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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6. 18:39
격변의 시대에 사업 전략은 변화에 취약하다. 미래 고객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략의 정확성보다 민첩성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며, 민첩성의 핵심은 고객예측 역량이다. 미래 고객예측 역량이 약한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기나긴 여름 더위와 태국에서의 환상적인 휴가로 인하여 다소 느슨해진 이 과장에게는 가을의 시작과 동시에 ‘다음 해 사업 전략 기획’이라는 기말고사가 다가온다. 이 과장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매년 반복했던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되짚어 본다. 우선 올해 상반기 업적을 정리하고 작년에 세웠던 목표 및 사업 전략과의 갭(gap)을 확인한다. 갭 분석을 통해 올해 말의 최종 예상 매출 및 이익을 추정해 본다. 그 값을 바탕으로 몇 가지 변수들(내년도 경제 상황, 소비자 트렌드, 경쟁 기업들의 전략)을 고려하여 내년도 수요 예측 및 목표를 사업부장에게 보고한다. 사업부장이 목표를 최종 결정지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사업 전략, 소위 말하는 4P(Product, Price, Place and Promotion) 전략을 현재 존재하는 혹은 새롭게 추진할 카테고리별로 구성하게 된다.
 
이 과장에게 현재 가장 큰 이슈는 3년 전부터 시작한 쌀과자 카테고리이다. 2년 동안 별다른 매출 성장을 보이지 않던 쌀과자 부문이 작년에 5배 가량 성장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동기대비 2배 성장의 쾌거를 이루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야간 및 휴일 작업을 강행하였고 생산라인을 하나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사업부장은 외부 조사기관의 자료를 참조하여 내년 1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15%까지 올릴 것을 요구한다. 이 과장은 과거 이 제품 카테고리의 성장이 계속되어 왔음을 확인한다. 이 카테고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쟁사는 생산라인 증설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한편 고객들의 웰빙(Well-being)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에 선두 경쟁사 제품보다 적은 칼로리에 맛이 좋고 가격도 낮은 자사의 쌀과자의 내년 매출을 높게 추정하고 공격적으로 전략을 세운다. 이 과장은 쌀과자의 내년 전략을 세우면서 신제품이 3년간 매출 10억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면 3년째 매출의 3%를 그 제품을 기획한 팀의 구성원들이 나누어 갖게 되는 보너스 제도를 떠올리며 흡족해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과장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 제품의 매출은 급감하고 과감한 생산라인 투자와 광고비 지출 때문에 영업이익은 심각한 지경으로 떨어지게 된다. 과연 이 과장은 어떤 오류를 범하였을까?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비즈니스 전략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할 때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전략들은 변화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바로 미래 고객예측 역량이 부족해서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객 중심’ 등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고객은 ‘과거의 거울에 비친 현재 고객’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고객은 스스로도 미래에 자신의 기호나 선호가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과거 고객 데이터와 현재의 고객 조사 또는 분석만으로는 미래에 발생할 큰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다.
 
실제로 미래 변화에 더욱 민감한 사업부의 상황에 초점을 맞춰보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업전략을 짜기 시작할 때는 대개 여러 숫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 실적, 현재의 시장점유율, 미래의 예측치 등이 그것들이다. 이 숫자들 중에 믿음이 잘 가지 않는 것이 바로 미래와 관련된 숫자들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숫자들은 왜 신뢰가 가지 않는가? 대부분의 사업부들은 시장 조사 기관들의 자료, 과거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의 추이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나, 그 사업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전문가의 인사이트 등의 소스를 기반으로 미래 수요를 예측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미래 고객예측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시장 추이 예측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마저도 잘 분석해서 사용하는 사업부가 드문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미래 고객예측 역량이 약한 것일까?
 
미래 고객예측 역량이 약한 이유들 
 
우선, 대다수 기업들의 사업부에는 미래 고객예측을 담당하는 기능이 없다. 서론 부분의 예에서 언급했던 이 과장을 살펴보자. 그의 직책은 제품 매니저(PM·Product Manager)로서 4개의 카테고리 제품을 맡고 있다. 즉, 각각의 카테고리의 제품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프로모션, 광고, 심지어 고객 불평 처리까지 폭넓은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과장이 미래 고객예측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답을 찾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다른 산업이나 다른 회사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미래 고객예측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만한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둘째,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가정들을 검증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고객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시장 조사 기관의 보고서를 보니 내년에도 소폭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는데 갑자기 내년에 급격히 떨어지겠어?” “20년간 백색가전을 연구하고 팔아온 전문가로서 이 제품은 내구재적인 특성상 향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등등. 이런 예측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가정들이 들어 있다. 그 중 특히 미래 고객예측과 관련된 가정에서 쉽게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쌀과장 시장은 계속 성장해 왔다. 미래에도 웰빙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쌀과자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이 단순한 논리에는 미래 고객에 대한 잘못된 가정이 들어 있다. 우선 고객은 미래에도 계속해서 과자를 구매할 것인가? 웰빙 트렌드가 더 확산되면 고객들은 아예 과자를 먹지 않게 되지는 않을까? 혹은 백색가전 산업은 내구재로서 지난 수십년간 큰 변화 없이 성장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백색가전이 미래 고객에게도 계속 내구재로 남아있을 것인가? 미래 고객들은 제품을 좀더 빠르게 교체하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들은 과거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이유로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가정으로 남아있게 된다.  
 
