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25. 14:03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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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에서 이름난 사람들의 경제 전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워렌 버펫, 조지 소로스, 폴 볼커(1980년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빌 그로스(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 운용 책임자)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이 책은 그들의 견해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금 세계 경제가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또한 왜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마지막으로 이런 시대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프랑스 출신들로 현재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케이브칼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투자전망 자료를 발간하고, 투자운용 자문을 해주고 있다. 본사를 홍콩으로 옮긴 것은 앞으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을 멋진 신세계의 시작으로 보는 근거는 바로 플랫폼 기업의 출현이다. 여기서 플랫폼 기업이란 기업의 중심 활동인 연구개발(디자인 포함), 생산, 판매 중에서 생산을 떼어내 전 세계에서 가장 싸고 가장 잘 만드는 곳에 맡기고 자신들은 연구개발과 판매만 하는 회사를 말한다. 앨빈 토플러가 말하는 제3의 물결,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사회에 부합하는 회사의 형태가 바로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는 델(Dell), 월마트(Wal-Mart), 이케아(IKEA), H&M, 리앤펑(Li&Fung)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생산은 하지 않지만 자사의 로고를 붙인 제품을 전 세계의 모든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책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바로 플랫폼 기업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해서 팔면, 비록 무역수지는 적자가 나지만 기업 이익은 늘어난다. 그래서 무역적자가 늘어나도 미국 기업의 주가는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아직 제2의 물결인 산업사회의 경제 현상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이론으로 지금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세계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전망은 지금까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지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용감하게 말한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고. 과연 우리는 지금 신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다고 하며 지금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라고 제안한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떤 기업이 플랫폼 기업에 가까울까?
# 2
일반적으로 기업의 가치 사슬이라고 하면, 디자인·R&D·구매·생산·영업 등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이 가치 사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기업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판매까지 하는 것이 전통적인 사업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포드는 SUV 모델 엑스퍼디션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마지막으로 미국 내 포드 대리점을 통해 엑스퍼디션을 판매한다. 많은 기업들이 순수 내수 기업으로 출발했으나, 결국은 세계 각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이 생산 거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해 왔다. 하지만 이처럼 디자인-생산-판매가 수직적으로 통합된 비즈니스 모델도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 등장한 플랫폼 기업은 디자인·R&D·재무·마케팅의 고부가가치 분야만을 관리하고, 나머지 분야는 모두 외부 생산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품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는 어쩔 수 없이 값비싼 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거액의 자본이 묶이게 되는 반면, 고부가가치 영역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델, 월마트, 이케아, H&M, 리앤펑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이 제품을 생산할 업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주문과 생산 업체의 제품 공급을 ‘조정’하기만 하면 된다.
플랫폼 기업을 가능케 한 요인
이처럼 플랫폼 기업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자유무역 ▲(통신) 기술 발달 ▲상품의 이동을 위한 인프라 ▲주기적 설비 과잉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앞의 3가지 요소는 리카르도나 바스티아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의 확장으로 경제 성장이 가속화된다는 사실로 부터도 자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수가 늘어나게 된 데에는 설비 과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흥시장의 남아도는 저축액은 제조설비 구축에 과다하게 투자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플랫폼 기업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주기적으로 거품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능력없는 약자로부터 능력있는 강자로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소유권 이전이 차단되는 경우 부실기업은 좀비가 되어 자본 낭비, 경쟁기업의 수익률 저하, 설비과잉의 지속, 낮은 물가 수준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은 마치 기생충처럼 제3자가 만들어낸 과잉설비를 기반으로 번창하게 된다.
플랫폼 기업이 가져온 변화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기상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우선 원부자재의 평균 원가가 급속히 상승했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어느 곳에 설비 과잉이 발생했는지, 또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이러한 과잉설비를 임대할 수 있는지를 신속히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 기업들은 설비 과잉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이 아웃소싱할 수 없는 고급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과거의 수직 통합 기업에 비해 자본을 훨씬 덜 필요로 하고, 매우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제조업 분야에서 2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지만, 고급 서비스직에서 4,3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그러나 제조업 산출량은 공장 생산성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변화의 바람은 정부 및 공적 부문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기업은 R&D, 마케팅 활동을 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운영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구권 세계 전반에 걸쳐 더욱 효율적인 정부가 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전통적인 경제학 진영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아웃소싱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즉 미국 GDP 12조 2,000억 달러의 5.7%에 달하는 7,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은 미국 경제의 연간 산출량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의 자본을 매입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7,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연간 자본 유입량은 총 순자산의 1.4%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향후 플랫폼 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