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1. 20:13
작지만 强한 그들이 사는 법
품질·디자인
고집스런 품질 관리, 연구 개발 디자인엔 0.1인치도 양보 없어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의 제품은 웬만한 사람들은 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비싸다.
스피커 한 쌍이 2980만원이고, DVD 플레이어는 814만원이며, 3580만원짜리 TV 도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열광한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Rasmussen) 덴마크 총리가 올 초 미국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의 텍사스 별장에 초대받았을 때 뱅앤올룹슨의 오디오 베오사운드3200과 스피커 베오랩4000을 선물로 갖고 갔다. 또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저택에서 보던 TV는 베오비전7이다. 이 회사제품은 지난해 60여 국에서 40억9200만 덴마크크로네(약 1조44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회사는 1925년 덴마크의 두 젊은 엔지니어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트 올룹슨(Svend Olufsen)이 함께 만들었다. 정상에 오른 비결은? 기테 보럽 닐슨 마케팅 총책임자는 "같은 명품이라도 패션 명품은 이미지나 스토리와 같은 제품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반면, 뱅앤올룹슨은 철저히 품질과 디자인으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 '뱅앤울룹슨' CEO 칼레 흐비트 닐센.
■CEO보다 영향력 센 디자이너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은 '듣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기 편하면서도, 단순하고 싫증나지 않는 이 회사의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교과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때로는 CEO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과 합작해 2005년 내놓은 휴대전화 '세린'을 개발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뱅앤올룹슨 디자이너는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휴대전화 액정 크기가 2.1인치(5.3㎝)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 쪽에서는 표준 크기인 2.0인치(5.1㎝)가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뱅앤올룹슨 디자이너의 고집대로 결정됐습니다. 0.1인치 차이 때문에 기술적 문제로 제조 비용이 추가로 200만달러가 더 들어가게 됐지만요." 뱅앤올룹슨 관계자의 말이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들이 모두 뱅앤올룹슨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점이다. 디자이너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발상을 하도록 만드는 뱅앤올룹슨의 오랜 전통이다.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할 때는 사전에 시장 조사를 하지도 않고, 엔지니어와 상의를 하지도 않는다. 디자이너는 직감에 의존해 '작품'을 내놓는다.
"소비자들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들이 원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 소비자 삶의 방식을 깊숙이 이해하면 가능하다"는 게 1960년대부터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을 맡아온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Lewis)의 생각이다. 나뭇잎이나 풍뎅이 같은 자연, 혹은 등대나 파이프오르간처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소재로 한 디자인이 많다.
■60% 이상을 수작업으로 처리
기자가 알루미늄 부품 생산 라인을 둘러보았을 때 불량품 판정을 받은 것 중에는 0.25㎜짜리 스크래치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10~20년 이상 경력의 장인(匠人)이 걸러낸 것이다. 뱅앤올룹슨 제품 생산 과정은 60% 이상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그런가 하면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고집스러운 품질 관리와 연구개발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로 구현된다. 2003년 출시한 베오랩5 스피커의 경우 스위치를 켜면 음파로 공간의 크기와 사람의 위치, 가구의 재질 등 실내의 환경을 자동으로 분석해 최적의 음향을 재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PDP TV인 베오비전4의 '자동 컬러 관리' 기능은 화면이 켜져 있는 시간이 100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동으로 색소를 감지해 파란색과 빨간색 색소를 최적의 비율로 유지,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매출 감소 속에서도 "비용 아끼지 않을 것"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고가(高價)의 뱅앤올룹슨 제품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63.2% 급락했다. 결국 CEO가 교체됐다. 지난 8월 취임한 칼레 흐비트 닐센(Nielsen) CEO는 덴마크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음향 기기 업체 '브뤼엘&케아'에서 6년간 CEO를 지내다가 뱅앤올룹슨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이쯤 되면 비상 경영 대책을 추진할 법도 하다. 그러나 닐센 CEO는 "정상의 위치에서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가격 인하 경쟁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깃 고객인 100만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 수는 세계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늘고 있다"며 "어려운 환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명품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앤올룹슨은 2005년 아우디 A8 모델에 6000유로(약 1100만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한 것을 시작으로 고급 승용차에 대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9월부터 애스턴마틴에도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메르세데스-AMG에 전용 카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했다.
닐센 CEO는 취임 후 언론과의 인터뷰는 국내외를 통틀어 위클리비즈가 처음이라고 했다.
―뱅앤올룹슨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은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않다면 진정한 기술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뱅앤올룹슨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기술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 판매망을 넓히고 판매량을 늘린다든지, 외형을 키울 계획은 없습니까?
"대량 생산은 뱅앤올룹슨의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전략은 대중적 제품 생산과 다릅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뱅앤올룹슨의 방침입니다."
―벵앤올룹슨의 라이벌은 누구입니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과 소니를 염두에 둔 질문 아닌가요? 이들 회사도 좋은 디자인을 갖춘 고급 제품을 내놓고 있죠. 하지만 뱅앤올룹슨이 서 있는 영역은 삼성·소니와 다릅니다. 우리는 상위 1%를 겨냥한 하이엔드 제품을 만듭니다. 현재 그 어떤 기업도 뱅앤올룹슨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10/2008101000831.html
품질·디자인
고집스런 품질 관리, 연구 개발 디자인엔 0.1인치도 양보 없어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의 제품은 웬만한 사람들은 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비싸다.
