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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8. 14:36
바야흐로 고객 중심의 시대이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고객가치 창조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편익을 누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간과함으로써 고객가치 창조의 기회를 유실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소비자의 총비용이 고객가치 창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가격외 비용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기업 관점에서의 이윤 극대화일까, 투자자 관점에서의 기업 가치 극대화일까? 아니면 이해관계자들 관점에서의 사회적 책임의 이행일까? 또는 국가 경제 관점에서의 부가가치 극대화일까?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여러 관점을 두루 꿰뚫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바로 고객의 창조이다.” 기업은 고객이 있어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윤, 기업 가치, 사회적 책임, 부가가치 극대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고객이라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이미 반 세기도 전에 주장했던 기업의 목적은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20세기에는 대체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시장을 지배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시장은 제품이 부족한 시대에서 벗어나 고객이 부족한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노도와 같은 글로벌화로 인해 지리적 시장 장벽이 무너져 저비용 생산자가 급증하고 있다. 기술 범용화로 인해 경쟁사들이 빠르게 제품의 새로운 특장점을 모방함으로써 차별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리고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켜 이제는 소비자들도 경제활동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거의 무한대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의 법칙이 변화하고 소비자가 똑똑해짐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하고 성능 대비 가격을 따져본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객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이제는 기업의 이익만을 강조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고객가치이다.
 
고객가치 창조 방법에 대한 선입관 
 
고객가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히 표현하면 고객이 얻는 편익과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고객은 고객가치가 가장 큰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총편익은 증가시키고 고객이 소비 과정에서 부담하는 총비용은 감소시켜야 한다(<그림 1> 참조).  
 
사실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업은 제품의 기능, 디자인, 서비스, 브랜드 등을 통한 차별화를 통해 총편익을 증가시키려 한다. 더 나아가 많은 기업들이 고객가치 창조를 고객의 편익 증가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고객가치 창조 활동을 편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고객가치 창조는 고객의 총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총편익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만으로도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고객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연상한다. 가격 인하를 통해 고객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고객의 총비용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 총비용의 구성 요소 
 
고객이 부담하는 총비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소비 사슬을 이해해야 한다. 소비 사슬이란 소비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연결된 활동들을 말한다. 바로 이것이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총체적인 경험의 근간을 이룬다. 따라서 고객에게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 사슬에서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소비 사슬은 탐색, 구매, 사용, 사용 후 단계 등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고객이 니즈를 인지하면 우선은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찾아본다. 제품을 찾았으면 구매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것이 완료되면 제품을 사용한다. 소비 사슬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이를 용도 폐기해야만 전체적인 소비 활동이 종료된다.  
 
구체적으로 일반인이 자동차를 소비할 때 거치게 되는 과정과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 항목들을 생각해 보자. 고객이 자동차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 고객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는 자동차 가격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를 알아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 영업사원과의 가격 협상 과정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나 감정 소모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한 후에도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를 보유하기 위해 자동차세와 같은 세금과 각종 보험, 주차와 관련된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주유, 부품 교체 등은 물론이고 종국에는 폐차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기업이 기계 설비를 소비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설비 구매 가격 외에도 구매 전 평가 노력, 구매에 소요된 시간, 주문 관련 활동 등의 구매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관, 설치, 관리, 감가상각, 보험, 부품 조달, 교육 훈련, 운영, 교체, 폐기 등 사용 관련 비용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와 같이 소비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크게 거래비용과 사용비용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거래비용은 탐색 및 구매 단계에서, 사용비용은 사용 및 사용 후 단계에서 발생한다. 결국 고객이 부담하는 총비용은 가격, 거래비용, 사용비용의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따라서 기업이 고객가치 창조를 위해 고객의 비용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의미는 단순히 가격만이 아니라 가격 외 비용까지 포함한 총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하에서는 가격 외 비용을 중심으로 고객의 비용을 구성 요소별로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 거래비용의 감소 
 
