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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5. 11:58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준비하던 1998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300만대’라는 규모의 경제의 실현 여부였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21세기에 살아남기 힘들다는 논리였다. 당시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 3 중 하나였던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결합해 초대형 자동차 기업이 등장했듯이, 점차 대형화되고, 글로벌화되는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진리처럼 받아들였고 이후 자동차 기업의 인수와 합병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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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GM

지금의 자동차 시장 상황을 300만 대 이상을 생산·판매해야 생존한다는 논리로는 100%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예측이 틀렸다는 성급한 판단도 내려지고 있다. M&A에 가장 열의를 보였던 GM이 80년간 누려왔던 1위 자리를 도요타에게 내주어야 했고, 미국의 주요 평가기관들은 GM을 투자부적격 기업으로 판정했다. 한때 1,000만대 생산에 육박하던 거대 기업의 몰락이다. GM과 포드는 미국 공장을 폐쇄하는 반면, 도요타는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등 신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드는 단일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GM은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장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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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대량생산에 유리한 T형 모델만 고수함에 따라 1900년대 초 미국 도시에는 검은색 T형 모델만 넘쳐났다. 이때 GM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T형 모델에 싫증 난 고객을 공략했고, 고객들은 구매 비용이 비싸더라도 지갑을 순순히 열었다. 이후 80년간 GM은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내놓지 않는다. GM의 가장 화려한 전성기는 1960년대다. 1960년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9대가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이었고, 10대 중 6대는 GM 자동차였다. GM은 너무 높은 점유율 때문에 반독점법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그리고 1978년에는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는 955만 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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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기업 도요타

섬유제조장비업체인 도요다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핵심 사업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다. 사명을 도요다와 유사한 도요타로 하고 1930년대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다. 도요타의 첫 작품은 크라이슬러 세단을 복제한 자동차다. 성공은 했지만 일본 시장은 너무 좁았다. 이후 도요타는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에 납품하는 트럭 생산 체계로 바꾸어 기업 규모를 확대하지만 패전 이후 구매자가 사라지면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한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한국 전쟁이다. 미국과 UN은 미국 본토에서 자동차를 공급받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일본을 한국전쟁 물류와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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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UN과 미군에 자동차를 공급하면서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 미국은 미래의 경쟁자를 키운다는 생각에 1962년 일본으로부터의 자동차 구매를 중단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판단이었다. 도요타는 미국에 최초의 소형 자동차 ‘도요펙’을 출시했지만, 사용자와 언론의 평가는 냉정했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구매 가치가 없는 자동차라고 평가했고, 참패한 도요타는 이후 2년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미국 시장에 재진출한 후 도요타가 연간 10만대 판매를 기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도요타는 이 기간에 판매보다는 유통망 구축에 노력을 기울인다. 믿을 수 있는 딜러만 선별한 것이다. 그때 구축한 유통망은 현재까지 활용하고 있으며, 규모 면에서 GM의 1/5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2008년에는 GM보다 많은 자동차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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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눈앞의 이익만 좇다 시장을 놓쳐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도움은 오일쇼크였다. 오일쇼크로 미국 정부는 서둘러 자동차 규제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1갤런당 14.1마일에 불과한 미국산 자동차들이 20마일 이상 달릴 수 있도록 만들것을 자동차 업계에요구했고, 이 조치는 이후 27.5마일로 강화된다. 연료의 효율적인 소비보다 대형화와 화려한 외형에 치중하고 있던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이런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요구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었다. 처음으로 도요타를 구매하게 된 미국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아 구매했지만, 성능과 차체의 강도가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이후 도요타는 차체가 좁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차기 자동차 개발 계획에 그대로 반영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고 도요타를 구매하는 고객은 점차 늘어갔다.GM과 포드의 가장 큰 실수는 시장을 너무 쉽게 내주었다는 것이다. 소형차 부문에서 일본 자동차가 워낙 빼어나 대항할 수 있는 자동차가 없었지만, 중형 세단의 경우에는 다른 상황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도요타 캠리에 경쟁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었지만 디자인 개선과 성능 향상에 등한시했고, 치열한 경쟁을 피해 새로운 SUV 시장에만 전념해 시장 전체를 빼앗기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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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 시절 처음 구매한 자동차가 그 사람의 미래 자동차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초년 시절 가졌던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평생 이어진다. 젊은 세대들은 품질이 좋으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요구했고 GM은 이를 만들어낼 자본과 기술력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1998년 미국 자동차 3사는 역대 최고의 수익률인 16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이 수치는 SUV 시장이 새롭게 출현하면서 올린 왜곡된 수치였을 뿐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GM과 포드가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고수익을 누렸던 것이다. 한때 고급 SUV 한 대의 수익률이 1만 달러가 넘어가기도 했다. GM은 이 수익을 자동차 기술혁신에 투입한 것이 아니라 금융과 서비스 등 다른 비즈니스 개발에 투자했다. 그러나 SUV 시장에 일본과 한국 자동차 기업이 진출하면서 수익률은 곤두박질친다. 결국 GM은 눈앞의 수익만 좇다 모든 것을 놓쳐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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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외의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GM

