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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5. 11:56

올해 4월 자통법 시행령 제정안이 발표되는 등 법안 시행이 임박해오고 있다. 새로운 금융시장 환경을 유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실제 시장 참여자를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법안이 시행되고 2~3년이 지나면 지금의 금융시장 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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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통합시장법과 금융환경 변화

내년 2월 발효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이 이제 반년 정도 남은 지금, 금융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고유가로 촉발된 물가 인상과 경기 하락세에 주요 금융 지표인 금리, 주가, 환율의 변동성 또한 크게 확대되었고, 실물과 금융의 동시 불안정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미국 투자은행의 신용 경색이 미국 중소형 은행 및 패니메이 같은 초대형 모기지 전문회사의 부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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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최근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 역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통법 발효를 계기로 금융 업종 간의 장벽이 허물어져 업종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으며, 근래의 예대마진 축소나 이익률 감소 및 은행의 자금조달이 힘겨워지는 추세는 이러한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또 고객들의 높아진 서비스 수준 요구도 금융기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종합 자산관리나 단순히 PB(Private Banking) 서비스만 가지고는 더 이상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단골 고객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2006년부터 시작된 적립식펀드의 열풍은 더 이상 일시적인 주식시장의 롤러코스트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나 지속성, 가입 대상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이는 정기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은행, 저축은행 등의 자금 조달에 대한 적신호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담보대출로 일관되던 기업금융시장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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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우량 대기업을 중심으로 간접금융에 대한 수요는 이미 급격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소형 기업에도 첨단 기술 보유업체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의 지분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이 적용되고, 투자심사 및 투자 후 사후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외국계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이 국내 금융기관들보다 몇 발자국 앞선 형상이다.

국내 증권회사나 은행 등의 투자 활동은 규모나 평판, 영업력에 있어서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모색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자통법은 업종별이 아닌 기능별 규율 체제 도입, 금융상품의 포괄주의 전환, 금융투자회사의 업무범위 확대 및 투자자 보호제도의 선진화를 배경으로 열악한 국내 자본시장과 관련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 사례로 추진 중인 산업은행의 국내 대표 IB 육성 방안은 이러한 법안의 취지를 정부가 직접 전면에서 현실화까지 추진하는 경우라고 하겠다. 금융기관 자체적으로도 주요 업무의 후선집중화를 통해 영업력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며, 파생상 품, IB, 리스크 관리 등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인력의 확보와 육성에도 주안점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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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투자은행(IB)인가?

현재 국내 금융기관 특히, 은행을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주로 소액 개인으로부터 조달된 예금을 기반으로 개인 및 기업(중소) 여신을 중심으로 예대마진을 확보하고, 여기에 각종 수수료(외환, 결제 서비스, 펀드 및 보험 판매수수료 등) 수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이 수신 측면에서는 개인 예금의 장기 펀드상품 및 단기 고수익 상품(CMA, MMF 등)으로의 탈중개화 심화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2007년 은행채 금리의 급등 및 후순위채 발행의 지속적인 증가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여신에 있어서도 제조업의 성숙에 따른 신규 시설 투자 등 대규모 자금 수요 축소와 신 기술 업종의 경우 고위험 수반으로 직접금융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전통적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담보 중심의 단기 자금 대출 시장이 축소되고 이에 따라 그간 의사결정의 근간을 이루었던 심사기법이나 은행의 리스크를 피하는 문화에서는 일정 규모 및 공격적 판단이 요구되는 신 기술금융 시장의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자금의 조달과 운용이라는 금융기관의 핵심적인 기능 모두에서 어려움에 직면하여, 업종을 초월해서 심화되는 경쟁 구도와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글로벌 진출과 IB라는 두 가지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제 규모 및 금융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글로벌과 IB는 동반으로 추진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즉, 특정 영역에 강점을 가지고 국내 IB시장에 진출하고, 평판과 네트워크 및 전문 인력을 활용해 해외 인접지역으로 시장을 넓혀감으로써 레버리지를 확보하여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브랜드하에서 현지 기업화(Localization)하는 진정한 글로벌 전략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한 대부분의 글로벌 IB는 굳건한 고객 신뢰와 업계 평판, 대형화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확보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인프라의 보유라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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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사업 추진 전략 및 준비 사항

