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성장과 변화의 모든 힘이 응축된 곳이며, 또 기업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위험이 상존해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명문기업 토요타는 그야말로 현장주의 경영의 대명사다. 토요타의 핵심협력업체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테츠오 회장은 ‘토요타 시스템의 기본은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한국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토요타의 현장주의 경영을 피력한 바 있다. 좋은 품질의 자동차는 공정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불량이 나오게 되면 현장에서 바로 액션을 취하는 등,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이른바 카이젠(개선)의 중요성을 귀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토요타인 것이다. 즉 토요타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경영의 기본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또 생산과정에 관한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을 다른 기업들과 같이 경영진에 두는 것이 아니라 생산조사부 및 자주연구회 등의 현장진에 두고 있을 정도로 집요한 현장주의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기업 중 ‘잘 나가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현장주의 경영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있는 교세라, 닌텐도, 무라타제작소, 호리바제작소 등 교토의 세계적인 혁신기업들 역시 토요타의 경영방침과 유사하다. 이를테면 호리바제작소는 ‘블랙잭형사제도’를 도입하여 현장에 있어서의 노동생산성 상승의 저해요인이 무엇인지를 ‘블랙잭’이라고 불리는 사정 요원들이 집요하게 추적하여 해결해냄으로써 비약적인 생산성 증대에 성공하였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교세라와 무라타제작소의 ‘아메바경영’ ‘메트릭스형 관리회계’ 역시 작은 규모의 모듈적 조직 단위의 현장 책임을 중요시하는 혁신적 경영기법이다. 이러한 현장중심의 경영을 관철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계량정보 및 이론에 의거하여 경영 판단을 하는 기업과는 매출액 및 매출액이익률 등의 퍼포먼스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유니참의 창업자인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일본에서는 흔히 ‘현장주의의 전도사’로 불린다. 감색 양복의 샐러리맨들이 모인 일본 대폿집 술자리의 결론은 결국 타카하라의 ‘현장주의’로 귀결된다. 이는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외치는 다카하라 회장을 지금의 일본인들은 ‘현장주의 경영’의 대표자로 손꼽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기업 경영에 있어서의 왕도는 역시 ‘현장’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세련되고 논리적인 경영·경제학 이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곧바로 땀 냄새 진동하고 고함 소리에 귀 먹먹한 ‘현장’으로 돌아가야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현장주의’인데, 이처럼 지극히 소박하기 짝이 없고, 다른 기업들 역시 당연한 듯 추구하고 있는 그의 ‘현장주의’가 이처럼 일본인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장주의’에 대한 그의 집요함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현장의 중요성’을 생산 부문이나 극히 일부의 한정된 분야에서만 강조하지만, 그는 기업의 모든 분야에서 현장을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e)’으로 여길 것을 주장한다. 또 이른바 일본의 1세대 경영 리더들이 ‘현장주의’를 CEO의 덕목으로 설정한 것에 비해, 다카하라는 일본의 ‘모노츠쿠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현장’을 모든 사람들의 현장주의로 더욱 확대 적용한 데에 대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장 중심적 패러다임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경영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사원들이 다 같이 공유해야 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위치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카하라는 ‘현장’을 ‘경영의 알파와 오메가’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장’은 경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자 성장과 변화의 모든 힘이 응축된 곳이며, 또 기업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위험이 상존해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전 구성원들은 애정 어린 눈과 냉철한 시각으로 현장을 판단해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현장을 바라보지 않는 기업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준엄한 경고이다. 또 그가 ‘현장주의’를 생산과정에 있어서의 기술론으로서만 파악하지 않고 ‘인재론’으로 구성시키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장이 답이다’에서 그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직원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또 ‘현장’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경영자만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현장주의적 인재론을 정력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힘들거든 현장, 현실, 현상, 현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현장으로 귀의하려는 반복적인 노력이 있어야 진정한 인재와 경영자가 될 수 있으며, 지금의 유니참 역시 이러한 과정으로 구축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 그것은 모든 해결책의 시작이다. 장자크 루소가 삶의 해법을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시사하였듯이,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기업경영이 딜레마에 빠지면 ‘현장으로 돌아가서’ 해결할 것을 조용히 역설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과연 얼마만큼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가? 난국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초조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계량정보와 교과서적 논리에만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카하라 게이치로의 ‘현장이 답이다’는 선진 경영기법과 MBA가 가르치는 우아한 이론에 빠져 걸쭉한 ‘현장’이 주는 답을 놓치기 쉬운 있는 우리 기업과 그 구성원들 모두에게 ‘頂門一鍼’으로 다가온다. [글 -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 교수(junho@incheon.ac.kr)] | |
- Beyond Promise 4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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