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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6. 16:11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당분간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산을 위한 러시아 정부의 정책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원유 생산 증가에 73% 이상을 기여해 오던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최근 감소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 역시 지난 해에 감소세를 보이면서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러시아에서 중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본고에서는 러시아의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생산 부진 원인과 최근 정부의 대응방향을 살펴봄으로써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의 향방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둔화 
 
2000년대 들어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2004년 이후 둔화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급기야 생산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원유 생산 2위, 천연가스 생산 1위인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61%를 에너지 자원이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의 25% 이상을 에너지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정부 재정수입 중 절반을 에너지 자원 관련 세금에서 충당하는 등 에너지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생산은 체제 전환 이후 10년간 정국 불안과 민영화 등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민영 및 외국계 석유기업들의 생산 참여에 힘입어 증가세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2004년 이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세금 부과가 가중되고 자원 개발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점차 생산이 둔화 또는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그림 1> 참조). 천연가스의 경우 2004년에 관세율이 25%p 인상되었고, 원유의 경우 2005년에 광물채굴세(MET·mineral extraction tax)가 톤당 1,052루블에서 1,876루블로 78% 인상된 바 있다.  
 
높은 세금이 생산을 위축시키는 주 요인   
 
에너지 자원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는 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원유나 천연가스의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보다 높을 경우 광물채굴세와 수출세를 부과하고 있다(<표 1> 참조). 이에 대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우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경우 러시아 석유 기업의 이익금 중 75%가 광물채굴세와 수출세로 걷어진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고율의 세금 부과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의 수출세가 석유제품의 수출 관세보다 높아지면서 만성적인 정유시설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원유의 생산 위축 속도가 천연가스보다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지난 4년간 원유 수출세는 10배 이상 높아진 데 비해 고옥탄 휘발유와 디젤의 수출세는 2배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원유 수출세가 석유제품 수출세보다 높아졌다(<그림 2> 참조). 이러한 수출세의 차이는 원유보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석유제품에 대한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제 시설의 노후화와 투자 부진에 따라 러시아의 정제 능력은 1990년 초반의 7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현재 생산된 원유의 30%만 정제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채굴가능연수마저 감소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생산 감소와 함께 러시아에서는 채굴가능연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함에 따라 민영 석유 기업과 외국계 석유 기업의 유전 탐사와 개발 활동이 주춤해지면서 석유 매장량, 즉 ‘러시아 영토 내에 존재하는 석유부존량 가운데 현재의 경제 여건과 기술 하에서 개발가능한 양’의 확대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그림 3> 참조).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석유, 천연가스, 석유운송 등 3대 부문의 국영기업을 앞세워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탐사부터 수출까지 전 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외국 자본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거나 투자 승인 요건을 강화하는 ‘전략산업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하고, 대형 전략 광구의 범위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지하자원법’을 개정하면서 에너지 자원 통제 강화를 명문화하였다(<표 2> 참조).  
 
이들 법안의 도입으로 동시베리아 지역의 대다수 유전과 해상유전에 대한 탐사 및 운영권이 국영기업에 귀속하게 되었다. 또한 외국계 기업의 전략 광구 참여를 허용했지만 국영기업과의 합작투자 형식만 인정하는 등 외국계 석유기업의 유전 개발 활동에 여전히 제한을 두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들로서는 기술력과 운영 능력이 석유메이저들에 비해 미약하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서시베리아 지역보다 비용과 기술이 많이 필요한 극동·동시베리아와 극지에서의 신규유전 탐사가 전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에너지 자원의 채굴가능연수를 알려주는 지표인 가채연수의 지속적인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 경제의 중장기 성장에 대한 주된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정부는 감세와 면세 등 대책 마련 중 
 
러시아 정부는 최근 감세와 면세, 가스관에 대한 민영기업의 접근성 강화, 정제시설 확충 등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 증대와 매장량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원유 생산 촉진을 위해 2009년 1월부터 광물채굴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안이 지난달 상원을 통과하였다. 대통령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광물채굴세 개정안은 채굴세에 대한 기준유가를 배럴당 9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고 대륙붕 등 인프라 부족으로 석유 개발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일정기간 또는 원유 생산량이 일정기준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유 생산 확대와 함께 가스 생산 확대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가스관 운영을 독점하고 있는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에 대해 가스관 운영에 있어서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민영 기업들의 가스관 접근성을 높이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원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정제 능력의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민간과 국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소규모 민영 정유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당분간 정체될 전망   
 
세금 감면과 가스관 접근성 강화 등 일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감세 효과가 미미하고 에너지 자원 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은 당분간 정체 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세금 개정으로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세금 감면 및 면세 혜택이 해마다 40억~6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회사인 LUKOIL은 현재 수준의 원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시베리아와 극지에서의 신규 유전 탐사와 개발, 그리고 서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한 노후화 유전의 회수율 증진에 향후 8년간 3,000억 달러(연평균 375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 비용은 정부가 예상하는 감세 효과의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IEA는 향후 5년간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기존 노후화된 대형유전에서의 생산 감소와 유전 개발 지연에 따라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신규유전의 생산 개시 예상 시점인 2010년까지는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5> 참조).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 고조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자원의 생산 정체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가채 연수 감소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러시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산업 다각화와 매장량 확대를 위한 신규유전 탐사 활성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 경제발전 지속을 위한 사회인프라 건설 추진 
 
러시아는 견실한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세계 5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내용의 장기계획을 올해 2월 발표하였다. 이번 장기계획은 재원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고유가에 힘입어 강화된 정부 재정 능력을 바탕으로 수립됐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림 6> 참조).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연방 장기 사회·경제 발전 개념’을 올해 초 마련하면서 산업다각화 촉진을 위해 교육, 보건, 첨단기술, 수송 인프라 등 경제발전의 토대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회인프라 구축을 통해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에 의존한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고 정보, 통신, 바이오, 나노 등을 앞세운 기술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획의 주요 재원은 석유 수출을 통해 조성된 안정화 기금 등 연방정부 재원이며, 극동지역 개발 등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외자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계획에 대한 세부 사항 확정과 채택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극동·동시베리아 유전개발 활성화   
 
에너지 자원의 생산이 정체되고 고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수록 러시아에서는 생산 피크를 지난 대형 유전이 많은 서시베리아 유전지역에서의 회수율 증진 사업과 함께 탐사율이 미진한 극동과 동시베리아에서의 신규유전 탐사와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표 3> 참조).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로서는 러시아 국영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대형유전보다는 자원민족주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 부문인 중소형 유전 개발, 서시베리아의 노후화 유전 회수율 증진, 석탄광산 개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원민족주의의 영향에 따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정책이 수시로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환경 문제나 계약 미이행 등을 이유로 주요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운영권을 국영기업들이 인수하는 등 최근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효과적인 자원 개발을 위해 패키지형 접근 필요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개발 참여를 위해서는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송인프라 개발이나 화학플랜트 구축 등을 연계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업참여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정부는 낙후된 극동지역의 개발과 에너지 자원 탐사를 위해 철도와 항만 등 수송인프라를 개발하고 석유 및 가스화학 공장을 건설하여 화학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은 지방정부의 재원 부족으로 투자가 부진했던 과거와 달리 극동지역 개발에 대한 연방예산 배정이 늘어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LG 경제연구원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