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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8. 13:35

M&A(인수·합병) 계약서에 서명한 인수 회사 대표가 기자 회견장에 나타나 피인수 회사 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한다. 그는 몇 년 후 이러저러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M&A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가 글로벌 기업에서 M&A를 담당했던 경영진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60%가 "M&A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대답했다. 가장 큰 실패 이유로는 '인수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가 꼽혔다.

결혼 생활의 성공 여부가 결혼식 직후 몇 년에 달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기업 간의 결혼이라 할 수 있는 M&A 역시 통합 과정이 중요하다. 그 성과에 따라 M&A는 약(藥)이 될 수도,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월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두산그룹이 매년 시무식을 겸해 진행하는 신년 음악회가 열렸다. 수도권 소재 임직원과 가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예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앞 자리에 낯선 벽안(碧眼)의 손님들이 함께 자리했던 것.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중장비 회사 밥캣(Bobcat)의 스콧 넬슨(Nelson) 사장 등 두산이 인수한 해외 기업 경영진 부부 50여명이 참석했다. 해외 계열사 임원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으로, 두산은 '한 식구'라는 뜻에서 초청했다.

두산중공업이 2006년 11월 인수한 영국의 보일러 원천 기술 보유 회사 밥콕(Babcock)의 이안 밀러(Miller) 사장에게는 이번이 7번째 방한(訪韓)이었다. 밥콕은 일본 미쓰이가 10년 동안 경영하다 실적이 악화되자 매물로 내놓은 회사였다.

두산이 밥콕을 인수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문화 차이의 극복이었다. 두산이 밥콕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콕 경영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마케팅 전략회의를 연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초청 받은 것 자체가 밥콕 경영진에게는 화제가 됐다. 밀러 CEO는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쓰이가 경영하던 10년 동안 미쓰이는 우리를 한번도 일본으로 초청한 적이 없었다"며 "두산이 인수하자마자 우리를 초청해 한국과 두산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파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두산은 2006년 말 밥콕에 직원 8명을 파견, 통합 준비 작업을 벌였다. 특히 미쓰이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데 주력했는데, 분석 결과는 '현지화의 실패'로 나왔다.

두산은 미쓰이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핵심 책임자 자리를 모두 일본인으로 앉혔던 미쓰이와 달리 두산은 COO(최고운영책임자)였던 밀러를 CEO로 승진시키는 등 주요 경영진을 현지인으로 임명했다. 스티븐 무어 CFO(최고재무책임자), 린제이 프리처드 인사 담당 임원, 바바라 레퍼브리 발전 사업 총괄 임원, 밥 니모 서비스 사업 총괄 임원 등을 승진 또는 유임시키며 예전 조직을 유지했다. 4000여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승계했다. 두산 본사에서 현지로 파견된 직원은 지금도 8명에 불과하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밥콕 인수 후 이 회사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새로운 회사로 출발하는 데 대해 우려가 있을 줄로 알지만, 우리는 밥콕의 역사·기업문화·사업능력 등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또 밥콕 고객사들에게는 "이름은 '두산밥콕'으로 바뀌지만 회사는 독립적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그동안 밥콕이 추진하던 일들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M&A에 따른 현지 직원의 동요와 고객사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그대로 놔둔 것은 아니다. 미쓰이 시절 연공 서열 중심이었던 보상 체계를 성과 중심의 연봉제로 바꿔 경쟁을 유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본 미쓰이가 경영하던 시절 밥콕의 수주 실적은 2004년 4억3300만 파운드이던 것이 2005년 3억7500만 파운드, 2006년 3억4500만 파운드로 하락 일로였다. 그러나 두산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지난해 수주액이 7억7100만 파운드에 달해 전년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두산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던 미쓰이와 달리 지난해 영국 전력회사 브리티시에너지에 1조원 규모의 엔지니어링 기술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대형 프로젝트에 주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STX, 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렸나

그러나 STX그룹은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업체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Aker Yard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왔다.

지난해 10월 STX는 아커야즈 지분 39.2%를 8억 달러에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STX는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STX의 경영권 인수에 아커야즈 노조 일부가 인수에 반발했고, 이탈리아·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연합 전선을 펴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 기업이 유럽의 크루즈선 기술을 이전 받을 경우 유럽 조선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TX는 지난해 12월부터 EU의 반독점 심사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STX는 최대 주주는 됐지만, 경영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가 됐다.