유니레버(Unilever)의 인도 자회사인 HLL(Hindustan Lever Limited)는 고객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거래비용을 감소시킨 대표적 사례이다. 인도에는 정신 지체와 정신 장애를 유발하는 요오드 결핍증(IDD: Iodine Deficiency Disorder)에 걸린 아동이 7,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오드 섭취는 대부분 소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소금은 일반적으로 요오드 처리가 되어 있어 쉽게 1일 섭취량을 충족시켜 준다. 하지만 인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요오드 처리가 안 되어 있거나, 요오드 처리가 된 소금조차도 열악한 보관 및 운송 환경 등으로 인해 함유 요오드 성분을 잃게 된다. 이에 HLL은 다른 토착 업체들이 제조·판매하는 소금보다는 비싸지만 인도의 저소득층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요오드 보존율이 높은 소금(Annapurna Salt)을 개발하였다. 그럼에도 인도 저소득층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뿐더러 요오드 함유 소금의 구매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HLL은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활용하였다. 우선 국영 TV를 통해 일반적인 정보 중심의 광고를 하였다. 특히 TV 방송 수신이 잘 안 되는 마을들을 찾아가 직접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여성들을 교육 과정에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마을에서 리더로 뽑힌 여성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영양 및 보건위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요오드가 함유된 소금 섭취의 필요성을 이해시켰다. 이를 통해 HLL은 인도 저소득층의 니즈를 촉진시키고 탐색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 리더들은 해당 마을에서 교육 이외에 HLL의 제품 판매도 수행해 인도 시장에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였다.  
 
멕시코의 시멘트 제조 업체인 시멕스(CEMEX)는 저소득층의 자금 조달을 지원해 거래비용을 절감시킨 경우다. 시멕스는 단순히 시멘트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멘트를 사가는 고객들에게 자금 대출, 자금 계획 상담, 건축 컨설팅 등 건축과 관련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가 주택 건설을 촉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남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층에 주목하여 ‘오늘을 위한 기금(Patrimonio Hoy)’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저소득층 70여 명이 팀을 구성해 70주간 매주 120페소를 곗돈으로 내면, 차례로 새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시멘트와 벽돌을 제공받게 된다. 시멕스는 멕시코 사람들이 여윳돈이 생기면 마을 축제나 자녀의 생일 파티, 결혼식, 세례식 등에 다 써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집을 짓거나 개보수할 자금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파악하고 ‘시멘트 계(Socio Group)’를 조성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주택 건축 작업이 진행되는 70주 동안에는 시멘트 가격이 올라도 당초 가격으로 제공하고 공짜로 배달을 해주는 등 많은 혜택을 줬다. 저소득층에게 있어 시멕스의 제품은 거래비용이 너무 높아 아예 구매 자체가 불가능했다. 즉, 저소득층에게는 아무런 고객가치가 없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시멕스가 구매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해주고 이자나 보관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형태로 거래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고객가치 창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까지 18만 가구의 자가 주택이 건축되었다. 시멕스 입장에서도 수요 확대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 사용비용의 감소 
 
항공기 제조 업체인 에어버스(Airbus)는 고객인 항공사의 사용비용을 감소시켜 경쟁 상황을 역전시킨 사례이다. 현재 전세계 비행기 시장은 에어버스와 보잉(Boeing)이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1995년만 해도 에어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19%에 불과했었다. 당시 보잉은 개발 비용 상각이 끝난 비행기를 판매함으로써 가격을 낮게 책정할 여지가 있었다.  
 
에어버스는 가격 조건의 열세에도 총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에어버스는 전반적인 설계가 서로 다른 다양한 기종의 비행기를 생산했지만, 조종사가 마치 동일한 조종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공간을 꾸몄다. 그 덕에 파일럿이 비행 기종을 변경할 때 받게 되는 조종사 재교육 비용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운항 스케줄에 따라 유연하게 파일럿 배정을 할 수 있어 파일럿의 회전률을 높일 수 있었다. 사실 항공사 입장에서 비행기 가격은 항공사의 전체 비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비행기 자체의 가격은 에어버스가 더 높았지만, 에어버스 사용을 통해 얻게 되는 항공사의 사용비용 감소가 더 큰 고객가치를 제공해 줌으로써 항공사들로 하여금 에어버스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항공사의 가치 사슬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고객의 사용비용을 감소시킨 사례이다. 이 회사는 항공사들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출력이 크고 견고한 엔진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항공사들은 그보다는 비행기 구매 단계에서 엔진의 초기 구입 비용 문제, 운항 스케줄링에 따른 엔진의 과다 혹은 과소 사용 문제, 유지 및 보수 단계에서의 갑작스런 엔진 성능 저하 및 고장 등으로 인한 운행 차질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따라서 효율적인 비행기 사용을 통해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항공사의 주 관심사였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단순한 엔진 판매 사업에서 벗어나 항공사에게 엔진을 임대해 사용 시간별로 대금을 지불하는 새로운 사업 형태로 전환하였다. 이와 더불어 엔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전문 지식을 제공해 항공사의 운항 스케줄링을 도와주었으며, 인력 파견을 통해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은 항공사의 엔진 사용비용 감소로 이어져 전체적인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게 하였다.
 
