보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정책이다. 차세대 에너지 관련 산업은 또한 현재의 주요 제조업 분야에 못지 않은 경제 내 파급효과와 아울러 상당한 고용 창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원 절감 혹은 환경 관련 산업은 신규 성장산업으로 사무직도 생산직도 아닌 이른바 ‘녹색 일자리(Green Collar)’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자원 및 에너지 관련 차세대 산업은 장기적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LG Business Insight 9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