그렇다면 IB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할 것인가? 먼저 IB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추진하는 금융기관의 특성이나 문화, 자본력 등을 감안하여 자사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 IB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겠다. 첫째, 현재 상업은행 비즈니스에서 확고한 위치로 견실한 유통망을 보유한 경우는 투자상품이나 파생상품 등 새로운 상품을 갖춘 백화점식 판매 채널 강화를 기반으로 파생 상품이나 새로운 투자 상품의 개발로 확장하고, 부족한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M&A를 실행하여 이를 해외시장으로까지 발전시키는 단계별 발전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방식은 장기간이 소요되고, 상이한 업종 특성으로 인한 문화적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경영진의 통합능력이 중요한 방식이다. 반면 둘째 방식은 현재 비즈니스 상황에서 독보적인 우월한 영역이 없으나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보유한 경우, M&A를 통해 IB사업에 특화된 중대형 은행을 인수하여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IB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단기간에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에 효과적이나 상호 시너지를 발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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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의 특징과 상황에 알맞은 전략을 선택한 후에는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이행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비즈니스와 인프라 양 측면으로 나누어 준비 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비즈니스적으로 창의성과 혁신성을 겸비한 우수한 인적 자원의 확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의 수립, 실적주의 조직문화로의 전환, 업무 역량 강화 등이 실행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순환보직을 통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양산은 더 이상 IB비즈니스 시대에는 효과적이지 못한 인력 육성 방안이다. 고도의 금융 공학적 지식을 요하는 파생 상품의 범람이나 금융 상품 복합화로 인한 리스크 측정의 난해함 등 전문 영역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금융시장의 현황을 고려할 때 인력의 전문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실정이다. 더 이상 전문성이나 생산성이 보장 안 되는 고임금 사무직이 존재하는 금융회사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의 일률적인 성과배분에 의한 성취감 저하의 문제를 타파하고 우수한 인력의 확보를 위해서도 성과주의 문화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해외시장의 개척이나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 내의 인력도 더 성과 중심의 다민족 조직원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람이 중요한 IB 비즈니스의 속성상 성과에 대한 차별적인 배분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정교한 IT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개인 및 단위 조직의 성과에 대한 더 정교한 측정 및 판단이 가능해야 하겠다. 또 거래 기업의 최고급 정보에 대한 조기 접근이 가능한 M&A팀과 투자 활동을 담당하는 자산운용팀의 관계와 같이 내부적인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차단하기 위한 규범 및 시스템 차단과 함께 도덕적인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엔론 사태 등에서 나타났던 일부 IB들의 비도덕적 거래 행위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신뢰와 평판에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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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측면에 더해 인프라적인 고려도 중요한 준비가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시중은행들이 상업은행 업무(수신, 여신 중심)를 처리하던 업무 시스템과 이를 지원하는 정보계 시스템에 대한 차 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향후 금융지주사 혹은 상업은행(Commercial baking : CB)과 투자은행(IB) 비즈니스를 하나의 브랜드하에서 수행하는 금융그룹의 경우, 기존의 CB중심 계정계시스템과 독립적인 IB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해 감으로써, 소위 듀얼 코어(Dual - Core) 또는 멀티코어(Multi - Core) 시스템으로의 전개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례는 유럽의 투자은행들이 유니버설 은행(Universal Bank)의 형태로 성장해가면서 특정 부문의 강점을 가진 은행들을 인수하고, 인력과 함께 동시에 강점 사업 영역의 시스템 인프라도 그대로 흡수하여 즉각 영업에 적용함으로써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및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에 있었던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사업 라인별 시스템 보유는 사업 라인 실적 부실화로 매각이 필요한 경우, 기존 사업 라인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매수자에게는 더 매력적인 거래로 인식됨으로써 거래의 타결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해외 금융회사를 M&A하는 경우 등에도 적합한 거래 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멀티코어 시스템의 운영은 국내 금융회사 IT 부서의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 판단이 배제되고, 사업부별 평가 및 리스크 관리 같은 전사적인 경영관리 측면에서의 통합 관리기능이 효과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기반 보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선진 금융 기업문화를 창조해야

올해 4월 자통법 시행령 제정안이 발표되는 등 법안 시행이 임박해오고 있다. 새로운 금융시장 환경을 유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실제 시장 참여자를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법안이 시행되고 2~3년이 지나면 지금의 금융시장 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 금융업 중심으로의 국가 성장 산업정책 무게중심의 이동, 개인이나 기업의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의 전환, 금융 소비자 요구 수준 상승에 따른 금융회사 경쟁 격화 및 수익성 감소,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 진출과 더불어 국내 금융회사의 신시장 진출 트렌드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금융은 제조업의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핵심 성장산업으로의 자리매김을 요구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의 현재 경쟁력은 아직 이러한 요구를 즉각 실행하기에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국제 금융시장은 최신 기술발전의 영향 등으로 자본 및 정보의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시장 간 전염의 속도나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창의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우리끼리가 아닌 주변과도 항상 효과적으로 Co-Work하는 선진화된 기업문화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 Beyond Promise 8월호 (백승은 LG CNS Entrue컨설팅사업부문 총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