가정에 대한 고민 없이 과거의 트렌드를 맹신하다 보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실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과거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다이어트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칼로리가 높았던 탄산음료는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맛이 유지되면서 칼로리가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 선보이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되었다. 그러나 근래 웰빙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고객들은 탄산음료 자체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면서 탄산음료 사업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 예측 역량이 약한 세 번째 이유는 리더의 목표나 의지가 곧바로 미래 고객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사업의 리더는 전략 수립 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품별 및 국가별로 나누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내년도 시장 수요와 매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 목표나 의지를 반영하여 실무자들에게 제시한다. 물론 미래의 목표는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방향으로 설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지향적인 미래 예측은 여러 시나리오 중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어서 정답에 근접하기 힘들다. 여러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의외의 변화가 발생하여 미래 고객들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미래 고객이 우리의 기존 제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고객예측 없이 선도 기업의 방향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있다. 한가지 안전한 비즈니스 전략은 같은 산업 내의 선두 기업을 따라가는 것이다. 선두 기업의 사업방향은 좀더 정확한 미래 예측에 기반하여 나온 결과라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선도 기업들은 기존의 패러다임 안에서 변화에 둔감해져 있거나 변화를 늦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경우 오히려 미래 고객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도 기업을 모방하면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 시장에서 월풀(Whirlpool)은 가전 산업의 독보적인 선도기업이었다. 월풀은 과거 수십년간 그래왔듯이 미국 고객들은 계속해서 흑백 혹은 회색조의 네모반듯한 가전들을 선호할 것이라는 잘못된 미래 고객예측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LG전자는 월풀의 방향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 고객과 시장을 예측했다. ‘가전에도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미래 고객이 원하는 요소들이 될 것’ 이라고 예측을 했다. LG전자가 만약 월풀과 같은 전략 방향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현재와 같은 약진은 기대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래 고객예측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1. 미래 고객 예측 기능 확보 또는 전담화 
 
무엇보다도 먼저 사업부가 미래 고객예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전담 부서를 따로 만드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처럼 마케팅 부서에서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PM들만의 몫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마케팅부서 내에서도 좀더 미래 고객예측 업무의 비중이 높은 직책을 만들어야 한다. 혹은 일부 기업들의 ‘상품기획팀’과 같은 고객 정보를 좀 더 비중 있게 연구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필자가 9월 초에 방문한 HP의 IPG(Imaging & Printing Group) 사업 본부의 예를 살펴보면 글로벌 기업들이 얼마나 미래 고객예측을 중요시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IPG는 프린터 하드웨어, 프린터 부품, 프린팅 미디어, 그리고 스캐너 등을 제조하는 사업을 한다. 2007년 기준 HP 전체 매출의 27%(285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그림 1> 참조).  
 
IPG는 2002년부터 바이오메쉬 조쉬(Vyomesh Joshi) 부사장이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필자는 IPG의 마케팅과 전략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즈맛 알리(Azmat Ali) 부장을 만나 미래 고객예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HP의 IPG는 별도의 미래예측팀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 전략을 구성하기에 앞서 전문가 3~4명으로 구성된 이 미래예측팀은 전통적인(traditional) 고객과 비전통적인(non-traditional) 고객을 구분한다. 전통적인 고객 조사는 여러 다른 조사와 흡사하다. 그러나 비전통적인 고객 분석에는 기본 가정들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다양한 조사들을 통해 향후 시장 변화, 수요 예측, 미래 고객예측 등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 결과물은 바이오메쉬 부사장에게 보고되고 그 분석 내용과 미래 예측치를 가지고 아즈맛 부장을 포함한 부장급들과 회의를 한다. 아즈맛 부장은 다시 부서 직원들과 예측치에 대해 논의를 한다. 논의를 통해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과 추가할 부분들은 다시 바이오메쉬 부사장에게 전달되고 결국 조정을 통해 내년 사업 전략의 시작점인 목표가 결정된다(<그림 2> 참조).
 