STX는 최근 어려운 고비를 넘기긴 했다. 4월 1일 임시 주총에서 2대 주주(10.2%)인 노르웨이 하브야드(Havyard) 조선소가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자 표 대결 끝에 가까스로 안건 상정을 무산시켰다. 또 지난 5일 EU집행위원회가 "독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STX는 이에 따라 "인수 절차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하는 한편,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개편할 계획이다.

A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STX가 '최대 주주인데 왜 경영을 못하느냐'는 한국적 사고방식에 빠져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같다"면서 "인수 후 통합 과정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 후 통합이 M&A 성패 가른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글로벌 M&A는 단번에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훌륭한 전략으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생적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글로벌 M&A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M&A는 약(藥)이 될 수도 있지만,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가 글로벌 기업에서 M&A를 담당했던 경영진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60%가 "M&A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데 실패했다"고 대답했다.

M&A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의 67%(복수 응답)가 '인수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를 꼽았다. 다른 컨설팅 회사인 AT커니가 1998~1999년 115개 글로벌 기업의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역시 '사업 통합의 실패'(53%)가 M&A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인수 후 통합이란 무엇인가? 두 회사가 인수·합병 계약을 통해 하나가 된 뒤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결혼 생활의 성공 여부가 결혼식 직후 몇 년에 달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기업 간의 결혼이라 할 수 있는 M&A 역시 기업 인수 계약보다 그 뒤의 통합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 기업 중 최근 가장 활발히 M&A를 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M&A 사령탑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M&A 과정에서 제일 쉬운 것은 인수 자체"라며 "인수 후 통합 작업이 제대로 돼야 비로소 성공한 M&A라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질적인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다 둘 다 망할 수도 있다.

보스턴컨설팅(BCG) 서울사무소 이병남 대표는 "M&A 이후 피인수 기업 직원들은 민감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양방향으로 의사 소통을 진행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대면 접촉을 통해 주인 의식을 갖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인재 이탈을 막아라

이상하 두산그룹 전무는 "인수 후 통합의 핵심은 인사"라고 말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뒤 실패한 사례를 두산그룹이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일본 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미국 기업을 인수한 뒤 재무책임자에 미국인을 앉히면 부책임자는 일본인, 생산 책임자를 일본인이 맡으면 부책임자는 미국인에게 맡기는 식으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결국 의사 소통이 잘되는 일본 사람끼리만 회사를 끌고 가게 되고, 현지인 사장과 경영진은 꼭두각시가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지의 우수 인재도 입사를 꺼리게 된다. 결국 진정한 인수 효과가 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베인&컴퍼니 김수민 부사장은 "기업 인수 후 경영진 교체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피인수 회사 임직원이 크게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제철화학이 2006년 3월 카본블랙(타이어 원료로 주로 쓰이는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미국 컬럼비안 케미컬(Columbian Chemicals Company)을 인수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동양제철화학은 인수 계약을 하면서 '경영진이 최소 1년 간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백우석 사장은 "기술을 갖고 있는 핵심 인재가 떠나면 회사를 인수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내건 조건"이라며 "지금까지 자진해서 나간 경영진은 1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 당시 JP모건 계열의 사모펀드인 OEP와 컨소시엄을 구성해(7대3 비율) 인수한 것도 미국 사모펀드와 함께 들어가서 현지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수 당시 7억 달러 수준이었던 컬럼비안 케미컬의 매출은 올해 12억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100일 내에 통합 작업을 끝내라

인수 후 통합 작업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마루야마 히로시 IBM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파트너는 "인수 후 통합 작업의 약자인 PMI의 'P'를 '포스트(post·다음의)'가 아니라 '계획된(planned)' 또는 '사전의(pre)'로 생각하고 인수 전에 이미 통합을 위한 계획과 준비를 마쳐야 한다"며 "통합 작업은 100일 이내에 끝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2월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자 통합 작업에 박삼구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을 합병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처우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인수를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고, 54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 1월 대우건설 직원 9명이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을 때는 박 회장이 매일 대우건설로 출근하며 직원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휘했다.

동양제철화학의 경우 컬럼비안 케미컬 인수 계약 후 통합 작업을 하는 데에는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백우석 사장은 "실사를 할 때부터 이미 통합 작업을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MI(post-merger integration)
기업 인수 또는 합병 후 통합 과정을 말한다. 두 회사가 인수·합병 계약을 통해 하나가 된 뒤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업무 방식·운영 체계·조직 문화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각종 요소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6/20080516007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