자발적인 제품 회수와 재활용을 통해 고객과 기업 모두 이익을 얻는 HP와 같은 사례도 있다. HP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환경 요소를 중시하고 새로운 제품에 재활용 원료 사용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 순환 정책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 설계 프로그램과 함께 ‘지구 동반자 프로그램(Planet Partners Program)’이라는 카트리지 회수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1991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시작된 PPP는 카트리지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회수해서 HP의 프린터와 스캐너 부품 등 새로운 제품에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플라스틱과 금속 재료는 추가적으로 가공해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며, 나머지 재료도 환경에 무해한 방식으로 폐기하거나 재활용한다. 제품 회수를 촉진하기 위해 HP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HP는 고객으로부터 무료로 제품을 회수하고 고객별로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보상품을 지급한다. HP는 제품 회수와 재활용을 통해 제품 폐기 비용을 부담해 고객의 사용비용을 일정부분 줄여주는 효과까지 얻어 고객가치를 강화함은 물론 기업 이미지 제고와 락인(Lock-in) 효과로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고객의 가격 외 비용 절감을 위한 포인트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가격 외 비용을 감소시켰는지 살펴보았다. 가격 외 비용을 포함한 고객의 총비용 감소는 고객가치의 증가를 의미한다. 또한 거래비용과 사용비용이 감소함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거래비용이 감소할 경우 거래를 위한 고객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이는 기존 고객 외에 니즈가 있거나 구매 의사가 있던 고객들을 새로이 확보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사용비용이 감소할 경우에는 기존 고객이 Lock-in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기존 고객의 유지 가능성을 높인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업이 어떠한 활동을 하든 거기에는 대부분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가격 외 비용을 감소시켜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는 고객가치 창조 활동이 기업 이익 관점에서도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가?
 
첫째,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소비 사슬을 파악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객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획득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소비 사슬을 경험해야만 고객이 어떤 문제점에 부딪히며, 그 결과 어떤 니즈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미디어 및 전문 자료 제공 업체인 톰슨(Thomson Corp.)은 자사가 제공하는 분석 자료를 최종 사용자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업무 프로세스에 사용하는지 파악한다. 최종 사용자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별로 어떤 니즈가 발생하는지를 비디오 촬영까지 하며 분석한다. 이를 통해 새롭게 고객을 세분화하고 각 고객군 별로 자료 제공의 수준과 가격 책정을 달리해 고객가치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고객이 인식하는 총비용이 고객별로 다양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비용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도 총비용은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유형별 고객의 비용 구조를 파악해 봐야 한다. 산업용 포장 기계 및 자재를 판매하는 시그노드(Signode)는 대형 고객들을 가격 민감도와 구매자 교섭력을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각 고객군의 선호 가치를 파악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가격이나 서비스에 민감한 고객에게는 전담 매니저가 관리하며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에서 최대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별 영업 전략과 서비스 수준을 차별화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총비용을 고객 집단별로 관리해 경영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효과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총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객의 비용은 가격, 거래비용, 사용비용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 각각의 요소가 일정 수준 이상일 필요가 있지만, 고객은 비용을 요소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총비용 하나로 인식한다. 비용 요소별 최적화가 아닌 총비용 수준에서 최적화를 이루어야 고객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레인저(Grainger)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무지원용품 유통업체이다.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상황에서 그레인저는 제품 가격 인하 경쟁을 택하지 않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사무 지원 용품에 대한 전문적 컨설팅을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이 사무 지원 용품을 사용하는 데 소요되는 제품 구매 및 관리 비용, 재고 관리 비용, 관련 인건비 등을 절감시켜줌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고객의 사용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총비용이 감소되고 고객가치가 증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폐기 비용 감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등 범지구적 환경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환경에 대한 국가간 협약 및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됨에 따라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 사슬 상에서의 환경 오염과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업은 소비 사슬에서 고객의 마지막 활동인 폐기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관심은 제품 폐기에 대한 고객들의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폐기 과정에 소요되는 금전적 및 비금전적 부담을 구매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직접적인 고객 비용이 아닌 폐기 비용 감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객가치 창조의 기본은 고객의 이해 
 
우리는 이미 고객가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객이 생각하는 고객가치 요소의 범위는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가치 요소로 인식하지 않던 것들이 새로운 고객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부분에 대해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비용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기업의 목적은 고객의 창조이다. 기업은 고객에서부터 출발한다. 고객들이 구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은 항상 기업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귀 기울이고, 고객을 관찰하며, 고객의 행동을 이해함으로써 기업은 비로소 고객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어떻게 구매하며, 어떻게 사용하며,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끊임 없는 고객 사랑 마인드를 가지고 고객의 시선을 따라가야만 고객도 눈을 돌려 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89호