스피커 한 쌍이 2980만원이고, DVD 플레이어는 814만원이며, 3580만원짜리 TV 도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열광한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Rasmussen) 덴마크 총리가 올 초 미국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의 텍사스 별장에 초대받았을 때 뱅앤올룹슨의 오디오 베오사운드3200과 스피커 베오랩4000을 선물로 갖고 갔다. 또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저택에서 보던 TV는 베오비전7이다. 이 회사제품은 지난해 60여 국에서 40억9200만 덴마크크로네(약 1조44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회사는 1925년 덴마크의 두 젊은 엔지니어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트 올룹슨(Svend Olufsen)이 함께 만들었다. 정상에 오른 비결은? 기테 보럽 닐슨 마케팅 총책임자는 "같은 명품이라도 패션 명품은 이미지나 스토리와 같은 제품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반면, 뱅앤올룹슨은 철저히 품질과 디자인으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CEO보다 영향력 센 디자이너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은 '듣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기 편하면서도, 단순하고 싫증나지 않는 이 회사의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교과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때로는 CEO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과 합작해 2005년 내놓은 휴대전화 '세린'을 개발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뱅앤올룹슨 디자이너는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휴대전화 액정 크기가 2.1인치(5.3㎝)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 쪽에서는 표준 크기인 2.0인치(5.1㎝)가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뱅앤올룹슨 디자이너의 고집대로 결정됐습니다. 0.1인치 차이 때문에 기술적 문제로 제조 비용이 추가로 200만달러가 더 들어가게 됐지만요." 뱅앤올룹슨 관계자의 말이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들이 모두 뱅앤올룹슨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점이다. 디자이너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발상을 하도록 만드는 뱅앤올룹슨의 오랜 전통이다.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할 때는 사전에 시장 조사를 하지도 않고, 엔지니어와 상의를 하지도 않는다. 디자이너는 직감에 의존해 '작품'을 내놓는다.
"소비자들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들이 원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 소비자 삶의 방식을 깊숙이 이해하면 가능하다"는 게 1960년대부터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을 맡아온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Lewis)의 생각이다. 나뭇잎이나 풍뎅이 같은 자연, 혹은 등대나 파이프오르간처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소재로 한 디자인이 많다.
■60% 이상을 수작업으로 처리
기자가 알루미늄 부품 생산 라인을 둘러보았을 때 불량품 판정을 받은 것 중에는 0.25㎜짜리 스크래치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10~20년 이상 경력의 장인(匠人)이 걸러낸 것이다. 뱅앤올룹슨 제품 생산 과정은 60% 이상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그런가 하면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고집스러운 품질 관리와 연구개발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로 구현된다. 2003년 출시한 베오랩5 스피커의 경우 스위치를 켜면 음파로 공간의 크기와 사람의 위치, 가구의 재질 등 실내의 환경을 자동으로 분석해 최적의 음향을 재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PDP TV인 베오비전4의 '자동 컬러 관리' 기능은 화면이 켜져 있는 시간이 100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동으로 색소를 감지해 파란색과 빨간색 색소를 최적의 비율로 유지,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매출 감소 속에서도 "비용 아끼지 않을 것"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고가(高價)의 뱅앤올룹슨 제품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63.2% 급락했다. 결국 CEO가 교체됐다. 지난 8월 취임한 칼레 흐비트 닐센(Nielsen) CEO는 덴마크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음향 기기 업체 '브뤼엘&케아'에서 6년간 CEO를 지내다가 뱅앤올룹슨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이쯤 되면 비상 경영 대책을 추진할 법도 하다. 그러나 닐센 CEO는 "정상의 위치에서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가격 인하 경쟁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깃 고객인 100만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 수는 세계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늘고 있다"며 "어려운 환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명품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앤올룹슨은 2005년 아우디 A8 모델에 6000유로(약 1100만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한 것을 시작으로 고급 승용차에 대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9월부터 애스턴마틴에도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메르세데스-AMG에 전용 카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했다.
닐센 CEO는 취임 후 언론과의 인터뷰는 국내외를 통틀어 위클리비즈가 처음이라고 했다.
―뱅앤올룹슨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은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않다면 진정한 기술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뱅앤올룹슨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기술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 판매망을 넓히고 판매량을 늘린다든지, 외형을 키울 계획은 없습니까?
"대량 생산은 뱅앤올룹슨의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전략은 대중적 제품 생산과 다릅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뱅앤올룹슨의 방침입니다."
―벵앤올룹슨의 라이벌은 누구입니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과 소니를 염두에 둔 질문 아닌가요? 이들 회사도 좋은 디자인을 갖춘 고급 제품을 내놓고 있죠. 하지만 뱅앤올룹슨이 서 있는 영역은 삼성·소니와 다릅니다. 우리는 상위 1%를 겨냥한 하이엔드 제품을 만듭니다. 현재 그 어떤 기업도 뱅앤올룹슨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10/20081010008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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