GM의 CEO 특징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진 인물이 아닌 금융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술 혁신보다 M&A를 통한 기업의 규모 확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단기적으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포드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 회사가 아닌 서비스 회사라고 발표할 정도였다. 이에 반해 도요타의 관리자들은 공장 곳곳을 누비며 현장 노동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경영자의 마인드가 현재의 역전을 가져온 것이다.

GM은 시보레 차량 디자인 개선에만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2004년에는 생산 대수보다 많은 1,100만 대의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소매시장에서 인기가 없자 렌트 업체에 대량 판매함으로써 중고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GM은 미국인의 자동차 취향을 GM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는 한순간이라고 오만에 빠졌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11월에 일어난 사건이다. GM의 부회장 밥 루츠는 도요타와 GM은 품질에 있어 차이가 없다고 언론에 발표했지만, 그날 오후 GM은 150만 대에 이르는 미니밴 리콜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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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자동차로만 승부한 도요타

도요타는 품질 확보를 위해 한 걸음 늦더라도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했다. GM과 도요타는 1986년 합작을 통해 도요타가 개발한 카롤라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GM은 생산과 함께 판매를 시작했지만, 도요타는 이 자동차의 품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라인업에 포함하지 않았다. 도요타는 품질 관리를 위해 미국 NUMMI 공장의 근로자들을 일본 본사에 파견한다. 본사의 생산 시스템을 본 미국 직원들은 강한 충격을 받았고,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NUMMI 공장을 총괄하던 도요타 에이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1,000여명의 미국 근로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불만을 풀어주고자 노력했다.

도요타는 미국 근로자들이 만든 카롤라의 품질을 확인한 후 자사 라인업에 포함시킨다. 도요타의 카롤라는 GM의 카롤라보다 몇백 달러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GM이 아닌 도요타 카롤라를 선택했다. 카롤라의 성공을 계기로 도요타는 미국 내에 독자적인 공장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도요타는 미국에 2개의 자동차 생산 공장과 1개의 엔진 공장이 있지만, 일본인 노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도요타 생산 방식은 미국에서도 유효하다. 도요타는 현재 수준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 기업이다. 2004년에도 53만 건의 개선 사항이 현장 근로자들에 의해 접수되었고, 이 중 99%를 채택해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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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 기업 도요타

1위지만 만족을 모르는 기업 도요타. 그리고 지금도 도요타는 여전히 도전자다. 소형 자동차 시장을 빼앗기면 향후 도요타의 커다란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소형 자동차 시장에 뉴카롤라를 출시해 현대와 경쟁하고 있다. 고급 세단은 렉서스로 독일 자동차와, 중형 세단에서는 GM, 포드, 혼다와 경쟁하고 있다. GM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노조에 지불되는 고비용을 문제로 꼽는 사람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GM의 세련된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 품질이 뛰어난 자동차를 원하는 것이다. GM의 경영자들은 고객의 의견이 제품에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자신들이 만드는 자동차가 최상이라고 고집했다.

최근 GM은 투자기관으로부터 ‘덩치에 비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공룡기업의 최후가 예상된다’는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05년에는 1992년 이래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적자가 계속 되고 있다. 한편 GM과 도요타 모두 선두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IT 투자를 실시했음은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비용절감을 이뤘다는 것도 여러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IT가 좋은 도구임은 틀림없지만, 결정은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다. 도요타에는 IT를 기술혁신에 적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의 CEO가 있었지만, GM에는 IT와 기술혁신은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CEO만 있었다.
- Beyond Promise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