2. 숨은 가정과 통념을 의문시 
 
둘째로 여러 가정들에 질문을 던지고 가장 논리적이고 사실과 가까운 답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에서도 논의한 바 있지만 현재 고객들에게 집중그룹인터뷰(FGI)나 설문 조사를 통해 구매 결정 요인, 좋아하는 색깔, 가격 수용도 등을 조사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현재의 고객이 미래에도 같을 것이라는 가정부터 의문을 던져봐야 한다. 실제로 야후나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의 시장 조사 방법론을 폐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신에 기본 가정들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밝혀내는데 주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미래 고객예측의 선두주자인 애플(Apple)도 기존의 시장 조사 방법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신 “고객이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싫어하나?”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혹은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우리에게 있는가?” “결국 나오게 될 제품은 무엇인가?” 등의 주요한 질문들을 정리하고 수많은 브레인스토밍과 토론을 통해 논리적인 답을 찾아간다. 현재의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고객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제품들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3. 외부의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셋째로 내부 목소리보다는 외부의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업이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지속될수록 내부 목소리는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이 사업부 내에 많아지고 그들은 마치 미래 고객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한 강한 내부 목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고객조사의 결과는 결국 그들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어 그들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내부 목소리는 앞에서 설명한 전통적인 틀을 깨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HP IPG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기존 틀 안에서 고객들은 HP프린터를 사거나 혹은 경쟁사인 삼성이나 엡손(Epson)의 프린터를 살 수 있다. 만약 내부 목소리만 듣고 계속해서 경쟁 프린터보다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주려고만 노력한다면 미래 큰 변화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러나 IPG는 외부 고객들의 작은 변화들에 귀를 기울인다. “왜 프린터가 고객들에게 필요한가?” “미래 고객들이 프린터를 통해 원하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등의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고객들의 프린터 구매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다. 뿐만 아니라 전자매장에서 다른 디지털 기기들을 구매하는 고객들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런 다양한 외부의 작은 목소리들을 들은 결과 IPG는 자사 프린터의 경쟁제품이 단지 프린터가 아니라 전자노트패드, GPS, 심지어 i-pod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미래 고객을 예측하고 그에 걸 맞는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LG전자 세탁기 사업부도 외부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좋은 결과를 얻은 사례이다. 200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LG 세탁기는 큰 용량과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세탁기와 건조기는 거의 모두 흰색에 빨래를 위로 집어넣는 저가 방식이 주류였다. 고가의 드럼 세탁기는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았고 디자인이나 색상은 과거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LG전자 내부에서도 선두주자인 월풀(Whirlpool), 켄모어(Kenmore), 그리고 매이택(Maytag) 등의 제품과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계속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고객 조사에서도 대다수가 ‘가전은 흰색’이라고 답했고 세탁기의 디자인은 큰 구매 촉발 요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G전자 세탁기 사업부는 고객들이 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작은 변화들에 관심을 가졌다. 과거 미국 가정에서 세탁기는 주로 지하창고에 위치했다. 그러나 세탁기의 위치가 1층의 다용도실이나 심지어 주방으로 조금씩 들어오게 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더불어 1층의 가구 색상이 좀더 다양해진다는 정보를 가구 전문가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유통채널의 바이어가 한국 LG전자 공장을 방문했을 때 진공청소기의 색상을 보고 ‘세탁기에도 매우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한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작은 변화나 목소리 혹은 당장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어 미래 고객을 예측한 결과 2006년 미국 시장에서 LG전자의 빨간색(wild cherry red) 세탁기가 등장하게 된다. 미국 고객들은 가전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화려하지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상의 세탁기에 매료된다. 결국 이 제품은 크게 성공을 거두고 LG전자 세탁기가 미국에 진출한지 4년 만에 드럼 세탁기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었다.  
 
4. 고객 예측 논리에 대한 내부공감대 형성 
 
미래 고객예측은 때로는 매우 엉뚱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조건 배타적으로 거부할 것이 아니라 내부 관련자들이 함께 그 논리의 허점을 찾고 보안하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레이더가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할 것을 경고한들 배가 움직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미래 고객예측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 예측은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전략의 민첩성은 고객예측 역량에 달려 있어 
 
“5~10년 전에는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따라가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제는 매달, 매주, 매일 단위로 전략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 말은 글로벌 기업인 노키아(Nokia)의 전 사장 페카-알라 피에틸라(Pekka-Ala Pietila)가 한 말이다. 즉, 사업 전략의 정확성보다 민첩성이 사업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업 전략의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작점인 미래 고객예측 역량을 길러야만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